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븐틴이 올라선 곳
강명석 :
열세 명의 멤버가 모여 세 개의 유닛으로 만든 하나의 팀. 세븐틴의 새 앨범 ‘Your Choice’는 이름부터 멤버 구성의 의미를 담은 세븐틴의 정체성 위에서 시작한다. 앨범에는 단체 곡과 세븐틴의 세 유닛인 힙합, 보컬, 퍼포먼스 유닛 곡이 있다. 앨범 발매 전 공개한 영상 ‘Moment Of Falling In Love, and Get “Ready to love” With Us?’는 세븐틴의 초기 곡 ‘아낀다’, ‘만세’, ‘예쁘다’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준다. 좋아하는 이에 대한 감정을 ‘아낀다’고 표현하던 세븐틴은 새 앨범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 사랑에 대한 확신을 노래한다. 도입부에서 ‘내게 말해줘 Can we stay together’라고 노래하는 보컬 유닛 조슈아의 목소리에는 고백의 설렘과 불안함을 함께 담은 가사처럼 청량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깔려 있고, 퍼포먼스 유닛 호시는 ‘처음 느낀 심장의 속도가 이리 빠른 줄 몰랐어’라며 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하며, 힙합 유닛 에스쿱스가 ‘대답을 원해’라며 곡의 감정선을 뜨겁게 만든다. 이 다짐은 기교를 거의 쓰지 않은 채 힘껏 감정을 토로하는 보컬 유닛 도겸과 승관을 통해 클라이맥스로 이어진다.

‘Ready to love’는 힙합 비트에 록적인 요소를 결합한다. 하지만 세븐틴은 장르적인 요소를 멜로디로 강조하기보다 그동안 각각의 유닛과 멤버들이 노래 속에서 해온 역할을 활용,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의 복잡하면서도 격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앨범의 첫 곡 ‘Heaven’s Cloud’ 또한 EDM을 기반으로 부분적으로 트랩 비트를 멜로디에 활용하지만, 세븐틴은 오히려 특유의 청량함을 전달한다. ‘Anyone’의 도입부와 후렴구에 나오는 나른한 공간감을 주는 사운드는 전 세계 팝의 한 경향이지만, 클라이맥스에서는 공간감을 없애고 ‘나의 모든 이유를 네가 가르쳐줘서 /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난 너라고 말해’라며 힘차고 단단한 목소리를 쏟아낸다. ‘Ready to love’의 퍼포먼스는 세븐틴 특유의 화려한 동선과 대형을 통해 그들 특유의 장점을 전달한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12명의 멤버들이 그를 위한 미장센을 만들어주는 퍼포먼스. 세븐틴은 ‘아낀다’, ‘만세’, ‘예쁘다’부터 ‘Ready to love’까지 이르러 형성된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새로운 사운드와 결합한다. 그 결과, 세븐틴은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격정적인 고백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채, 2020년대 팝의 감각을 절묘하게 융화 시킨다.

‘Your Choice’는 레트로 게임을 연상시키는 칩튠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힙합 유닛의 곡 ‘GAM3 B01’를 통해 단체 곡에서 유닛 곡으로 넘어간다. 감각적인 비트 위주의 곡을 많이 발표한 힙합 유닛의 곡을 통해 앨범 분위기가 바뀌고, 퍼포먼스 유닛의 ‘Wave’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보컬 유닛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연상시키는 2000년대 한국식 R&B 스타일의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으로 앨범을 서정적으로 마무리한다. 한 곡 안에서도 유닛과 멤버들이 하는 일이 명확하고, 팀과 유닛이 각자 수행하는 역할이 앨범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자체 제작’으로 표현되곤 하던 세븐틴의 역사가 그들의 음악적인 정체성으로 완성된 순간이다. ‘Your Choice’의 곡들보다 보다 더 좋은 곡들이 많은 앨범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장의 앨범으로서, ‘Your Choice’는 세븐틴의 최고의 앨범이다.
세븐틴의 사랑의 완성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
2015년 데뷔 이래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세븐틴이 세상에 내놓은 음악들을 돌이켜보면 잘 자라난 한 사람의 생애를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 하면,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는 매끈한 프로덕션과는 달리 거칠고, 울퉁불퉁하고, 덜 세련됐을 것 같은 인상이 있다. 경력이 긴 전문 곡자들에 비해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븐틴은 커리어의 초기에도, 격변의 중기에도 촌스러운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지가 번뜩이는 가사나 안무 구성 같은 요소는 울퉁불퉁하기보다는 뾰족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데뷔 즉시 많은 아이돌 음악들 사이에서 발랄하게 도드라지던 그 성격이 말이다. 멤버인 우지와 세븐틴의 공동 뮤직 프로듀서 범주가 긴 시간 그려온 이들 음악의 그림은, 중간중간 시행착오가 있었을지언정 모두 세븐틴 성장 과정의 연장 안에 있었다. 고백만으로도 수줍던 소년이 이면의 이별과 좌절을 겪으며 세상의 차가움을 배운 뒤,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속 깊은 위로를 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기까지의 서사는 정-반-합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는 지금 합의 세븐틴을 듣고 있다.

새 앨범 ‘Your Choice’의 타이틀 곡 ‘Ready to love’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았던 전작 ‘HOME;RUN’을 생각하면 수수하기까지한 곡이다. 정직하게 달려가는 4박의 베이스 드럼이 곡의 방향을 앞으로 성큼성큼 밀고 나간다. 같은 4박이어도 실내에서 춤추는 하우스보다는 여기보다 먼 곳으로 향하는 탁 트인 개방감이 있다. 중간중간 들리는 기타와 드럼 필인이 일본 애니 OST 팝 록넘버 같은 뉘앙스를 더한다. 이런 심플하고 꾸밈없는 느낌 위에 단단한 가사를 얹었다. 화자는 함께하는 우리에 확신이 있다. '세상의 반대로 Runaway 내 손을 잡아 계속 Runaway 이젠 날 믿어'. 화자의 맹목적인 사랑은 많은 말을 덧붙이고 있지는 않는다. 다만 그 순수한 확신 속에 낭만이 있다. 내가 믿는 상대방의 손을 꼭 쥐고 답답한 이곳을 벗어나 달아나는 상상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1년이 넘은 팬데믹, 본의 아니게 사방이 막힌 환경 속에 살아야 했던 정서에 끼얹는 해방감이 달콤하다. ‘Home’과 ‘Left & Right’ 그리고 ‘HOME;RUN’으로 보여준 위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앞으로도 이들 서사의 성장을 보고 싶다. 내년이 되고 후년이 되면 이들 음악 속의 청년이 어디까지 자라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의 합이 다음 사이클의 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너에게 보내는 나의 진심
윤해인 :
세븐틴이 컴백 전 발표한 ‘Moments Of Falling In Love’ 영상에는 그들의 데뷔 곡 ‘아낀다’부터 ‘만세’와 ‘예쁘다’의 뮤직비디오가 차례로 재생된다. 그 끝에는 세븐틴의 새 앨범 ‘Your Choice’의 타이틀 곡, ‘Ready to love’가 등장한다. ‘사랑’을 전면에 배치한 타이틀 곡은 ‘우리 사이란 친구로는 모자라’다며, 연인이 되고 싶다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네 앞에만 서면 심장이 뛰어서 행동이 서툴러서 미안해’하던(‘아낀다’) 소년들은 이제 ‘처음 느낀 심장의 속도가 이리 빠른 줄 몰랐’지만, 곧이어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고, 함께하면 안 되겠냐고 자신의 손을 먼저 건넨다. ‘할 말이 많은데 누가 대신 말 좀 해 줘’(‘만세’)라고 망설이고, ‘턱 끝까지 차올랐던 그 말’(‘예쁘다’)을 건네지 못했다면, 이제는 노래의 처음부터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하루하루 쌓여갈수록’ 더욱 커져가는 마음의 크기처럼, 세븐틴은 곡의 시작부터 보컬을 전면에 쏟아내며 전력을 다해 자신의 사랑을 담아낸다. ‘Ready to love’의 세븐틴은 ‘사랑’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대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사랑에 빠지는 설렘을 ‘천국의 구름’에 빗대고 있는 시적인 가사의 첫 번째 곡 ‘Heaven’s Cloud’ 또한 ‘나에게 어떤 슬픔도 없는 세상은 너’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세 번째 곡 ‘Anyone’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너’에 대한 사랑을 말하며 ‘너’는 ‘나의 모든 이유’라고 규정하기에 이른다. 이런 확신의 태도는 상대의 마음을 저울질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른다.

앨범을 관통하는 제목이 ‘Your Choice’라는 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을 숨김없이 진심으로 표현할 뿐, ‘내게 말해줘’라며 기다리고, ‘너만 준비가 되어 있으면 돼’라며, 오롯이 ‘너’의 자리를 남겨둔다.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의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을 쏟아내던 소년들은 어느덧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박수’로 털어내고, ‘우리를 위해 이 노랠 부르자’며 ‘HIT’를 위해 전력투구하다, ‘오늘은 잠깐 쉬고 가도 돼’라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Your Choice’는 그렇게 긴 시간 스스로의 마음을 탐험하다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으로 돌아온 세븐틴의 진심이다. 그렇게 ‘봄 세븐틴 가을 겨울’의 그 계절에, 세븐틴이 돌아왔다.
글. 강명석,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윤해인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