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는 자신이 퍼포먼스를 소화한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다가도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에 아기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무대에 대한 욕심만큼 칭찬도 듣고 싶고, 형들과 지내는 게 즐거우면서도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하는 17세 소년이었다. (2021년 12월 촬영) 

올해 한 번도 형들이랑 같이 안 잤다고 들었어요.(웃음) 

니키: 네.(웃음) 옛날부터 동생을 껴안고 자는 게 습관이 돼서 ‘I-LAND’ 때부터 계속 보디 필로나 형들을 안고 잤었는데, 스케줄이 바빠지다 보니까 형들이 힘들어 하기도 하고, 저도 이제는 혼자 자야되겠다 싶더라고요. 막상 해보니까 혼자 자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이젠 그런 습관 고쳤습니다.(웃음)


장난치는 것과 공놀이 좋아하는 모습은 여전해요.(웃음)

니키: 형들에 비해 제가 체력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형들이 되게 잘 받아줘서 재밌기도 하고요. 보통 공놀이를 안무 연습하기 전에 자주 하는데, 스트레칭하면서 몸 푸는 것처럼 연습 전에 공놀이를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게 루틴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재밌게 놀고 나면 에너지가 올라오거든요.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활동이 니키 씨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숙소에서 샌드백도 친다던데.

니키: 맞아요. 집에서 눕는 것도 좋지만 저는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뭔가 답답하거나 움직이고 싶을 때 한 번씩 샌드백을 치고 있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더라고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보니 니키 씨의 페이스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니키: 그래서 숙소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샤워를 되게 길게 하거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좀 가지고 있어요. 그래야 다음 날 스케줄도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제가 노는 걸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시끄러운 편인데, 혼자 있을 때는 되게 조용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EN-loG’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때와 제이크 씨랑 야구할 때 그런 상반된 모습이 드러나더라고요. 꽤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어요.

니키: 누가 시키거나 따로 배운 건 아닌데, 어릴 때부터 그림이나 사진 같은 예술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사진을 옆에 두고 따라 그리거나 하면서 취미 삼아 그림을 그렸는데, ‘EN-loG’ 때는 붓을 사용한 건 처음이라 사실 막 그린 거예요. 아직은 관련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좀 더 노력해서 나중에는 더 예술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림 제목을 ‘무’라고 지은 게 기억에 남아요. 평소에 감수성을 돋우는 책이나 작품들을 좀 보는 편인가요?

니키: 책은 제가 살면서 끝까지 읽은 적이 없어요.(웃음) 저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는 건 좀 답답하고, 보통 무대나 활동하는 데 영감을 받기 위해 드라마나 영화, 예능 같은 콘텐츠들을 안 가리고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지난번 타이틀 곡 퍼포먼스는 럭비를 활용한 콘셉트여서 하이틴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얼마 전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 무대에서도 색다른 럭비 퍼포먼스를 선보였어요. 공 컨트롤을 위해 연습에 신경을 많이 썼겠더라고요.

니키: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무대다 보니 ‘모 아니면 도다.’라는 생각으로 했어요.(웃음) 근데 워낙 연습을 많이 해서 연습한 만큼은 나올 거란 자신감이 있었죠. 선우 형이랑 마술처럼 공을 다루는 부분은 공에 끈을 붙여서 돌린 거였는데, 타이밍이랑 박자도 맞춰야 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해낸 건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사녹’ 덕분에 잘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렇게 리스크 요소가 있는 무대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어요.


연말 무대에서 소품을 사용하고 평소 잘 쓰지 않는 움직임을 활용한 인트로의 솔로 퍼포먼스나 크럼프, 올드 스쿨 등 여러 장르를 접목시킨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건 어땠나요?

니키: 너무 재밌었어요. 그냥 춤으로만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멋있지만, 이렇게 소품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동작이나 콘셉트와 같이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것을 제가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잘해내고 나면 제 실력이 한층 올라간 기분이 들거든요. 제 춤의 매력을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2021 NEW YEAR’S EVE LIVE’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인 솔로 퍼포먼스에서 혼자 춤으로 스토리텔링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이 느껴졌어요. 

니키: 작년에는 아무래도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딱 주어진 안무만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노래에 맞게 안무에 몰입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전달력에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괴로운 모습을 나타내는 퍼포먼스였거든요.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감정적으로 춤을 추면서 보시는 분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럼 이번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 곡 ‘Blessed-Cursed’ 퍼포먼스에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니키: 개인 파트에서 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단체 칼군무요.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안무인 만큼, 이번 노래를 통해 ‘ENHYPEN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멤버들의 움직임이 하나처럼 보이게 동작과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희 노래 중에서 이렇게 힙하면서도 옛날 스타일의 춤 느낌을 살리는 건 처음인데, 지금까지 해온 것 중에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좋아요. 벌스에서 제가 혼자서 이끄는 퍼포먼스도 자세히 보면 안무가 옛날 스타일과 요즘 스타일이 섞인 느낌이라 좀 특이하거든요. 근데 그게 제 몸이랑 되게 잘 맞아서 춤 스타일을 잘 살리면서도 저의 춤 선이 매력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옛날 스타일의 춤을 받아들이는 데 ‘KBS 가요대축제’의 ‘Legend of K-POP’ 커버 무대 경험이 도움이 됐겠네요. 노래와 춤이 니키 씨에겐 특히나 더 생소했을 텐데.

니키: 맞아요. 일단 제가 모르는 곡이 되게 많아서 원곡자 분들의 영상을 많이 보며 연구했는데, 뒤로 갈수록 춤들이 요즘 스타일로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초반 곡들은 지금의 춤 스타일과 완전 달라서 좀 충격이었어요. 박자를 잡는 포인트도, 몸의 라인을 쓰는 방식도 다른데다 사소한 디테일이 엄청 많아서 어렵기도 했는데, 저는 오히려 옛날 춤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파트마다 원곡자의 색깔과 포인트에 저의 움직임을 맞춰서 연습을 했고요.


‘I-LAND’ 때 테스트 곡이었던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 추기도 했는데, 전에 연준 씨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한 말이 이루어진 사이 그만큼 퍼포먼스적인 성장이 느껴진 무대였어요.

니키: 옛날에 했던 말이 현실이 되니까 너무 신기했어요.(웃음) 선배님들 모두 너무 잘 챙겨주시고 연습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했고, 무대에 대한 열정과 춤의 디테일을 잡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제가 ‘I-LAND’ 때는 무대에 선다는 의미와 중요성을 잘 모르는 상태여서 굉장히 부족했는데, 그때 이후로 1년 동안 무대를 서보면서 경험한 만큼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훨씬 아티스트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니키 씨의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결과가 올해 연말 무대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느낌이에요.

니키: 작년 연말 무대에서는 엄청 떨고 긴장했었는데, 그 후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을 잘 살려서 이번에 꼭 실력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거든요. 게다가 이번에는 대면으로 무대를 한 곳도 많아서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춤을 췄고요.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들도 많아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지만, 사실 제가 무대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편이라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 더 레벨업한 무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컬 실력도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목소리의 저음과 고음의 차이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니키: 엔진분들이 ‘모 아니면 도 (Go Big or Go Home)’ 때 제가 랩 했던 목소리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저음 파트에서는 그 느낌과 비슷하게 낮은 음을 차분하게 섞으면서 부르려고 하는 편이에요. 음이 살짝 높은 파트는 가사의 포인트에 맞춰서 내는 느낌이 좀 더 중요한 것 같고요. 아직 성장 중인 단계라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올해 일본 데뷔 후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니키 씨에게 특별하게 다가왔겠어요.

니키: 이렇게 빨리 일본에서 데뷔를 하게 될지 몰랐는데, 기분이 이상하고 신기했어요. 일본에서 저희를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아무래도 팀을 대표해서 나서야 했던 자리가 많았다 보니 부담감이 좀 있었나 봐요.

니키: 아, 많이 있었죠. 일본 멤버가 저밖에 없다 보니 ‘멤버들을 잘 이끌어줘야겠다.’라는 생각도 많았고, 종종 방송에 혼자 나갈 때도 너무 부담됐었는데(웃음) 그만큼 성과가 좋게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ENHYPEN 멤버로서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워요.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던가요?

니키: 동생은 아직 아기여서 뭘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저희를 아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듣긴 했어요.(웃음) 얼른 상황이 좋아져서 직접 가서 저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팬 미팅 ‘EN-CONNECT : COMPANION’에서 가족들이 그립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요. 가족이 가장 보고 싶을 때가 언제예요?

니키: 가끔씩 스케줄이 힘들 때 가족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요. 일본에서는 제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옆에 항상 부모님이 계셨는데 지금은 떨어져 살다 보니 너무 그리워지더라고요. 휴가 때도 형들은 본가에서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니까 조금 외로워져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빈자리를 멤버들이 많이 채워주고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생일 때 멤버들이 옆에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멤버들이 옆에 있으니까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얘기한 게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니키: 형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평소에도 늘 저를 잘 챙겨줘서 되게 고마워요. 제가 어떤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면 형들이 다 받아주는 것도 너무 고맙고요. 그리고 형들마다 저랑 하나씩 맞는 포인트가 꼭 있어서 같이 생활하는 것도 너무 즐거워요. 예를 들어 선우 형은 이야기를 같이 나눌 때가 재밌고, 제이크 형은 운동 같은 취미나 사소한 의견이 잘 맞아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편한 형이에요.


생일 기념 브이라이브에서 멤버들 없이 처음으로 혼자서 방송을 진행했는데, 새삼 언어도 진행 능력도 많이 늘었어요.

니키: 생각해보니 제가 한국에 온 지 2년 반 정도 됐거든요. 언어가 어려워서 한국에 온 게 불안했던 때가 있었는데 많이 성장하긴 한 것 같아요. 혼자서 브이라이브를 한 건 처음이라 낯설게 느껴져서 처음엔 긴장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까 너무 편했어요. 심지어 뭔가 혼자 하는 게 더 편한 느낌이.(웃음) 멤버들과 다같이 했을 때는 각자 자기 말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웃음) 혼자서 하니까 더 집중해서 엔진분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특히 저에 대해서 얘기하는 댓글을 읽으면서 대답해주는 게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팬 사인회에서 엔진분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니키 씨의 멘트에 대한 반응도 많던데요.(웃음)

니키: 아하하, 제가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하다 보니까 ‘아,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시는구나.’를 점점 느껴서.(웃음) 저희를 정말 좋아해주시고 보고 싶어 하신 분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와주시는 거잖아요. 그만큼 저도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재밌게 해보려고 해요. 짧더라도 최대한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성인이 되고 싶다고 자주 얘기하던데, 니키 씨가 빨리 성인이 되고 싶어 하는 건 어떤 이유인가요?

니키: 형들이 한 명씩 성인들의 무리로 들어가고 있는 게 너무 부러워서요.(웃음)


훌쩍 크는 니키 씨의 모습을 보며 아쉬워하는 엔진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웃음)

니키: 안그래도 제가 얼마 전까지도 성장통이 되게 심했고 1년 사이에 또 많이 커서 엔진분들이 좀 놀라신 것 같은데.(웃음) 특히 제가 밝은 머리색을 하다가 키가 더 크고 나서 이렇게 흑발을 하니까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I-LAND’ 때도 흑발이긴 했는데 저도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되게 많이 컸구나.’라고 느끼거든요.


내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까요?

니키: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평소에 안 느꼈던 부분들을 요즘에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사춘기 때 엄마랑 되게 많이 싸웠는데, 이제 같이 못 지내다 보니 가족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느끼고, 뭐든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렇다면 2021년도 17세의 니키 씨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니키: 아직은 ‘아기아기’하고, 퍼포먼스 쪽도 아직까지는 너무 부족하고, 그래서 더 배워야 할 게 많은 사람이요. 올해 되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으니까 잘 살려서, 내년에는 더 성장해서 멋진 아티스트가 될 거예요.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강혜원 / Assist. 장기평, 윤치호, 신용욱, 양지원
헤어. 김소희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