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빅히트가 소리로 만든 세계
BTS와 TXT로 듣는 빅히트 사운드
2021.03.08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발표한 곡들 중에는 ‘ON’과 ‘Life Goes On’이 있었다. 각각 앨범 ‘MAP OF THE SOUL : 7’과 ‘BE’의 타이틀 곡이었던 두 곡은 상반된 분위기를 담았다. ‘ON’이 방탄소년단이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타디움 공연에 어울리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Life Goes On’은 팬데믹 이후 방탄소년단이 겪게 된 내면의 문제들을 담담한 멜로디에 녹여냈다. 이 멜로디를 따라 ‘Life Goes On’은 악기의 수를 줄이고, 멤버들의 숨소리나 작은 뉘앙스까지 느껴질 만큼 보컬의 비중을 높이면서 섬세한 감정 표현이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한다. 반면 ‘ON’은 보컬이 차지하는 공간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호른, 드럼, 겹겹이 쌓인 코러스를 통해 무대의 거대함을 그대로 옮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한 해 ‘ON’과 ‘Life Goes On’ 그리고 그사이 ‘Dynamite’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동안, 그들의 음악에 담긴 사운드 역시 각각의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공간을 정교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ON’은 소리로 듣는 스타디움 콘서트가 되고, ‘Life Goes On’은 뮤직비디오의 내용처럼 작은 방에 있는 사람의 독백에 가까운 음악이 된다.
“좋은 곡이란 이미지가 명확히 그려지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피독 프로듀서의 말은 방탄소년단의 사운드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ON’은 단지 소리를 많이 넣어 스케일을 크게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악기와 코러스가 보컬을 중심으로 옆과 뒤로 여러 층을 이루며 넓은 공간을 세밀하게 채운다. ‘Life Goes On’은 앞에서 크게 울리는 베이스, 왼쪽 귀 옆에서 바로 나오는 듯한 퍼커션, 그보다 살짝 더 넓게 자리 잡은 박수 소리 등으로 곡에서 묘사하는 공간의 범위를 좁힌다. 피독 프로듀서는 ‘ON’의 녹음에 대해 “뮤직비디오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그 뒤로 느껴지는 외로움을 함께 표현하려 했다.”면서 “퍼포먼스에 몰입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 사운드는 좌우뿐만이 아닌 전후의 입체적인 배치 등을 이용해 곡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를테면 소리로 만들어내는 미장센이라고도 할 수 있다.
‘Blue & Grey’는 뷔가 작곡 당시 겪고 있던 내면의 고민이자 독백을 담았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리버브를 통해 멀리서 울리도록 처리된 사운드는 듣는 이가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에서 스피커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오가며 마무리되는 RM의 랩은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어낸다. 그러나 노래의 마지막, ‘허공에 떠도는 말을 몰래 주워 담고 나니 이제 새벽잠이 드네’라고 노래하는 뷔의 목소리는 코앞에서 말을 건네듯 생생하다. 노래의 시작에서 ‘Where is my angel’이라는 질문을 던졌던 뷔가 깊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독백으로 돌아오는 듯한 구성. ‘우주의 섭리’나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같은 가사가 나오는 ‘DNA’에서는 마치 우주 공간과 같은 분위기의 소리나 우주선이 날아가는 듯한 효과음을 음악의 한 부분으로 쓰기도 한다. 이런 소리들이 지나갈 때 ‘DNA’ 뮤직비디오는 소리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도록 하고, 춤을 추는 정국과 뷔의 뒤로 광활한 우주를 보여준다. 이처럼 사운드와 뮤직비디오, 퍼포먼스는 일관성 있게 모여 하나의 그림 또는 의도를 구현한다. 그만큼 곡마다 다른 형태의 사운드를 갖는 것은 물론이다. 방탄소년단 곡들의 녹음은 단지 보컬이나 특정한 비트가 잘 들리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피독 프로듀서의 말처럼, 그들의 사운드는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표현하고 싶어 하는 본질”의 전달이다.
“좋은 곡이란 이미지가 명확히 그려지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피독 프로듀서의 말은 방탄소년단의 사운드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ON’은 단지 소리를 많이 넣어 스케일을 크게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악기와 코러스가 보컬을 중심으로 옆과 뒤로 여러 층을 이루며 넓은 공간을 세밀하게 채운다. ‘Life Goes On’은 앞에서 크게 울리는 베이스, 왼쪽 귀 옆에서 바로 나오는 듯한 퍼커션, 그보다 살짝 더 넓게 자리 잡은 박수 소리 등으로 곡에서 묘사하는 공간의 범위를 좁힌다. 피독 프로듀서는 ‘ON’의 녹음에 대해 “뮤직비디오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그 뒤로 느껴지는 외로움을 함께 표현하려 했다.”면서 “퍼포먼스에 몰입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 사운드는 좌우뿐만이 아닌 전후의 입체적인 배치 등을 이용해 곡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를테면 소리로 만들어내는 미장센이라고도 할 수 있다.
‘Blue & Grey’는 뷔가 작곡 당시 겪고 있던 내면의 고민이자 독백을 담았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리버브를 통해 멀리서 울리도록 처리된 사운드는 듣는 이가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에서 스피커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오가며 마무리되는 RM의 랩은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어낸다. 그러나 노래의 마지막, ‘허공에 떠도는 말을 몰래 주워 담고 나니 이제 새벽잠이 드네’라고 노래하는 뷔의 목소리는 코앞에서 말을 건네듯 생생하다. 노래의 시작에서 ‘Where is my angel’이라는 질문을 던졌던 뷔가 깊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독백으로 돌아오는 듯한 구성. ‘우주의 섭리’나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같은 가사가 나오는 ‘DNA’에서는 마치 우주 공간과 같은 분위기의 소리나 우주선이 날아가는 듯한 효과음을 음악의 한 부분으로 쓰기도 한다. 이런 소리들이 지나갈 때 ‘DNA’ 뮤직비디오는 소리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도록 하고, 춤을 추는 정국과 뷔의 뒤로 광활한 우주를 보여준다. 이처럼 사운드와 뮤직비디오, 퍼포먼스는 일관성 있게 모여 하나의 그림 또는 의도를 구현한다. 그만큼 곡마다 다른 형태의 사운드를 갖는 것은 물론이다. 방탄소년단 곡들의 녹음은 단지 보컬이나 특정한 비트가 잘 들리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피독 프로듀서의 말처럼, 그들의 사운드는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표현하고 싶어 하는 본질”의 전달이다.
‘No More Dream’으로부터 ‘Life Goes On’에 이르기까지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변화는 그들의 메시지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변화한 사운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활동 초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위해 어떤 환경에서 듣든 자극적으로 잘 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 피독 프로듀서의 말처럼 ‘No More Dream’ 시절의 방탄소년단에 비해 ‘ON’, ‘Dynamite’, ‘Life Goes On’을 1년 사이에 오가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음악적인 폭을 훨씬 넓혔다. 이 변화 사이에는 ‘학교 3부작’에 해당되는 데뷔 초 세 장의 앨범에 비해 곡의 앞뒤 공간이 획기적으로 넓어진 ‘Danger’(2014), 집요할 정도로 많은 소리를 넣으며 마치 오케스트라 편곡처럼 스케일이 점점 더 광활해지는 ‘I NEED U’(2015), 성인의 세계에 들어가기 시작한 소년의 불안과 어두움을 표현하기 위해 피독 프로듀서의 말처럼 “기존 방탄소년단의 노래와는 보컬을 부르는 방식도, 접근법도 완전히 다른” 보컬 디렉팅을 했던 ‘피 땀 눈물’(2016), 노래의 시작과 끝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이중으로 겹치면서 가면이라는 앨범의 주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FAKE LOVE’(2018) 등 그 당시 방탄소년단의 성장과 메시지의 변화에 맞춰 정교하게 만들어낸 소리의 세계가 있었다. 피독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이는 “비슷한 계열의 장르를 웬만하면 반복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는”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 역시 지속적인 도전을 마주한다. 피독 프로듀서는 ‘BE’ 앨범의 녹음에 대해 “멤버들의 판이한 음역대 속에서 중간값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음역대 내에서 감정 표현을 하는 새로운 도전이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시대는 계속 변하고, 아티스트의 목소리에도 시대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피독 프로듀서는 ‘Danger’를 발표하던 2014년을 방탄소년단의 사운드에 있어 중요한 변화의 시점으로 꼽았다. ‘Danger’는 미국에서 직접 세션 레코딩과 믹싱을 했는데, 당시 스태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곡에 들어갈 랩에 딜레이나 리버브와 같은 효과를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거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이는 이후 방탄소년단의 곡 사운드가 방향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데에 영감을 줬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LOVE YOURSELF’ 앨범에 이르러, 보다 많은 투자가 가능해진 레코딩 환경과 함께 한층 다양한 접근을 가능케 했다. 피독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 엔지니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원격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우리 쪽에서 미국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쓰는 장비들을 그대로 구입해 세팅하면서 믹싱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교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자본력이 생기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또한 그는 “방탄소년단은 자신이 맡은 파트의 사운드에 대해 ‘이렇게 처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낸다.”면서 “특히 ‘BE’의 경우 멤버들이 믹싱까지 참여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요컨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사운드 안에서 각 앨범의 메시지, 퍼포먼스를 섬세하게 구현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음악적 도전과 새로운 경험의 수용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성장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는 스피커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스 부호의 소리로 시작한다. 이 순간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발전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데뷔 당시 모스 부호처럼 미지의 존재였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에서 수많은 소리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뒤로 빠져 있으면서, 마치 숨어 있던 존재가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등장한다. 보컬의 부피는 곡의 방향에 따라 정교하게 조율되고, 다양한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그들의 세계를 마련한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Blue Orangeade’에서 ‘But I like violet 또 가고 싶어 산으로’ 같은 가사에서 마지막 세 음절의 소리를 하나하나 다르게 처리하는 집요함, ‘별의 낮잠’에서 일렉 기타와 보컬 위주의 미니멀한 구성 속에서 보컬 전체를 두 겹으로 쌓아 전개시키며 제목 그대로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과감함은 일종의 ‘빅히트 시그니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피독 프로듀서는 ‘Danger’를 발표하던 2014년을 방탄소년단의 사운드에 있어 중요한 변화의 시점으로 꼽았다. ‘Danger’는 미국에서 직접 세션 레코딩과 믹싱을 했는데, 당시 스태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곡에 들어갈 랩에 딜레이나 리버브와 같은 효과를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거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이는 이후 방탄소년단의 곡 사운드가 방향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데에 영감을 줬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LOVE YOURSELF’ 앨범에 이르러, 보다 많은 투자가 가능해진 레코딩 환경과 함께 한층 다양한 접근을 가능케 했다. 피독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 엔지니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원격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우리 쪽에서 미국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쓰는 장비들을 그대로 구입해 세팅하면서 믹싱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교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자본력이 생기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또한 그는 “방탄소년단은 자신이 맡은 파트의 사운드에 대해 ‘이렇게 처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낸다.”면서 “특히 ‘BE’의 경우 멤버들이 믹싱까지 참여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요컨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사운드 안에서 각 앨범의 메시지, 퍼포먼스를 섬세하게 구현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음악적 도전과 새로운 경험의 수용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성장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는 스피커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스 부호의 소리로 시작한다. 이 순간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발전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데뷔 당시 모스 부호처럼 미지의 존재였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에서 수많은 소리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뒤로 빠져 있으면서, 마치 숨어 있던 존재가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등장한다. 보컬의 부피는 곡의 방향에 따라 정교하게 조율되고, 다양한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그들의 세계를 마련한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Blue Orangeade’에서 ‘But I like violet 또 가고 싶어 산으로’ 같은 가사에서 마지막 세 음절의 소리를 하나하나 다르게 처리하는 집요함, ‘별의 낮잠’에서 일렉 기타와 보컬 위주의 미니멀한 구성 속에서 보컬 전체를 두 겹으로 쌓아 전개시키며 제목 그대로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과감함은 일종의 ‘빅히트 시그니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다음 팀으로 나온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음악을 통해 전혀 다른 세계를 펼치는 것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가 가는 길을 보여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슬로우래빗 프로듀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은 방탄소년단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데뷔 초반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레트로가 가미된 음악을 했는데, 같은 레트로라 하더라도 기시감을 주지 않으면서 재밌고 신선한 사운드를 통해 그룹만의 색깔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실험적인 사운드를 시도”했다고 밝힌 ‘꿈의 장 : ETERNITY’ 앨범의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Can’t You See Me?)’에서 코러스나 후렴구에 등장하는 파열음에 가까운 소리들은 보컬을 감싸면서 어둡고 불안한 공간을 형상화하고, 다른 목소리들과 달리 바로 앞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녹음된 수빈과 연준의 ‘구해줘’는 마치 고립된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을 묘사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효과를 낸다. 빛과 소금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샴푸의 요정’은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그녀’에 대해 묘사하는 가사와 ‘그녀’를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현실의 목소리인 후렴구의 질감에 명확한 차이를 부여한다. 그 결과 1990년대에 미디어로 인한 새로운 시대상 속에서 화면 속의 이상을 노래하던 곡이, 화면 속의 이상적 존재인 아이돌이자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의 경계에 놓인 멤버들의 목소리를 내는 곡으로 변모한다. 슬로우래빗 프로듀서는 ‘샴푸의 요정’ 사운드에 대해 “평소에 대중음악에서 접하기 어려운 신비롭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려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K-팝 산업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선, 내면의 조용한 균열을 형상화하는 소리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사운드 경향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은 팝의 트렌드도 고려하다 보니 과거와는 다른 사운드를 지향한다. 그래서 '이게 우리 음악이야’라고 고집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계속 변화한다.” 슬로우래빗 프로듀서의 말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하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변화에 맞춰 계속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시도하게 된다. 동시에 그것을 K-팝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아티스트 각각의 개성과 성장 과정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 K-팝 산업이 음악, 춤, 뮤직비디오, SNS 등 현재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장르와 플랫폼이 뒤섞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음악으로서의 K-팝은 이 모든 산업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3분 내외의 곡에 담아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는 그 모든 변화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이자, 결론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K-팝 사운드는 전 세계 음악 트렌드와 세계적으로 펼쳐진 K-팝 팬덤의 각자 다른 취향, 그리고 그 팬덤을 사로잡기 위해 아티스트마다 각자 만들어가는 고유의 세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는 그에 대한 정답 대신 언제나 다른 대답을 준비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피독 프로듀서가 방탄소년단 데뷔 이후 지난 시간에 대한 여정을 회상하며 한 말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사운드 경향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은 팝의 트렌드도 고려하다 보니 과거와는 다른 사운드를 지향한다. 그래서 '이게 우리 음악이야’라고 고집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계속 변화한다.” 슬로우래빗 프로듀서의 말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하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변화에 맞춰 계속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시도하게 된다. 동시에 그것을 K-팝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아티스트 각각의 개성과 성장 과정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 K-팝 산업이 음악, 춤, 뮤직비디오, SNS 등 현재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장르와 플랫폼이 뒤섞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음악으로서의 K-팝은 이 모든 산업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3분 내외의 곡에 담아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는 그 모든 변화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이자, 결론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K-팝 사운드는 전 세계 음악 트렌드와 세계적으로 펼쳐진 K-팝 팬덤의 각자 다른 취향, 그리고 그 팬덤을 사로잡기 위해 아티스트마다 각자 만들어가는 고유의 세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는 그에 대한 정답 대신 언제나 다른 대답을 준비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피독 프로듀서가 방탄소년단 데뷔 이후 지난 시간에 대한 여정을 회상하며 한 말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글. 김리은
디자인. 페이퍼프레스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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