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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디자인. 페이퍼프레스(paperpress.kr)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Make Some Noise!” 지난 11월 26일, 세븐틴의 ‘SEVENTEEN WORLD TOUR [BE THE SUN] – JAPAN(이하 돔 투어)’ 투어가 열리던 도쿄 돔에서 호시가 공연의 사운드 체크 리허설을 하던 중 소리를 질렀다. 아직 관객이 들어오기 전 텅 빈 공연장 가득 그의 울림이 메아리처럼 공명했다. “비어 있는 그 큰 공연장에 제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확실히 다른 공연장들이랑 울림이 달라서 너무 설렜어요.”라고 호시는 리허설 당시의 소감을 전하며 덧붙였다. “도쿄 돔에 서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이 무대를 최고라고 말하고 꿈꾸는지 알 것 같았어요.” 

 

세븐틴에게 도쿄 돔 공연은 오랜 꿈이었다. “굉장한 선배님들께서 돔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나중에 단독으로 꼭 돔에서 콘서트를 하자는 목표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조슈아의 말처럼 도쿄 돔 공연은 K-팝 아티스트들에게 성공의 지표이자 꿈의 무대 중 하나였다. 버논은 아티스트들이 도쿄 돔에 대해 갖는 감정을 설명했다. “연습생 때부터 도쿄 돔이 아이돌로서 성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목표라고 들어왔어요.” 일본의 공연장은 보통 라이브 하우스부터 홀, 아레나, 돔 그리고 스타디움 순서로 그 규모가 커진다. 대부분 홀은 1,000명 단위, 아레나는 1만5,000명까지, 돔은 약 3만5,000~4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하는 규모다. 더불어 도쿄 돔은 일본의 수도 도쿄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다른 지역의 돔 공연장보다 훨씬 많은 5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팝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일본의 아티스트들에게도 꿈의 무대가 된 이유다. 특히 세븐틴에게 이번 도쿄 돔 공연은 일본에서 그들이 얼마나 큰 위상을 갖고 있는지 보여줄 기회이기도 했다. 세븐틴의 도쿄 돔 공연은 11월 26일, 27일간 열렸다. 뿐만 아니라 11월 19일부터 12월 4일까지 ‘쿄세라 돔 오사카’, ‘도쿄 돔’, ‘반테린 돔 나고야’에서 총 6회 차의 공연이 포함된 돔 투어의 일부다. “돔 공연은 적어도 3만5,000명 이상이 한 번에 모인다는 얘기인데, 이틀 연속 혹은 여러 회차로 20만~30만 명이 모이는 건 완전히 차이가 있다.”는 하이브 재팬 360사업실 류무열 실장의 설명은 돔 투어의 의미를 보여준다. 돔 공연을 하루만 할 수 있는지 이틀 이상 할 수 있는지, 그 돔이 도쿄 돔인지 그리고 일본 전체를 도는 돔 투어인지에 따라 아티스트가 동원할 수 있는 관객의 숫자가 완전히 다르다.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이명학 프레지던트는 세븐틴의 일본 관객 동원력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나고야 돔 공연은 세븐틴의 공연을 보기 위해, 그 지역 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분들을 이동시킬 정도의 코어 팬덤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만큼 지금 인기의 바로미터다.”

공연이 열리던 이틀간 도쿄 돔 공연장 인근은 ‘인기의 바로미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감케 했다. 공연 수 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서 대기하며, 세븐틴의 공식 응원봉인 ‘캐럿봉’이나 직접 꾸민 슬로건과 함께 사진을 찍는 캐럿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세븐틴의 팬들이 묵고 있던 공연장 일대 숙소에는 호텔 창문 쪽에 크게 쓴 ‘SVT’ 글자가 보이게 응원하는 풍경도 있었고, 지하철역에서는 “탑승하신 캐럿 여러분들”이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했다. 도쿄의 랜드마크 ‘스카이트리’ 전망대 외관은 돔 투어 공연 전후 각 도시에서 진행하는 ‘SEVENTEEN BE THE SUN THE CITY(이하 더 시티)’의 일환으로 돔 투어 공연이 진행되는 주말마다 세븐틴과 월드 투어의 상징 컬러로 빛났고, 공연 직후에는 캐럿들이 캐럿봉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더 시티는 돔 투어 공연이 열리는 오사카, 도쿄, 나고야 세 도시의 유명 랜드마크, 호텔과 협업하고 특히 오사카의 경우 각종 이벤트를 잇는 ‘스탬프 랠리’ 등을 통해 말 그대로 도시 곳곳에서 세븐틴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사카에서 협업을 진행한 ‘헵파이브 관람차’에서는 “공연하는 날 폭발적으로 관람객이 늘어, 수백 명이 줄을 섰고, 헵파이브 측에서도 세븐틴이 지닌 IP 파워의 막강함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하이브 재팬 사업기획팀 김정일 팀장은 더 시티를 통해 “일본 내 세븐틴의 위상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더 나아가 하이브 재팬 한현록 CEO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을 뒤덮는 건, 팬들에게 아티스트의 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며 “더 시티는 팬이 공연을 보고 집에 가기까지 아티스트와의 접점을 늘려간다.”는 더 시티의 핵심적인 방향성을 설명했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할 때 특전이 있는 신칸센 티켓을 받고, 세븐틴 호텔에 묵으며 세븐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전시회에서 사진을 감상하고, 저녁에는 스카이트리에서 야경을 볼 수 있도록” 촘촘히 기획했다는 김정일 팀장의 부연처럼, 단 하루, 서너 시간으로 공연의 경험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속 모든 시간이 세븐틴으로 채워지며 공연의 몰입감을 높인다. 군마현에서 공연을 보려고 도쿄에 온 호노카의 표현은 더 시티가 캐럿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나타낸다. “마치 일본 전체가 세븐틴을 환영하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오고 염원했던 큰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많은 캐럿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고 특별했습니다.” 정한의 소감처럼 도쿄돔 공연은 세븐틴에 대한 이 모든 반응들이 하나로 모여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예전부터 공연을 봐왔지만 이토록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건 힘든 일이라 생각해요. 멤버들의 노력이 있고, 캐럿들도 지금까지 믿고 지켜봐 왔기에 서로에게 의미가 있어요.” 27일 공연장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미사토는 돔 투어가 캐럿에게 주는 의미를 전했다. 함께 있던 아야노가 덧붙였다. “예전부터 멤버들이 도쿄 돔 공연이 꿈이라고 말해와서 그만큼 특별해요. 팬데믹으로 취소되었고, 그사이 재계약을 하면서 드디어 맞이한 공연이고요.” 이런 마음을 대변하듯 일사불란한 클래퍼 소리와 시야 제한석까지 가득한 캐럿봉의 불빛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감사하게도 캐럿들이 전 좌석을 채워주셔 파도타기마저 스케일감이 굉장하게 느껴졌고, 실제로 다른 공연장보다 파도타기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조슈아가 공연장에서 팬들의 반응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당시 일본의 공연장은 방역 지침에 따라 함성 자제가 권고 중이었다. 그러나 26일 도쿄돔에서는 ‘DREAM’ 뮤직비디오가 재생되며 시작이 가까워지자, 탄성이 새어나오며 큰 울림을 만들기도 했다. “함성이 금지되는 상황이었기에 온전히 듣진 못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을 보면서 함성이 터져나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분 좋게, 더 힘내서 무대를 했던 것 같아요.” 정한의 기억처럼, 13명 멤버들이 등장하는 인트로나 난이도 높은 안무의 연속 구간, 멤버들의 클로즈업이 비칠 때면 함성과 클래퍼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우선 노래를 잘하고 퍼포먼스와 춤이 매력적이에요. 인원수가 많은데 군무에 흐트러짐이 없고요.” 미사토는 세븐틴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호노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모모카는 각각 공연 당일 기대되는 무대로 ‘HOT’와 ‘HIT’를 꼽았다. “퍼포먼스에 박력감이 넘치고”, “칼군무가 잘 맞고 밸런스가 좋아 보고 있으면 멋있기 때문”이었다. 도쿄 돔의 광활한 무대는 원거리에서 보면 멤버들의 얼굴을 간신히 구분할 정도지만, 점프의 타이밍과 높이까지 맞추는 합, 라이브 소화력과 공연 마지막에 ‘아주 NICE’를 무한 반복하는 이른바 ‘무한 아나스’에 이르는 3시간 반의 에너지는 너무나도 명료하게 체감된다. 더 나아가 일본 곡 ‘Not Alone’과 ‘Fallin’ Flower’가 이어지는 구간은 마치 하나의 곡처럼 연결되고, 멤버들이 각자의 위치로 자연스레 찾아가며 자리를 잡는 움직임마저 안무처럼 연출하며, 어느 곳에서 무대를 봐도 빈틈없는 구도를 만든다. 이명학 프레지던트가 세븐틴의 역량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일본 내에서 세븐틴 공연은 K-팝 팬덤에서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은 봐야 된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또한 공연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팬들은 “퍼포먼스와 예능적인 모습의 ‘갭 차이’, 멤버들의 멘트 구간에서 보여지는 재미”도 세븐틴 공연의 매력으로 꼽았다. 멤버 간의 즉흥적인 ‘티키타카’가 빛나는 ‘만세’와 ‘Left & Right’ 그리고 ‘Snap Shoot(일본 지역은 ‘CALL CALL CALL!’로 대체)’ 등의 무대나 멘트 시간은 공연을 완성하는 또 다른 퍼즐이다. “지역별로 언어를 다르게 해왔는데,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멤버들과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정한의 말처럼 국가와 지역을 넘나드는 월드 투어에서는 멤버들이 각 국가에 맞춰 준비하며 세심하게 연습한다. “공연마다 캐럿들이 아실 만한 유명한 곡을 한 소절씩 준비했는데, 매번 캐럿들의 반응이 들려서 재밌었어요.” 버논은 ‘만세’ 무대의 시작 전 그가 능청스럽게 등장하며 노래 한 소절을 부르는 스킷 구간에 대해 설명했다. 플레디스 A&R팀 이효진 팀장은 “공연 곳곳에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녹아있어요.  다른 투어 지역에서는 ‘Snap Shoot’이었던 앙코르를 돔 투어에서는 ‘CALL CALL CALL!’로 변경했는데, 일본 데뷔 곡으로 앙코르를 하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무대를 구성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세븐틴의 공연은 그렇게 멤버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더해진 결실이다.

 

“계속 성장해서 좋은 공연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것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버논과 정한은 각각 돔 투어가 마무리된 뒤, 공연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호시가 말했다. “우리가 최고의 무대에 서는 것이 캐럿들을 최고로 만들어드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에게 공연은 언제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존심이고, 무대에 오를수록 이 마음이 더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호시의 말을 증명하듯 세븐틴은 공연 당일 사운드 리허설부터 최선을 다했다. 1시간 내리 진행되는 사운드 체크에서 어느 곡이 재생되더라도 세븐틴 멤버들의 보컬은 본 공연과 리허설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효진 팀장은 세븐틴이 공연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세븐틴은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허투루 하는 게 없는 그룹이고, 리허설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리허설에서도 ‘Power of Love’의 감정과 여운이, ‘CALL CALL CALL!’ 무대 중 댄스팀을 소개하는 내레이션 구간은 그 흥이 넘치는 분위기가 바로 연출됐다. ‘HOT’, ‘GAM3 BO1’ 속 멤버들의 추임새는 실전과 전혀 다르지 않고, 이효진 팀장이 덧붙였듯 무대를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하기까지 한다. “호시 씨가 리허설 마이크 테스트 때 ‘Make Some Noise’를 꼭외치세요. 사실 스태프분들은 아티스트 리허설 전 테크 리허설부터 진행하기에 매우 이른 시간부터 나오는데, 그 포인트에 다들 한 번씩 힘을 얻고 가는 거죠.”

“마침내(Finally).” 텍사스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캐럿 친구 도안(Doan)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멜(Mel)은 이번 돔 투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2020년 해야 했던 공연이라 재개를 기다리며 너무 슬펐어요. 그리고 올해 ‘마침내’ 하게 되었으니까요. 오랫동안 응원해온 그룹이 꿈을 이루는 걸 보는 건 너무나 멋진 일이에요.” 세븐틴은 2019년, 이듬해 돔 투어를 진행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2020년 초 시작된 팬데믹으로 예정된 모든 투어가 취소되었고, 2022년 여름이 되어서야 비로소 월드 투어를 재개할 수 있었다. 다만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세븐틴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않았다. 13명이 전원 조기 재계약에 성공한 8년 차 그룹이 되었고, 2021년 ‘Your Choice’와 ‘Attacca’로 초동 밀리언 셀러를, 2022년 7월 ‘Face the Sun’으로 초동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거기다 ‘빌보드 200’ 차트에 ‘Face the Sun’을 자체 최고 기록인 7위에 올려놓고, 일본 앨범은 발매 때마다 ‘오리콘 차트’ 주간 앨범 차트 1위에 올리는, 여전한 확장세를 보여주는 팀이다. “리더즈의 ‘Cheers’ 무대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에 “모두가 우릴 보고 망할 거라고 했어”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랬던 세븐틴이 돔 투어에서 공연을 하게 된 거니까요. 굉장히 역설적인데 묘한 기분이 느껴지더라고요.” 플레디스 A&R팀 이효진 팀장의 감상처럼, 이번 돔 투어는 소위 계단식 성장을 보여준 세븐틴에게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마침내, 세븐틴이 이곳에 섰다. 도쿄를 자신들의 빛으로 물들이면서. 

 

그래서 세븐틴에게 도쿄 돔은 꿈을 이룬 공간이자, 조슈아의 말처럼 앞으로의 꿈을 새롭게 설정하는 또 다른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더더욱 큰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아요. 데뷔 때부터 바라던 꿈이 이뤄지니까 팬들한테 더 멋있는 모습 그리고 받은 사랑에 꼭 보답하는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세븐틴이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듯 성장을 거듭하며 갖게 된 마음가짐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쉬지 않고 많은 앨범을 내고 온라인 공연도 하면서 무대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호시가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를 더했다. “우리는 다시 꼭 그 무대를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