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의 음악에서 여백은 그가 음악으로 그려내는 풍경의 중요한 장면이다. RM과 뷔가 공동으로 작업한 ‘네시(4 O'CLOCK)’의 가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새벽 녘이 밝아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풍경’은 ‘그대’와의 ‘찰나’를 미처 담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Sweet Night’에서는 청자와 함께했던 순간이 바닷가와 배의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그 장면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것이다. 누군가 걸어 들어와야 비로소 완성될 이 풍경화를 반영하듯, 뷔의 음악은 종종 듣는 이가 젖어들 수 있는 순간들을 마련한다. ‘풍경’의 후렴구 멜로디는 가사 한 음절씩의 울림을 간결하게 전하며 노래 속에 애잔한 공간을 만들고, ‘Sweet Night’에서 1절과 2절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질 만큼 선형적인 구성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지 않고 흩어지면서 애틋한 마음을 멀리 전파하며 끝난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뷔의 음악은 그렇게 누군가의 부재가 주는 상념을 공감각적인 이미지로 그려낸다.
“영화의 OST를 들으면 그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아미들이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를 보지 않더라도 저절로 상상하게 되기를 바랐어요.”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뷔가 ‘풍경’에 대해 한 말은 그가 음악 작업을 주도하는 아티스트로서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풍경’에는 그의 아이디어에 따라 바람 소리, 풍경(風磬) 소리, 눈 밟는 소리, 필름 카메라의 셔터 소리처럼 구체적인 공간과 행동을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삽입됐다. 이는 ‘I still wander wander next story’라는 가사의 내용과 어우러지면서 상대방의 모습을 담기 위해 돌아다니는 화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뷔는 ‘Sweet Night’에서도 “그리움”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어쿠스틱한 악기들의 활용과 휘파람 소리의 삽입을 제안했고, 곡 제목처럼 “달콤한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틀에 박히지 않은 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벌스 - 프리코러스 - 코러스로 이어지는 대다수 대중음악의 구성과 달리 유유히 흘러가는 듯한 멜로디를 썼다고 밝혔다. 뷔가 주도한 작업물들은 일상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을 가사, 멜로디, 사운드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한 결과물이다. 그의 말처럼, 음악으로 찍은 영화이기도 하다.
뷔의 영화 속 화자는 종종 상대방과 단절된 상태에 놓인다. ‘발자국 남기고 떠나가시면’이라는 ‘풍경’의 가사는 청자와 함께하는 상태가 지속될 수 없음을 암시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에 가까운 ‘Winter Bear’에서 묘사되는 대상 역시 잠들어 있기에 대화할 수 없다. ‘Sweet Night’ 또한 제목과는 달리 베개 위에서 홀로 잠들지 못하는 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움을 좋아해요. 그리움은 제가 혼자 있을 때의 생각들을 예쁘게 만들어줘요. 이 그리움은 공연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멤버들을 향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애틋한 마음일 수도 있는데 그런 예쁜 마음들이 하나씩 모여서 곡이 돼요.” 뷔의 말처럼 이 단절은 그리움에 기반하고 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이나 찰나의 온기가 유발하는 작은 반짝임을 끊임없이 붙잡고 싶어 하는 그리움. 소리와 가사의 결합을 통해 마치 영화처럼 순간을 그려내는 뷔의 음악은 변화하는 시공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상대방의 부재를 그리워하고 고민하는 일관된 마음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떼쓰고 싶어 하는, 아직 성장 중인 청춘의 울부짖는 감정을 표현하려 했어요.” 뷔는 후렴구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첫 솔로 곡 ‘Stigma’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언급한 내면의 성장통은 ‘Stigma’에서 ‘되돌릴 수 없는 깨진 유리 조각’처럼 직접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후 뷔가 앨범 활동과 별개로 발표한 ‘네시(4 O'CLOCK)’나 ‘풍경’은 상처 입은 내면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는 ‘Winter Bear’나 ‘Sweet Night’ 같은 곡에서 잠들었거나 곁에 없는 상대방에게 독백을 건네는 것으로 이어졌다. ‘Inner Child’가 힘들었던 지난날의 자신을 소년으로 객관화하거나, ‘Blue & Grey’가 우울한 심경을 색채에 비유하며 스스로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 역시 감정에 대한 일종의 거리두기와 극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뷔는 “‘Stigma’의 그 청춘이 ‘Singularity’와 ‘Inner Child’를 거치면서 성장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뷔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자작 곡 ‘Snow Flower(feat. Peakboy)’가 가장 직접적인 대화의 형식으로 상대방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뷔가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음악 속 화자들은 감정에 충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에서 외부로 시선을 점차 돌리고, 상대방과 단절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그리움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스스로의 고통을 객관화하면서 점차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뷔의 “그리움”은 결국 청춘이 경험해온 고통이나 특정한 순간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제 곡 중에서 음원으로 나온 곡들은 한창 어릴 때의 마음으로 쓴 노래들이 많아요. 지금의 이 음악이 어릴 때의 저를 다독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살아가면서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또 그 시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프로듀싱해온 피독 프로듀서의 말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뷔의 음악적 여정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그는 뷔가 ‘네시(4 O’CLOCK)’의 초안을 들려준 순간을 회상하면서 “‘아, 이 친구가 이제 자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잡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피독 프로듀서는 뷔의 중요한 음악적 분기점으로 ‘풍경’을 이야기했다. “그때부터 뷔가 믹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음악을 많이 모니터링하고, 본인이 의도하는 방향이나 정서가 명확해졌다는 거죠.” 뷔와 ‘Winter Bear’, ‘Sweet Night’ 등의 곡에서 협업한 히스 노이즈 프로듀서 역시 “좋은 음악이 나오려면 음악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뷔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히스 노이즈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Winter Bear’가 곡 전체의 절반 가량이 보컬 없이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이 된 것 역시 “뷔의 정서를 보여주는 곡”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앨범 수록 곡과는 다른 결에 있는 곡인 만큼 음악적으로 좀 더 풀어보고 싶었고, 뷔도 좋아했어요.”
히스 노이즈 프로듀서는 ‘Sweet Night’를 작업할 당시, 뷔가 갖고 있는 특유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운드적인 요소에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Sweet Night’의 허밍 파트의 뒤에 깔리는 벨 소리는 “밤하늘의 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I’m wondering, are you my best friend’로 시작되는 파트에 깔리는 스트링은 노래의 쓸쓸하고 외로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일반적인 발라드 음악에서는 스트링을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편인 것 같은데, 이 노래에서는 스트링을 단출하게 표현하는 게 감정적으로 더 어울린다고 느껴져서 삼중주(String Trio)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특히 히스 노이즈 프로듀서는 ‘Sweet Night’에 대해 “음악적인 요소에 대한 의견과 주제 모두 뷔가 주도한 결과물”이라면서, “물론 앨범 작업에서도 아티스트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지만 특히 ‘Sweet Night’처럼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아티스트의 취향이 프로듀싱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쳐요.”라고 말했다.
뷔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에서 선보인 ‘Stigma’와 ‘Singularity’를 시작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줬다. “‘Singularity’는 퍼포먼스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여백 없이 음절이 꽉꽉 채워진 곡이 됐어요. 퍼포먼스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곡이 됐을 거예요.” 뷔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수록되는 곡들은 퍼포먼스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Singularity’는 소울 스타일의 보컬과 느릿한 비트 속에서도 목소리의 강약을 통해 최대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퍼포먼스가 가능한 곡으로 만들어졌다. 피독 프로듀서는 “당시 뷔가 R&B나 소울 장르의 음악을 선호하기도 했고, 뷔가 가진 로우 톤 베이스의 감미로운 보컬도 그런 장르와 잘 어울렸기 때문에 했던 도전”이라면서 “‘Singularity’ 같은 곡은 리듬을 레이백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서 그루브가 굉장히 어려운 노래예요. 무엇보다 감성적으로 끈적끈적한 느낌을 살려야 했기 때문에 조명을 다 끄고 녹음하기도 했었죠.”라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반면 뷔는 ‘풍경’이나 ‘Winter Bear’, ‘Sweet Night’처럼 그룹 활동과 별개로 발표한 곡들을 녹음할 때는 “여백”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곡들에서는 음절을 많이 넣지 않으려 했어요. 여백이 있을 때 더 잘 표현되고 완성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풍경’이나 ‘Winter Bear’, ‘Sweet Night’에서 뷔의 보컬은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가사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 결과, 뷔의 목소리는 ‘Singularity’와 ‘Stigma’에서 보여준 뷔 특유의 어둡고 낮은 저음과는 달리, 독특한 음색 속에서도 소년의 여린 감성을 담는다. 피독 프로듀서는 뷔가 자신의 목소리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해 “특별한 디렉팅을 하기보다 가사 하나하나의 의미나 감정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어요. 뷔가 작업한 곡들은 본인의 감성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그런 좋은 감수성을 살리려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뷔의 보컬은 곡의 방향과 목적에 따라 그 연출을 달리하고, 특히 개인적인 정서를 담은 곡에서는 음악이 그려내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이정표가 된다.
‘Stigma’로 첫 번째 솔로 곡을 발표한 이래 뷔가 만들고 부른 곡들은 그가 방탄소년단의 멤버이자 김태형으로 살아가는 동안 겪었던 굴곡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방식이면서, 과거에 겪었던 단절의 아픔을 오랜 시간을 거치며 돌아본 후 그리움의 필터를 통해 표현하는 과정이자 성장이다. 그 사이 뷔의 음악은 첫 소절에 등장하는 그의 저음을, 음악으로 대본을 쓰고 연출한 것 같은 영화와도 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슬픔과 정화 사이 어딘가의 복잡한 감정으로 만드는 독특한 감성이 담긴 구성을 통해 자신만의 색채가 분명한 아티스트의 길을 냈다. 뷔의 가장 최근작이자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OST로 발표된 ‘Christmas Tree’는 뷔가 가창에만 참여했다. 하지만 이 곡은 ‘Christmas Tree’의 남혜승 음악감독이 뷔의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뷔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그 결과 뷔가 “남혜승 음악감독님이 저를 두고서 직접 그렇게 쓰셨다고 해서 정말 감사하기도 했고, 그 몇 곡을 들으신 걸로 제 스타일을 다 이해해주셔서 그것 또한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할 만큼 뷔가 기존 곡들에서 보여준 감성과 맞닿은 곡이 탄생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곡 수가 늘어난 뷔만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느새 다른 뮤지션들이 뚜렷하게 그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고유의 색채가 되어 풍경(風磬) 소리처럼 퍼진다. 아티스트가 된 소년의 초상이다. 굴곡진 상처도, 상처를 덮은 그리움도 목소리에 담아 고운 그림으로 그려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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