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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
사진 출처. FNC 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보컬 서바이벌 프로그램 ‘V-1’, 한·중·일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 버추얼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RE:VERSE)’.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레전드를 갱신’하는 무대를 선보이며 ‘메인 보컬’로서의 존재감을 뽐낸 체리블렛 보라는 언제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노래는 물론 곡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는 보라를 만나 자신의 노래 부르기와 자작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수가 되기까지

보라: 피아노를 전공하신 저희 어머니 덕분에 음악이 친숙했던 환경에서 자랐어요.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성악을 배웠죠. 피아노는 제가 손가락이 짧다 보니(웃음) 엄마만큼 잘 치진 못해서 조금씩 흥미를 잃었지만 성악은 좋아했어요. 엄마가 피아노를 쳐주시면 제가 옆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부터 ‘나는 노래를 좋아하는구나.’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성악이랑 노래를 계속해오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공부에 집중을 하기 위해 잠시 중단했거든요. 그때 노래와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느끼고 ‘아, 나는 노래를 계속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요. 근데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쭉 하시면서 되게 힘드셨대요. 어렵고 힘든 길이기 때문에 저는 되도록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저는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서 엄마 몰래 학교 밴드부 보컬 활동을 했었어요.(웃음) 밴드부에서 여러 악기들과 보컬을 합쳐 노래를 완성하는 합주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할 때의 희열감도 정말 컸어요. 그때 결정적으로 ‘나는 이렇게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느꼈고, 엄마에게 밴드부 활동 사실도, 제 꿈이 가수라는 얘기도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노래 연습

보라: 곡 자체가 너무 좋거나 따라 해보고 싶은 스킬이 있는 노래를 듣게 되면 일단 그 노래를 많이 듣고 불러봐요. 노래마다 멜로디와 가사에서 느껴지는 곡만의 감성이 있잖아요. 그걸 우선 먼저 파악한 후에 초반엔 어떤 목소리를 쓰면 좋을지 잡아가요. 예를 들면 ‘오늘은 가지마’는 여린 마음 안에 정말 상대가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 애절함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소리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연구를 했다면, ‘Maria’는 메시지가 희망적이면서 곡 자체가 시원하고 사이다 같은 요소가 있어서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좀 더 날카롭고 힘 있는 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습했어요. 처음엔 원곡 가수가 표현하는 방법과 디테일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그 안에서 배리에이션을 조금씩 주면서 제 목소리로 불렀을 때 가장 듣기 좋은 방식을 찾아가며 연습을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블랙핑크 선배님의 ‘Kill This Love’를 불러보다 ‘이걸 내가 어쿠스틱하게 바꾸면 어떤 노래가 될까?’ 궁금해지면 랩 구간을 멜로디컬하게 바꿔보고, 그 안에서 원곡이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카멜레온같이 노래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보컬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보라의 주특기, 고음

보라: 저희 엄마 음역대가 저보다 높으세요.(웃음) 엄마나 성악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자라다 보니 어렸을 땐 그분들이 내는 소리가 평균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가요를 많이 불러보면서 고음역대 노래도 그렇게까지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까 제가 비교적 높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전적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렸을 때부터 성악을 해오다 보니까 음역대가 조금씩 넓어진 것 같기도 해요. 고음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연습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얇은 목소리를 내는 고음과 파워풀한 소리를 내야 하는 고음을 구분해서 번갈아 연습을 하기도 해요.

변화와 성장

보라: 데뷔 초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내가 지금 이렇게 부르는 게 맞나?’, ‘나는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혼란이 조금 있었다 보니 ‘이 노래를 잘 불러야 돼. 연습한 만큼 잘해야 돼.’라는 생각들로 가득 찬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생겼고, 활동을 해오면서 제가 가진 목소리의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되고 있거든요. 내가 가진 목소리의 종류가 이만큼 있다면 그중에서 노래에 맞게 목소리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게 느껴져서 더 여유가 생긴 상태로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 불렀던 ‘오늘은 가지마’나 ‘아이와 나의 바다’ 같은 경우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인정해주셨던 곡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모니터링을 해보면 ‘이걸 이렇게 표현해봐도 좋았을 텐데.’ 싶으면서 내가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특히 ‘V-1’에서 불렀던 ‘오늘은 가지마’는 제가 진짜 혼자서 오른 무대가 처음이어서 정말 많이 떨렸고, 스스로를 믿지 못한 상태에서 불렀어요. 그래도 내가 지금 느끼는 떨림이 상대가 떠날까 봐 무서워하는 마음이 담긴 곡의 감성이랑 어느 정도 잘 맞다고 생각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는데, 다시 커버했을 땐 좀 더 차분하고 침착하고, 전하고자 하는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아이와 나의 바다’는 고음 파트가 인상적이었다는 반응들이 많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지만 이 곡이 갖고 있던 이야기를 전달한 부분에는 아쉬움이 남아 곡이 어떤 상황과 감성을 담고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다시 불러보기도 했어요. 뭔가 노래를 할 땐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거야’라는 마인드가 항상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라: 처음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할 땐 진짜 무서웠어요.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경쟁 환경을 연습생 때부터 되게 힘들어했거든요. 노래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이 정신적으로는 힘들긴 했지만 즉각적으로 나의 노래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내가 이런 노래를 이렇게 불렀을 땐 이런 반응이 있구나.’ 하는 메커니즘이 더 확실해지면서 제 노래에 대해서도 좀 더 확신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특히 ‘걸스플래닛’에서는 제가 ‘체리블렛의 메인 보컬로 활동하던 보라’로 참여했다 보니 ‘진짜 잘해야 돼. 난 체리블렛의 메인 보컬 보라니까.’라는 생각이 항상 머리 끝까지 차 있는 상태로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근데 마스터분들께서 늘 “보라는 믿을 수 있어.”라고 말씀을 해주시고, 참가자 친구들에게도 “언니가 있어서 안심이 돼요. 든든해요.”라는 얘기들을 듣다 보니까 점점 내가 너무 책임감을 무겁게 지지 않아도 되고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분들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나도 나를 더 믿고 편안하게 노래를 해도 되겠구나.’ 

‘소녀 리버스(RE:VERSE)’, ‘집순희’의 목소리

보라: 그 안에서는 김보라가 아니라 ‘집순희’로서 노래를 하고 목소리를 내는 거였다 보니 되게 자유로웠어요. ‘내가 아무 말을 해도 노래를 어떻게 불러도 이건 순희가 하는 거니까, 순희의 매력들을 다 보여준다면 충분해.’라는 생각으로 좀 더 내려놓고, 마냥 재밌게 즐겼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집순희를 정말 많이 사랑해주셔서 ‘내가 목소리로만 존재할 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노래를 해도 충분한 목소리를 내가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또 한 번 인지할 수 있었어요. 순희의 노래는 끝났고 이제 보라의 목소리로 다시 사람들한테 다가갈 테니 그 목소리를 잊지 않고 체리블렛 보라의 목소리로 다시 기억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커버 곡과 ‘별의 조각’

보라: 제가 걸그룹으로 활동을 하면서는 체리블렛이 갖고 있는 콘셉트와 정체성에 맞췄다면, 조금 더 다른 색깔과 표현법과 함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곡 커버를 많이 해보고 있어요. 그중에서 최근 제 생일에 올렸던 ‘별의 조각’이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하고 애정을 갖고 있는 커버 영상이에요. 제가 평소에 불렀던 곡과는 다른 창법을 쓸 수 있던 곡이어서 좀 더 울림이 있고 풍부한 호흡을 써봤거든요. 보라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감성이 룰렛분들한테 직접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출이나 편집뿐 아니라 장소랑 의상도 직접 찾아서 대여하가며 준비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만든 이야기라서 그런지 기존에 제가 했던 커버 영상들보다 좀 더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룰렛분들한테 그런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들어봐, 들어보라구.”(웃음)

 

자작곡 만드는 재미

보라: 제가 예고를 나와서 작사, 작곡을 학교에서 배웠어요. 숙제로 가사 써오기, 멜로디 입히기 같은 것들을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취미 생활처럼 해왔어요. 룰렛분들이 저희한테 써준 편지를 보면 보고 ‘헛! 이건 내가 가사로 만들어야 할 문장이야!’(웃음) 하면서 갑자기 메모장을 열어 작사를 하기도 해요. 그렇게 룰렛분들이 저한테 보내줬던 예쁜 말들을 한꺼번에 다 모아서 축약했던 노래가 ‘From to’예요. 요즘은 미디를 배우는 중이라 멜로디 메이킹도 해보고 있어요. 작사에 특히 욕심이 많은 편인데, 요즘엔 예쁜 가사와 좋은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이 너무 많아서 ‘이 작사가님은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었구나. 나라면 똑같은 주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연구를 하기도 해요. 가사를 쓸 때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자꾸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온갖 것을 자꾸 내 마음대로 비유를 하고, 사물을 은유적으로 표현을 하게 되더라고요. 소설도 현실적인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저 멀리 우주로 떠나 있는다거나 하는 공상과학, 판타지 장르 위주로 읽어서 그런 책들이 제가 작사하는 데 레퍼런스가 돼요. 어떤 상황이나 이야기들을 되게 포근하고 반짝반짝한 느낌으로 해석하고 또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책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표현으로만 작사를 해보곤 했는데, 최근엔 ‘내가 책 속의 등장인물이 돼서 이 상황을 노래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정세랑 작가님이 쓴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책 속의 등장인물을 제가 너무너무 아끼는데, 특히 그중에 외계에서 온 친구의 마음을 노래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도해보기도 했고,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와 백이진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궁금했고요. 책이랑 드라마,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아요.

 

보라와 해윤의 노랫말, ‘겨울 별 (A Winter Star)’

보라: 팬분들께서 알고 계신 자작곡 ‘나의 새벽이 되어’가 별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쓴 곡이라면 ‘겨울 별 (A Winter Star)’은 지금 나의 별이 되어주는 사람들, 춥고 어두울 때도 나를 따뜻하게 밝혀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마음에 추운 겨울이 왔다는 상황 설정과 겨울 별이라는 소재를 제가 먼저 제안을 해봤고, 해윤 언니와 전체적으로 톤을 조율해가면서 가사를 썼어요. 저는 굉장히 이상적이라면 언니는 되게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이야기가 좀 더 아름답고, 비유와 은유를 섞어서 찬란한 느낌을 내기를 원했다면 언니는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들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기 때문에, 노래가 너무 이상적이지도 또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게 딱 좋은 밸런스로 조율이 돼서 둘 다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정말 회사의 개입 없이 저희 둘이서만 쓴 곡이 음원으로 발매된 걸 들으면서 제가 그동안 작업을 해온 곡들도 정식으로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의 이유

보라: 목표는 하나예요. 제 노래를 듣고, 저의 무대를 보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정말 좋은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우리 룰렛에게 진심으로 자랑스러운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