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글. 김지은

RM은 ‘[슈취타] EP.1 SUGA with RM’에서 ‘지금의 RM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덕질’이라 답했다. 그의 말처럼 RM의 삶에는 그가 열렬히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그는 미술 작품을 모으고, 어디서나 책을 읽으며, 분재를 키우고, 때로는 영화 ‘헤어질 결심’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을 ‘디깅(Digging)’하듯 즐긴다. RM은 이런 취미들에 대해 ‘비빌 언덕'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비빌 언덕이 필요한 것 같다며, 과거에는 필요 이상으로 고민이 많았으나 비빌 언덕을 많이 만들어둔 후로는 밖에서 뭐라고 하든 괜찮아졌다는 RM. 그의 비빌 언덕들은 어떤 모양으로 그를 지켜주고 있을까.

한국 미술

RM은 솔로 앨범 ‘indigo’의 앨범 커버에 윤형근 화백의 그림을 배치하거나, ‘정물’이라는 미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를 만들었을 만큼 미술에서 영감을 얻는다. 미술에 대한 RM의 관심은 2018년 해외 투어 당시 호텔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 찾았던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박물관들을 방문하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것을 깨달은 RM은 한국 화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The Art Basel 팟캐스트’에서 밝힌 것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의 미술관이나 전시를 찾으며 한국 미술과 미술 분야를 깊이 애호했다. 그는 이중섭이나 김환기처럼 유명한 화백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많은 작품을 찾아 다닌다. 또 처음 구매한 작품인 이대원의 ‘산’, 작업실과 집 곳곳에 걸려 있는 윤형근의 ‘청다색’ 시리즈, 전시회에 대여를 해 화제가 됐던 권진규 조각가의 ‘말’을 비롯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또한 RM의 미술에 대한 애정은 작품의 소장을 넘어 이 작품들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미술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소장품을 스스로 ‘큐레이팅'이라고 표현할 만큼 인스타그램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전시회 방문 사실을 알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또한 그는 ‘아름다운 미술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절판된 미술책을 재발행해 보급해달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The Newyork Times)’가 그를 ‘예술 후원자’로 선정한 이유일 것이다. 

독서

RM은 책을 사랑한다.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멤버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책을 읽는다. ‘인더숲-BTS편’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냈고, 최근 공개된 All Day (with 김남준)’ Part 1’ 속 그의 집 거실 한구석은 언제든 읽을 수 있게 꺼내둔 책들로 가득하다. 또한 김영하 작가가 그의 책장을 두고 “쉽게 볼 수 있는 책들이 아니었어요.라고 말할 만큼 소설, 시집부터 심리학과 철학, 역사학, 미술 도록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다. ‘풍경의 깊이’, ‘꿀벌과 천둥’, ‘그 여름의 끝’, ‘All About Saul Leiter’,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냉정한 이타주의자’ 등 그가 최근 언급한 책만 나열해도 그의 폭넓은 독서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RM이 책을 기증하며 메시지 카드에 “책만큼 무언가를 쉽고 깊게 알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라고 쓴 말은 그에게 독서의 의미를 짐작케 한다.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그는 책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또는 책으로 정리한 지식의 체계나 세상의 관점을 깊게 파헤치며 이해한다. 이를테면, RM은 최근 위스키를 마시면서 위스키에 관한 책으로 공부하며 마신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덕질'하듯 배우는 RM의 방식은 독서라는 가장 고전적인 취미 생활이자 공부법과 어울려 보인다. 

인테리어 

RM은 데뷔 초부터 작업실 인테리어가 바뀔 때마다 사진을 올리거나 라이브를 켜 소개할 만큼 인테리어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작업실의 이름이 ‘Mon studio’에서 ‘Rkive’로 바뀐 것처럼 내부 인테리어 또한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지만, ‘덕질’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그 인테리어 방식은 한결같다. 예술가 카우스(KAWS) 피규어의 마니아였던 데뷔 초에는 그의 작업실은 온통 피규어로 가득했다. 크고 작은 피규어뿐만 아니라 시계와 쿠션, 포스터, 러그까지 모두 ‘KAWS’ 브랜드로 맞춘 RM의 초기 작업실을 보면, 작업실 소개 라이브 속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한 뒤로 작업실이 박물관처럼 변했네요.” 라는 그의 말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후 RM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로 그의 작업실은 점차 변화를 겪었는데, ‘KAWS’ 포스터가 걸려 있던 자리에는 ‘윤형근 화백’의 작품이 자리했고, 모노톤의 가구는 그가 좋아하는 작가 조지 나카시마의 목재 가구로 대체되었으며, 피규어 옆에는 조각품과 분재가 함께 자리 잡았다. 그가 SNS를 통해 공개한 가장 최근의 작업실은 미술관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작업실 내부와 바깥 복도가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RM은 그렇게 꾸준히 자신의 공간을 바꾸고, 그 공간들에는 현재 그가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이 반영된다. 

대중문화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려고 일찍 귀가했다.”거나, “방송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삽니까?”라고 말하는 RM의 모습은 어딘가 친근하다. 그는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방영 당시 본 방송을 시청하며 응원하는 크루가 탈락하자 슬퍼하는 글을 올리고,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할 때는 멤버들과 드라마 속 인사법을 따라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PSICK Show)’에 출연해 본인도 ‘피식팸(‘피식대학' 채널의 구독자 애칭)’이라며 콘텐츠 제목을 줄줄 읊어 출연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 ‘헤어질 결심’은 여러 차례 관람한 것은 물론 각본집을 읽고 영화 속 대사를 따라 해 SNS에 올리고, 심지어는 ‘[슈취타] EP.1 SUGA with RM’에 영화 속 캐릭터 ‘기도수’가 마시는 위스키를 가져와 작품 이야기를 할 만큼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출연 중인 tvN ‘알쓸인잡’에서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를 만났을 때, RM은 그에게 팬이라고 수줍게 말하고, MC 장항준이 놀랄 정도로 많은 질문과 감상을 꺼내놓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성덕(성공한 덕후)’이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창작자들의 팬이기도 하다. 

분재

RM은 여러 식물을 키우는데, 그중 작은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분재에 대한 사랑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작업실에 분재를 두고,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Thibaud Hérem)에게 ‘체리’의 그림을 의뢰하기도 하며, ‘BE’의 앨범 사진에서 자신의 방을 표현할 소품으로 분재를 택하기도 했다. ‘2019 BTS 페스타 방탄 늬우스’에서 처음 소개한 그의 분재는 홍매화나무 ‘매화아기’, 진백나무 ‘찐찐’, 벚나무 ‘체리’, 단풍나무 ‘오리’다. 매일 아침 물을 주며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건다는 RM의 분재에 대한 애정은 ‘인더숲 BTS편’에서 포착할 수 있다. 그는 여기에 ‘매화아기’를 데려왔다. 여행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내내 화분을 손에 쥐고 있었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기도 전에 분무를 했다. RM은 분재에 대해 “한 생명을 책임지고 돌보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시에 “매일 물을 주며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인더숲 BTS편’에서는 사계절 꽃을 피우는 분재를 보며 “너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게 RM은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물드는” 작은 나무를 돌보며 자신을 들여다본다.

사람

RM은 tvN ‘알쓸인잡’ 출연에 대해 “지적 욕구가 강해 지혜로운 분들께 많이 배우고 싶어서”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에픽하이의 ‘Fly (Feat. Amin. J of Soulciety)’를 듣고 힙합을 꿈꿨다며 타블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해왔고, 나스나 에미넴 또한 꾸준히 “어릴 적 히어로”라고 언급했다. 또한 책과 미술 등을 통해 많은 예술가의 삶을 공부하기도 하는 그는, 아티스트로서의 창작은 물론 삶의 방향을 잡는 데 있어 앞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한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그들(존경하는 예술가들)보다 스킬적으로 뛰어날 자신은 없지만 나의 오리지널한 주파수가 있다고 믿는 마음 때문에 제 앨범과 에미넴의 앨범이 같은 날 동시에 나온다고 해도 저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타인과 비교하는 버릇을 고치고 싶다.’는 팬의 글에 “그건 본능. 자기만 똑바로 서 있으면 돼요. 천외천은 모든 곳에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다른 취미가 그러하듯 RM은 사람을 통해서도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알쓸인잡’에 출연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RM은 그렇게 자신의 ‘비빌 언덕’을 만들고, 그 땅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