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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수연 (‘씨네21’ 기자), 최지은(작가),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놉’

임수연 (‘씨네21’ 기자): 미지의 세계가 유발하는 매혹과 공포는 사실상 한 몸이다. 매혹적인 공포, 공포스러운 매혹이 가진 역설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가 되곤 했다. 예컨대 우주선 혹은 외계인이 일으키는 사건은 관객에게 오락적인 볼거리인 동시에 두려움을 품게 한다. ‘겟 아웃’, ‘어스’를 만든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은 우리가 스펙터클과 조우할 때 갖는 이중적인 감정을 세련되게 고찰한 호러 스릴러다. 먼저 OJ 헤이우드(대니얼 컬루야)와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 남매가 영화의 시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움직이는 말’ 활동사진에 등장하는 흑인의 직계 후손이라는 설정은 어트랙션에서 출발했던 영화의 역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헤이우드 가문의 목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남매가 아버지의 목숨까지 앗아간 ‘그것’의 정체를 영상에 담기로 결심하고부터 ‘놉’은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한 영화가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등 다양한 거장의 이름이 거론될 법한 비주얼 레퍼런스 중에서도 ‘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펙터클’에 가장 지분이 큰 이름은 스티븐 스필버그(특히 ‘미지와의 조우’)다. 하지만 빼곡한 레퍼런스를 알아야만, 영화적 볼거리의 본질을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어야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다양한 스펙터클의 이미지가 장르 영화의 순수한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까지 충실히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감독의 영리하고 세련된 접근이 돋보인다.

유튜브 ‘밥 맛 없는 언니들’ 

최지은(작가): 대식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먹방 세계에 두 명의 소식가가 도전장을 냈다. 아침 겸 점심 식사가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 잔인 박소현, 바나나 하나를 온종일 먹는 산다라박은 한 입만 달라고 하기는커녕 한 입만 먹으면 배부르다는 사람들이다. 김숙, 유민상, 히밥 등 잘 먹고 많이 먹기로 유명한 ‘먹교수’들이 두 사람을 찾아와 강의를 펼치지만, 김밥 하나도 잘라서 나누고 고기 한 점을 5분간 씹는 소식가들은 흔들림 없이 해맑게 자기 페이스를 지킨다. 그런 소식가들에게 억지로 많이 먹이는 대신 새롭게 맛을 즐기는 방법을 나눈다는 면에서 틈새시장에 편안히 자리 잡은 이 프로그램의 마무리 질문은 “막입(마지막 한 입 더)하시겠습니까?” 물론 남들이 1인분, 2인분 먹을 때 한 입 두 입 먹은 것으로 충분한 소식가들은 대개 “잘 먹었습니다.”라는 정중한 인사로 작별을 고한다. 세상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 먹는 일도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 

‘DESTRUCTION(Feat. Coast Contra)’ - Tobe Nwigwe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우린 ‘얼터너티브 음악’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여러 장르가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여 특정 카테고리화하기에 모호한 음악이 즐비하다. 대안이란 표현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새삼 ‘얼터너티브’의 의미를 각인하는 아티스트가 간혹 있다. 텍사스 출신의 다재다능한 래퍼 토베 엔위그위(Tobe Nwigwe)가 그중 하나다. 위그위의 새 싱글 ‘DESTRUCTION’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서 정형화해놓은 얼터너티브 힙합에 관한 틀을 제목처럼 단번에 파괴해버린다. 실험적이고 강렬하며 소울풀하다. 떠오르는 힙합 그룹 코스트 콘트라(Coast Contra)의 참여도 한몫했다. 벌스마다 변모하는 비트와 래퍼들의 개성 있는 퍼포먼스가 어우러져서 몰입감이 굉장하고, 중·후반부에 나오는 가스펠풍의 코러스가 추후 이어질 역동적인 비트와 래핑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얼터너티브 힙합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어서 토베 엔위그위를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