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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김겨울(작가),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STAYC 유튜브

‘호기심자윤’(스테이씨 공식 채널)

윤희성: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은 팬들이 아이돌에게 마음껏 꿈과 재능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하는 사랑과 축복의 표현이다. 그러나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미디어 환경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 따져 묻는 이가 있다면, 스테이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자체 콘텐츠들은 매력적인 타협선에 대한 참고가 될 수 있겠다. 보통의 아이돌 ‘자컨’이 팀의 분위기와 멤버십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테이씨는 직장인 체험을 통해 소속사의 소식을 전하는 ‘윤대리 출근했습니다’나 애견인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강쥐적 참犬시점’, 캠핑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한 ‘힐링하세은’ 등 멤버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팀의 다양한 모습을 꼼꼼히 기록한다. 그중에서도 ‘호기심자윤’은 심지어 팬들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할 수 있다는 멤버의 포부마저 느껴지는 독특한 구성의 콘텐츠로, 아이돌 ‘자컨’의 목적과 기능을 새로 고민하게 만드는 기획이다. ‘궁금한데 안 궁금한’ 사소한 질문에 대해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검증까지 거치면서 답변을 찾아가는 이 버라이어티 실험 쇼에서 멤버 윤은 능청스러운 진행자이자 성실한 출연자, 사랑스러운 아이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번지점프를 하면 정말 키가 커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인터뷰를 하던 시민은 직접 번지점프를 뛰러 간다는 윤에게 “극한 직업이시다.”라고 놀라움을 표했지만, 그런 극한의 상황을 줄곧 명랑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호기심자윤’의 포인트인 셈이다. 좋은 ‘자컨’이란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겠다. 하지만 ‘호기심자윤’은 팬들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내 아이돌의 모습으로서 오히려 팬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기출 변형의 방식을 통해 ‘자컨’의 의미를 확장한다. 그래서 이 콘텐츠에서 영상의 제목은 윤과 더불어 빛나는 주인공이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버틸 수 있을까?’,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보면 정말 고장이 날까?’와 같은 제목을 보고 클릭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호기심의 미끼로 건져 올린 대중에게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아이돌을 소개한다. 적당히 속아 넘어가주고 싶은 영업이 아닐 수 없다. 

‘사설탐정사의 밤’ - 곽재식

김겨울(작가): 1948년 대한민국.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일제강점기가 끝난 지 3년, 사회는 혼란스럽다. 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을 탐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방 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선거에 나가 권력을 잡아보려는 사람이 있다. 일제에 협력한 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반민특위가 결성되고 백범 김구 선생이 살아 있던 해. 곽재식 작가는 이 사회에 슬쩍 탐정들을 밀어넣는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사설탐정이라는 직업이 합법화된 것은 2020년이나, 일제강점기에 흥신소가 들어온 것을 생각하면 뜬금없는 설정은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설탐정들은 경찰이 하지 않는 일을 해결하는가 하면 정치인에게 기용되어 두들겨 맞는 일을 맡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돈을 잘 벌지 못하는 탐정으로, 해방과 전쟁 사이의 혼란 속에서 야기된 사건의 뒷면을 정확히 짚어낸다. 영업도 장사도 적극적이지 않고 싹싹하거나 친절하지도 않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에 매번 기용되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다. 극장이나 수영장 같은 근대의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하오체는 어쩐지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데, 각 사건에 숨은 비밀은 당시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쉿 (Shhh)’ - KISS OF LIFE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여름은 K-팝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 데뷔하는 신인은 보통 기합으로는 눈에 띄기 어렵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K-팝 프로덕션이 날로 훌륭해지며 웬만한 아이돌은 데뷔 무대도 어설프지 않을 정도로 실력적 상향이 일어난 상태인데도 그렇다. 데뷔 곡 ‘쉿 (Shhh)’은 세밀하게 쪼개진 힙합 리듬에 군데군데 설레는 R&B 코드들을 끼얹어 악센트를 준,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잘 알고 감각적으로 배열한 곡이다. 이를 징검다리 건너듯 경쾌하게 부르는 멤버들의 보컬도 수준급이다. 네 명의 멤버들은 뙤약볕 밑에서 더블더치 줄넘기 놀이를 하듯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팔을 잡고 당겼다 던지고 또 튀어나온다. 그룹형 가수는 군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 말끔함이나 파워풀함을 추구하게 된다. 반면 키스 오브 라이프는 흔치 않은 쫄깃한 그루브를 추구하고 있고, 이것이 칵테일처럼 여러 맛을 내는 노래와 찰떡처럼 어울린다. 메인 댄서 나띠를 필두로 펼쳐지는 무대 위 움직임에 가공할 야성미가 넘친다. 이런 활력이 이 팀을 올여름 K-팝 속에서 유독 주목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