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글. 송후령
사진 출처. 하이브IM

‘GFH(Game For Healing)’. 게임 ‘인더섬 with BTS’의 제목이 결정되기 전까지 개발 프로젝트를 불렀던 이름이다. ‘인더섬 with BTS’의 개발을 총괄한 하이브IM KORE스튜디오 오원석 PD는 ‘Game For Healing’이라는 프로젝트명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기 전부터 “힐링이 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함께 만드는 게임에서 왜 ‘힐링’이라는 테마가 주요하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멤버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거예요. 저희는 감히 예상할 수 없을 만큼요. 게임 속에서나마 멤버들이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 © HYBE IM
“저희도 함께 즐기고 직접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첫 미팅에서 공통적으로 전달한 의견이었다. 하이브IM 게임아트팀 정광현 담당자는 그래서 “멤버들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웹 예능 콘텐츠 ‘BTS 게임 개발자 되다!’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제목 ‘인더섬’은 RM과 슈가의 아이디어로 결정됐고 로고 또한 현장에서 멤버들이 순서대로 이어 그리며 “다 즉흥적으로 나온 것들”이다. 오원석 PD는 “멤버들에게 주어진 가이드가 일체 없었기에 모든 제작진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을 정도”였다는 현장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오브젝트들은 방탄소년단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로 구성돼 아미인 유저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유저들이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데코 아이템은 팬 미팅 ‘BTS 2021 머스터(MUSTER) 소우주’ 스테이지처럼 방탄소년단이 섰던 무대나,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올드카, ‘Dynamit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아이스크림 트럭과 같이 방탄소년단이 직접 사용했던 오브제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방탄소년단 IP를 사용하는 게임인 만큼 얼마나 충실하게 방탄소년단을 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는 하이브IM 게임기획팀 강푸름 담당자의 설명은 이러한 ‘인더섬 with BTS’ 개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 HYBE IM

오원석 PD는 “멤버들이 평소에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게임 개발의 시작점이었고, “1년 남짓한 개발 기간 동안 멤버들과 10여 회의 대면 미팅을 진행했고 서면으로도 꾸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개발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첫 미팅에서 길이별로 캐릭터 등신대를 제작하고 댄스 모션에 대한 샘플 영상까지 준비해서 멤버들에게 보여줬어요. 멤버들이 여러 후보 중에서도 특히 작고 귀여운 SD(Super Deformation) 캐릭터 스타일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SD 캐릭터가 이동하는 모션 영상을 보고 제이홉 씨가 자지러지면서 ‘짧은 팔다리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냐?’고 신기해하던 게 기억나네요. 지금 비율의 캐릭터로 결정된 것도 SD 캐릭터 댄스 모션 영상에 대한 멤버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영향이 컸어요.” 오원석 PD의 말처럼 “새롭게 ‘인더섬 with BTS’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부터 같이 만들자.”는 결단에 따라 스케치 단계부터 멤버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캐릭터의 윤곽을 만들어 갔고, 최종 디자인 역시 멤버들의 섬세한 코멘트를 반영해 나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뷔 씨는 헤어스타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줬고, RM 씨는 표정이 좀 더 익살스럽게 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국 씨와 지민 씨의 경우에는 눈과 얼굴에 대한 디테일한 의견을 줘서 캐릭터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진 씨의 경우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 진 형의 입술을 더 도톰하게 표현해달라고 요청해서 귀엽게 수정할 수 있었고요. 제이홉 씨와 슈가 씨는 초기 버전을 보고 바로 만족해서 거의 그대로 나온 케이스예요.” 오원석 PD는 멤버들의 디테일한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당연히 쉽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하나하나의 코멘트가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멤버들과의 미팅 후에는 다음 달에 있을 미팅까지 논의한 내용들을 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 © HYBE IM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더욱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하기도 했다. 퀘스트 기능을 ‘오늘 할 일’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진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으로는 ‘미션 시스템’, ‘퀘스트’ 같은 명칭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조금 더 알기 쉽게 네이밍을 하고 싶어 고민하던 찰나 진 씨가 ‘오늘 할 일’이라고 하는 건 어떤지 제안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시나리오와도 명쾌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오원석 PD는 멤버들과의 아이디어 발전 과정에서 원래는 없었던 기능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멤버들과의 미팅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처음 보여줬을 때는 캐릭터를 꾹 누르면 움직일 수 있는 기능만 존재했어요. 그런데 멤버들이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캐릭터를 하나둘 포개기 시작하더라고요. 일곱 캐릭터로 탑을 쌓을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바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미팅 때 ‘캐릭터 탑 쌓기’ 기능을 구현해서 들고 갔죠. 멤버들도 엄청 좋아해줬고, 유저분들도 매번 캡처해서 공유해주시는 기능이기도 해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원석 PD는 “고래 모양의 블라스트 팝업을 제자리에서 두 번 누르면 파워업 블록과도 매칭되는 기능은 보통의 레퍼런스 게임에는 없는 기능”인데, “RM 씨가 문득 ‘이거 눌렀을 때 낮은 확률로 폭탄이나 로켓과도 섞이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 하고 던진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오원석 PD는 멤버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발을 하다 보면 점점 생각이 좁아지기 마련이거든요.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한 이상, 일단 멤버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려고 했어요. 저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틀에 갇히지 않은 신선한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 HYBE IM

“‘인더섬 with BTS’가 일종의 타임머신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옛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지, 재밌었지.’ 하고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푸름 담당자는 아미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방탄소년단의 팬으로서 간직하고 있는 향수를 느끼고, 우리의 지난 시간을 회고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회자됐던 명클립의 대사는 아미분들에게 멤버들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될 정도로 가능한 한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직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적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진과 지민의 상호작용에서 진이 “콜라! 딱 한잔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강푸름 담당자의 말처럼 2018년 위버스 라이브 ‘BTS Live : 오랜만이죠?! ​​😗’에서 진과 지민이 농담을 주고받던 상황이 곧바로 연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더섬 with BTS’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공유하는 기억들을 재구성하고 함께 행복했던 순간의 감정을 되살린다. 강푸름 담당자는 나아가 “‘IDOL’ 뮤직비디오에서 2D 그림으로 존재했던 ‘KORE’가 ‘인더섬 with BTS’에서는 3D로” 진의 펫 ‘코래’가 되어 바다를 누비거나, 정국과 펫 ‘구름이’가 섬에서 함께 뛰어노는 장면은 “오직 ‘인더섬 with BTS’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름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펫으로 게임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정국의 의견에 따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인더섬 with BTS’에 구현되었다. “‘[BTS VLOG] Jung Kook | CAMPING VLOG’에서 정국이 캠핑을 다녀온 이후, 형들을 데리고 함께 캠핑을 왔다는 가상의 후일담”을 바탕으로 ‘특별한 공간’ 꾸미기 이벤트의 장소로 ‘캠핑장’을 선정한 것 또한 ‘인더섬 with BTS’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을 아미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정광현 담당자가 ‘인더섬 with BTS’는 “아미에게 헌정하는 게임”이라고 표현하며 덧붙였다. “아미분들이 가장 재미있어 할 내용을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담아서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슈가는 게임 속에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 설문에 “섬 그래 여긴 섬 우리가 만든 작은 섬”이라고 답했다. 슈가의 답변처럼 ‘인더섬 with BTS’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만든’ 섬이다. ‘인더섬 with BTS’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상의 놀이 공간이자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추억을 모은 아카이브로, 아미에게는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게임이긴 하지만 동시에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세계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더섬 with BTS’의 세계관 속에서도 방탄소년단이 이렇게 귀엽고, 멋있고, 유쾌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는 강푸름 담당자의 설명은 ‘인더섬 with BTS’가 ‘프로젝트 GFH’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힐링’ 콘셉트를 지향해야 했던 이유와 맞닿는다. 동시에 ‘인더섬 with BTS’가 지속적으로 실제 방탄소년단의 활동과 접점을 만들어 가는 작업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더섬 with BTS’가 매번 멤버들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진행하고, 멤버들의 새로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빠르게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의 방탄소년단과 발맞춰 함께 변화하기 위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섬이 탄생할 수 있었다. “서로가 이 영겁을 지나 꼭 이 섬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바로 그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