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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지안
사진 출처. 허윤진 인스타그램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we dont dress to impress”.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르세라핌 노래의 가사처럼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다가도 추울 땐 “추워탕” 해파리 사진엔 “hey party!”라고 적는 상반된 매력이, 때론 트렌디한 감각을 자랑하는 사진과 밈을 적절히 활용하는 센스가 공존한다. 무대 위의 허윤진처럼 다양한 매력을 펼치는 그의 인스타그램 사용법을 소개한다. 

윤진의 에스테틱(aesthetic)
르세라핌의 한 팬은 이렇게 말했다. “이름: 허윤진, 특기: 인스타 운영”. 허윤진은 인스타그램을 ‘잘’한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순서, 피드의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디테일 하나하나 고심을 거듭하는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에는 사진 한 장 그냥 올라가지 않는다. 셀카를 찍는 대신 ‘셀카 찍는 화면’을 캡처해서 올린다든가, 동생에게 ‘셀카를 보낸 문자 내역’을 캡처해서 올린다든가, 셀카를 찍고 있는 김채원의 핸드폰 화면을 찍어서 올리는 등 셀카 한 장도 뻔하지 않게, 재밌게, ‘맛있게’ 업로드한다. 덕분에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 꾸미기(일명 ‘인꾸’)에 흥미 있는 사람들의 무드 보드가 된 지 오래다. “허윤진은 진짜 전문가 수준으로 인스타 잘 꾸미더라.”, “She’s peak gen z energy and I love it(Z세대 끝판왕 허윤진)”, “This is so creative(어떻게 이렇게 창의적일 수가!)”처럼 허윤진의 인스타그램 활용법에 감탄하는 댓글뿐만 아니라 종종 ‘How?’, ‘어떻게’를 물어보는 팔로워들도 보인다. 오랜만에 셀카가 잘 나왔는데 배경이 지저분해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면 허윤진의 “젠또줄” 게시물을 참고해보자. 허윤진은 직접 체크, 꽃, 스트라이프 등 귀여운 무늬들을 그려 배경을 덮었고, 삐뚤빼뚤한 꽃과 삐져나온 선을 통해 의도적으로 투박한 느낌을 연출했다.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에 종종 “‘MZ력’ 최상”이라는 댓글이 올라오는 이유 아닐까. 이 세대가 원하는 인스타그램 센스 말이다. 

윤진의 밈 활용법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을 관통하는 단어는 ‘relatable(공감가는)’이다. “It girl energy”, “IDC(I Don’t Care)” 등 평소에도 르세라핌 멤버들에게 미국 Z세대(GEN Z)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밈들을 가르쳐주는 허윤진은 인스타그램 속에서도 팔로워들과 종종 밈으로 소통한다. 올해 여름 핫했던 탕후루 사진으로 이목을 끌고, 셀카로 근황을 공유한 다음, 만화 말풍선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 안에 “집에 가고싶다”라고 적힌 밈으로 마무리한다. “윤진이도 사람이네… 탕후루 먹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구나…”, “last slide so true(마지막 사진 완전 공감)” 등의 댓글에서 볼 수 있듯 허윤진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밈으로 많은 팔로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 진짜 그거 알아요? 귀여운 사람을 보면 기억을 잃는대요.” 팬들에게 자주 들었을 주접 멘트 밈은 심지어 핸드폰 케이스에 스티커로 붙여놓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정도로 허윤진은 밈 친화적인 아이돌이다. 그래서 허윤진의 인스타그램 댓글 창은 일명 ‘밈 대잔치’로, “HOW MANY LETTERS IN JENNIFER(허윤진의 영어 이름)? (JENNIFER는 8글자, 숫자 8은 영어로 eight, ‘찢었다’라는 뜻의 ‘ATE’와 발음이 비슷한 걸 사용한 언어유희)”, “Are you kazuha? Kaz u ha-ve my heart(fearnot rizz)(카즈하의 이름을 사용한 언어유희, rizz는 ‘charisma’의 줄임말로 르세라핌을 향한 피어나의 플러팅이라는 뜻)” 등 Z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ATE”, “RIZZ” 등을 사용하는 밈들을 볼 수 있다. “설명이 필요한 개그는 실패”라는 말처럼, 밈 또한 단번에 이해할 수 있어야 웃음의 강도가 커진다. 또한 어떤 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통하는 타깃층이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다. 허윤진은 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금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사람들이 밈을 이해시키거나 설명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밈을 사용한다.

 

때때로 허윤진은 인스타그램 기능을 사용해 직접 밈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Labyrinth’ 중 “Breathe in, breathe through(숨 들이마시고, 호흡해)” 가사에는 매트 위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Anti-Hero’ 중 “I’ll stare directly at the sun, but never in the mirror(태양은 똑바로 볼 수 있어도 거울 속 내 모습은 도저히 보기 힘들어)” 가사에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가짜 눈물을 흘리는 셀카를, ‘Would’ve Could’ve Should’ve’ 중 “Living for the thrill of hitting you where it hurts / Give me back my girlhood, it was mine first(너의 상처를 더 아프게 하는 희열을 위해 살아가 / 나의 소녀 시절을 돌려줘 그건 원래 내 거였잖아)” 가사에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패닉하고 있는 듯한 자기 모습을 선정하는 등 가사와 어울리는 자신의 사진을 함께 올린 것이다. “She’s so real for this(허윤진 완전 진심이야)”. 음악에 ‘과몰입’한 허윤진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팔로워들은 팬 계정으로 착각할 정도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팬 허윤진’의 페르소나를 강조한 이 밈들은 허윤진도 누군가의 팬이라는 점에서 허윤진과 피어나 사이의 유대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든다.

윤진의 개그 코드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엔 그만의 유머가 있다. 줄무늬 옷을 입었으니 “줄무늬사항 있으실까욥😶”이라는 캡션을 다는 것부터 옷 거꾸로 입고 출근한 이야기, 마음에 들었던 셔츠를 잘못 빨아서 망친 이야기, 사진 찍을 테니 이쁘게 웃어보라는 홍은채의 말에 너무 웃어버려서 민망했던 이야기 등 일상 속에서 있던 재미있는 순간들을 담는다. 웨딩드레스 같은 무대 의상을 입고 찍은 시크한 사진들 다음으로 동상의 포즈를 따라 하느라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 나오고, 새침한 바비 같은 사진을 넘기면 나오는 눈이 반쯤 감긴 엉뚱한 모습들은 허윤진이 인스타그램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힘껏 준비하고 찍은 100장의 사진 중에 잘 나온 한 장의 A컷을 올리는 것이 아닌, 누군가는 지워버렸을지도 모를 B컷들을 업로드하는 것은 완성된 모습을 주로 보여줘야 하는 연예인에게 흔한 일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 수잔 로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은 “피드에 게시물을 올릴 때 인정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파생된 현상이라 말한다. 하지만 허윤진은 ‘잘 나온 사진 속의 나’만을 내세우지 않고도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을 고심하는 대신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진을 올리는 것. 허윤진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친근하지만 그의 인스타그램 무드는 쉽사리 따라 하기 힘든 이유다. 친근할수록 스타 같은 아이러니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윤진 따라잡기 TIP

‘Insta Layout - Yunjin ver.’, ‘Selfie ideas by Yunjin’ 등 틱톡에 허윤진 인스타그램 따라잡기 튜토리얼이 넘쳐나는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Perfect Night’ 음악 방송 비하인드에서 공개한 허윤진처럼 사진 찍는 법은 “1. 후면 카메라로 찍는다. 2. 얼굴이 퀸카 윤진이다.”가 전부였지만 허윤진의 다양한 셀카 앵글들은 따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피식쇼’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허윤진이 가장 애용하는 셀카 각도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평 각도”에서 찍는 정면 셀카다. 또한 허윤진의 첫 인스타그램 게시물처럼 화면에 얼굴이 꽉 차게 나오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셀카가 부담스럽다면 허윤진의 로우 앵글 셀카를 참고하자. 허윤진은 종종 카메라가 그를 올려다보는 듯한 각도의 사진들로 ‘OOTD’를 뽐낸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진에는 역시 광각! 허윤진은 멤버들과 뭘 보고, 뭘 먹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와 있는지까지 담아낸다.

윤진의 추억 여행

허윤진은 트렌드에 민감하다가도 가끔씩 전혀 유행과 관련 없는 사진들을 올리곤 한다. 인스타그램보단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로 소통하던 시절의 감성을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허윤진의 게시물을 넘기다 보면 2분할, 4분할 등 콜라주 사진들이 중간중간 껴 있는 걸 발견한다. 지금이야 신기할 것 하나 없는 기능이지만, 2010년대 유행했던 셀카들을 찾아보면 분할 사진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노란 필터에 어딘가 자글자글한 허윤진의 2분할 셀카들은 특히 그 시절 필터 카메라 없이는 사진을 못 찍던 추억을 회상케 한다. 이외에도 줄 이어폰이나 클래식한 뿔테 안경에 오버롤 패션 같은 추억의 아이템들이나 힘든 한 주를 보냈을 수도 있는 팬을 위한 손편지, 팬레터와 일기를 챙겨 나온 피크닉, 여름의 풍경을 담은 스케치 등 잔잔한 이미지들은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에 포근하고 따뜻한,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허윤진’이라는 트렌드

허윤진은 2023년도 ‘데이즈드 100인(Dazed 100)’에 이름을 올렸다. K-팝 아티스트로는 유일하다. “Young superstar creatives and talented tastemakers(젊은 슈퍼스타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천재적인 테이스트메이커)”. ‘데이즈드(Dazed)’는 ‘데이즈드 100인’을 정의하기 위해 ‘테이스트메이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직역하자면 취향을 만드는 사람, 즉, 올 한 해 유행을 선도한 사람, 허윤진이다.

 

작년 8월 9일 인스타그램 개설 이후 허윤진의 인스타그램은 꾸준히 패션 매체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더블유 코리아’와 ‘얼루어 코리아’는 자칫 잘못하면 과해 보일 수 있는 오버립 메이크업을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로 소화한 허윤진을 올해 오버립 메이크업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선정했고 ‘데일리패션뉴스’는 ‘Bag꾸’ 스타일링의 전문가로 허윤진을 소개했다. 허윤진의 뉴욕 방문 당시 룩들을 정리한 ‘싱글즈’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이례적인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다. 패션 매거진들은 허윤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셀카, 촬영 시작 전 대기실에서 올려준 사진, 스케줄 없는 날 본인이 스타일링한 패션으로 찍은 사진 등 허윤진이 기록하는 일상이 담긴 그의 인스타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즈드’는 구독자들에게 허윤진을 단 두 단어로 소개한다. ‘Musician’, ‘@jenaissante’. 허윤진의 ‘굿 테이스트(good taste)’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jenaissante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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