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캐럿’에게 보내는 세븐틴 애티튜드

강명석 :
느슨한 피아노와 브라스 연주와 함께 ‘꿈의 여정은 끝이 없겠지만 오늘은 잠깐 쉬고 가도 돼’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내 격렬한 드럼을 통해 분위기가 급변하고, 무대 위 13명의 청년들은 ‘해가 뜰 때까지 / 우리만의 잔치를 끝날 때까지 달리자’며 역동적인 춤을 춘다. 세븐틴의 스페셜 앨범 ‘; [Semicolon]’의 타이틀 곡 ‘HOME;RUN’은 문장을 잠시 끊는 문장부호인 세미콜론처럼 ‘잠깐 쉬고 가도 돼’라고 하지만, 정작 멤버들은 전력으로 노래한다. 스윙 재즈를 기반으로 하되 피아노와 브라스의 풍성함이나 여유로움 대신 쾅쾅 때리는 드럼이 전면에 서고, 멤버들은 때론 거칠게 느껴질 만큼 멜로디를 질러 버린다. 후렴구에서 그들의 이전 곡들에 비해 쉬워 보이는 퍼포먼스 동작들이 있지만, 동선은 쉴 새 없는 움직임을 요구한다. 아이돌에게 스윙 재즈가 종종 성숙함과 연차가 쌓인 베테랑의 여유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세븐틴은 그 휴식 같은 여유로움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아 노래하고 춤추는지 보여준다. ‘HOME;RUN’ 뮤직비디오에서 세븐틴은 한껏 멋을 부리며 노는 모습과 거리를 쏘다니는 청년의 모습을 함께 연기한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그들은 팬덤 ‘캐럿’을 상징하는 듯한 다이아몬드를 찾아다닌다. 데뷔한 지 5년, 그사이 팀은 첫 주 앨범 판매량 109만 장 이상까지 기록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다이아몬드를 찾는다. 그래서 ‘꿈의 여정은 끝이 없겠지만 오늘은 잠깐 쉬고 가도 돼’는 세븐틴의 휴식이라기보다, 그들이 열심히 일해 팬들에게 전하는 위로 같다. 세븐틴은 우리의 낮보다 그들의 새벽이 더 뜨거운 것 처럼, 있는 힘껏 달려 팬들에게 즐거운 휴식을 선사한다. 그러니 ‘HOME;RUN’이 팀의 리더 에스쿱스의 목소리로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SEVENTEEN Right here’.
시대를 위로하는 쇼 뮤지컬

임현경 :
세븐틴의 ‘HOME;RUN’ 무대는 한 편의 쇼 뮤지컬이다. 무대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 곡의 시작과 함께 일렬종대를 이루며 횡으로 이동하는 멤버들의 움직임은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며 무대를 드러내는 ‘막’과 같다. 무대 중앙에 멈춰 선 에스쿱스, 원우, 도겸, 민규는 각각 야구에서의 포수, 투수, 타자, 심판을 묘사하는 듯하고, 무대 끝에 다다른 나머지 멤버들은 앙상블이 되어 ‘SEVENTEEN Right here’에 맞춰 정중한 인사를 건넨다. ‘HOME;RUN’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다. 그렇게 세븐틴의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주역이자 앙상블이며, 무용수이자 야구 선수가 된다. 막을 열고 닫으며 장면을 전환하는 무대장치가 됐다가, 핑거 스냅, 발 구름 등을 통해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악기로 변하기도 한다. 피아노, 브라스, 드럼 등 재즈 밴드 사운드에 몸을 맡기며 팔다리를 크게 휘두르거나 두 팔을 번쩍 든 채 높이 점프하는 스윙 댄스 동작 역시 자유로움을 담았다. 이러한 스윙은 홈런을 위한 도약이기도 하다. 우지가 정중앙에 서서 ‘후회 없는 날을 만들자’고 외칠 때, 멤버 4명이 진루하는 타자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다가 무대 중앙으로 뛰어든다. 다음 순간 우지의 목소리로 나오는 노랫말은 ‘만루 홈런 또 홈런’이다. 달리고 또 달리며 몇 번이고 홈런을 날리던 이들은 마침내 만루 홈런까지 이뤄내고서 흥겹게 춤을 춘다. 1933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등장한 뮤지컬 영화 <42번가>는 불황을 극복하고 쇼의 성공과 지속을 이뤄내는 이야기를 그리며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븐틴이 바로 지금, ‘HOME;RUN’을 무대에 올린 이유에도 지금의 사회상이 반영돼 있지 않을까. 잠시 쉴 수 있을지언정 멈추지 않고 홈런을 만들어내겠다는 세븐틴의 춤과 노래는 팬데믹 국면을 맞아 절망과 좌절에 빠진,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공연이다.


세븐틴이 인생이란 트랙을 달리는 법

이예진 :
세븐틴의 스페셜 앨범 ‘; [Semicolon]’의 두 번째 곡 ‘도레미’부터 다섯 번째 곡 ‘AH! LOVE’까지의 유닛 곡들은, 삶의 여정 속에서 각각 다른 삶의 순간에 있는 멤버들이 표현하는 청춘의 조각들이다. 승관, 버논, 디노의 ‘도레미’는 ‘You can just 쉽게 생각해 Like 도레미 어렵단 생각이 늘 어렵게 하지’라며 인생의 고민 앞에서 오히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생각해보라 하고, 동갑내기 디에잇, 민규, 도겸의 ‘HEY BUDDY’는 ‘좋은 날씨’라, ‘허겁지겁 옷을 골라' 친구를 만나, ‘하고 싶은 일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하는 사이 ‘서로가 해결사’가 되는 우정에 대해 묘사한다. 준, 호시, 원우, 우지의 ‘마음에 불을 지펴’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조금씩 다가가는 중인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발견해낸다. 그 뒤로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가 ‘AH! LOVE’를 통해 ‘건조했던 나의 마음에 작은 씨를 심어놓고 자라나게 만들고서 이렇게 무심’한 상대에게 ‘넌 나에게 더 난 너에게 더 숨길 수 없는 사이 되기를’ 바라는 감정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인다. 나이를 기준으로 막내부터 맏형까지 각각의 유닛을 만든 세븐틴의 노래는 저마다의 삶과 그 안의 고민 속에서 우정과 사랑이라는 청춘의 영원한 테마를 환기한다.

앨범을 모두 듣고 다시 듣는 타이틀 곡 ‘HOME;RUN’은 다소 새로운 느낌이다. ‘9회 말 2아웃이어도 두 손엔 배트 들고 있어. 우린 자고 나면 내일 있어’라는 세븐틴의 메시지는 ‘도레미’와 ‘HEY BUDDY’와 같은 멤버들의 일상과 생각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HOME;RUN’은 멤버들이 팬에게 건네는 위로고, 그 뒤의 수록곡들은 그들의 삶이다. 세븐틴은 서로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유닛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되짚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가 어떻게 일상을 공유하고 격려하는지 전달한다. 그렇게 팀으로 모여 스타트를 끊고, 여러 갈래의 길로 흩어져 앨범의 트랙을 완주할 즈음, 마지막 곡인 ‘겨우’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세븐틴으로 모여 노래한다. ‘이 노랜 널 위해 불러. 네 사랑에 다가갈 수 있게’. 13명의 멤버들이 하나로 모여, 그들의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사랑을 전하는 순간이다.
글. 강명석, 임현경, 이예진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