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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수연(‘씨네21’ 기자),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이지연
디자인. 전유림

‘아바타: 물의 길’

임수연(‘씨네21’ 기자): 토루크 막토로 각성하고 판도라 행성에 남기로 결심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나비족의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어느덧 다섯 자녀를 둔 부모가 됐다. 하지만 지구의 자원개발청(RDA)이 판도라 행성을 다시 습격하면서 그들의 평화가 위협받기 시작하고, 이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숲을 떠나 바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13년 전 상상을 스크린에 이식하는 영화의 속성과 외계 행성의 ‘아바타’와의 접속을 의미적으로 연결하며 출발한 이 시리즈는 3D 기술과 퍼포먼스 촬영 같은 기술을 전시하기 위한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에서만 가능한 시네마 경험을 통해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고찰했던 전편의 주제의식을 확장해 최근 더욱 절실한 시대적 과제가 된 환경문제를 땅과 바다, 전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낸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생태주의적 질문은 가족 드라마와 물의 부족 멧케이나와의 관계를 통해 보다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긴 러닝타임(192분)은 오히려 이 매혹적인 정동을 배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여생을 헌신한 프랜차이즈가 될 ‘아바타’ 시리즈는 5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 ‘Feeling Festive’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세상의 변화는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승리, 패배 또는 부활로 이어진다. 캐럴은 부활에 해당한다. 스트리밍 대중화로 음반 판매가 아니라 음악을 듣고 나누는 실제의 소비 행위가 차트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연말이 가까워지면 머라이어 캐리의 빌보드 핫 100 순위가 상승하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애플뮤직의 홀리데이 대표 재생 목록 ‘Essential Christmas’에 포함된 캐럴은 매년 반복되는 시험을 거쳐,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아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당신 혼자만의 홀리데이도 필요할 때, ‘Feeling Festive’를 추천한다. 조용한 인디 록이라는 식으로 분위기나 장르를 손쉽게 집어 말할 수는 없다. 비바두비가 고전적인 캐럴 분위기를 충분히 발휘한 ‘Winter Wonderland’가 있는가 하면, 알로 파크스가 차분하게 부른 ‘Last Christmas’도 있다. 로우의 전설적인 캐럴 앨범에서도 ‘Just Like Christmas’를 가져왔다. 더 XX의 ‘Angels’나 세인트 빈센트의 ‘New York’과 같이 직접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언급하지 않지만, 정서적 연결 고리를 가진 노래도 있다. 플릿 폭시스의 ‘White Winter Hymnal’이나 마이 모닝 재킷의 ‘Xmas Curtain’은 주제와 별개로 이미 인디 록 고전에 오른 트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말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1억 개의 노래를 자랑한다면, 응당 그래야 한다.

‘슈취타 EP.1’ 

이지연: ‘슙디’가 돌아왔다. 그간 ‘슙디’나 ‘꿀 FM 06.13’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되어준 슈가의 토크 콘텐츠 ‘슈취타’. ‘슈가와 취하는 타임’이라는 이름처럼 게스트들은 입장료 대신 좋아하는 주류를 가져오고, 술과 음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눈다. 첫 손님은 슈가의 13년 지기 친구이자 솔로 앨범 ‘Indigo’로 돌아온 RM. 슈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꽤나 인상 깊게 본 듯한 RM이 영화에 나온 위스키와 평소 좋아하던 전통주를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술’이라 소개하며 꺼내 놓자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RM이 타이틀 곡 ‘들꽃놀이 (with 조유진)’가 “16:8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4분 30초”라고 말하자 ‘16:8 구조’에 대해 설명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이 얼마나 실험적이고 대단한지, 그간 음악 작업을 해온 RM의 노력을 짚어준다. 슈가는 ‘슈취타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상식을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한다. 오고 가는 술잔 속 서로가 잔을 비워내는 속도가 맞춰질 때쯤 대화는 점점 깊어져 가고, ‘래퍼를 꿈꾼 순간’에 대한 기억부터 각자의 솔로 앨범과 믹스테이프에 담아낸 개인적인 기록, 방탄소년단의 멤버로서 돌아본 2020년 2월 25일과 2025년 어느 날에 대한 이야기까지 같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두 사람의 이야기가 35분 동안 점점 더 깊고 밀도 있게 채워진다. 지상파에서는 음악 토크쇼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한 시대에, 청년 아티스트들이 사는 얘기와 음악 얘기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토크쇼가 탄생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