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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임수연(‘씨네21’ 기자),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뱀집

‘뱀집’

윤해인: “웃기는 사람들이네요.” 뱀뱀이 ‘환승연애2’에서 나긋나긋한 말투로 건넨 뼈 있는 한마디는 웃음과 공감을 불러온 동시에 뱀뱀의 매력과 예능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출연자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는 상냥함과 자신이 느낀 바를 적절히 짚어내되, 무례하지 않게 표현하는 솔직함. 그런 뱀뱀의 매력은 2023년 그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 ‘뱀집’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 ‘뱀집’의 포맷은 간결하다. 호스트인 뱀뱀이 그의 집에 게스트를 초대하고, 게스트가 안주를 가져오면 뱀뱀은 직접 만든 수제 맥주를 내어주며 대화를 나눈다 (다만 조건은 설거지와 청소 금지 그리고 뱀뱀이 아끼는 거실 카펫을 밟지 말 것.).

 

‘뱀집’을 이끌어 가는 건 뱀뱀 특유의 화법과 편안함이다. 뱀뱀은 아이돌이지만 윙크를 못해 고민이라는 사쿠라에게는 “저도 윙크 못해요.”라며 대안으로 터득한 엔딩 포즈를 전수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왜 자신을 단독 게스트로 초대했는지 묻는 ‘환승연애2’ 출연자 성해은에게 “애정이 깊고,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라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또한 해은이 카펫을 밟으면 안 되는 뱀뱀의 규칙에 대해 궁금해하자, “해은 님은 밟아도 괜찮다.”며 몸소 카펫을 밟는 시범을 보이고 그만의 규칙을 기꺼이 깨뜨리며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사로 고민 중이라는 게스트 최예나에게는 “집 알아보는 건 네X버가 좋다.”고 추천하며, 12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라는 그의 포지션과 맞물려 기묘한 웃음 코드를 자아내기도 한다. 또는 뱀뱀과 사쿠라가 서로 “인.고.지(인생은 고생이지)”와 “잠.죽.자(잠은 죽어서 자자)”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건배사를 나누며, 타국 생활에 적응한 외국인이자 아이돌의 삶이라는 공감대로 위안 아닌 위안과 유대감을 갖는 신선한 장면도 탄생한다. 뱀뱀의 화법에는 때로 ‘뼈 때린다’는 수식어가 붙지만, 사실 그의 농담은 언제나 상대와의 친밀함이 확인되는 순간에만 나오기에 유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더 나아가 게스트의 솔직한 답변까지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이는 자극이 난무하는 유튜브에서 드물게 느낄 수 있는 편안하지만 재밌는 ‘대화’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임수연(‘씨네21’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31번째 작품이자 페이즈5의 포문을 여는 작품. 앤트맨 스캇 랭(폴 러드)의 딸 캐시 랭(캐스린 뉴턴)이 만든 스캔 장비가 가동되면서 앤트맨과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 일가가 양자 영역에 빨려들어간다. 앤트맨 캐릭터 특유의 소시민성은 전반적으로 약해졌지만 근래 마블 세계관에서 대두되는 시간선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시리즈의 저변을 확장해 간다. 특히 ‘멀티버스 사가’로 통칭되는 차후 MCU 작품의 중심 빌런으로 예고된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팬들에겐 중요하게 학습해야 할 시리즈다. 한편 새로운 챕터의 시작점이라는 무거운 과제에도 불구하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그리 진지하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발칙한 성인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의 제프 러브니스가 새로 합류한 시나리오는 키치한 유머가 가득하고, ‘스타워즈’, ‘스타트렉’, ‘닥터 후’ 시리즈에서 두루 영감을 얻은 비주얼이 독특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완성해냈다.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 - 캐롤라인 폴라첵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인디 팝 밴드 체어리프트를 이끌던 캐롤라인 폴라첵은 찰리 XCX, 트래비스 스콧, 비욘세 등 팝스타들의 음악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은 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가명으로 발표한 두 장의 정규작 이후, 2019년 공개한 ‘Pang’을 시작으로 터무니없을 정도의 탁월한 작품을 내놓았던 그는 마침내 새 앨범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로 걸작을 완성했다. 팝 음악이 요구하는 디바의 정의를 쾌활하게 해체하며 새 시대의 상징이 되고자 하는 캐롤라인 폴라첵은 신화를 방불케 하는 메시지와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아주 대중적인 언어로 노래한다. 황홀경에 숨을 헐떡이는 폴라첵이 크게 “Desire”를 외칠 때, 우리는 게걸스러운 욕망의 신으로부터 계시받는 사제를 마주한다. 욕망은 쉽게 뒤틀리고, 희망과 절망의 이지선다를 강요하며, 때로는 신념과 자아 등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으라며 우리를 겁박한다. 그러나 욕망이야말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절박한 이유이며, 변화무쌍하고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근원이다. 캐롤라인 폴라첵은 모든 허기와 갈망을 해방한 한 마리 짐승이다. 침을 뚝뚝 흘리며 어둡고 더러운 지하철 바닥을 기어 나타난 우리 시대의 디바가 세상을 한입에 집어삼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