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의 멤버 우지의 믹스테이프 발매를 기념하는 포토북 ‘The Thirteen Tapes(TTT)’ vol. 2/13의 출간에 앞서, 우지와 ‘The Thirteen Tapes(TTT)’의 제작에 참여한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미리 공개한다. 64페이지에 달하는 우지의 많은 사진들과 특전은 ‘The Thirteen Tapes(TTT)’ vol. 2/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지 씨의 믹스테이프가 나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Ruby’ 같은 곡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 같아요. 우지 씨는 감성적인 멜로디를 쓰는 작곡가인데 ‘Ruby’에서 리듬 중심으로 멜로디를 반복시키고, 좋은 가사를 쓰는 작사가이기도 한데 처음으로 전부 영어로 가사를 썼고요. 그리고 세븐틴의 보컬팀 리더인데 목소리를 이펙트로 가려놨어요.
우지: 제가 완벽하게 원했던 결과예요.가장 우지 같지 않으면서 가장 우지 같은 음악을 원했어요. 그래서 원래 있었던 우지의 장점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것들을 온전히 배제하고 정말 반대편에 우지를 보여주는 모습? 그렇지만 그것도 온전히 나의 모습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시도를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우지: 생각해보니까 이런 식의 개인 작업물을 내놓거나 하는 일에 집중해본 적이 많지 않았더라고요. 스스로도 도전해보고 싶었던 영역이었는데, 회사에서 제 곡을 기다리는 캐럿분들이 많다고도 말씀해주셔서 좋은 선물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과 저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 두 개가 같이 있어서 하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세븐틴에 있는 우지가 아니라 혼자 나오게 되면 뭘 할까?’ 이런 상상을 해봤는데 세븐틴은 다이아몬드잖아요. 그리고 캐럿들이 있고. 그래서 내가 혼자 나왔다고 해도 캐럿들이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다른 보석이 생각난 거죠. 가장 나답지 않지만 동시에 나다운, 강렬하고 거칠고, 확 매료시킬 수 있는 보석이기를 원했는데 그게 딱 ‘Ruby’였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래선지 가사도 우지 씨가 평소에 안 쓰던 스타일이에요. 단지 영어여서가 아니라 표현이 거칠기도 하고, ‘제로 콜라’가 필요하다고 하다가 ‘shit, this is red too’처럼 내뱉는 부분은 거의 안 쓰던 표현이라 놀랐어요.
우지: 시작부터 영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음악을 만들면서 어떻게 쓸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영어가 직관적이고 거칠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건 내가 좀 더 노력하더라도 전부 영어 가사를 쓰는 게 이 노래를 위한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어였으면 내가 하지 않았을 법한 말들인데, 다른 언어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뭔가 다른 세계의 나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보통 보석을 가사에 쓰면 상대방에게 '너는 루비 같아’, 이런 경우가 많을 텐데 이 곡은 화자를 루비에 빗대잖아요. 그것도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어서 신선했어요.
우지: 제 성격이나 가사에 어쩔 수 없이 제가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뻔한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너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가사는 좋아하지 않거든요. 공감은 가지만 뭔가 포인트가 꼭 살아 있어야 돼요.
곡을 만들면서 본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우지: 처음 만들 때부터 ‘가수 우지는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음악이기를 원했는데, 그 질문 하나를 계속 좇아가고 좇아가고 좇아가다 보니 목적지에 딱 이 곡이 있었어요. 전혀 아쉬움이 없는 걸 보면 이게 해답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확신은 어떻게 느낄 수 있나요?
우지: 곡 작업 마지막에 편곡하면서 아웃트로에 재즈 피아노를 넣었을 때 ‘이제야 완전히 완성됐다.’ 하고 느꼈어요.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예상 가능한 범위의 우지라는 인물과 전혀 반대되는 우지라는 사람이 한 노래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인트로는 오케스트라로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다 분위기를 반전하죠. 그걸 시작으로 음악을 쭉 끌고 나가는데, 아웃트로에서 아무 변주 없이 원래 구조대로 끝나는 게 아쉬운 거죠. 여기서 ‘가수 우지는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게 아웃트로에 한 번 더 나와줬으면 했는데, 재즈 피아노 편곡을 하고 나니까 ‘오! 됐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구간마다 급격하게 변하는 곡을 쓸 때 작곡하기는 어떤가요? 새로운 구간에 접어들 때마다 멜로디나 리듬이 급격하게 변하는데, 우지 씨가 지금까지 썼던 곡들이 기승전결을 점진적으로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반대예요.
우지: ‘온전히 음악이 되게 거칠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했었어요. 전개를 쌓아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툭툭툭 던지는 게 이 음악이랑 훨씬 잘 맞는 옷 같더라고요. 약간 본능적인 것 같아요. 원래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법한 방식이지만 ‘그냥 이게 맞는 것 같아.’ 하면서 그냥 툭 던져버리는. 로큰롤을 선택한 것도 ‘Ruby’라는 빨간 색감이 음악에 드러나기를 원해서였거든요. 본능적인 직감이었어요. 루비를 표현할 수 있는 사운드로 무조건 그거밖에 생각이 안 났거든요.
로큰롤 멜로디를 부르는 건 어땠어요?
우지: 굉장히 재밌었어요. 새로운 개척지를 밟은 느낌? 처음에는 조금 익숙지 않아서 연습하느라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녹음하게 됐을 때는 신이 나서 불렀어요. 리듬이나 악센트를 주는 포인트에서 정말 음악에 기대어 가는 느낌? 이젠 오히려 편해요.
다른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에 대해 발견하게 된 부분도 있나요? 이펙트를 쓰기도 했고, ‘제로 콜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다음 원래 목소리로 툭 하고 던지듯 부르는 부분처럼 새로운 시도가 많았는데요.
우지: 녹음할 때는 이펙트를 끈 상태로 녹음했고, 녹음을 마치고 믹스를 하면서 이펙트를 넣었어요. 이 노래를 완성했을 때부터 보컬에 이펙트를 꼭 넣고 싶었고, 이펙트가 딱 걸린 보컬을 듣자마자 혼자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해야 되나?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저 같으면서 저와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딱 한 부분만 이펙트를 안 쓰는 것도 제가 잘 안 쓰던 방식이었으니까요. 원래 부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인데, 그래서 진짜 재밌었어요.
그래서 결과물은 우지 씨 말대로 ‘가장 우지 같지 않은’ 곡인데, 각각의 요소들은 ‘가장 우지 같은 음악’이기도 한 것 같아요. ‘Ruby’의 재즈적인 요소는 ‘HOME;RUN’에서 해봤고, 록은 ‘Rock with you’뿐만 아니라 다른 곡에서도 꾸준히 했고, 오케스트라는 우지 씨가 전부터 애정을 드러낸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우지 씨의 서정적인 곡들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우지: 확실히 다 경험이 되었다고 봐요. 머릿속에서는 장르적인 개념이나 곡의 기초적인 것들이 있지만 만들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세븐틴의 음악으로 다양한 걸 정말 많이 하면서 공부해보고,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쌓아 올린 시간의 힘이 ‘Ruby’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생각해보니까 꼭 운명처럼, 이 곡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되게 본능적인 곡 같지만, 그 느낌을 내기 위해 장르와 장르를 연결하는 방법은 굉장히 치밀한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에서 로큰롤 기타로 바뀔 때 최대한 격렬하게 낼 수 있는 사운드를 내면서 기타로 넘어가고, 로큰롤에서 재즈로 넘어갈 때도 완전히 연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도 양쪽의 사운드가 서로 잘 맞춰져 있더라고요. 악기 간의 음정과 음색을 맞추고 연결하는 데 실험을 많이 해보셨을 것 같아요.
우지: 실험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음정 맞추는 게 다른 악기로 완벽하게 전환되면서 이어져야 하니까 출발하는 악기의 끝나는 음정과 새로 시작하는 악기의 첫 음정 밸런스도 맞췄어야 됐어요. 그런 디테일한 시도들을 며칠에 걸쳐서 굉장히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상상에서 시작했던 부분들이 있어 만들면서도 구현이 되려나 싶긴 했었어요. 변화하는 구간의 편곡에서 좀 부딪히는 악기들이 쓰여서 가능할까 했고, 몇 번 좀 실패도 했고요. 근데 하다 보니까 실패는 또 성공의 어머니라고(웃음) 방법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인트로에서 끌고 가다 한 번에 변화하는 방향을 찾았고, 후반부 재즈 피아노도 처음엔 곡에 안 맞고 붕 떴는데, 계속 해보니까 잘 결합하는 밸런스를 맞추게 됐어요.
세븐틴의 음악 안에는 수많은 장르를 넣게 되니까, 프로듀서는 여러 장르의 특질을 빨리 파악해야겠어요.
우지: 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정말로. 요즘도 신곡들을 계속 듣고 음원 서비스에 들어가서 내가 절대 눌러보지 않을 법한 그런 항목들을 눌러서 절대 듣지 않을 법했던 음악들도 가끔씩 찾아 들어요.마냥 가진 것으로만 승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계속 조금 더, 더 좋은 걸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일할 때는 본능적으로 해도 머릿속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수십 번씩 음악을 체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본능적인 감각과 이성적인 계산이 함께해야 하는데, 처음 곡을 만들 때의 작업 방식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우지: 단순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면, 드럼부터 찍기 싫은 날. 그런 게 있어요. 오늘은 드럼 소리부터 듣고 싶지 않은, 신스로 만든 베이스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그런 날. 곡을 쓸 때 거의 80%가, 그러고 싶지 않은 날 쓰게 돼요. ‘Ruby’를 처음 만들려고 했던 날도 기타를 치고 있는 기태 형(프리즘필터)이랑 범주 형하고 같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그 노래는 실패를 하긴 했는데, ‘Ruby’를 처음 만들자고 할 때도 감성으로 승부를 보자고 어쿠스틱 악기 한 대로 시작한 거죠. 어쿠스틱 악기로 음악을 만들더라도 후반 작업은 결국 PC로 해야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의 감성이 중요한 영역인데, 어쿠스틱 악기는 그 부분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범주 씨와 프리즘필터 등 같은 뮤지션들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 같은 사람들과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만들 때의 장점은 뭘까요?
우지: 가장 큰 장점은 ‘호흡이 좋다.’겠죠. 맞춰온 호흡이 좋다 보니까 서로 원하는 부분도 너무 잘 알고, 서로의 성향도 잘 알고, 기량도 잘 알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더 좋은 결과물들이 나와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같이 일하는 음악 동료가 많다는 건 정말 좋은 부분인 것 같아요. 혼자서 다할 수 없기 때문에 팀원들과 있는 게 아니라, 혼자 다할 수 있어도 이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모르던 걸 더 알아가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진짜 숨김이 없어요. 서로 별로면 별로라고 얘기하고 좋으면 좋다고 얘기하고 다시 해보면 다시 해보자고 얘기하고. 믹스도 프리즘필터가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많게는 20회, 30회까지도 수정을 하거든요. 외부와 작업할 때는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들까지 서로가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각자 더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는 부분이 참 좋죠.
그런 많은 곡들과 시도 사이에 담긴 우지 씨 곡의 정체성이란 뭘까요?
우지: 말로 하기 진짜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내 곡이 주인이 정해져서 태어나는 음악이라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만들어질 때부터 누가 부를지 정해져 있는 음악이잖아요. 정말 다양하게 이 장르, 저 템포, 많은 콘셉트를 드나들지만 결국 세븐틴이 했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게 저 스스로도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세븐틴을 위한 곡과 솔로 곡을 만들 때의 차이가 있었나요?
우지: 팀에서 프로듀서를 담당할 때는 음악을 만들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객관화가 좀 잘된 편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이게 더 멋있다, 이게 더 맞다 같은 것들. 그런데 솔로 곡은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스스로 객관화가 조금 흐려지더라고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조언도 많이 얻고 도움도 많이 받았죠.
우지 씨보다 먼저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호시 씨는 ‘Ruby’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었나요?
우지: 호시가 먼저 물어봤어요. 곡 나왔냐고. “어느 정도 완성됐는데 한 번 들어볼래?” 하고 들려줬는데 너무 좋다는 말까진 기대하지 않았어요. 물론 아쉽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겠지만.(웃음) 다만 “확실히 너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냥 “우지 음악 같다.”라는 말,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얘가 듣자마자 “이거 완전 너 말고 아무도 못 하겠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완전 너 음악 같아. 좋아.” 이렇게 얘기해줘서 성공한 느낌이었어요.
반면에 세븐틴의 음악을 만들 때는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세븐틴의 음악을 만드는데, 음악을 만드는 입장이 달라지겠어요.
우지: 제가 플레이어로서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있고, 음악의 방향이나 완성도에 맞춰 플레이어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도 있는 입장이잖아요. 그 두 가지 시야를 다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에는 멤버들의 녹음 시간도 예전에 비해서 굉장히 짧아졌다고 했는데, 이젠 멤버들의 특성을 거의 다 파악한 상태에서 보컬 디렉팅을 하잖아요. 요즘에는 어떤 식으로 주문을 하세요?
우지: 요즘에는 멤버들이 먼저 물어봐요. “어떤 식으로 부를까?” 하고 물어보면 제가 곡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표현 방식 같은 걸 설명해줘요. “너 목소리로는 조금 더 거칠게 부르면 돼.”, 아니면 “너 목소리로는 힘을 조금 빼고 부르면 될 것 같아.” 정도의 간단한 디렉션만 주고 녹음 들어가서 몇 번씩 불러보죠. 전하고는 확실히 달라진 게, 몇 번 불러보다 보면 이 친구에게 가장 어울리는, 그러니까 이 노래를 가장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모양새가 빨리 보여요. 그래서 그쪽으로 맞추는 것 같아요. 원래 원했던 것과 조금 틀어져도, 가수로서 저 사람이 조금 더 표현을 잘할 수 있으면 방향을 그쪽으로 맞추는 게 자연스럽게 달라진 점 같아요.
그런 소통과 판단을 계속 하는 입장인데, 그만큼 주고받아야 할 연락도 많고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아요. 힘들지는 않나요?
우지: 안 힘들다고 하냐면, 아예 안 힘든 건 아닐 거예요. 근데 저는… 캐럿분들이 믿어주시고 멤버들도 믿어주고, 같이 음악 만드는 다른 분들도 믿어주잖아요. 사람이 살면서 내가 자신 있게 ‘난 이걸 하는 사람이야.’라고 딱 한 가지 잡고 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음악이에요. 오히려 인간으로서 저를 더 성장시켜준 게 지금 제 역할인 거 같아요. 내 의견만 중요하다거나 한 게 아니라 남의 의견도 잘 듣고, 무엇이 맞는 것인지 판단하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그리고 일적인 부분만 벗어나면 멤버들이 너무 가족처럼 있기 때문에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그냥 막 너무 좋고 재밌는 애들이기 때문에.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우지: 그래서 운동을 많이 했어요. 애초에 취미도 악기 배우기처럼 다 음악과 관련된 취미밖에 없었어요. 근데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일이 돼서, 의도치 않게 운동을 좀 많이 하게 되네요. 그 전에는 자거나 먹는 시간 빼면 내가 나를 챙기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매일 운동을 하다 보니까 내 시간을 챙기게 되더라고요. 건강도 찾고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좋은 시간도 되고요. 운동할 때는 성공적으로, 별 생각을 안 하게 되거든요. 잠시 일과 떨어지는 상태인 거죠.
일과 떨어져 혼자 있는 우지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우지 씨의 감성이 두드러지는 가사로 ‘포옹’, ‘겨우’, ‘소나기’가 꼽히곤 하잖아요. 그리고 ‘어떤 미래’가 있고. 그런데 그 곡들이 모두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에 감정을 떠나보내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미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 모든 게 난 다 꿈일 거라고’로 시작하고요.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감정을 정리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지: 그게 제가 갖고 있는 본연의 것 중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딘가 모르게 연약하고, 소심하고, 그러니까 어릴 때 저 보는 것 같은 느낌? 진짜 제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어릴 때 나라고 하셨는데, 어떤 소년이었나요?
우지: 일단 말이 많이 없었고요. 이렇게 나서서 막 얘기도 잘 못했고 뭐든지 혼자 잘 참았고…. 그냥, 어렵고 힘들고 아프고 그랬던 경험들 속에서 혼자 참은 게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누가 참으라고 하는 것도 없고, 안 참는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었을 텐데 혼자 많이 참아왔던 거 같아요.
그런데 많이 참으면서 결국엔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포옹’에서 ‘오늘 하루도 힘들었을 너에게 말해줄래’라는 가사나 캐럿과 함께 만든 ‘태어나줘서 고마워’도 캐럿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전해요. 캐럿들 전부에게 당신은 사랑받고 있고,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해주잖아요.
우지: 저도 질문을 들으면서 너무 신기하지만, 그냥, 그냥 답이 딱 하나인 것 같아요. 그냥 나여서. 그냥 제가 쓰는 가사여서 너무 당연하게 그렇게 담기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가사부터 생각이 났을까?’라고 할 만한 가사들이 많은데, 솔직히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냥, 제 온전한 원래 모습이 담겨서 그런 거 아닐까요?
본인이 그런 사랑을 또는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지는 않나요? 본인이 표현하는 사랑처럼 사랑 받고 싶은.
우지: 너무 좋은 말이네요. 그런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더 상대방을 생각하게 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사랑의 많은 부분을 세븐틴이라는 팀을 통해서 멤버들이나 캐럿들에게 받고 있는데, 그만큼 세븐틴이라는 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거 같아요.
우지: 멤버들하고 우스갯소리로 항상 그런 얘기를 하긴 해요. “다음 앨범이 제일 중요하잖아, 우리.” 그걸 멤버들이 그냥 하는 말로 생각하지 않아요. 잊고 살 때도 있지만, 우리가 정말 대단한 팀이라는 걸 한 번씩 되새김질하고 있어요. 성적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13명이 연습생 기간까지 하면 정말 이렇게 오랜 기간을 봤는데 사이 한 명 틀어지지 않고, 전부 재계약까지 하고,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게 잘 지낸다고? 그게 우리가 대단한 팀인 이유라고 생각해요. 어제 또 연습이 있었거든요. 근데 애들이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마냥 웃게 됐어요. 몇 년을 같이 살고 봐도 사소한 장난을 계속 하면서 웃고 있는 걸 보면 ‘참 우리 팀 진짜 서로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계속해요. 이런 소중함을 저희가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더 중요해지는 앨범도 무너지지 않고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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