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컴백을 알리는 방식’. 2022년 12월 15일 공개된 ‘이름의 장: TEMPTATION’ 로고 모션에 대한 한 팬의 반응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로고 모션이 가진 의미에 대한 축약과도 같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로고 모션은 팀의 컴백 전 가장 먼저 공개되는 콘텐츠 중 하나로, 매 앨범 콘셉트에 맞춰 변화하며 앨범의 서사를 유추해볼 수 있는 하나의 이스터에그이기도 하다. 이번 ‘이름의 장: TEMPTATION’ 로고 모션이 이전 로고들과 달리 흔들리고 일렁거리는 것을 통해 유혹에 흔들리는 청춘을 묘사한 것처럼 말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아티스트 브랜딩 및 앨범 브랜딩 작업을 맡고 있는 BX2파트 최세열 담당자는 ‘이름의 장: TEMPTATION’에서 초록색 배경을 사용했다. “새싹처럼 어리고, 유약하고, 순수하면서도 독이나 술처럼 묘하고, 뭔지 모르겠는 어두운 감정 또한 갖고 있는” 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름의 장: TEMPTATION’의 전작 ‘minisode 2: Thursday’s Child’에서 사랑까지 잃어버리며 고립에 가까운 처지가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름의 장: TEMPTATION’에서 ‘너’와의 관계가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한다. 이제 그들이 마주한 세상은 ‘싸우거나 도망치거나’로 선택지가 비교적 분명했던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의 시절과 달리 선인지 악인지조차 알 수 없다. 로고 모션에서 기괴하게 재생된 “It’s so sweet. But I should find my name.”이 사실은 연준의 목소리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세상에서 나를 구원해줄 거라 생각했던 ‘너’는 없고, 유혹 속에서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최세열 담당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로고 모션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로고를 통해 이 아티스트가 지금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겠구나 하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끔 만드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첫 시리즈인 ‘꿈의 장’의 로고 모션은 모양은 같지만 색이 다른 두 도형이 서로 만나는 것(‘꿈의 장: STAR’)으로 시작된다. 최세열 담당자는 이에 대해 “나와 또래 집단, 즉 ‘우리’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서사”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동시대 청춘을 페르소나 삼아 그 궤적을 따라 성장하는 서사를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서사에 따라 아티스트가 성장하고 있듯 로고도 성장해요.”라는 BX2파트 김예은 담당자의 말처럼 앨범 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는 곧 또래들의 성장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세열 담당자는 로고 모션에 “성장하는 과정 중에서 ‘꿈의 장’ 시리즈는 유약한 유년기, 어린 소년의 느낌”을, ‘혼돈의 장’ 시리즈는 “그 아이가 성장해서 혼돈 속에서 경직되어 있다가도 ‘너’라는 존재를 만나서 어떻게 그걸 돌파하려고 하는지”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한다. ‘꿈의 장: MAGIC’의 타이틀 곡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에서 “숨겨진 9와 4분의 3엔 함께여야 갈 수 있어”라는 가사처럼 ‘꿈의 장: MAGIC’의 로고 모션은 마법 같은 공간과 순간을 의미하는 스파클의 모양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스파클이 튀는 찰나의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 ‘꿈의 장: MAGIC’의 로고 모션이 두 개의 도형이 하나로 합쳐져 ‘+’와 ‘X’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꿈의 장: ETERNITY’의 로고 모션은 ‘꿈의 장: MAGIC’에 등장한 초록색의 ‘X’가 원으로 변하고, 다시 초록색과 보라색으로 분리된다. 찰나의 순간은 끝나고 균열이 일어나며, ‘꿈의 장: ETERNITY’의 제목인 영원은 역설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우정의 영원성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린 이들에게 ‘혼돈의 장’ 시리즈가 다가온다. ‘혼돈의 장: FREEZE’의 로고 모션에서 글자 ‘TXT’는 외부의 혼돈으로 인해 경직되고 소리마저 얼어붙는다. 다만 가운데 하트만 뛰고 있다. 분열과 함께 고립된 소년은 그렇게 혼돈의 세상 속에서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랑을 느끼는 시기에 접어든다. 그래서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의 로고 모션이 ‘너’의 존재를 인식한 이후 글자의 내부가 조금 더 날카롭고 단단하게 변화하는 것처럼 이 얼어붙은 세계를 어떻게든 부수고 나가고 싶어 한다. “‘혼돈의 장’ 시리즈의 로고 모션은 어떤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 세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았어요. 처음에는 경직하고(‘FREEZE’), 그다음에는 싸우거나 도망치거나의 선택을 하게 됐죠(‘FIGHT OR ESCAPE’).”라는 최세열 담당자의 말처럼, 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혹은 이들이 대변하는 세대가 겪어야만 하는 두려움의 직면과 선택의 기로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그러나 ‘minisode 2: Thursday’s Child’의 로고 모션에서 하트가 깨져버린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사랑에 실패한다. 그리고 “언제나 K-팝 씬에서 ‘굿보이(Good Boy)’를 맡았던 그룹이 ‘흑화(Gone Bad)’했다는 걸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는 김예은 담당자의 말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청량함으로 대표되던 그들의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Gone Bad’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으로 명명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규 시리즈가 또래 집단인 우리, 연인인 너에서 자기자신으로 초점이 변화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등 소년의 성장사를 담는다면 ‘minisode’ 시리즈는 ‘minisode 2: Thursday’s Child’처럼 극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는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반영한다. ‘minisode 1 : Blue Hour’ 로고 모션은 팬데믹이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해 가상현실, 즉 게임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픽셀 아트를 활용했다. ‘minisode 2: Thursday’s Child’ 로고 모션에서 깨져버린 하트 위에 붓과 펜으로 거칠게 그려지는 ‘X’는 깨진 유리처럼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묘사한다. ‘minisode 2: Thursday’s Child’의 로고 모션은 최세열 담당자에 따르면 “‘혼돈의 장’에서 첫사랑과 첫 이별을 겪은 소년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 한없이 화가 나다가도 슬퍼지고, 또 어느 날 한없이 공허해지는 것과 같이 널뛰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장’에서 소년이 인생에서 겪는 큰 이야기들을 따라간다면, ‘minisode’는 소년의 인생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실로 인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로고 모션은 이에 대한 반영이다.
김예은 담당자는 로고 모션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갖는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로고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자 정체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들의 로고는 서사에 따라 성장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각각의 로고 모션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고, 2019년 데뷔 이후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보여준 변화만큼이나 로고 모션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꿈의 장: STAR’와 ‘이름의 장: TEMPTATION’의 로고 모션을 연이어 보면, 그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사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동세대의 청춘이 겪는 여러 단계의 성장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그것은 청춘이 복합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로고 모션은 팀의 모든 역사와 의미를 ‘TXT’, 단 세 글자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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