TXT × MBTI

MBTI from A to (Gen) Z, feat. TXT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MBTI가 거론될 때는 종종 ‘기적의 MBTI 모멘트’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MBTI는 과학’ 같은 설명이 함께 따라붙는다. 주로 ‘외향형(E)’인 멤버들이 신이 나 뛰어다니는데 ‘내향형(I)’인 수빈이 홀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혹은 SBS ‘문명특급’에서 “적성에 안 맞는 일 그만하라는 조언에 대한 반응은?”이라고 묻자 ‘감정형(F)’인 다른 멤버들이 질문에 상처받은 표정으로 주먹을 치켜들면서 유일한 ‘사고형(T)’인 태현이 담담하게 “어느 부분이?”라고 되물은 것처럼 MBTI 유형별 특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날 때다. ‘우뿌즈(범규, 태현)’의 브이라이브에서는 ‘감정형(F)’인 범규와 ‘사고형(T)’인 태현이 ‘F와 T의 상황별 차이’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했고, 한창 아이돌들 사이에서 대란이었던 ‘엉덩이 논쟁(엉덩이가 하나인가 두 개인가?)’과 ‘깻잎 논쟁(친구가 깻잎장아찌 떼는 걸 내 애인이 도와주는 걸 이해할 수 있나?)’에 대한 멤버들의 답변에도 MBTI 유형이 거론됐다. 팬들은 멤버들마다의 답변이나 반응을 모아 S와 N, T와 F 등 MBTI 유형별로 나누어 편집해 유튜브와 SNS로 공유했다. 이렇게 멤버들의 MBTI 유형별 차이는 멤버들 자신과 팬들을 통해 다양한 밈(MEME)과 영상으로 재창작되고, 팬들은 멤버의 캐릭터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구글에서 ‘Why MBTI’를 검색하면 자동 완성되는 질문 중 하나가 'Why MBTI is popular in Korea?(왜 한국에서 MBTI가 유명한가?)’일 만큼 한국에서 MBTI의 유행은 자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MBTI 유형을 공유할 때나 특정 유형을 구분할 때 자주 사용해 ‘밈(MEME)’으로 더 익숙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16Personalities’의 MBTI 검사는 사실 정식 검사가 아닌 MBTI식 명칭을 차용한 검사다. 이 테스트는 정식 검사 문항이 단 한 문항도 없고, 문항 선택 방식도 정식 MBTI 검사와 다르다. 정식 검사의 경우 단어나 문장이 두 개가 나오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반면, ‘16Personalities’의 검사는 동의/비동의를 7단계로 나누는 리커트 척도 방식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16Personalities’의 MBTI 검사는 간편한 방식으로 얻은 결과를 SNS에 공유하고, 나아가 다양한 후속 콘텐츠가 만들어지며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사람들은 특정 만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MBTI를 추측했고, 제작사는 캐릭터 소개에 MBTI를 포함시켰다. SNS에서는 MBTI 유형별 싸울 때/짝사랑할 때/화났을 때 특징 등 특정 상황에 따라 행동을 구분짓고, 성공하는/나와 찰떡궁합인/성격이 안 좋은 MBTI의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입사 지원 시 16Personalities의 MBTI 결과를 제출하도록 명시했고, 또 다른 기업은 지원 가능한 MBTI를 제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 MBTI는 모든 유형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기본 개념과는 달리, 재미를 위해서든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의 선입견에 의해서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MBTI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 혹은 우열 가리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MBTI가 10~2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원인에 대해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지금의 10대나 20대들은 정식 MBTI 검사를 학교에서 이미 경험해본 경우가 많아 거부감이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기본 전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대 초반 학교를 가거나 일을 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겪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성격을 알아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나 고립으로 본인을 알아가는 기회를 놓쳤”다고 느껴질 때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고, 나만 특이한 것 같을 때”, MBTI 문항에 답하며 자신을 이해해볼 수도 있고, “어쨌든 16가지 유형에 속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MBTI를 현대인들의 사회상과 개인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로 인식한다. 많은 아티스트의 팬들 역시 MBTI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다. 오진승 전문의의 말처럼, 진지하게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유형을 알게 되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이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를 때 느낄 수 있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조금 해소되면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들이 연습생 때 받은 검사 역시 정식 MBTI 검사였고, 멤버들의 MBTI 유형은 미니 2집 ‘Minisode1: BLUE HOUR’의 VR 버전 콘셉트 포토에도 적혀 있다. 연준과 휴닝카이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스파크형인 ‘ENFP’, 수빈은 따뜻한 감성을 가진 성인군자형인 ‘ISFP’, 범규는 타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협동하는 언변능숙형인 ‘ENFJ’, 태현은 다양한 활동을 선호하는 수완 좋은 활동가형인 ‘ESTP’다. 이때 각 알파벳은 MBTI의 4가지 양극적 선호 경향으로 구성된 범주를 의미한다. '에너지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인식 기능’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기능’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여행 양식/생활양식’에 따라 ‘판단형(J)’과‘인식형(P)’으로 나타나고, 경향성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김재형 연구부장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대극을 볼 때 ‘불’이나 ‘비’를 붙이”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각 유형의 대극은 완전히 수평적인 관계다. ‘사고형(T)’이 ‘논리적’인 특성을 가질 때 대극인 ‘감정형(F)’은 ‘비논리적’이 아닌 ‘상황적’인 특성을 갖고, 이 대극은 대척점이 아닌 상대적으로 편안해하는 경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휴닝카이의 정식 MBTI 검사 결과는 ‘ENFP’였으나, 2020년 7월 31일 ‘위버스’에 공유한 16Personalities의 MBTI 검사에서는 ‘INFJ’와 ‘ENFP’로, 2021년 6월 12일 위버스 팬 사인회에서는 ‘ISTP’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정식 MBTI 검사는 ‘선천적 선호 경향성’을 다루기에 그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다. 김재형 연구부장은 “‘감정형(F)’이었던 사람이 ‘사고형(T)’의 논리/객관/분석의 과정을 수용하며, 객관적인 것도 처리할 수 있는 더 ‘나이스’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의 '나'는 다양한 경험과 더 많은 성향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통해 계속해서 더 나은 사람으로 ‘되어가는(becoming)’ 존재다.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한 MBTI에서 이야기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란, 전혀 다른 유형의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극대의 경향도 수용하며 더 멋진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MBTI가 정식 검사가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계속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성격이 아닌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바뀐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진승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그 변화가 좋거나 나쁜 변화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사고방식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바뀐 원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면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MBTI의 변화를 내담자의 변덕이나 검사 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불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방법으로 ‘어떻게 보면’이라는 전제를 제시한다. 남들이 보기에 말이 안 되는 행동이나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행동도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나온 행동일 수 있듯,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나 결론을 내리게 된 생각의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거나 무슨 나무가 될지 모르고, 그 씨앗에서 자라난 여러 종류의 나무 중 어떤 게 제일 좋은 나무라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를 씨앗에 비유한다. 이때 ‘씨앗(MBTI)’이 자라는 환경은 MBTI의 4가지 코드에 담기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MBTI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사회의 요구나 수용, 혹은 개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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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연구부장은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한국 직장 생활에서 요구하는 건 ‘P코드(인식형)’가 아니라 ‘J코드(판단형)’예요.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사실은 힘들게 ‘J코드’로 사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코드 안에는 담길 수 없어요.” 오진승 전문의 역시 “콤플렉스나 내면의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무리하거나 혹은 “주어진 역할과 직업에 따라 프로 의식을 발휘하기 위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쓸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이때 ‘계획적이라 J’, 혹은 ‘활동적이라 E’라는 결과론적인 수용보다 해당 코드일 수밖에 없던 배경이나 어떠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극대의 경향을 받아들인 과정, 즉 개인의 노력에 집중할 수 있다. 예컨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리더인 수빈은 팀 내 유일한 ‘내향형(I)’으로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동시에 아티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서고, 리더로서 마이크를 쥐고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KBS2 ‘뮤직뱅크’에서 전 MC로 다양한 아티스트를 인터뷰하며 활약하기도 했다. 김재형 연구부장은 이러한 모습에 대해 “무대나 인터뷰에서 활동적인데 검사 결과가 내향(I)이라면 저 사람이 정말 팬을 위해서, 자기의 커리어를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구나.”라고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그처럼 ‘내향성(I)’인 사람이 아티스트이자 리더이며 MC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 의식에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을 위해 대극인 ‘외향성’을 수용하려는 노력에 격려와 지지를 보낼 수 있다.

따라서 MBTI 검사는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걸 찾는 게 아니라, 더 좋아하는 걸 찾는 도구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선호하는 만큼 누군가는 다른걸 편안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각자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MBTI의 진짜 가치다. MBTI는 씨앗처럼 선천적으로 정해지고, 검사와 경험을 통해 김재형 연구부장의 말처럼 “내가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구나, 난 이렇게 사는 게 좋구나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도 존중해야지.”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MBTI 학회 중 하나의 모토인 ‘Making a World of Differences’라는 말처럼, (MBTI가 추구하는 건) 다양성의 세상을 같이 만들고 그 안에서 공존하는 거죠. 그래서 검사는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를 알아보는 거예요.”

5명의 서로 다른 유형의 멤버들 역시 각자의 나이와 지위(리더)에 따라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팀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첫째인 연준과 막내 휴닝카이가 어찌 보면 ‘엉뚱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새로움과 독특함을 무대에서 표출하고 내려와서는 가능한 한 팬이나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을 맞추려고 할 때, 또 다른 막내인 태현은 그 순간 가장 재밌는 것을 찾아내고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범규는 ‘하모니’라는 ENFJ의 특성처럼 다같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다음 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정리하고, 리더인 수빈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서포트하며 구성원을 묶어낸다. 오진승 전문의는 개인차를 활용하는 MBTI의 방식을 통해 각자의 차이와 잠재력을 틀에 가두지 않고 하나의 팀이 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서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보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감정형인 사람들과 사고형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겪는 갈등과 문제들이 정말 저희 팀에 똑같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일에 효율을 따지고 뭔가 좋은 결과를 생각하는 편인데 나중에는, 가장 좋은 결과만이 무조건 맞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태현은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멤버들 중 유일한 ‘T’ 타입으로 다른 유형의 멤버들과 얽히고설키며 갈등을 조율하는 방법을 터득했음을 이야기했다. 김재형 연구부장에 따르면 이는 “저 사람이 어떤 유형이라는 걸 내가 알게 될 때, 그 유형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쓸 수 있게 된” 사례다. MBTI가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진 않지만, 이처럼 갈등을 풀어가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상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편안해하는 어휘와 단어로 바꾸거나, 반대로 상대의 표현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고 이해하며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처럼, MBTI는 ‘서로 다른 너와 나’가 함께 ‘자기답게 사는 법’을 다룬다. 우리는 MBTI 검사를 통해 무엇이 더 좋은지가 아닌,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선호’나 ‘경향’을 가진 사람의 다름을 인정한다. ‘Blue Orangeade’의 가사에서 ‘난 파란 바다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아가 ‘넌 빨간 장미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처럼. 각자의 MBTI를 가진 수많은 ‘서로 다른 너와 나’가 ‘블루 오렌지에이드’처럼 서로 생소하게 느껴지더라도 ‘정반대라서 더 특별한(‘우린 정반대인 거야 그래서 더 특별한 거야’)’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세상은 어떠한 편견도 제한도 없이 모두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내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

Credit
글. 오민지
디렉터. 강명석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성화주, 이선옥
디자인. 정혜인 (makemeunfazed.com)
웹퍼블리싱. 인터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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