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는 인터뷰하는 동안 멤버를 한 명 한 명 모두 언급했다. 성인이 된 기분을, 연습할 때를, 홍삼과 비타민 복용에 대해 대답할 때도. 멤버들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에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제 100%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처음이라.”

이제 스무 살이 되었어요. 성인이 된 기분은 어때요?

제이크: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기대를 많이 했고 다를 줄 알았는데 막상 돼 보니까 많이 달라진 건 없고, 성인이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생들은 미성년자니까 성인으로서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

 

동생들을 잘 챙겨주시나 봐요.

제이크: 저도 마찬가지지만 부모님하고 떨어져 지내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나이대라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니키는 저보다 세 살이나 어려서 부모님하고 떨어져 지내면 너무 힘들 것 같아 잘 챙겨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정원이도 착하고 너무 귀엽기 때문에 그냥 잘 챙겨주고 싶어요. 그리고 호주에 살면서 저를 잘 챙겨준 형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 형이 다 한 명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믿고 따를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어요.

 

브이라이브 ‘선우의 궁금증 연구소’에서 형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제이크: 형이랑은 성격이 모든 면에서 정반대예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전 무뚝뚝했고 말도 없는 성격이었는데 형은 반대로 말이 많아서 오히려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형이 저한테 당연히 해주는 것들이 다른 형, 동생 사이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더라고요. 항상 같이 놀았고, 축구도 맨날 같이 했고, 공부도 많이 도와주고. 형이랑 싸운 적이 많이 없는데 있다면 제가 사춘기 때 엄마한테 땡깡 부릴 때마다 형한테 혼났어요. 당시에는 ‘엄마한테 뭐라 한 걸 왜 형이 나한테 혼내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형이 진짜 성격이 좋아서 엄마한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에 가족들도 만났고 어머니께서 컵홀더도 모아놓으셨다면서요.

제이크: 저번 생일에 팬분들께서 카페 열어주셨을 때, 부모님이랑 친척 동생들이 같이 가서 다 받아왔더라고요.(웃음)

 

가족들은 데뷔 후에 처음 보는 건가요?

제이크: 그건 아닌데 자주 못 보긴 해서 만날 때마다 반갑다고 맨날 그래요. 평소에 제가 문자는 거의 매일 하거든요. 친척 동생들은 어려서 아이돌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맨날 만나면 춤, 노래 불러달라고 해서 조금씩 불러줘요.

 

데뷔했는데 신인상을 네 개 탔고 두 번째 앨범도 나와요. 기분이 어때요? 

제이크: 사실 데뷔 앨범 때는 이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뭔가 제가 느끼기에는 모든 게 다 약간 새로웠고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무대, 팬 미팅, 여러 가지 시상식도 해봤으니까 그때보다는 그래도 아이돌로서 조금 더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콘셉트 포토 ‘HYPE ver.’에서 불 붙은 프라이팬을 들고 찍었는데 진짜 불이었다면서요.

제이크: 원래 제가 들고 하는 건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즉흥적으로 저한테 주셔서  잡게 됐어요. 이게 초반에는 괜찮은데 계속 들고 있으니까 불이 엄청 커졌어요.(웃음)

 

콘셉트 포토 ‘DOWN ver.’은 차도 박살나 있고 유리도 깨져 있더라고요. 촬영했을 때 어땠어요?

제이크: 그 장면 찍을 때는 아무래도 유리가 깨져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셨고 제가 넘어지는 듯한 포즈로 찍혔잖아요. 어려웠던 게 항상 하나씩 딱 잡고 포즈를 취했는데 그 촬영에서는 움직이는 게 많아서 진짜 농구하는 것처럼 하다가 멈추라고 하면 멈춰서 그 장면 찍고 이런 식으로 촬영을 해서 재밌었어요.

 

‘ENHYPEN&Hi’에서 이번 컴백 때 이를 갈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만큼은 주목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이크: 사실 데뷔 앨범 때는 이게 맞나 하는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이번에는 그래도 한 번 했으니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직접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춤, 노래도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데 스스로 제스처나 표정 같은 것들을 더 찾아가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Intro : The Invitation’과 ‘Outro : The Wormhole’의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그런 노력이 반영된 것 같았어요. 

제이크: 거기가 엄청나게 웅장한 비트가 계속 이어지다가 갑자기 없어지고 제 목소리만 나오는 부분인데 누구한테 진짜 속삭이듯이, 끌어당기고 유혹하듯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Intro : The Invitation’의 영어 내레이션은 희승 씨와 함께하기도 했는데.

제이크: 희승이 형이 녹음을 했다는 건 알았지만 누가 나오는지는 저희도 들어보고 알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희승이 형이 같이 해서 너무 좋아요. 평소에 희승이 형이랑 영어도 많이 하고, 희승이 형이 영어를 생각보다 너무 잘해요. 항상 모르는 게 있으면 발음을 물어보고 저도 최대한 가르쳐주기도 해요. 제가 호주 발음이 강한 단어들이 몇 개 있는데 희승이 형이 영어 소감을 말할 때 그걸 무대에서 똑같이 했더라고요. 깜짝 놀랐고 너무 좋았어요.

‘Drunk-Dazed’의 안무를 처음 받았을 때는 어땠어요?

제이크: 안무 자체는 ‘와 멋있다. 잘하면 진짜 멋있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배우고 나서는 ‘너무 힘들겠다, 쉬는 구간이 한 번도 없다. 라이브할 때도 굉장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웃음)

 

‘Drunk-Dazed’의 ‘출렁이는 잔 속 이 취한 세계’, ‘거울 속의 내가 낯설기만 해’ 부분의 제스처가 인상적이에요. 제스처를 통해 본인이 강조하고 싶었던 건 뭘까요?

제이크: 사실 저희가 아직 신인이고 애기스러운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걸 조금씩 바꿀 수 있는 반전 이미지나 반전 매력, 더 성숙해진 감정과 생각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번 무대에서 그런 반전 이미지를 주고 싶은 거예요?(웃음)

제이크: 제가 약간 귀여운 이미지가 있잖아요. 무대에서는 그런 모습을 잊을 수 있게 반전을 많이 느끼는, 뭔가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멋있는 무대. 제 자신이 확신에 차 있어야 보는 사람이 와닿는다고 생각해서 항상 여유롭지만 준비된 표정을 하고 싶어요. 아직 무대 경험이 많이 없어서 어려운 것 같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이런 생각을 해야 나중에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Drunk-Dazed’가 음도 높고 감정적으로 녹여내야 되는 부분이 많아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보컬적으로는 어떤 부분이 성장했을까요?

제이크: 녹음할 때는 제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섬세하게 디테일을 계속 생각하면서 녹음을 하다 보니까 어떤 게 부족하고 어떤 걸 조금 더 살려야 되고, 이런 걸 스스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노래에 고음이 많고 음역대가 좀 높으니까 초반에는 ‘음역대를 빨리 키워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발성적인 부분에서도 발성이 안 잡혀 있으면 이번 노래는 잘못하겠다 생각했기 때문에 고음 파트 할 때도 희승이 형, 프로듀서분들께도 여쭤보면서 고음을 할  수 있는 발성도 많이 배웠어요. 

 

음역대는 어떻게 키웠어요?

제이크: 음역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작정 그 음을 어떻게든 불러서 내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판단해요. 그 음을 일단 딱 찍고, 몸이 어떻게 해야 거기까지 갈 수 있는지 스스로 터득한 다음에 조금씩 더 편하게 좋은 소리를 내려고 해요. 

 

‘FEVER’에서는 시작 파트를 맡았어요.

제이크: 사실 저는 무대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그 부분만큼은 너무 욕심이 나서 완벽해질 때까지 하고 싶어요.(웃음) 

 

‘Not For Sale’은 앞의 노래들과는 다른 분위기예요. 이 곡은 어떤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제이크: 두 곡들에 비하면 가볍게 할 수 있는 노래고 살짝 ‘10 Months’의 느낌이지만 더 성숙해지고 생각이 많아진 이미지.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도 다 소화할 수 있고 표정도 극과 극으로 바로 바꾸는 게 프로페셔널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차이를 확실히 두고 싶어요.

저번 인터뷰에서 제이크 씨의 멋을 찾으려고 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마침 4월의 목표가 멋진 자신인데, 제이크 씨가 생각하는 멋은 무엇일까요?

제이크: 아직 구체적으로 ‘멋’을 정의해보진 않았는데, 항상 바뀌어가는 ‘멋’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무대를 조금은 더 즐길 수 있게 되었을까요?

제이크: 사실 완벽한 무대, 100% 만족할 수 있는 무대는 없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무대를 해야겠다고만 생각하면 항상 만족을 못하고 조금씩 아쉬운 그런 무대일 거예요. 그래서 실력적으로는 최대한 완벽한 게 좋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즐기는 무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무대 했을 때 나오는 느낌이나 제스처, 표정이나 엔진분들과의 소통. 이런 건 무대 할 때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 즐기면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브이라이브에서 자존감을 높이려면 조그마한 목표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본인 스스로한테 작은 목표나 약속을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제이크: 제가 말한 자신과의 약속은 정말 사소한 거예요. ‘10초 뒤에 일어나야겠다.’ 이런 조그마한 약속을 하나하나 지키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어요. 힘들 때 앉아 있다 10초 후에 일어나겠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꼭 하고, 스케줄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잘 준비가 될 때까지는 소파에 앉지 않는 거예요. 다시 일어나기 귀찮을 거라는 걸 알고 내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에 가자마자 바로 씻고 준비해요.

 

자신과의 약속 중에 비타민 잘 챙겨 먹기도 있는 것 같아요. 잘 챙겨 먹고 계신가요?

제이크: 비타민 D, C, 뼈에 좋은 칼슘 등 매일 챙겨 먹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귀찮을 정도로 매일 챙겨주셨거든요. 하루도 빠짐없이 홍삼을 주셨고. 그게 저한테도 습관이 된 거예요. 맨날 먹고 자고, 아침에도 비타민 챙겨 먹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note’에서 멤버들에게 홍삼과 비타민 챙겨주겠다고 했었죠? 멤버들 생각을 정말 많이 하나 봐요. 

제이크: 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힘든 걸 혼자는 절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이 함께 있어서 잘할 수 있고 멤버들의 고마움과 필요성을 너무 많이 느끼기 때문에 항상 많이 베풀고 싶고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어요. 제 100%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처음이라.


멤버들마다 서로 다른 부분이 많을 텐데,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NHYPEN&HI’나 브이라이브에서도 제이 씨나 선우 씨랑은 성격이 정반대라고도 했는데. 

제이크: 아무래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다르면 다를수록 관계가 더 재미있어지고 서로 더 배워갈 게 많아서. 제이도 선우도 저랑 정반대지만 그만큼 더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와는 반대로 성훈 씨와는 닮은 점이 많은 만큼 다툼도 많았다고 했어요.

제이크: 성훈이랑 성격이 조금 달라서인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조금 달라도 속의 의도나 감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도나 감정을 잘 표현 못할 때 진심으로 걱정하고, 말해줄 수 있으면 최대한 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 이별을 많이 경험해서 정을 잘 못주는 편이라 친구들이 불편한 행동을 해도 그냥 넘겨버리고는 했거든요. 그런데 ENHYPEN은 특별한 게, 아쉬운 행동들을 알려주고 싶은 정도까지 깊게 친해진 것 같아요.

이번 팬 미팅 때는 엔진분들과도 처음 직접 만났어요. 

제이크: 처음 만났을 때는 ‘와, 이게 진짜 현실인가, 진짜 앞에 계시는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많이 떨렸는데 무대를 하다 보니까 확실히 느껴지는 에너지와 무대에 섰을 때 힘이 나는 게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점점 그 힘을 받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빨리 이 팬데믹 상황이 좋아져서 진짜 엔진분들이랑 같이 소리 지르고 막 뛰어노는 무대를 너무 하고 싶어요.

 

팬 미팅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어요?

제이크: 이 직업을 가진 이상 항상 뭘 하든 엔진분들을 위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에 팬분들이 없는 무대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걸 가장 많이 생각해요. 방시혁 프로듀서님이  “팬이 없는 아티스트는 없다. 팬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 가장 소중해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는데 그게 너무 맞는 것 같아서. 저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트위터를 올리든 SNS 사진 하나 올리든 연습을 할 때도 다 엔진분들을 위해서 하는 걸 많이 생각합니다.

 

매거진 ‘ELLE’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엔진을 좋아해.”라는 답변이 떠오르네요. 제이크에게 엔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이크: ENHYPEN이 없으면 엔진도 없고 엔진이 없으면 ENHYPEN도 없는, 정말 ‘connected’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고마운 마음밖에 없는 것 같고. 제가 살면서 누군가와 이런 관계였던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특별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엔진분들을 위해서 무대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감도 좋은 쪽으로 있는 것 같아요. 부담감을 가져야지 자신에게 엄할 수도 있고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완벽하게 무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윤송이 / Assist. 신예정, 강경희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