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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민
취재. 김명지, 박수민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00:0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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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인 가수 MIDNATT입니다!” 지난 5월 1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디지털 싱글 ‘Masquerade’ 기자 간담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하이브 신인 가수 MIDNATT(미드낫)은 바로 이현이었다. 이전과 달리 수염을 기른 채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선보인 ‘Masquerade’는 그가 주로 불렀던 발라드와는 전혀 다른 댄스 곡이었다. 사이렌 소리를 연상시키는 신스 사운드로 시작된 곡이 다소 나른하면서도 경쾌한 댄스 곡으로 바뀌면, 비트에 맞춰 흘러가듯 노래하면서도 특유의 진한 음색으로 곡에 강한 인상을 주는 MIDNATT의 노래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현이 MIDNATT이 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 ‘Masquerade’는 보이스 기술을 활용하여 새롭게 만든 여성 목소리가 삽입됐고, 그가 6개 언어로 곡을 녹음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 ‘Masquerade’의 뮤직비디오는 XR(확장현실) 기술을 활용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빌보드’ 매거진 커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음악과 기술 융합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L’의 결과물이 바로  ‘Masquerade’였다. 
 

“가수 생활을 시작한 후 어떤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터닝포인트를 갖고 싶었죠.” MIDNATT의 말처럼, 스스로를 ‘신인 가수’ MIDNATT으로 소개하기까지 그는 가수로서 자신의 다음 행보에 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빅히트 뮤직 마케팅팀 강리우 팀장에 따르면 “꽤 오랜 시간 발라드 가수로 활동한 아티스트로서 정형화된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가수”로 나아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MIDNATT과 같은 새로운 이름을 갖고자 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 색다른 음악을 노래”를 하겠다는 아티스트의 바람이 ‘프로젝트 L’의 핵심이었다. 스웨덴어로 ‘자정’을 뜻하는 MIDNATT을 이름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정은 오늘의 끝이기도 한데 내일의 시작이기도 한 경계의 찰나”라는 하이브 IM 마케팅전략팀 이경민 팀장의 말처럼, ‘프로젝트 L’은 MIDNATT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열기 위한 첫 작업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L’은 ‘Masquerade’의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담당한 히치하이커의 말처럼 “음악을 포함하여 아티스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새롭게 디자인” 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현이 MIDNATT이 되는 것을 ‘자아 역설(ego paradox)’로 푼 이유다. ‘자아 역설’이란 한 개인 안에 여러 자아가 혼재하여 내적 갈등을 겪는 것을 말한다. ‘Masquerade’는 이를 푸는 역설적인 제목이다. 하이브 IM 글로벌전략사업팀 류하영 팀장은 “MIDNATT을 미드낫이 아닌 ‘민낯’으로 발음하면, 민낯의 가면무도회(Masquerade)라는 조합이 되는데, 음원명과 아티스트명을 같이 봤을 때 직관적으로 역설적인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MIDNATT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변화를 전달하려는 이현의 현재이기도 하다. 

‘Masquerade’의 가사는 여러 자아가 혼재하는 본인의 모습을 인정하고 가감없이 토로한다. MIDNATT은 첫 소절부터 “널 원하지 않아”로 시작하며 “거기서 멈춰 / 더는 다가오지 마”라며 이루어질 수 없음에 내내 거부하다가도 결국엔 “I love it love it love it too much”라 읊조리는 가사는 차마 끊어낼 수 없어 혼란스러운 애증을 노래한다. 류하영 팀장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을 깨닫고 과거, 현재, 미래의 ‘나’의 모습을 모두 품고 나아가고자 하는 MIDNATT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Masquerade’가 신스웨이브 장르를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댄스 곡이면서도 도입부에서 미스터리불길한 분위기의 전자음이 등장하고, MIDNATT의 보컬이 후렴구로 갈수록 거칠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MIDNATT과 프로듀서 히치하이커는 본인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색다른 장르에 융화될 있도록 새로운 가창 스타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MIDNATT은 자신의 보컬에 대해 “곡과 어울리는 새로운 발성과 톤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제가 가진 고유의 색이나 발성의 틀을 뿌리까지 흔들지 않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히치하이커 프로듀서 또한 “MIDNATT 씨가 메인 보컬 외에는 가성으로 가창을 한다거나, 코를 막고 가창을 하는 등 창법을 다르게 하여” 여러 겹의 프리코러스 녹음을 통해 여러 자아를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를 곡에 녹여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L’에 투입된 기술들은 MIDNATT의 자아 역설을 현실로 가능케 하는 역할을 했다. ‘Masquerade’에는 간주 부분에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티스트의 자아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목소리의 측면에서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가장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넣으려는 의도였다. 이 목소리가 바로 수퍼톤의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로 제작한 가상의 목소리다. 정확히는 아티스트가 부른 노래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여성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수퍼톤 리서치팀 김형주 담당자에 따르면 여성 음역대의 음성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가 녹음한 음성을 강제적으로 피치만 높여 조정하면 소리가 부서지고 어색하게 들리는 문제”를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젝트의 음악 컨셉 및 사운드에 어울리는 여성 음색을 제작하였고, 이를 아티스트가 직접 부른 구간에 합성하여 아티스트의 가창 스타일을 보존하며 그의 특색을 담은 목소리를 디자인했다.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통해 제작된 음성은 아티스트 음색이나 가창 스타일이 담겨 있으면서도 자연스럽다.”는 히치하이커 프로듀서의 말처럼,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통해 제작된 음성은 창작자가 원하는 표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IDNATT은 결과물을 듣고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저는 제 창법이나 발음에 대해 잘 알잖아요, 그렇다 보니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는데도 신기하게 ‘이건 내가 부른 게 맞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어를 비롯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영어 총 6개 언어로 ‘Masquerade’를 발매하면서도 수퍼톤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의 도움이 있었다. MIDNATT은 외국어 음원 녹음 당시 “어느 수준 이상 숙련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어 발음을 최대한 연습하여 녹음하되, 본인의 고유의 표현과 색깔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고, 그의 목소리에 기술이 도움을 더할 수 있었다. 수퍼톤 콘텐츠사업개발팀 유한결 담당자는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은 아티스트의 원본 가창 데이터를 음색, 음정, 강세, 발음 등 여러 요소로 분리한 뒤 그중 ‘발음’이라는 요소만 추출하여 외국어 발음만 자연스럽게 교정하는 기술이라 아티스트의 개성(originality)과 음악적 표현을 훼손하지 않으며 동시에 글로벌 팬들에게 언어의 제약 없이 노래 가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몰입도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이 MIDNATT이 되는 과정이 싱글 ‘Masquerade’ 제작이 아닌 ‘프로젝트 L’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티스트가 MIDNATT과 같은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거나, ‘Masquerade’처럼 기존과 다른 곡을 소화하는 것은 음악 산업에서 아티스트의 변화를 위한 시도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데는 목표를 달성시킬 기획과 실현시킬 프로덕션, 프로모션 역량이 더해져야 한다. MIDNATT과 ‘Masquerade’ 또한 이현이 MIDNATT이 돼 아티스트의 새로운 전기를 열기 위한 목표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다만 기술은 지금까지 프로덕션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것들까지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 산업의 전통적인 프로덕션에 새로운 기술이 더해졌을 때 보이는 새로운 산업의 지형. 그래서 한 아티스트의 음원 발표일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시도의 음악과 기술 융합 프로젝트다. ‘Masquerade’ 뮤직비디오에서 아티스트의 서사에 맞춘 콘셉트와 시나리오는 기존 음악 산업의 방식이다. 반면 뮤직비디오 기획에 따라 웅장한 공간 디자인과 연출이 필요해졌을 때, XR 기술은 이전에 할 수 없거나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해낼 수 있다. XR 기술은 뮤직비디오의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배경이 되는 ‘슬로프 공간’과 ‘심연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뮤직비디오의 중요한 공간들은 XR스튜디오에서 제작됐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슬로프 공간은 VR(가상현실) 기술로 배경 확장을 하고 AR(증강현실) 기술로 CG 처리를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XR 기술로 웅장한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Masquerade’ 뮤직비디오 제작을 담당한 자이언트스텝 담당자가 설명하는 기술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존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부분들도 기술을 활용해서 새롭게 해결할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XR 기술은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합성된 상태를 볼 수 있어 수정 사항을 촬영장에서 바로바로 적용해 가면서 찍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창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이점 또한 갖는다고 말했다.  

MIDNATT은 ‘프로젝트 L’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기술에 대해 망설여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잘 가지고 놀면 재미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도구로 접근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프로젝트 L’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퍼톤, XR 등의 기술들은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정돈된 프로덕션에 따라 아티스트가 원하는 것 또는 대중이 상상하지 못했던 불가능한 것들을 이뤄내는 도구다. 그 결과, 데뷔 16년 차의 가수가 6개 언어로 노래를 하고, 환상적인 배경 안에서 다양한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기술이 음악에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