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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임수연(‘씨네 21’ 기자),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베티’(웨이브) 

윤희성: 공원에는 남자아이들이 가득하고, 바깥 세상은 어른들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여자아이들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도 쉽게 닿지 못한다. 실제 여성 스케이트보더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 ‘스케이트 키친’을 시리즈로 발전시킨 HBO 드라마 ‘베티’는 실패하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다. 예쁜 옷을 불편해하고, 남사친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지고, 비가 올 때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돌면서 이들은 내내 고민하고 자주 넘어진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란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줄 아는 사람이 더 잘 배우는 법.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엎어져 우는 친구를 질책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다면 지독한 시간도 조금은 견딜만 해지는 것이다. 그 시간은 언제 끝날까 진절머리 나다가도 지나가기 무섭게 그리워지는 여름 같은 시절일 테다. 가을이 시작되기 직전, 너무 늦기 전에 웨이브 독점으로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되었다.  

‘성적표의 김민영’

임수연(‘씨네21’ 기자): 고등학교 시절 우정의 무게는 과대평가됐다. 아니, 정확히는 실제보다 미화됐다는 편견 때문에 자칫 편협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수능과 대입 결과에 따라 본의 아니게 엇갈리는 관계를, 평생 갈 줄 알았던 우정이 금방 시시해진 경험을,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좋아했던 기억을 솔직하게 복기하며 이 관계의 다면성을 다룬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세 기숙사 룸메이트가 1년 3개월 동안 지속했던 ‘삼행시 클럽’을 일시 중단하며 문을 여는 영화는 이들이 친밀했던 시절을 짐작의 영역으로 넘긴 뒤 균열의 징후를 반복해 포개는 데 집중한다. 대체로 스무 살은 인간관계의 분기점이 된다. 민영(윤아정)은 대학에 가고, 정희(김주아)는 고향에 남아 테니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산나(손다현)는 해외로 유학을 가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화상 통화로나마 모임을 유지해보려 하지만 이미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대에겐 서운함만 쌓여 가고, 오랜만의 재회는 애틋함보단 어색한 기류가 맴돈다. ‘성적표의 김민영’의 미덕은 투박한 순간마저 부끄러워 하지 않는 영화의 진솔한 태도가 오히려 소녀들의 속성을 입체적으로 포착한다는 데 있다. 보편의 10대를 담아낸 현실적인 영화 미술과 시트콤을 차용하는 등 과감한 실험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청춘을 대상화하지 않고 당사자로서 감각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관객상 수상을 받으며 ‘우리들’, ‘벌새’ 등을 잇는 한국 독립영화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Kill For Your Love’ - 라브린스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라브린스, 혹은 티모시 리 맥켄지. 영국에서 2010년에 데뷔했지만, 그 이름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HBO의 인기 시리즈 ‘유포리아’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이후다. 그에 앞서 몇 년간 위켄드, 시아, 노아 사이러스 등과의 프로듀싱 작업, 디플로, 시아와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 LSD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덕분에 라브린스는 R&B, 힙합, 재즈, 일렉트로닉 등의 경계를 흐리는 감각적 접근에 익숙했다. ‘유포리아’가 주제와 표현의 시각적 충격만이 아니라, 음악으로도 유명세를 치른 것은 자연스럽다. 그는 ‘유포리아’ 작업 사이마다 개인적인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Kill For Your Love’는 조만간 발매할 새 앨범의 수록 곡으로 공개했다. 영국 R&B 팝에, 가사는 1980년대 장르 영화의 상상력을 보탠다. 뮤직비디오는 감독 어니스트 데숨빌라의 화려한 색채와 우주적 상상력을 결합한다. 배우 나탈리 엠마뉴엘의 너무 간절하면서도 단호한 감정이 힘을 보탠다. 결과물은 낭만주의의 폭발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Running Up That Hill’ 이후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