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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주,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넷플릭스

‘비밀의 비밀’(넷플릭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연주: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비밀의 비밀’의 원제는 ‘Fool Me Once’다. 직역하자면 ‘나를 한 번 속여봐.’라는 의미이며 동시에 ‘두 번이나 속는다면 나의 잘못이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정도의 뜻을 내포한다. 제목이 강조하는 것과 같이 ‘비밀의 비밀’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반전이 이어진다. 전직 군인이자 현직 헬기 조종 교관인 마이아(미셸 키건)가 타인을 위해 스스로 판단해 벌인 일은, 공익을 위해 이 사실을 폭로한 해커 코리(로리 키나스턴)로 인해 죽음까지 함께할 불명예와 수면장애를 생기게 한다. 동시에 마이아는 남편 조(리처드 아미타지)와 언니 클레어(나탈리 앤더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빠른 전개로 이어지며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결말에 이어지는 반전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동시에 일말의 여지도 없는 완결을 맺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만큼이나 이중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첫 화를 시작하면 쉴 새 없이 몰아보게 될 미스터리 스릴러. 

‘룩삼의 음반감상회’ (LookSam)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그의 표현처럼 ‘맛있다’. ‘룩삼의 음반감상회(이하 ‘음감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디아블로’ 등으로 유명한 블리자드의 전략형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프로게이머였던 룩삼이 스트리머로 활동한 지도 어느덧 8년째. 어릴 적에 래퍼를 꿈꿨던 만큼 힙합 장르에 대한 애정은 꾸준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지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에서 음악, 그것도 K-팝을 다루기 시작했다. 본래 좋아했던 힙합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특유의 텐션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다가도 해당 음반의 특징과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숨어 있는 요소들을 날카롭게 캐치한다. 다만 인터넷 방송인 만큼 필터링되지 않은 욕설과 비속어가 툭툭 튀어나오니 영상을 볼 때 그런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요즘 들어서는 음감회를 넘어서서 다양한 그룹을 알아보는 콘텐츠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실리카겔 정규 2집 ‘POWER ANDRE 99’ 음감회정국 정규 1집 ‘GOLDEN’ 음감회, ‘K-POP 집중탐구 엔하이픈’ 편을 보면 룩삼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지 잘 알 수 있다. 그의 너른 장르 포용력을 보고 싶다면 ‘베스트 트로트 월드컵’‘베스트 클래식 월드컵’은 필견. 등장하는 모든 노래를 리스펙트하는 모습이 가히 경이롭다. 

‘추락의 해부’

정서희(영화 저널리스트): 칸 영화제가 76회에 이르는 동안 세 명의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제인 캠피온(1993년 ‘피아노’), 쥘리아 뒤쿠르노(2021년 ‘티탄’), 쥐스틴 트리에(2023년 ‘추락의 해부’). 공교롭게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는 “아이가 있는 부부”, 즉 세 가족 구성원의 역학 관계를 도식화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산드라(산드라 휠러), 남편 사뮈엘(사뮈엘 테스), 열한 살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은 프랑스 외딴 산장에 기거한다. 안내견과 산책 후 귀가한 다니엘이 추락사한 사뮈엘의 시신을 목격하면서 자족적인 듯 보이던 설경은 사건 현장으로 전환된다. 부검 결과, 자살이 아니라는 “가설”에 힘이 실릴 신호가 드러난다. 동시에 살인 용의자로 몰린 산드라는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뱅상(스완 아를로)과 함께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기 위해 법정에서 유효한 설전을 벌여야 한다. 152분의 러닝타임을 빼곡 채우는 대사를 따라가다 핵심에 닿을 것도 같으나, 쟁점은 ‘범인 찾기’가 아니다. 산드라의 말처럼 “지적 자극이 중요했던” 그와 사뮈엘은 서로를 전진케 하는 기폭제로 시작해 끝내 반대의 의미로 치달았다. “폭풍”이다. 저명한 작가 산드라와 작가 지망생 사뮈엘. 더 자세히는 “남편이 포기한 아이디어”마저 능란하게 자기 작품에 녹이는 프로와 수차례 투고를 거절당하는 아마추어. 과실로 네 살짜리 다니엘에게 영구 시각 손상을 입힌 아버지와 다니엘을 “낙인찍기 싫었”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2층에 아들 방을 두는 어머니. 양성애자이며 외도 경험이 있는, ‘성공’하여 바쁜 여자와 글을 쓰겠다는 꿈을 품고 부득이 교수직을 이어 가며 자식의 홈스쿨링을 도맡느라 시간이 부족한 남자. 누구와도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흡인력을 지닌 산드라는 ‘여자’ 대학원생과 인터뷰 도중 사뮈엘이 볼륨 높여 반복 재생한, “여성 혐오” 가사 범벅인 50 센트의 ‘P.I.M.P.’가 그의 수동공격임을 간파한다. 사뮈엘이 속하지 못한 산드라의 영역, 소설이라는 실타래에서 사뮈엘은 실과 실 사이, 길 잃은 사람이다. 산드라는 실과 실을 엮어 원하는 문양이 나오도록 도안을 그린다. ‘추락’의 ‘해부’는 ‘전통’이라 불리는 ‘성 역할’이 전복된 부부의 균열을 파헤치는 난도질이다. 나머지 꼭짓점 다니엘에게 이 사태란 처신에 대한 숙제를 안긴, 양자택일(자살한 아버지 VS 살인한 어머니)을 촉구하는 딜레마다. 각자의 정황과 욕망이 혼재하는 진실을 법리와 과학으로 판가름할 수 있는가. 결정력을 가진 메스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핏자국도, 발자국도 없는 눈밭이 다시 펼쳐진다. 새하얗되 깨끗하지 않은 미궁이. 발설과 함구가 교차하는 절단면은 당신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