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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사진 출처.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지난 12월 14일 ‘2023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이하 ‘AAA’)’ 전광판의 ‘11:59’가 ‘00:00’으로 바뀌자 르세라핌의 디지털 싱글 ‘Perfect Night’의 무대가 시작됐다. “Don’t start blowing up my line, I’d care at 11:59 / But nothing counts after midnight(나한테 계속 연락하지 마 11:59라면 모르지만 / 자정이 지나면 아무것도 신경 안 써)”라는 가사처럼, (무대 위 설정상) 자정을 넘기는 순간 열린 이 ‘Perfect Night’의 무대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Me and my girlies”의 시간이다. 신데렐라는 12시 전까지 무도회장을 뛰쳐나와야 했지만, 르세라핌의 파티는 밤 12시를 넘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의 파티는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끼리 즐기는 것이다. ‘Perfect Night’의 퍼포먼스는 멤버들이 무대로 걸어 들어오며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포옹하는 모습으로 시작해, 김채원을 둘러싼 멤버들이 한 바퀴를 돌며 친구들이 어울려 노는 듯한 구성으로 마무리된다. ‘AAA’에서 선보인 ‘Perfect Night’의 퍼포먼스는 르세라핌이 개최한 즐거운 파티 현장을 무대로 옮긴 것처럼 보인다.

 

‘Perfect Night’가 제목처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Perfect Night’의 뮤직비디오는 르세라핌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FPS 게임 ‘오버워치’의 영웅들이 르세라핌의 공연을 관람하기까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 속 ‘오버워치’의 영웅들 ‘D.Va’, ‘키리코’, ‘브리기테’, ‘트레이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힘겹게 도착한 공연장에서 콘서트 티켓을 잘못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영웅들은 근처 갓길로 빠져나와 차량째 날아오른다거나, 과거로 돌아가 제대로 된 티켓을 가져오는 등 서로의 힘을 합쳐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한다. 허윤진은 ‘UNFORGIVEN’ 컴백 당시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곧은 길이 아닐지라도 르세라핌이면 그 길을 걸어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같이 가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허윤진의 이 말은 ‘Perfect Night’의 핵심 메시지인 “TONIGHT, I DON’T CARE WHAT’S WRONG OR RIGHT”를 연상시킨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르세라핌의 밤은 그저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완벽하다. 답답하고, 부족하고, 불만을 토로할 법한 순간이 오더라도 그들이 “we flawless, yeah, we free”라고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챌린지 영상 ‘real 🌟GIRL’S NIGHT💛 with #GISELLE #WINTER #JEONSOMI #aespa #LE_SSERAFIM #HUHYUNJIN #Perfect_Night’에서 허윤진은 전소미, 에스파의 윈터, 지젤과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해 ‘걸스나잇’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채원은 ‘🐱Perfect #KARINA ænergy🥰 #aespa #에스파 #카리나 #LE_SSERAFIM #르세라핌 #KIMCHAEWON #김채원 #Perfect_Night #shorts’에서 에스파의 카리나와 함께 등장했다. ‘Perfect Night’에서 “Come and take a ride with me / I got a credit card and some good company(이리 와, 나랑 달리자 / 여기 신용카드도 있고 좋은 친구들도 있어)”의 퍼포먼스에서 멤버들이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하는 제스처를 하는 것처럼, 르세라핌은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아티스트들 또한 그들의 즐거운 파티 속으로 끌어들인다. 2023년은 한국 대중음악사 전체에서 기록에 남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새로운 세대의 걸그룹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하지만 허윤진은 최근 뉴진스의 하니와 쇼츠 ‘Missed my buddy🫂 #NewJeans #뉴진스 #HANNI #하니 #LE_SSERAFIM #르세라핌 #HUHYUNJIN #허윤진 #shorts’를 찍고, X(옛 트위터)에 하니와 함께 찍은 ‘셀카’를 올리며 “월평(월말 평가) 전 아이라이너 그려주던” 하니와의 연습생 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선의의 경쟁과 별개로 그들은 허윤진과 하니처럼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일 수도 있고, 홍은채가 KBS ‘뮤직뱅크’ MC로 활동하며 선보이는 ‘은채의 스타일기’에서 에스파, ITZY, (여자)아이들 등 동료 걸그룹 멤버들과 친분을 선보이는 것처럼 무대 아래에서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김채원은 챌린지 영상 ‘💛Perfect #YENA #KimMinJu energy🤍#최예나 #김민주 #LE_SSERAFIM #르세라핌 #KIMCHAEWON #김채원 #Perfect_Night #shorts’에서 아이즈원 시절 멤버였던 김민주, 최예나와 함께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르세라핌은 챌린지를 통해 동료 여성 아티스트들을 ‘Perfect Night’에 초대하면서 여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상기시킨다. 

 

‘Perfect Night’는 멜론 주간 차트(집계 기간 12월 11~17일) 4주 연속 1위를, MBC ‘쇼! 음악중심’에서는 방송 출연 없이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현재(2023년 12월 4주 차 기준) 영어 곡으로 멜론 차트 정상을 장기간 유지한 K-팝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 외에 르세라핌이 유일하다. “you know nothing else can beat / The way that I feel when I’m dancing with my girls (다른 건 비교도 안 돼 / 우리 애들과 춤출 때 그 느낌)”. ‘Perfect Night’의 가사 그대로 르세라핌은 여성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노는, “우리 애들과 춤출 때 그 느낌”을 전하는 곡으로 2023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2022년 ‘Hype Boy’를 통해 챌린지 붐을 일으킨 뉴진스는 2023년에도 ‘Super Shy’를 통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춤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2023년은 걸그룹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걸그룹들이 그저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충만한 즐거움을 누리는 한 해이기도 했다. 2023년 유튜브에 올라온 쇼츠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은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이게 나다’로,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출연진 이은지, 미미, 안유진과 함께 아이브의 ‘I AM’ 댄스 챌린지를 한 영상이다. 12월 22일 기준 약 2,849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인 이 영상에는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쾌활한 에너지와 친밀한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그들은 프로그램 내내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즐거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랜덤 플레이 댄스’ 게임을 할 때면 게임에 이겼을 때 얻을 것보다 춤을 추는 것 자체를 즐기며 이른바 ‘MZ세대’ 여성들이 함께 노는 즐거움으로 화제에 올랐다.

 

‘Perfect Night’는 2023년 걸그룹 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속 여성들이 보여준 한 경향에 대한 마지막 ‘Night’ 같기도 하다. 해야만 하는 어떤 역할 없이 그저 여성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노는 장면들이 음악으로, 무대로, 유튜브 영상으로, 예능 콘텐츠로 전파됐다. 그리고 ‘Perfect Night’가 묘사하는 바로 이 순간의 즐거움을 주었다. “Perfect energy (uh-huh), yeah, we flawless, yeah, we free / There’s no better feeling in the whole wide world(에너지 완벽해 yeah 우린 무결점 yeah 자유로워 / 이 넓은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기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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