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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수연(‘씨네21’ 기자), 오민지,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정직한 후보2’

임수연(‘씨네21’ 기자): 2년 반 만에 돌아온 속편 ‘정직한 후보2’는 주상숙(라미란)에게 빠른 시련과 복귀의 기회를 주면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서울시장 낙선 후 국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면서 백수 신세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트럭 운전수의 목숨을 구한 일이 화제를 모으며 강원도지사 자리에 오르는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재선을 앞두고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에 ‘정직한 정치인이 되자.’는 초심을 잃고 다시 거짓말을 일삼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다시 상숙에게 벌을 내린다. ‘정직한 후보2’는 주상숙을 말려야 할 비서실장 희철(김무열)까지 덩달아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설정을 추가함으로써 전편의 유머 코드를 답습하는 함정을 극복해간다. 상숙의 시누이로 분한 박진주처럼 코미디에 능한 뉴페이스도 적소에 추가했다. 강원도를 배경으로 옮기면서 이번 영화의 중심 사건이 된 건설·토목 비리는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부동산 이슈로 관객의 공감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미 아는 설정이 처음만큼 신선할 순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캐릭터 관계부터 정치 풍자 대상까지 적절히 확장하며 시리즈를 이어갈 만한 동력은 충분히 찾은 듯하다.

‘크크루삥뽕’ (유튜브)

오민지: ‘크크루삥뽕’. 별다른 의미 없이 그저 누군가를 ‘킹(열)’받게 하기 위해 시작한 단어(이자 채널명)처럼 이 채널은 ‘킹’받는 것 투성이다. 1978년생 개그맨 김용명은 ‘라떼(나 때)’ 시절 친목의 상징이었던 마이쮸를 주고 ‘반모(반말모드)’를 하며 요즘 세대를 만난다.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메이크업이라는 말에 속아 ‘잔망루피’가 되어 뭔지도 모르는 ‘공항도둑’ 짤을 따라 하고, 진한 ‘현타’를 느낀다. 또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마시면서 배우는 술게임’을 하거나 “어쩔시크릿주주리미티드에디션”이라는 유행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쩔크리스피도넛아침에조조할인천구백원”이라고 받아쳤는데 도리어 2008년생의 호응을 얻기도 한다. 이때 이 채널이 집중하는 것은 ‘용명의 트렌디한 친구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의 부제처럼 각각의 이유로 그 트렌드를 즐기는 친구들이다. 틱톡 챌린지가 결정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거”라고 말하는 2008년생 ENFP 유리의 말에, 굳이 프로필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어도 “찍고 싶으면 찍으면 되고, 나를 남기고 싶으면 남기면 돼.”라고 말하는 사진작가 쥬쥬의 말에, “정국이가 자기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에 그를 사랑해서 생일 카페 이벤트까지 주최한 유학생 아미의 말에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들마다의 애정이 느껴진다. 단순히 유행이라 좇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따르는 이들을 보며 누군가는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99%’ - 검정치마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찬 바람에 실려 날아온 잔뜩 일그러진 일렉 기타 연주에 나의 엉망진창 찬란했던 젊은 날을 담아 날려 보내리. 조휴일의 원맨 밴드 검정치마의 정규 3집 세 번째 파트 ‘TEEN TROUBLES’는 미국에서 유학하던 1999년 아티스트의 10대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이야기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름에 노랫말과 멜로디를 붙이며 출발한 앨범은 18곡 1시간 6분의 장대한 틴에이지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완성되었다. 이 때문에 ‘TEAM BABY’와 ‘THIRSTY’로 예고했던 ‘사랑 3부작’의 마무리가 애매하게 됐지만 아티스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나이퀼(Nyquil)과 애시드(Acid)가 범벅이 된 채로 시끄럽게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 미묘한 기류 속 치기와 환호만 앞섰던 사랑, 불현듯 찾아온 어른이 될 시간... 청춘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곤 하는 모든 순간이 까칠하고 불친절한 록 음악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아 사진첩에 엉망진창 달라붙어 있다. 젊음의 불꽃이 “부서진 꿈 위에 집을 짓고 사는 99%”를 노래하는 지독한 염세의 노래 ‘99%’에서 사그라지는 광경은 참 고독하다.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