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을 때 잠깐의 고민 후에 한 땀 한 땀 이어진 카즈하의 답변에는 “더 높이”를 향한 무한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보낸 첫 생일은 어땠어요?

카즈하: 방에 있다 노크 소리를 듣고 나왔더니, 멤버들이 모두 모여서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해줬어요. 그날은 다 같이 미역국도 먹고, 무서운 드라마도 보고 이야기하다 잠들었어요. 멤버들이 가족처럼 제 생일을 축하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멤버들과 만난지 1년도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친해졌어요?

카즈하: 사실 처음에는 멤버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부터 용기가 필요했는데, 데뷔 후에는 말하는 것에 대한 긴장이나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멤버들이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니까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자체 콘텐츠 촬영을 할 때는 제가 좀 틀리게 말하더라도 멤버들이 잘 살려서 웃기게 받아주기도 하고요. 그냥 웃기게만이 아니라, 그 상황을 예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자체 콘텐츠 촬영은 좀 어때요? 사람들이 카즈하 씨에게 타고난 ‘웃수저’라고들 하던데.(웃음) 

카즈하: 자체 콘텐츠 촬영을 할 때는 뭔가를 생각하면 안 돼요.(웃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웃음) 저는 ‘LENIVERSE’ 촬영을 제일 좋아하는데, 특히 최근에 공개된 ‘핌시방에서 생긴 일’ 에피소드가 진짜 웃겼어요. 꾸라 언니는 오늘도 대기하면서 그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드라마에서만 보던 PC 방에 실제로 가본 적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는데, 제가 게임을 잘 못해서 좀 답답하긴 했어요.(웃음) 

 

콘텐츠 촬영도 제법 익숙해졌나 봐요. 카메라 앞에서 나를 표현하는 게 좀 자연스러워졌나요?

카즈하: 촬영할 때마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해보는 콘셉트로 촬영할 때는 늘 어렵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표정 연습을 하면서 흉내를 내보기도 했는데, 흉내를 내면 결국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콘셉트든 자기에게 어울리는 표현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도 ‘이건 내 표현이야.’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요?

카즈하: ‘ANTIFRAGILE’의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라는 부분은 멤버들도 듣자마자 바로 “여기는 즈하 파트다.”라고 얘기했어요.(웃음) 저만 할 수 있는 안무나 표현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 같은 가사도 있잖아요.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더 높이 가줄게 /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라는 가사도 ‘FEARLESS’의 “올라가 next one”에서 이어지는, ‘충격을 받고 더 높이 가겠다.’는 예전보다 더 강해진 메시지가 담긴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공감되고 ‘나의 이야기’라고 느낀 건 어느 곡이었어요?

카즈하: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요. 실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인데, 물론 저도 실수를 하고 나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힘들긴 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심플하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제 실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저 혼자만 힘들어 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미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카즈하 씨의 목소리로 직접 부르고 있는 거네요.

카즈하: 데뷔 전부터 아이돌은 ‘긍정적인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일을 제가 직접하고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이제는 제가 아이돌이 되어서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저도 예전에는 팬분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똑같아요.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한다기보다는 그냥 같은 시선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발레 동작을 활용한 안무도 정말 카즈하 씨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에요.

카즈하: 팀 퍼포먼스에서 제가 이런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이에요. 아직까지는 제가 발레를 할 수 있는 시기니까 ‘할 수 있을 때 더 보여주자.’라는 생각에 퍼포먼스 디렉터님과 얘기해서 안무에 발레 동작을 넣게 됐어요.

 

아직 발레에 익숙한 움직임들이 몸에 묻어 있을 텐데, K-팝 안무를 소화하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

카즈하: 발레를 할 때는 흐름에 맞게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는데, K-팝 안무에서는 순간적으로 짧고 센 힘을 써야 해서 어려워요. 특유의 ‘느낌’을 살리는 것도요. 그래도 둘 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어요.

 

‘ANTIFRAGILE’ 안무는 좀 어땠어요? 힙합 리듬이 강해서 박자 맞추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카즈하: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너무 빨라서(웃음) 디테일을 신경 쓸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빠른 박자 안에 있는 동작들을 다 해야 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FEARLESS’보다 더 디테일하게 맞춰야 할 각도나 타이밍이 있어서 단체 연습도 정말 많이 했고요.

 

요즘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퍼포먼스 연습을 하려고 해요?

카즈하: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춤이다 보니, 계속 연습하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연습하면서도 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계속 확인해요. 옛날에 찍었던 연습 영상을 지금 보면 너무 못했다고 느끼는데, 아마 몇 개월 뒤에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똑같이 느낄 것 같아요. 그래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봐야 나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잖아요. 당연히 힘들 때도 있지만 ‘그냥 조금 더 해보자.’는 마인드로 계속 하게 돼요.

 

자신을 냉정하게 본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카즈하: 스스로 냉정하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야 해요. 그래도 단체 연습을 할 때는 언니들이랑 은채가 많이 도와줘요. 혼자였으면 절대 못했을 텐데 멤버들이랑 같이 하니까 제가 부족한 부분도 다른 멤버들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안무 연습 시간에는 멤버들끼리 디테일한 부분까지 합을 맞추려고 정말 많이 노력해서, 결국에는 다섯 명의 동작이 정확하게 잘 맞는 퍼포먼스를 만들려고 해요.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서로 도와주면서 할 수 있다는 게 팀의 강점인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보면 멤버들이랑 영상 통화로 첫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나오잖아요. 지금 다시 그 장면을 보니 어떤 기분이었어요?

카즈하: 너무 어색했어요.(웃음) 그때는 제가 한국어를 못해서 메모에 미리 써뒀던 자기소개를 읽었는데, 준비한 자기소개를 잘 읽고 제 마음을 멤버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였기에(웃음)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사실 다른 멤버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는데 제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거잖아요. 저라는 존재를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고 또 저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조심스러웠어요. 멤버들은 처음부터 정말 착하고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그때는 제가 한국어를 잘 못하기도 했고 먼저 말을 걸기에는 용기가 없어서 곧바로 친해지긴 어려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마음의 벽이 없어졌다고 느꼈을 때부터 멤버들이 정말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멤버들은 항상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잘 대해줬고 제가 스스로 그 벽을 넘어갈 수 있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나요?

카즈하: 자체 콘텐츠를 찍을 때 제가 실수를 해도 멤버들이 웃긴 상황으로 만들어주고 유쾌한 방식으로 받아주는 게 고마웠어요. 그래서 항상 팀 분위기가 좋기도 하고, 같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서로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앞으로 멤버들이랑 더 가까워져서 가족을 뛰어넘는 그런 관계가 될 것 같아요. 그만큼 저희의 케미스트리는 계속 좋아지지 않을까요.(웃음) 서로 부딪힐 일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런 순간들도 경험하면서 우리 팀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FEARLESS’ 활동을 할 때도 그랬고, 이번 컴백 준비를 할 때도 멤버들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런 서로의 마음을 느낄 때마다 정말 가족 같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의 가사처럼 실수해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네요.

카즈하: 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저는 그냥 열심히 따라가면서 제 앞에 있는 해야 되는 일들을 하나하나 하기 바빴죠.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서 ‘FEARLESS’ 마지막 방송 때는 특별한 무대를 하고 싶어서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하기도 했어요. 슈트를 입고, 안무도 조금 바꾸고, 재킷 안에 하트를 붙이는 이벤트도 하고요. 너무 재밌었는데 멤버들도 저랑 같은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게 보이니까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FEARLESS’ 활동을 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무대는 언제였어요?

카즈하: 사전 녹화 촬영을 미리 해두면, 생방송 때는 녹화를 하지 않고 피어나분들 앞에서 1절 무대를 할 수 있어요. 카메라를 안 봐도 되니까 그냥 인이어도 빼고 피어나분들 얼굴 보면서 무대를 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전해졌어요. 평소에는 카메라를 본다고 못 느꼈던 무대 위에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 전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 무대에도 섰죠. 첫 대학 축제 무대는 어땠어요?

카즈하: 관객분들과 그렇게 가까이에서 무대하는 게 처음이어서 꿈꾸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다 같이 무대를 즐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는 저도 멤버들처럼 관객분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축제 무대가 처음이라 그렇게 팬 서비스를 해도 되는지 몰랐거든요.(웃음) ‘Sour Grapes’를 부를 때는 관객분들이 플래시도 켜주셔서, ‘나도 드디어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왔구나!’ 싶었어요. 진짜 실감이 안 났고 그렇게 저희 무대를 즐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관객분들에게서 얻는 힘이 카즈하 씨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카즈하: 네! 발레를 할 때도 똑같았어요. 관객분들이 무대를 보면서 좋아해주시고 즐겨주시는 그 분위기가 좋아요. 무대 위에서의 시간이 정말 꿈같고, 관객분들 앞에서 공연할 때 너무 신나요. 그래서 연습할 때보다 무대 위에서는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활동을 하다 보면 힘들거나 지치는 순간도 있을 텐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얻고 있어요?

카즈하: 계속해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피어나분들을 생각하면 ‘지금 멈출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전에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활동을 시작하고 무대에 서보니 르세라핌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데뷔 쇼케이스에서 처음 아이돌로 무대에 서서 봤던 광경이 많은 사람들이 엄청 기대하는 표정으로 저희를 바라보는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저희를 향한 기대감을 느낄 때마다 그걸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팬의 존재가 카즈하 씨에게 이미 큰 의미가 된 것 같아요. 

카즈하: 저는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팬과 아이돌의 문화’가 좋아요. 저희 팬분들께 ‘피어나’라는 이름이 생겼을 때도 진짜 ‘집’ 같다고 느꼈어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곁에 항상 있다는 생각에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FEARLESS’를 들으면 힘이 난다거나, 운동을 할 때 ‘FEARLESS’를 듣는다는 피어나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희의 음악으로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ANTIFRAGILE’의 핵심이 되는 그 안무처럼 카즈하 씨는 무대에서 힘을 주는 히어로네요.

카즈하: 네(웃음). 저도 다른 무대를 볼 때마다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느껴요. 어렸을 때 무대에 선 아티스트분들을 보며 저도 멋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느꼈던 것처럼, 제가 무대에 선 모습을 보는 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카즈하가 착용한 실버링은 센스옵틱(SENSE OPTIC).
Credit
글. 송후령
인터뷰. 송후령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김성현, 가브리엘, 조윤경, 김유주, 백유빈, 문성웅 (쏘스뮤직)
사진. 목정욱 / Assist. 방규형, 장정우, 이중명
헤어. 하민, 오유미 (BIT&BOOT)
메이크업. 최수지, 김민지 (BIT&BOOT)
스타일리스트. 홍하리 / Assist. 조수빈, 박주경 (펑크스낫데드)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 (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아리, 손나연, 신광재, 이은주, 이효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