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디스코’로 도착한 여자친구만의 춤

강명석 :
여자친구는 새 앨범 ‘回:Walpurgis Night’에서 타이틀 곡 ‘MAGO’의 퍼포먼스로 디스코를 선택했다. 멤버들이 뒤돌아서서 허리에 손을 얹고 있는 첫 동작부터 한쪽 손은 허리에, 다른 한쪽 손은 허공을 향해 뻗는 마지막 동작까지 디스코에서 사용하는 안무들이 다양하게 배치됐다. 그러나 그들의 디스코는 ‘빗자룰 타고 날아볼래’처럼 똑같이 동작을 맞추는 군무로 진행되고, 후렴구에서 ‘My heart is beating for you’ 하며 치고 나오는 부분에는 유주의 턴이나 소원의 발차기처럼 이전 안무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동작들이 포함된다. ‘Tic tak tic tak Ring my heart’의 안무 그 자체로는 틱톡에 몇 초짜리 영상으로 올릴 법한 짧고 신나는 동작들이다. 하지만 그 뒤에 ‘Mago Mago 심판해봐 지금 날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지 이어지는 동작들은 디스코적인 요소 사이에 손을 올리고 마치 뿔을 연상시키는 손동작으로 그 의미를 궁금하게 만들거나, 그렇게 올라간 손을 내리는 것으로 후렴구를 마무리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디스코의 손 찌르기를 계속하는 사이, 가로로 서 있던 멤버들이 유주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세로로 대형을 맞춰 디스코를 추는 ‘두려워하진 마 다치진 않아’에서의 동선과 동작의 연결은 여자친구가 그동안 보여준 치밀한 구성의 안무와 디스코의 경쾌함을 결합한 새로운 순간이다. ‘回’ 시리즈의 ‘교차로’, ‘APPLE’, ‘MAGO’를 통해 어느덧 도시의 밤거리를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걷는 커리어 우먼, 또는 현대적인 마녀로 팀의 이미지를 바꾼 그들은 전 세계 음악 산업의 트렌드인 디스코를 통해 보다 쉽고 신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제시하는 동시에, 그들 고유의 장점을 녹여 대체 불가능에 가까운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곡 후반부, ‘In the midnight’가 나오는 순간 여자친구는 일렬로 서서 그들이 종종 보여준 그림자 안무를 통해 감정선을 고조시킨다. 그 결과, 이어지는 디스코 동작은 곡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가 된다. 멤버들은 유쾌한 표정으로 춤을 추지만, 그것은 이 부분의 가사처럼 ‘나를 위한 춤’, 곡 속의 마녀가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순간이다. 여자친구가 디스코와 함께 마녀, 또는 성인의 세계로 들어왔다. 다른 말로는 아이돌인 동시에 트렌드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팝 그룹으로 한 발 내디뎠다고 할 수 있겠다.
'Modern Witch'로서 시작된 'My' Life

오민지 :
여자친구의 새 앨범 ‘回:Walpurgis Night’의 콘셉트 포토 제목의 첫 음절, ‘My’는 ‘나의, 내’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애정을 담아 누구를 부를 때’ 사용하곤 하는 단어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My Way’, ‘My Room’, ‘My Girls’라는 세 가지 주제를 가진 콘셉트 포토를 통해 그들이 사랑하는 것들을 보여주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전달한다. ‘My Way’에서는 블랙 앤 화이트 슈트와 볼드한 디자인의 골드 컬러 액세서리, 단색의 네일과 결합되어 커리어 우먼의 이지적 매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지난 앨범의 수록곡 ‘Apple’의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듯 멤버들이 함께 밤거리를 걷는 사진을 통해 힘차고 당당한 삶을 사는 여성을 보여준다. 멤버들이 ‘My Room’에서는 글램 록, 타투, 폴 댄스, 비너스상 등을 소재로 취미, 동경, 자기 계발 등 개인적인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소원이 들고 있는 복고풍 드레스는 타이틀 곡 ‘MAGO’의 뮤직비디오에서 소원의 등장을 통해 시작되는 찌르고, 돌리고, 발로 차는 디스코 안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My Girls’는 파스텔 톤의 시밀러 룩, 서로 닮은 표정과 자세, 멤버들의 가까운 거리감과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해 수록곡 ‘Secret Diary’처럼 ‘또 다른 너와 나 닮아가는 나/두 손 꼭 잡고 지금처럼 함께해’주길 바라는 그들의 우정과 연대를 강조한다. 포토 콘셉트는 사회 속에서 당당한 위치, 욕망의 솔직한 실현, 친구들과의 즐거움 등 여성 스스로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관점으로 담아내고, 이는 ‘Walpurgis Night’로 표현되는 앨범 속 ‘축제의 밤’의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지난 앨범 ‘回:Song of the Sirens’에서 마녀 콘셉트를 통해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 여자친구는, ‘Walpurgis Night’의 타이틀 곡 ‘MAGO’를 통해 마녀들의 축제를 열면서 ‘回’ 시리즈의 절정을 연다. 그리고 ‘MAGO’의 디스코와 여자친구의 신나는 춤으로 완성된 그들의 축제는 콘셉트 포토에서 보여준 여성의 긍정적인 꿈과 욕망과 함께 한데 모인 여성의 즐거움과 연대로 이어진다. 그렇게 ‘마녀’는 ‘악녀’가 아니라 현대 여성의 상징으로 바뀌고, 불길하거나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마녀의 축제는 부정적인 이미지 없이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로 바뀐다. 그 결과, ‘回’ 시리즈는 자신의 선택을 확신할 수 없고(‘回:Labyrinth’), 유혹에 흔들리고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回:Song of the Siren’) ‘回: Walpurgis Night’의 축제로 이어지며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여자친구’의 변화를 마무리한다. 유혹에 흔들리고, 축제를 즐기면서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해낸 ‘여자’이자 ‘친구’. ‘MAGO’에서 이야기한 ‘새로 쓰는 진짜 날 위한 the first page’가 열리는 순간이다.
여자친구가 초대하는 모든 ‘친구’들을 위한 축제

이예진 :
여자친구의 새 앨범 ‘回:Walpurgis Night’는 그들이 여는 축제의 현장이다. ‘더 활짝 필 밤이 시작돼 / 날 위한 축배를 Now’, 타이틀 곡 ‘MAGO’로 축제의 막이 열린다. 이 노래에 맞춰 ‘나를 위한 춤’을 추던 그들은 지난 기억을 회상하며 지금과 달라진 생각들을 나누다가도(‘Love Spell’), ‘더 뜨겁게 오늘 이 밤을 하얗게 불태우자’며 흥겹게 잔을 부딪치고(‘Three Of Cups’),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벅찬 기대감을 공유한다(‘GRWM’).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예린, 신비의 ‘Secret Diary’, 소원, 엄지의 ‘Better Me’, 은하, 유주의 ‘Night Drive’로 이어지는 유닛 곡들이다. 자신의 서툰 걸음들에 묵묵히 함께해준 이에 대한 고마움, 변화된 지금의 모습이 더 좋다는 확신에 찬 고백, 문득문득 찾아오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 가쁘게 달려온 과정 속에 묻어둔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솔한 마음들이다. 바로 이 시점에 그들은 ‘Apple’, ‘교차로’, ‘Labyrinth’를 다시 마주하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사랑했던 이가 세상의 전부였던 성장기를 지나, 홀로 ‘미로’ 같은 세상을 헤쳐 나가며 ‘교차로’ 앞에 섰던 순간, 그리고 수많은 갈등 끝에 견고했던 기존의 세계를 깨고 세상의 중심에 ‘나’를 놓아 행복을 좇기 시작한 지금. 축제의 시작으로부터 회고까지 이어지는 이 과정은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모든 성인 여성이 갖는 질문을 담고 있고, 여자친구는 이 축제의 주인공이 아닌 주최자가 된다. 각각의 삶 속에서 이들과 함께 성장 중인 이 시대 모든 또래를 위한 응원이자 위로. 모두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하지만 같은 방향의 서사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축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앞면의 뒷면의 뒷면'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이유다. ‘맞닿은 너와 나의 마음은 다르지 않아 / 달리자 One way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축제는 곧 끝이 나지만, 우리가 달려갈 ‘꿈길’은 끝이 없다. 그러니 ‘이젠 멈춰 서지 말자', ‘더 가보자 계속'.
글. 강명석, 오민지, 이예진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