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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민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마루는 강쥐’

오민지: “나 사람 됐다 짱이지... 이 손을 봐, 대박임.” ‘마루는 강쥐’는 웹툰의 제목처럼 ‘우리’의 강아지 ‘마루’가 다섯 살 아이가 되어 일어나는 ‘우당탕탕!’ 즐거운 인간으로의 적응기이자 아이의 성장기다.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사람이 되었다’는 만화적 허용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꿔봤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치지만, 그 기적 이후의 삶은 여느 때처럼 현실적이고 평범하다. 마루의 일상은 소풍을 가고, 유치원에 다니고, 첫 심부름을 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이빨 요정을 기다리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연말 벼락치기로 착한 일도 하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을 경험으로 채워진다.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마루는 이상한 말투에, 화가 나면 왈왈 짖고, 삐치면 입이 댓 발 나오고, 사람들은 맡거나 듣지 못하는 냄새와 소리를 따라가는 등 다른 아이들과 어딘가 ‘다르다’. 하지만 ‘마루는 강쥐’ 속 세상의 또 다른 만화적 허용은 남들과 다른 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햄스터와 대화할 때도, 땅을 누구보다 빨리 파거나 언니인 ‘우리’가 잡지 못할 정도로 빨리 달려도 ‘마루’니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옆집 이웃이자 무섭게 생긴 외모로 아이를 울리는 유치원 선생님 순정이 마루의 행동이나 생김새가 아닌 “절 보고도 겁먹지 않는 용감한 아이”인 점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마루는 강쥐’가 실제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만화 속 세상은 마루에게 남들과 같을 것을 요구하지 않고,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사회의 기준과 다르더라도 보완하며 친구와 가족이 될 수 있다. 자신보다 언니가 우선시 되는 집에서 자라 가족이 있어도 외로운 우리와 ‘강아지+어린아이’인 마루뿐만 아니라, 눈밑에 항상 짙은 다크서클이 있는 임준호 또한 바쁜 가족을 대신해 일찍 철이 든 사촌동생 임서율의 가족이 된다. 높은 곳과 살랑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어린아이’ 탄이 또한 사회가 말하는 ‘평범’과도, 마루와도 달라도 마루의 친구다. “혼자 사는 삶은 외롭다. 밥은 먹었느냐며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아플 때 걱정해줄 사람도 없다.” ‘마루는 강쥐’의 첫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가족이 아닌 그리고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마루는 강쥐’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따뜻한 대답이다.

Pop songs from 2023 you may have missed (스포티파이)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연말에 하는 모든 일은 연중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음악을 듣는다면, 올해 가장 좋았던, 많이 들었던 음악을 되돌아보고 싶을 수도 있다. 듣고 싶거나 궁금했던 음악을 늦기 전에 챙길 수도 있다. 물론 캐럴만 한 달 내내 들을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가 원래 1년 내내 하는 일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것이지만, 그들에게도 연말은 특별하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올해의 앨범과 노래를 이미 둘러본 사람에게도 아직 모험이 남아 있다.

 

‘Pop songs from 2023 you may have missed’는 당신이 미처 못 들어본 2023년의 팝 추천 재생 목록이다. 스포티파이가 자랑하는 재생 목록 편집자의 글로벌 협업 체계가 가장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러네이 랩(Reneé Rapp)이나 세이디 진(Sadie Jean)처럼 이미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는 물론, 애디슨 레이(Addison Rae) 같은 틱톡 유명인사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16세의 영국 모델이자 뮤지션인 플라워오브러브(flowerovlove),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나왔던 17세의 데비 도슨(Debbii Dawson), 틱톡에 커버 영상을 올리다 자신의 음악을 시작한 비 앤 허 비즈니스(Bea and her Business) 같은 젊은 재능을 발견한다. 올해 나에게 ‘Born To Be Alive’는 빌리 아일리시의 ‘What Was I Made For?’만큼이나 중요한 노래다. K-팝은 어떨까? 비비지의 ‘MANIAC’, 주니의 ‘INVITATION (Feat. 개코)’, 지니의 ‘C’mon’이 보인다. 올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들어본 적 없다면 지금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들어볼 노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