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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방탄소년단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매년 발행하는 글로벌 음악 시장 보고서를 통해 밝힌 2020~2021년 연속 판매량 1위 아티스트다. 전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방탄소년단의 누적 스트리밍은 지난 9월 초 기준 282억 회로, 역대 10위이다. 그룹 중에는 가장 높은 기록이다. 같은 시기 방탄소년단은 ‘Dynamite’, ‘Life Goes On’, ‘Butter’, ‘Permission to Dance’를 포함한 6곡을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렸다. 첫 1위로부터 1년 1개월이 걸렸고, 이는 비틀스의 1년 2주간 이후 가장 빠르다. 2021년의 끝을 장식한 LA 공연은 4일간 21.4만 명을 동원하며 3,33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공연 중 하나다. 멤버의 개인 활동도 궤도에 오르면서, RM이 참여한 바밍타이거의 ‘섹시느낌’을 마지막으로, 7명 모두 빌보드 핫 트렌딩 송즈 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요컨대 방탄소년단은 K-팝의 범주를 넘어서, 그룹이자 보이밴드로 역사적인 사례다.

 

누군가 K-팝의 해외 진출 역사를 기록한다면, 하나의 줄기는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시도’가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은 그 오랜 시도의 최신 성공 사례인가? 이 접근은 불편하다. 왜냐하면 이 접근이 ‘빌보드 200’ 1위 다음에는 ‘핫 100’ 1위, 그다음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을 일종의 미션처럼 부과하고, 그 달성이 ‘미국 시장 정복’이라는 종을 울리는 기준처럼 보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혹시 과거에는 그랬을지라도, 더 이상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최근 수년간 K팝의 성공은 이 산업을 거대하고 성숙한 존재로 만들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Minisode 2: Thursday's Child’는 지난 5월 발매 직후 빌보드 200 차트 4위로 데뷔하여, 8월 27일 자 179위까지 총 14주간 차트에 머물렀다. 1~2주 사이의 집중된 앨범 판매고로 낼 수 없는 성적이다.

 

최근 빌보드는 9월 8일 자 디지털 버전의 커버 스토리로 스트레이 키즈를 다루고, 35달러 가격의 한정판 패키지를 따로 찍었다. 표지의 부제를 옮기면, “1위 프로젝트와 두 대형 레이블의 지원과 동시에, K-팝 밴드와 그 팬들은 이미 시장의 일부다.” 기사는 최근 미국 공연, 4월 ‘Oddinary’의 빌보드 200 1위를 되짚는다. JYP는 유니버설 산하의 레이블 임페리얼과 협력 중이다. 기사에 따르면 임페리얼은 앨범 발매 6개월 전부터 빌보드 200 1위를 목표로 한정판 패키지를 미국 내 대형 소매점에서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다음 앨범부터는 라디오 시장을 공략할 구상이다. 최근 데뷔하는 팀들은 아예 해외 또는 미국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글로벌 성적을 측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평가받는다. 뉴진스의 데뷔는 국내 차트만큼이나 글로벌 스포티파이 주간, 일간 차트에서의 성적이 화제가 된다.

 

이미 시장은 어떤 팀이 한국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또는 중남미 시장을 거쳐 인기를 쌓고, 미국에 입성하는 단계적 진도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과거 관찰한 현상이지, 재현해야 하는 경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상의 이면에는 스트리밍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리밍은 음악 시장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스트리밍은 음반 판매가 아니라, 음악 소비를 측정 가능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것도 글로벌 시장 전체를 동등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스트리밍이 불법 복제를 압도한 순간, 시장은 중남미의 음악 소비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그들이 자국의 음악 스타일과 뮤지션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소비하는지 알았고, 이는 미국 내의 라틴 인구를 공략할 새로운 시장으로 이어졌다. 배드 버니는 2020년, 2021년 모두 글로벌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아티스트다. 배드 버니의 2022년 앨범 ‘Un Verano Sin Ti’는 지난 5월 발매 이후 빌보드 200 1위에 10회 올랐고, 그 원동력은 매주 10만 장 상당의 판매량을 유지하는 꾸준한 스트리밍이다. 시장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스트리밍이 비로소 그 존재를 증명했다. 시장에서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더 많은 중남미 아티스트가 미국 시장에서 직접적인 기회를 얻는다.

K-팝은 바로 뒤이어 유사한 기회를 얻었다.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시장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증명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언어와 무관하게 유의미한 음원, 음반, 공연 매출을 보인다. 라틴 아티스트의 부상과 연관을 두고 말하는 이유는 단지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은 아니다. 거대하고 성숙한, 계획된 산업으로서의 K-팝은 비로소 미국 내에서의 소비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듯하다. 애초에 비밀은 아니었다. 팬데믹 직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콘텐츠 미국 시장 소비자 조사(K-pop)’를 보면, 시장 표본의 인종별 비중을 밝히고 있다. 한국계 및 동양인 29.7%, 히스패닉/라틴계 23.8%, 백인 24.9% 등이다. (모든 인종 분포는 해당 자료의 8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와 비교하면 동양인 6.1%, 히스패닉/라틴계 18.9%, 백인 59.3%다. 모든 시장에서 소비자의 인종별 구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시차를 감안해도, 미국 전체의 인구 구성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인종별 구성 정보는 K-팝 소비층의 인구통계를 밝히고, 그 자체로 서둘러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K-팝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회자되는 어떤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미국에서는 강한 이미지, 이른바 ‘걸크러시’ 취향의 팀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팀은 미국에서 통할까?” 트와이스의 지난 2월 공연을 보자. 총 9회 공연으로, 관객 10만 명, 매출은 1,600만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여성 그룹으로서 최상급 실적이다. 트와이스가 이른바 ‘걸크러시’ 취향을 지향하는 팀은 아니다. 그렇다면 트와이스는 최소한 자신들이 채울 수 있는 판을 정확하게 짜고, 이를 정확하게 수행한 셈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트와이스는 지난 2~3년간 미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반응을 쌓았다. 이는 성공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반대로 ‘미국 취향’은 대체 미국의 누구를 겨냥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종 간 상관관계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조지메이슨대학교 정영아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각 성별과 인종이 부여받는 고정관념과 K-팝이 이에 어떻게 연관되는지 발표한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상호 협조와 왕성한 활동을 요구하는 팬 커뮤니티가 백인 여성과 동양계 여성 모두에게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아직 단편적인 답을 가졌을 뿐이고, 여전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몇 가지는 확실하다. K-팝 시장이 특정 성별/인종과 상관관계를 보일 때, 그것을 단순한 인종적 이끌림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이면에는 다른 누구도 제공할 수 없고, 오직 K-팝만이, 실은 그중 몇몇 아티스트만 가능한 무엇이 있다. ‘미국 취향이라는 단일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존재하더라도 K-팝이 그것을 ‘정복하여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K-팝이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