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26일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I-LAND’를 통해 탄생한 ENHYPEN의 데뷔가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5개월 동안 ENHYPEN은 어디까지 왔고, 다시 어디로 가게 될까. ENHYPEN과 그들 또래의 전 세계 10대 팬들이 온 길을,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숫자를 통해 정리했다.

10대가 발견한 ‘I-LAND’의 세계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ENHYPEN의 멤버들을 선발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I-LAND’는 방송 기간이었던 6월 4주 차부터 12주간 비드라마 TV 화제성 10위권 안에 올랐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RACOI(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의 인터넷 반응(미디어 버즈 및 시청자 버즈) 조사 결과에서도 6월 4주 차부터 9월 3주 차까지 전 기간 10위권 내에 랭크됐다. 같은 기간 내 10위권 안에 ‘I-LAND’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없다. Mnet과 tvN에서 동시 방영한 ‘I-LAND’의 최고 시청률은 첫 회 1.7%(닐슨코리아 기준)일 만큼 그리 높지 않았다.

시청률은 낮지만 화제성, 특히 인터넷의 반응이 높은 실마리는 네이버의 ‘10대 급상승 검색어’에서 찾을 수 있다. ‘I-LAND’는 첫 회 종료 직후 약 3시간 동안 네이버 10대 급상승 검색어 1위였고, 이후에도 새 회차가 끝난 뒤 꾸준히 같은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회 직후에는 ‘I land’가 네이버 10대 급상승 검색어 3위, ‘아이랜드’가 5위였고, ENHYPEN의 소속사 ‘빌리프랩’이 2위를 차지했다.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 관련 팬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딩에서는 첫 회에 ‘아이랜드’가 한국 1위, ‘I-LAND’가 월드와이드 6위, 마지막 회에 ‘아이랜드’가 한국 1위, ‘#ILANDTheFinale’이 월드와이드 1위를 기록했다. 10대, 팬덤 그리고 월드와이드는 현재의 ENHYPEN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Z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지금의 10대는 TV보다 유튜브를 선호하고, SNS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으며, 콘텐츠와 반응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이미 콘텐츠를 SNS 환경 기반으로 소비하는 Z세대의 반응은 기존의 시청률로는 잡아낼 수 없었다.

Mnet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서 시청 가능했던 ‘I-LAND’ 생중계는 매회 평균 28만 명, 방송 누적 약 330만 명의 최다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이 숫자를 더하면 ‘I-LAND’의 시청률은 달라진다. 뉴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인 Z세대에게는 TV보다 유튜브가 익숙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반응한다. 최대 178개국에서 ‘I-LAND’의 글로벌 시청자 투표에 참여했고, 어느 한 국가에만 집중되지 않고 골고루 분산된 양상을 보였다. ‘I-LAND’와 그로부터 결성된 ENHYPEN에 대한 관심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세대로는 Z세대, 지역적으로는 전 세계에 등장한 새로운 팬들이 콘텐츠를 접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ENHYPEN 월드의 경계를 넓히다

‘I-LAND’ 종영 후, ENHYPEN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흡수했다. 팀 결성 후 개설된 공식 SNS 채널들을 통해 로고 트레일러, 공식 프로필 사진, 멤버들의 연습 일지를 담은 쇼트 클립 ‘-note’ 등 한 팀으로서 갖춰야 할 콘텐츠들을 공개했다. ENHYPEN은 팀 결성 후 약 45일(11월 3일 기준) 동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총 52개의 콘텐츠, 멤버 트위터 총 173개의 포스팅, 총 12회의 브이라이브(V LIVE) 방송을 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콘텐츠를 공개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ENHYPEN의 SNS에 관한 각종 수치는 이렇듯 꾸준한 팬들과의 소통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한 예로 ENHYPEN의 첫 브이라이브 방송은 시작 5분 만에 하트 수가 1,000만을 돌파했고, 라이브 방송 종료 시점 접속자 170만 명, 하트 수 1억 5,980만을 돌파했다. 이런 폭발적인 관심은 이후 관련 SNS 채널 팔로어 수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멤버들의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은 모두 개설 한 달 안에 팔로어 100만 명 돌파, 위버스의 ENHYPEN 커뮤니티 가입자 수는 300만을 달성했다. 데뷔 과정부터 SNS를 통해 관심을 모았던 ENHYPEN은 데뷔가 결정된 뒤 SNS를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키웠다. 이는 SNS를 구심점으로 콘텐츠와 팬덤의 반응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팬덤 문화를 보여준다. 특히 Z세대는 이런 팬 활동을 ‘SNS 네이티브’, 또는 ‘팬 네이티브’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광범위한 대중의 유행을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여러 취향이 모이고, 공유와 공감으로 뭉쳐진 결속력이 점차 그들의 경계를 넓히고 견고하게 만드는 연결과 순환의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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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들판에 선 2020년대의 아이돌

ENHYPEN은 데뷔 일정을 공개한 뒤 데뷔 트레일러 영상, 티저 사진과 영상 등을 공개 중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전 세계에 걸쳐 형성된 관심을 데뷔 콘텐츠로 모으고,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내용을 조금씩 전달하는 중이다. 이는 ENHYPEN이 본격적인 여정에 올랐음을 뜻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관심, 전 세계에 노출된 플랫폼을 통한 홍보 등 그들은 거대한 기반 위에서 빠르고 넓게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ENHYPEN은 그들이 지금까지 얻은 것들이 ‘주어진’ 것인지(Given), 스스로 ‘쟁취한’ 것인지(Taken) 보여줄 때다. 멤버 전원이 2000년 이후에 태어난 ENHYPEN은 TV 시청률 같은 판단 기준이 지금의 10대가 보내는 지지와 공감을, 그들 세대의 가치를 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는 Z세대 전반이 받아든 숙제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어느 분야에서든 경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내야 하고,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가세해 과거보다 더 큰 불확실성 앞에 놓였다. 미디어 환경의 격변기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까지 안고 탄생한 ENHYPEN은, 이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여 자신을 증명할 무대로 올라가야 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2000년대 생’이 온다. 동이 트는 새벽녘 들판에서.
글. 이예진
디자인. 피스오브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