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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민지
사진 출처. 오하영 인스타그램

‘FIFA 온라인 4’ 방송을 진행하다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에이핑크 오하영은 지금 개인 유튜브 채널 ‘오하빵’에서 ‘축잘알 챌린지’를 하고, ‘전북현대모터스’와 ‘고알레’와 같은 축구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축구는 자신을 대입할 수도, 자신과 대립될 수도 있어 더욱 매력적이라는 오하영이 축구에 대해 풀어놓았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막을 내렸지만 2023년에도 계속될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하여.

 

‘FIFA 온라인 4’ 게임을 하다 축구에 빠지다

오하영: 처음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FIFA 온라인 4’ 게임 방송 때문이었어요. ‘FIFA’ 게임이 선수들의 실제 얼굴이나 포지션, 능력치를 그대로 접목시켜서 이입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선수나 팀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거든요. 그 게임에서 신기했던 점이 만약 저로 예를 들면 올해 노래 실력이 늘었으면 내년에 게임에서 그걸 반영해주는 거예요!(웃음) 게임을 하면서 이 선수에 얽힌 서사나 선수 간의 라이벌 관계, 롤모델을 공부하다 보면 서로 엮여서 굉장히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오하영: 많은 분들이 “언니/누나, 이 재미있는 걸 혼자서 즐겼어?”라고 글을 남겨주시더라고요.(웃음) 이번 월드컵은 누가 더 잘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선수가 못했다, 이 감독이 아쉽다와 같은 비난과 비판보다는 그냥 이 시간에 우리가 즐겼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 시간 동안 솔직히 얼마나 행복했어요! 경기 시간을 기다리고, 치킨 시키고, 가족들이랑 둘러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거실에 앉아서 TV를 볼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카페나 펍에서 만나 골 넣었을 때 뛰노는 게 우리한테도 너무 좋은 영향이고 에너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멋진 경기들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오하영: 이번 월드컵이 변수가 정말 많았잖아요. 약팀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잘해줬던 팀들이 있고, 누구나 다 아는 팀조차 더뎠던 경기들도 많아서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봤어요. 우리 마음대로 예측할 수도, 평가할 수 없는 월드컵이어서 감히 우리가 축구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많은 분들이 축구에 대해 쉽게 내뱉는 말과 행동이 많은데 그것들을 이번에 조금 깨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포르투갈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어느 것 하나 예측이 불가능했거든요. 솔직히 저는 이번 경기는 어렵다, 힘들다 하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조금 불만이기도 했어요. 선수들한테 심적으로 부담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제가 가수다 보니 제가 무대를 하기도 전에 “쟤는 못할 거야.”, “이번 앨범이 안 될 거야.”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서운할 것 같거든요. 이번 월드컵은 그런 모든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이핑크 멤버들과의 축구 관람(ft. ‘2002년 FIFA 월드컵’) 

오하영: 초롱 언니랑 은지 언니랑 같이 만날 수 있던 것도 축구의 힘이 컸죠. 평소에도 물론 만나지만 이렇게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너무 좋거든요. 혼자 보는 건 싫기도 하고, 롱 언니랑 은지 언니랑 가깝게 살기도 해서 “볼래요?” 하면서 가볍게 말을 던졌는데 스케줄이 맞아서 보게 됐어요. 다 같이 보니까 확실히 더 재밌고, 멤버들이 축구를 많이 보지 않아서 이름을 어느 정도 들어본 선수 위주로만 알고 있어서 모르는 부분을 제가 설명해줄 수도 있었어요. 멤버들은 완전 2002년에 머물러 있거든요. “저분도 이운재 선수처럼 거미손이야?”, “저분은 설기현 선수 같은 분이야?”, “안정환 선수 같은 분이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멤버들 너무 옛날 사람이라고 놀렸어요.(웃음) 그분들도 너무 대단하셨지만 우리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어떡하나 싶으면서도 너무 웃긴 거예요.(웃음)

 

월드컵의 숨은 주역들

오하영: 늘 선수들에 스스로를 대입해보니까 없어서는 안 될 숨은 주역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일단 김승규 골키퍼는 A매치 경험도 굉장히 많으시고, 지금 우리나라 주장 골키퍼이시기도 하시죠. 이재성 선수, 황인범 선수, 정우영 선수, 백승호 선수도 계세요. 물론 이미 폭발적인 인기나 실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만 이번 월드컵을 처음 나오신 분들이나 상대적으로 생소한 선수들도 계셔서 그런 분들을 설명하면서 “이분은 언니랑 비슷한 이런 플레이를 하시는 것 같아요.” 하는 부분들을 대입해서 설명해주니까 멤버들이 쉽게 이입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김영권 선수는 초롱 언니에 빗대서 얘기했는데, “가장 맏형이시고, 이번에 백 경기를 뛰셔서 센추리 클럽 가입하시기도 하시고, 임팩트가 있지만 조용히 강한 선수 중 한 분이세요. 팀의 멤버들을 아우르는 스킬이 되게 좋으셔서 롱 언니랑 비슷한 분이기도 해요.”라고 설명하니까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모든 선수들에게 본받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멤버들을 대입해 이야기를 하면서 제 직업이랑 연관시키다 보니, 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걱정하게 돼요.
 

이재성 선수

오하영: 이재성 선수를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던 게 이번 월드컵, 16강에 간 내용을 축구 칼럼으로 쓰셨는데 그걸 보니 제가 직접 카타르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바쁜 훈련 중에서도 월드컵을 즐기고 있는 국민들에게 하나하나 써주시는 내용들이 인상 깊기도 했고, 선수가 쓰신 다른 칼럼이나 인터뷰도 많이 봤는데 축구 이외로도 선한 영향을 많이 끼치고 계셔서 더 많이 찾아보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경기 안에서 공격진은 골을 넣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찬사를 받기도 하고, 수비진에는 많은 스타분들이 계시는데 미드필더 라인도 궂은일을 많이 하거든요. 이재성 선수와 황인범 선수를 보면 활동량이 정말 많아요. 저도 팀을 해봐서 알지만 구석에 숨어서 열심히 노력하는 멤버들이 많잖아요. 노래도 마찬가지로 메인 부분을 부르는 멤버가 있다면 뒤에서 코러스를 하는 멤버들이 있는 것처럼 숨은 곳에서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을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이재성 선수를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최애 포지션에는 인생이 담긴다

오하영: 저도 몰랐는데 제 최애 선수가 브루노 페르난데스이기도 하고, 앞서 말한 황인범 선수나 이재성 선수도 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같은 포지션이거든요. 그리고 의도한 건 아닌데 최근에 ‘맨체스터 시티 FC’ 경기를 보면서 로드리 선수 진짜 잘한다고 했는데, 자꾸 그렇게 눈이 가는 선수들은 늘 같은 포지션이었어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실제로 몸으로 부딪히거나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장 빨리 움직여야 하고 어느 순간에도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해서 평균 활동량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에요. 이 사람이 한 발짝 더 뛰었으면 다른 선수들이 더 안 가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들이 되게 멋있어요. 골을 넣을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하고, 패스를 해주고 모든 역할을 다하는, 정말 가장 멋있는 포지션이에요. 또 한편으로는 선수들 사이에서의 역할이 삼남매의 둘째 같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위아래에서 치이는 역할을 꿋꿋하게 해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인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공격진을 많이 사랑해주시니까 저는 늘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꼭 그들을 응원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스포츠를 보면 성격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인생이 담겨 있어서. 

최애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오하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는 응원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챙겨보다 애증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저는 한 번 좋아하고 나면 이기든 지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거든요. 응원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한테는 엄청난 행복이기 때문에, 가끔 기복이 있다고 하더라도 괜찮아요. 물론 잘하면 좋겠지만 그분들도 당연히 잘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위안하고 있어요.

 

‘팀 K리그 vs. 유벤투스 FC’

오하영: ‘유벤투스 FC’가 왔을 때 많은 분들이 호날두 선수가 안 나왔다고 많이 속상해했는데, 솔직히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왜냐면 유벤투스에는 이과인, 만주키치, 칸셀루, 부폰 등 정말 유명한 선수분들도 많아요. 우리가 선수들을 공부하고 가면 그만큼 더 많이 보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유명한 선수들도 많이 있고, 시간 내서 보러갔는데 딱 그 선수 하나만 보고 오는 것도 너무 아쉽잖아요. 그리고 제가 또 가수다 보니 저희 무대를 보러 오는데 우리 멤버 중 한 명만 보러 왔다고 하면 약간 서러울 듯해요.(웃음) 그래서 저는 경기를 보러 가면 어떤 선수가 있나 미리 보고 가서 더 많이 배워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K리그의 장점

오하영: 먼저 많은 분들이 제가 ‘전북 현대 모터스’의 팬이라고 알고 계시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 K리그는 다 응원하고 있어서 되게 해명하고 싶었어요.(웃음) K리그에서도 각 팀마다 장점과 서사, 라이벌 구단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축구 열정을 끌어주기도 좋아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선수들이 해외에서 리그를 끝내고 한국에서 은퇴를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우리가 아는 기성용 선수는 ‘FC 서울’에 계시기도 하고, 이동국 선수도 ‘전북 현대 모터스’에서 마무리를 하셨고. 이런 선수들의 스토리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직관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너무나 큰 장점이에요. 저번에 한 번도 직관을 안 가본 친한 언니랑 같이 경기장에 갔었거든요? 언니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누군가를 초대해서 그 열기를 같이 느끼게 해주는 것도 기분 좋더라고요. 그리고 직관을 가면 그날 하루 분위기가 달라져요. 예를 들어 오후 8시 경기가 있으면 TV에서 볼 때는 8시쯤 늦게 TV를 틀곤 하는데 경기장에 가면 2~3시간 전부터 부푼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며 가니까 직관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인 것 같아요.

 

예측할 수 없는 축구의 매력

오하영: 축구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저는 무대가 끝날 때까지 해야 하는 노래와 안무의 틀이 정해져 있는데 축구는 경기 전과 후가 아예 예측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자꾸 축구에 저를 대입해서 저와의 다른 점을 찾게 되고, 선수들이 어떤지, 요즘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다 보면 90분이 모자라게 느껴질 정도예요. 판다분들도 어느 순간부터 경기가 있으면 “하영이도 보고 있겠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축구를 보는 제 일상을 공유하면서 제가 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축구로 인해서 얻어지는 엔도르핀이 진짜 커서 같이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