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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

지난 4월 15일과 22일, 블랙핑크는 2주간에 걸쳐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의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다. K-팝의 국제적 성공이 익숙해질 만해도, 이 뉴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감회가 새롭다. 코첼라는 전 세계에서, 최소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페스티벌이다. 코첼라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고, 라인업이 발표되기도 전에 상당한 티켓이 팔린다. 심지어 코첼라는 그 이름을 슬쩍 빌려가는 각종 ‘-첼라’ 페스티벌과 상표권 소송을 벌여야 할 정도다. 2주간에 걸쳐 매 주말 3일 동안 6개의 무대에서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진다. 상당한 티켓 가격과 행사장 내부의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참가자는 쾌적한 축제 경험과 공연의 완성도 측면에서 만족을 표한다. 요컨대 코첼라는 축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이다. 올해 미국에서 몇몇 인플루언서가 코첼라에 참석하는 ‘척’하는 포스팅을 해 화제가 된 것은 이 축제의 문화적 위치를 말해준다.

올해 금·토·일요일 헤드라이너는 각각 배드 버니, 블랙핑크, 프랭크 오션이었다. 2019년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코첼라 무대 중 하나에 오른 바 있다. 4년 후 이 팀은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의 헤드라이너로 돌아왔다.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페스티벌의 성격과 취향, 아티스트의 인기, 화제성 그리고 음악 시장에서의 무게감을 고루 고려한다. 이 두 번의 주말은 상징적이다.

 

블랙핑크와 코첼라만이 아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뉴진스는 올해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토요일 헤드라이너 중 하나다. 뉴진스, 트레저, 엔하이픈은 일본의 대표적인 페스티벌 ‘섬머소닉’에 출연한다. 레드벨벳은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에스파는 미국 뉴욕에서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작년 롤라팔루자에서 제이홉이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대형 미국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한 이후 더 많은 일이 더 다양한 축제에서 벌어지고 있다.

K-팝 아티스트 입장에서 페스티벌 출연이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모든 아티스트와 다를 바 없다. 경제적 수익은 물론이고, 다양한 취향의 적극적인 음악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K-팝은 미국 안에서도 소수의 취향이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뉴 뮤직 프라이데이’나 애플뮤직의 ‘뉴 뮤직 데일리’ 같은 신곡 플레이리스트에 갈수록 더 많은 곡이 오르고, 일반적인 음악 소비자도 특별한 거부감 없이 스킵하지 않고 감상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그들을 스트리밍만이 아니라 공연 시장의 잠재적 고객으로 만들 경로로 페스티벌보다 좋은 곳은 없다.

 

페스티벌 입장에서는 어떨까? K-팝의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팬 기반은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이는 K-팝 아티스트들을 위해 더 큰 무대, 더 긴 시간의 공연을 준비해줄 충분 조건이 된다. 여기에 라이브 스트리밍은 K-팝의 팬 기반을 더 큰 자산으로 만든다. 코첼라는 이미 2011년부터 유튜브로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공한 선구적인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6개 무대 전체를 라이브로 볼 수 있었다. 롤라팔루자는 유료 서비스인 훌루를 통해 일부 무대의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이 가능하다. 유무료 여부를 떠나, 미국 바깥의 팬에게 라이브 스트리밍은 귀한 경험이고, 페스티벌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다. 한국에서 주말마다 미국 서부 시간을 따져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본 사람들에게, 코첼라라는 이름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K-팝의 주요 페스티벌 진출은 대형 페스티벌이 대부분 록 또는 일부 장르 중심에서 최대한 넓은 스타일을 포용한 역사의 일환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르적 폐쇄성이 무너진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대중적 입지를 넓혀 페스티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 K-팝은 그 열쇠 중 가장 최신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