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꿔왔던 꿈을 마주친 느낌이었어요.” 지난 1월 21일, 22일 양일간 열린 ‘ENHYPEN WORLD TOUR ‘MANIFESTO’ in JAPAN 교세라 돔’을 마친 뒤, ENHYPEN의 멤버 희승이 말했다. ‘Future Perfect (Pass the Mic)’에서 “나의 발로 서길 원해 아닌 건 의미 없어”라 노래하던 7명의 멤버들이 일본의 돔에 섰다. 데뷔 후 2년 2개월, 4세대 아이돌 중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 ENHYPEN이 일으키는 반응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결과가 아니다. ENHYPEN의 시작점인 오디션 프로그램 ‘I-LAND’는 방영 당시 일본을 포함한 최대 178개국의 시청자가 투표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동시에 팬덤이 생겨났다. 빌리프랩 마케팅팀은 ENHYPEN 데뷔 당시 일본 반응에 대해 “한국에서 데뷔한 K-팝 그룹은 일정 기간 활동 후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ENHYPEN은 데뷔하자마자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팬덤이 생겨났어요.”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데뷔 전, 멤버 니키가 일본 니혼테레비(日本TV)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신 니혼단지토 나카이(新・日本男児と中居)’에 원격 중계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원격 출연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신 니혼단지토 나카이’의 시청률은 전주 대비 0.7%p 상승한 3.3%로 상승했고, 방송 후 ENHYPEN과 니키 관련 키워드는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재팬의 실시간 검색 순위의 상위권에 올랐다. ENHYPEN이 매주 월요일 DJ로 활동한 심야 라디오 ‘올나이트 일본’의 새 프로그램 ‘올나이트 일본 X’는 반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 아티스트가 고정 진행자가 된 것은 ENHYPEN이 최초였다. ‘올나이트 일본’ 측은 당시 ENHYPEN의 캐스팅에 대해 “Z세대가 지지하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 재팬은 “코어 팬덤을 가진 ‘올나이트 일본’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맡은 것으로 타 아티스트 활동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팬층에 존재를 알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이점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멤버들 모습을 본 엔진과 제작팀 분들께도 호평받았음에 감사한 기회였습니다.”라 전하기도 했다. 또한 ENHYPEN은 작년 12월 31일 2022년에 활약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연말 방송인 ‘CDTV 라이브! 라이브! 새해맞이 스페셜’에 출연했다. 하이브 재팬은 연말 방송 출연의 의미에 대해 “연말 방송 출연은 ENHYPEN의 2022년 활약을 상징하는 기회였으며, TV를 안 보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1년 중 연말·연초에는 많은 대중들이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는 기간이라 타 아티스트 팬분들께도 ENHYPEN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라 말했다.
ENHYPEN은 코카콜라와의 협업을 통해 ENHYPEN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하이브 재팬은 코카콜라와의 협업이 “아티스트의 위상을 일본 내 팬덤 및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이자, ENHYPEN 팬덤과 각 기업들의 타깃 고객층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코어 팬덤의 단단함도 확인할 좋은 기회였습니다.”라 이야기했다. ENHYPEN의 글로벌 및 일본 로컬 팬덤에서의 성장을 지켜보고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한 글로벌 브랜드(코카콜라)의 접근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본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15일 프라다 패션쇼에 ENHYPEN이 단체로 참석한 것 역시 그룹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이브 재팬은 “일본 팬분들이 일본 외 활약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본 팬들이 존재한다는 점, 프라다 쇼 참여 당시 보여진 ‘품격’과 비하인드에서 보이는 그 나이다운 모습의 갭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과 ENHYPEN만이 가진 세계관이 있다는 것은 더욱 ENHYPEN을 각인시키고 팬을 유입하는 데 있어 큰 메리트가 되었어요.”라 말했다. 결과적으로 ‘I-LAND’를 통해 전 세계 K-팝 팬덤에게 이름을 알린 ENHYPEN은 일본에서의 관심을 바탕으로 빠른 현지 활동을 통해 일본의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팀이 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앨범 및 활동의 의미를 보다 체감하게 만드는 프로모션은 ENHYPEN이 일본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와닿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BORDER : 儚い’ 발매 당시에는 발매 기념 CD 숍 컬래버레이션 포스터를 게시하고 패널 전시를 개최했고, 일본 두 번째 싱글 ‘DIMENSION : 閃光’ 발매 시에는 광고주가 높은 광고 효과를 겨냥하고 전철이나 신문의 광고 공간에 포스터를 게시하는 미디어 잭을 게시하고, 발매 기념 정해진 장소의 방문을 인증하는 스탬프를 찍어오는 행사인 스탬프 랠리를 시행했다. 하이브 재팬은 “스탬프 랠리는 팬덤 타깃층의 유동이 많은 시부야와 하라주쿠라는 메인 스폿에 SNS 확산을 통해, ‘DIMENSION : 閃光’의 발매는 물론 ENHYPEN에 대한 선전 확산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스탬프 랠리는 도쿄 지역 한정으로 진행하여, 타지역 팬들로부터 전국으로 시책 확산의 의견도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최근 발매된 일본 정규 1집 ‘定め’는 발매 기념으로 전국 타워레코드·HMV 매장에서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시행하는 등 ENHYPEN의 앨범 및 활동을 팬에게 실물로 와닿게 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이브 재팬은 이에 대해 “음반 발매 기념 머치를 기획하고, 같은 콘셉트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며 아티스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데뷔 후 1년 이상 오프라인에서 ENHYPEN을 만날 수 없었던 일본 팬들은 현실의 공간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통해 ENHYPEN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었다. 하이브 재팬은 “공간에 체류하는 순간만큼은 팬들이 아티스트를 가까이 느끼면서 콘서트나 발매 기념 이벤트와 같은 팬 대면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에 신경 쓰고 있고 공간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구매력 향상에 이어진다고 생각해요.”라 프로모션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ENHYPEN이 교세라 돔에서 공연을 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씩 밟아 나가 점점 늘어난 일본 엔진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총 8만 좌석을 매진시킨 공연을 한 뒤 니키는 “5년 만에 교세라 돔이라는 큰 무대에 서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고, 꼭 퍼포먼스로 보답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된다고 약속할 테니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5년 전 ‘샤이니 키즈’로 교세라 돔 공연 무대 위에 섰던 그에게 이번 콘서트는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니키뿐만 아니라 ENHYPEN 멤버들에게 교세라 돔 공연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정원이 “무대 하나를 하더라도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가 될 겁니다.”라고 소감을 밝힌 것처럼 “MMA(‘멜론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했던 댄스 브레이크와 팬분들과 직접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서브 무대 그리고 자동차를 타는 무대가 하이라이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는 선우의 말처럼 지난 투어의 공연들에 더해 다양한 퍼포먼스와 엔진들에게 한층 다가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이번 공연은 기존 공연보다 더 커진 규모에 다양한 동선 변화가 추가되었고, 커다란 공연장인 만큼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멤버들은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성훈은 “무대 구성과 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공연을 잘 이끌어 나갈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라며 돔 공연에 어울리는 무대 연출에 대해 고민했고, 제이크는 “저희의 에너지와 힘을 여러분께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연습했어요.”라며 연습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음을 알렸다.
빌리프랩 마케팅팀은 “1월 교세라 돔 공연을 시작으로 돔 투어의 발판을 마련했고, 머지않은 시간 내 ENHYPEN의 돔 투어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ENHYPEN의 일본 활동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돔 투어는 일본 팬뿐 아니라 글로벌 팬 모두에게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자 팬들과 함께한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요.”라는 빌리프랩 마케팅팀의 표현대로 일본 돔 투어는 단지 공연 규모가 크다는 것뿐만 아니라 K-팝 아티스트에게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K-팝이 얼마나 멋진 장르인지 보여드릴 수 있는 ENHYPEN 되겠습니다.”라는 정원의 말처럼 팀의 미래와 포부에 대해 보다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제이가 “엔진 여러분께 받은 것에 걸맞은 ‘아티스트’라는 증명을 해 나가는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ENHYPEN을 알리는 동시에 엔진과 하나가 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I-LAND’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이들이, 여기까지 왔다. 마이크를 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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