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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희원
사진 출처.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별이랑 까만 밤하늘이 너무 궁금해”서 천문학자를 꿈꿨던 용승은 그룹 베리베리의 멤버가 되었다. 데뷔 이후에도 끊임없이 우주에 관해 이야기해 왔고,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해 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우린 모두 별의 조각들이기에, 모두 반짝반짝인다”며 가끔은 우주의 논리에 빗댄 용승만의 예쁜 언어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용승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별처럼 빛나다가도, 무대 아래서 가만하게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볼 줄 안다. 용승이 바라보는 우주가 궁금해졌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

용승: 이건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 얘기하는 건데,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 있는 태양계 가족들, 행성들을 소개하는 그림책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책을 계속 읽고 싶은데 반납해야 하니까, 전부 노트에다가 옮겨 적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노트를 계속 보고 또 보고 했거든요. 그때부터 뭔가 더 알고 싶었어요. 태양계 밖의 것도 알고 싶고. 어릴 때부터 지식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은 과학 동아리 활동에서 간이 망원경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어요. 망원경을 만들어 관측해서 별 이름을 먼저 맞추는 사람이 1등을 하는 거였는데, 저는 이미 책에서 저 위치에 있는 별을 본 적이 있거든요. 망원경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그 별의 이름을 아는 거예요. 그래서 망원경을 안 만들고 1등 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별을 보던 소년이 무대의 별이 되기까지

용승: 실제로 중학교 때 한창 과학고 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운동이 필요해서 춤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춤 학원에서 친해지게 된 형들이 너무 좋아서 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과학고, 예고 둘 다 관심이 갔는데, 예고 모집 기간이 더 빨랐거든요. 더 먼저 예고에 붙어버려서,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랑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예고를 가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너무 궁금했어요. 지금 와서 그 결정의 순간을 생각해보면, 뭐 별다른 생각은 없고 그냥 부딪혔던 것 같아요. 

우주는 현재 진행형

용승: 다큐멘터리나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면, 아직 천체나 우주 현상에 대해서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라고 결론이 나고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결론을 누가 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막연하게 제가 직접 그 답을 찾고 싶었어요. 제가 한창 우주를 좋아할 때 가장 큰 별이라고 밝혀졌던 것보다 더 큰 별도 많이 발견되었더라고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새롭게 밝혀지는 것도 많고, 이런 것들이 밝혀지겠지라고 했던 것도 아직 그대로인 게 있어요. 아직까지 우주에 대해 인류가 잘 모르는 것도 많고, 계속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우주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우주가 용승에게 주는 영향

용승: 우선 세상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느낄 것 같은데요. 광활한 우주에 비해 우리의 존재가 작고, 우주의 시간이 긴 데에 비해 우리는 아주 찰나를 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아 성찰, 자기 수양을 하는 것 같아요. 또 너무 바쁜 사회생활에서 되게 자꾸 사소한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광활한 우주에 대한 좀 더 큰 폭의 고민을 하게 됨으로써 해결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우주를 들여다보다 보면 뭔가 ‘싹’ 하고 씻겨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 들고, 굉장히 침착해지는 것 같아요. 우주는 굉장히 고요하잖아요. 진공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리가 안 나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그런지 제가 침착하고 약간 사사건건에 감정적이지 않은 편이에요.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밤하늘

용승: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한테 망원경을 갖고 싶다고 꾸준하게 조른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중학교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좋은 망원경으로 바꿔왔는데, 작년인가 재작년 때쯤 팬분께서 좋은 망원경을 선물해주셔서 지금은 그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밤하늘도 사실 비슷하게 보여요. 작은 별은 망원경으로 봐도 되게 작은 별이거든요.(웃음) 그런데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조준하고 있으면 그 별과 단둘이만 있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 ©️ VERIVERY Twitter

별자리 관측 노하우

용승: 우선은 책에서 본 것이나, 내가 알고 있던 별자리가 진짜로 밤하늘에 나와야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같은 계절, 오늘 같은 날씨에 뭐가 보이는지를 공부해 가는 것도 되게 좋은 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인데요. 초심자도 되게 찾기 쉬운 곳에 있어요. 하늘 정 가운데에 있기도 하고 밝은 별이 많아서 오리온자리가 잘 보이거든요. 또 별은 겨울철에 가장 관측하기 좋고, 제일 볼 맛이 나요!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시리우스’라고 있는데, 이 별이 들어 있는 ‘큰개자리’랑 ‘작은개자리’ 그리고 제 별자리인 ‘쌍둥이자리’와 ‘마차부자리’ 등 밝은 별이 겨울 하늘에 엄청 많이 포진되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용승이 우주를 탐구하는 방법

용승: 요새 SNS나 영상 매체가 너무 잘되어 있다 보니까 알고리즘에 우주 영상이 자꾸 뜨더라고요. 제가 계속 보니까 계속 뜨잖아요.(웃음) 그런 식으로도 우주를 공부하고 있어요. 또 지금은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예전에는 과학 잡지를 구독해서 보면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얻었어요. 과학고에 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예전 친구 중에 실제로 과학고에 간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한테 연락해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주에 관해 관심을 막 두기 시작한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은, 우선 접근성이 좋아야 하거든요. 우주에 대한 첫인상이 되게 흥미롭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SF가 가미된 영화 같은 걸로 가볍게 접근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 뒤에 다큐멘터리나, 요즘 잘 나오는 지식 채널 같은 것도 찾아보고요. 우주 관련 영화로는 ‘인터스텔라’를 추천해요. 저는 너무 재밌어서 다섯 번 넘게 봤어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생각

용승: 지구에 굉장한 확률을 뚫고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자전축도 약간 기울어져 있고, 태양과의 적절한 거리도 있고, 중간에 위성 하나가 있으면 좋은데 마침 달도 있고, 크기도 적당해서 생명체가 살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죠. 우주가 굉장히 넓고 크기 때문에 이런 조건이 지구 하나밖에 없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 못 찾을 뿐이지 생명체가 사는 다른 행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믿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있다면 우선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 행성의 대기나 크기에 따라서 생명체의 생김새가 다를 거라고 하잖아요. 또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뭘 먹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면

용승: 제가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것만 믿는 편이라,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진 않아요.(웃음) 그렇지만 정말 만약 별똥별에 소원을 빌어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이 우주라는 데에 비해서 우리가 너무 작고, 찰나를 살고 있는데 그 찰나도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천문학에 빗댄 첫 1위의 순간

용승: 데뷔 1,415일 만의 첫 음악 방송 1위. 이건 거의 그냥 지동설인 걸 알아낸 만큼의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웃음) 지동설이라는 걸 앎으로써 지구와 우주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저희도 이번 1등을 통해서 동기부여도 되고, 앞으로 베리베리로서 팬분들과 대중분들에게 나아갈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될 것 같아서. 첫 1위의 순간을 천문학적으로 아주 큰 발견에 빗대서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저희가 이제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무대 앞에 베러분들이 우시니까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우주 이야기와는 별개로 행복한 건 행복한 거니까.

 

우리는 모두 별의 조각들

용승: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우린 별의 조각들이에요. 다 반짝반짝 빛나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최초의 우주에는 거의 수소와 헬륨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제 별들이 만들어지고 터지고 하면서 다양한 원소들이 생겨났는데, 저희를 구성하는 피부 조직 하나하나가 다 그런 과정을 거쳐와서 생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저희의 손이나 얼굴에 있는 피부 조직 이런 것 하나하나가 다 별에서 왔다고 생각하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희는 모두 별의 자녀인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했어요.

 

용승의 우주에서 팬덤 ‘베러’의 존재

용승: 진짜 우주는 정말 크고 광활한 데에 비해 제가 생각하는 ‘베러’라는 존재는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별들이 모여 있는 걸 ‘성단’이라고 하는데 성단들의 모임처럼 서로서로 빛내면서, 응원해주면서, 아주 큰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 소소하게 일상 속에 힘을 얻어갈 수 있는. 베리베리와 베러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의 곁에서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