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의 멤버 버논이 좋아하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에블린(양자경)처럼, 세븐틴 막내 디노에게는 멀티버스 속 수많은 디노가 있다. 세븐틴 자체 예능 ‘고잉 세븐틴(GOING SEVENTEE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디노들만 해도 ‘피철인’(‘전원우일기’), ‘순응쌤’(‘순응특집 단짝’), ‘용역 이찬’(‘BAD CLUE Ⅱ’), ‘이안다’(‘겨울방학 특집 : 안다와 몰라’) 그리고 ‘고잉 세븐틴’의 외전이라 할 수 있는 세븐틴 스페셜 유닛 부석순 컴백 기념 콘텐츠 ‘고잉 부석순 : 컴백해야지’의 ‘미스터 차’ 등이 있다. 이들 중 ‘피철인’은 2021년 세븐틴 팬 미팅 SEVENTEEN 5TH FAN MEETING ‘SEVENTEEN in CARAT LAND’(이하 ‘캐럿랜드’)에서 공개된 VCR 영상 ‘세상에 이일언일이’에 첫 등장한 뒤 ‘전원우일기’에서 마치 ‘피처링’하듯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말을 얹는 오지랖 넓은 아저씨로 재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세븐틴 콘서트 ‘SEVENTEEN WORLD TOUR [BE THE SUN] - JAPAN’에서 정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디노의 몸에 빙의해 잠시 등장하기도 했다. 농담 같지만, 농담만은 아니다. 점점 더 많아지는 디노들처럼, 세븐틴은 ‘고잉 세븐틴’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멀티버스를 점점 더 확장 중이다.
일례로 2023년 세븐틴의 ‘캐럿랜드’에는 ‘고잉 레인저 비긴즈’ VCR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디노가 2021년 8월 공개된 ‘EP.19 TTT에 빠지다 #2’에서 원색 헬멧을 쓰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 뱉은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우리 이러니까 ‘파워레인저’ 같다.” ‘고잉 세븐틴’에서 던진 한마디가 세븐틴의 실제 활동에 영향을 주고, ‘피철인’처럼 세븐틴 활동 중 화제가 된 캐릭터는 ‘고잉 세븐틴’에서 활용된다. 이 상호작용은 지금 ‘고잉 세븐틴’이 세븐틴에게, 더 나아가 아이돌 자체 예능 콘텐츠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2020년에 공개된 ‘EP.44 TTT #1 (Hyperrealism Ver.)’와 ‘EP.45 TTT #2 (Hyperrealism Ver.)’는 두 편 모두 조회 수 1,000만 이상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고잉 세븐틴’의 에피소드들은 최소 100만 이상, 일반적으로 200만~500만 사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반응에 있어 ‘고잉 세븐틴’은 일반적인 아이돌 자체 콘텐츠의 영역을 넘은 지 오래다. 세븐틴의 팬덤이 아닌 사람들도 ‘고잉 세븐틴’을 즐겨 보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스스로를 ‘큐빅’이라 부르게 됐을 정도다. 세븐틴은 K-팝 산업에서 최고의 인기 아티스트 중 한 팀일 뿐만 아니라 한국 유튜브 예능 콘텐츠의 강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티스트로서의 세븐틴과 ‘고잉 세븐틴’의 세븐틴을 모두 알고 좋아하기에 그들은 둘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고 넘나들 수 있다.
“디노 씨가 소화하는 캐릭터들이 세븐틴의 디노만을 떠올렸을 때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은, 구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요.” 플레디스 마케팅1파트 이윤주 파트장이 말하는 디노의 캐릭터 소화력은 ‘고잉 세븐틴’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고잉 세븐틴’ 제작진에 따르면 ‘고잉 세븐틴’ 속 캐릭터 연기는 “최소한의 톤 정도만 전달하고 디렉션은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편”으로, “멤버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즐기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파트장 또한 “제작진분들이 정말 많은 시뮬레이션을 하시는데 매번 진짜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어요.”라면서 ‘고잉 레인저 비긴즈’는 “정말 다 애드리브”였고, 주어진 설정이라고는 “웃겨야 한다.”, “말 한마디 이상하면 안 된다.” 정도가 전부였다는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고잉 세븐틴’ 제작진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유독 더 재미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해서 저희도 이제 그런 변수들을 즐기며 제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제작진이 세봉2리에 사는 이상하고 신기한 주민들(‘전원우일기’), 우당탕탕 운동장을 누비는 세봉중학교 동아리 부원들(‘겨울방학 특집 : 안다와 몰라’),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직원들(‘드립 : 고잉컴퍼니’) 등 다양한 설정을 제시하면 세븐틴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한다. 멤버들끼리 만들어가는 자체 예능 콘텐츠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여백은 그들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세븐틴 멤버들을 인솔하는 학교 교사 ‘순응쌤’은 막내인 디노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또한 ‘EP.66 기습 돈’t Lie #1’에서 디노는 승관을 ‘마피아’로 지목하는 이유로 승관이 “그러니까 진짜 (마피아가)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할 때 표정이 의심스럽다며 “내가 이 형이랑 방을 같이 쓴 지” 몇 년이 돼서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뷔 후만 따져도 8년째 숙소에서 같이 지내는 멤버들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세븐틴은 실제로 형성된 자신의 캐릭터와 멤버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제작진이 준 설정을 뒤집거나, 반대로 실제 관계를 ‘고잉 세븐틴’에 녹여내 웃음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고잉버스’라고 할 만한, ‘고잉 세븐틴’ 중심의 멀티버스는 단지 재밌는 설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격이 확연히 다른 각각의 에피소드는 세븐틴이 가진 여러 모습들을 각각 극대화시킨 것과 같다. ‘전원우일기’나 멤버들이 오디션 앞에서 정해진 배역을 애드리브로 소화하는 ‘드립 : 세븐틴 갓 탤런트’는 세븐틴 멤버들의 유머 감각과 대본 없이도 합을 맞출 수 있는 호흡을, 과거 예능 프로그램 KBS ‘출발 드림팀’을 오마주한 ‘출발 세븐틴’은 멤버들의 운동 능력을 보여준다. ‘TTT’나 ‘토크회식’은 어떤 설정도 없이 세븐틴으로서 멤버들이 그들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나 다름없다. 지난 3월 1일 시작한 ‘고잉 세븐틴’의 새 시즌이 ‘돈’t Lie’를 중심으로 세븐틴의 여러 코너들을 하나로 묶어 진행하고 있는 것은 어느새 정말 멀티버스만큼 거대해진 ‘고잉 세븐틴’ 속 세븐틴의 세계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과 같다. 상황극 ‘고잉 컴퍼니’의 야유회라는 설정을 담은 ‘EP.65 고잉 컴퍼니 야유회’로 시작한 올해의 ‘고잉 세븐틴’은 야유회 보물 찾기에서 정한이 ‘의사’라고 적힌 쪽지를 찾는 엔딩 장면을 통해 ‘돈’t Lie’로 이어진다. ‘돈’t Lie’는 ‘EP.66 기습 돈’t Lie #1’과 ‘EP.67 기습 돈’t Lie #2’로 기존 ‘돈’t Lie’를 보여준 뒤 추리 게임 ‘돈’t Lie : CLUE’와 추격전 ‘돈’t Lie : The CHASER’로 넘어갔다. ‘돈’t Lie’의 큰 틀 안에서 회사원 세븐틴, 정장을 차려입고 때론 가면까지 쓰면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세븐틴, 추격전을 하는 세븐틴이 ‘마피아’와 ‘시민’으로 나눠진 세븐틴과 하나로 합쳐진다. 이 과정에서 ‘고잉 세븐틴’의 멀티버스가 어느새 얼마나 깊고 거대해졌는지 드러난다. 호시의 ‘권석이 서기’ 캐릭터는 어언 3년을 거슬러 올라가 ‘GOING SEVENTEEN 2019 EP.27 세봉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에서 처음 등장했고, ‘EP.2 드립 : 고잉 컴퍼니 #2’, ‘EP.32 순응특집 단짝 #2’ 등에 등장했다 ‘EP.65 고잉 컴퍼니 야유회’와 ‘EP.66 기습 돈’t Lie #1’에서 다시 언급된다. ‘EP.66 기습 돈’t Lie #1’에서 정한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나오는 ‘요정의 은빛 날개 빛나는 중’이라는 자막은 ‘EP.10 돈’t Lie Ⅲ #2’에서 정한이 쪽지에 적었던 문구 ‘고요한 숨결에 요정의 은빛 날개’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피철인’처럼 ‘고잉 세븐틴’ 바깥에서 태어난 캐릭터까지 끌고 들어오면서 ‘고잉 세븐틴’ 제작진은 캐럿과 큐빅이 아는 세븐틴의 수많은 조각들을 ‘고잉 세븐틴’ 안에서 맞춘다. ‘고잉 세븐틴’을 꾸준히 보는 사람들은 세븐틴 멤버들이 에피소드마다 만들어내는 재밌는 상황뿐만 아니라 ‘고잉 세븐틴’과 세븐틴의 전체 맥락 안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유머 코드를 찾아낼 수 있다. 이윤주 파트장은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자막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는 반응이 많다.”며 “에피소드 간 개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온전히 ‘고잉 세븐틴’의 유니버스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잉 세븐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아티스트 세븐틴이 한 일들과 ‘고잉 세븐틴’의 세븐틴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캐럿과 큐빅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고잉 레인저 비긴즈’에서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히어로 1과(디노, 에스쿱스, 도겸, 디에잇, 조슈아, 원우)와 2과(승관, 버논, 민규, 준, 정한, 호시)가 ‘우박사’(우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엔딩은 팬들 사이에서 ‘고잉 레인저’가 멀티버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무수한 추측을 낳았다. ‘고잉 세븐틴’의 제작진은 “멤버의 입에서 스치듯 나온 한마디가 콘텐츠로 구현될 때 멤버들과 제작진 모두 큰 흥미를 느껴요.”라면서 “예상치 못한 전개에서 오는 신선함과 동시에 이전부터 쌓아온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까지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세븐틴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던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거대한 세계관이 되고, 제작진이 그것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면서 ‘고잉 세븐틴’의 고정 시청자들이 더욱 강하게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윤주 파트장은 “에피소드에서 사소하게 언급되는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고잉 세븐틴’ 유니버스를 만드는 장치”가 되고, “작은 요소들을 지나치지 않고 콘텐츠화하는 것은 ‘고잉 세븐틴’의 매력 중 하나”라면서 ‘고잉 세븐틴’의 앞으로의 목표를 말했다. “‘고잉 세븐틴’만의 거대한 유니버스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돈’t Lie’의 ‘EP.66 기습 돈’t Lie #1’는 공개 다음 날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기록했다. ‘고잉 세븐틴’이 이미 유튜브의 인기 예능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금, ‘고잉 세븐틴’의 여러 코너들을 묶은 ‘돈’t Lie’ 시리즈는 ‘고잉 세븐틴’의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 ‘고잉 세븐틴’을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돈’t Lie’의 기본 틀인 마피아 게임을 비롯해 추리 게임, 추격전 등을 통해 사전 지식 없이도 내용을 따라가면서 세븐틴 멤버들이 서로를 마피아로 몰아가는 과정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반면 팬덤과 큐빅은 ‘돈’t Lie’ 안에서 세븐틴의 여러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을 보며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다. ‘고잉 세븐틴’ 제작진은 ‘돈’t Lie’를 통해 기존의 시청자들은 물론 이 인기 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고잉 세븐틴’의 제작진이 ‘고잉 세븐틴’에 대해 “익숙한 소재에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하거나 기존 요소들을 재배치하는 등 저희 기준에서 가장 새롭고 재밌다고 판단될 때까지 끈질기게 디벨롭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기획부터 편집까지 ‘고잉 세븐틴’만의 색깔이 천천히 만들어졌죠.”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고잉 세븐틴’은 ‘무모한 고잉’으로 ‘리스펙트’하기도 했던 MBC ‘무한도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고잉 세븐틴’ 또한 멤버들이 에피소드마다 다른 콘셉트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여러 캐릭터가 생기고, 그것들이 에피소드끼리 섞이면서 고정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풍부한 맥락의 재미를 준다. ‘무한도전’이 여러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멤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가요제’처럼, ‘고잉 세븐틴’도 ‘돈’t Lie’처럼 그간의 역사와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외연을 넓힌다.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고잉 세븐틴’ 또한 그들의 우주를 끊임없이 넓혀 가고 있다. 다만 ‘고잉 세븐틴’이 그들의 우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무한도전’이나 KBS ‘1박 2일’ 같은 지상파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상징들과 다르다. ‘EP.70 돈’t Lie : The CHASER #1’에서 멤버들이 각자 챙긴 동전을 가진 채 그들을 쫓는 ‘빌런’으로부터 도망칠 때, 정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얘들아, 진짜 다치지 마라! 진짜로.” ‘무한도전’과 KBS ‘1박2일’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때로는 몸을 던져가며 최고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고잉 세븐틴’은 웃음 이전에 세븐틴의 몸과 마음을 가장 먼저 챙긴다. 애초에 ‘고잉 세븐틴’이 본격적인 예능 콘텐츠로 변하기 시작했던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가 2018년 연말의 첫 번째 ‘TTT’였다. 멤버들이 MT를 가서 같이 먹고 놀면서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자라왔던 세븐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그때 지금의 ‘고잉 세븐틴’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윤주 파트장은 2020년 말 ‘TTT (Hyperrealism Ver.)’ 편이 공개됐을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던 것에 대해 “날것의 모습을 담아 특히 또래분들에게 공감대를 얻었고 당시 팬데믹으로 인해 OT나 MT를 가지 못하는 대학교 새내기들에게 대리 만족까지 줄 수 있었던 콘텐츠”라고 설명하면서, ‘고잉 세븐틴’에 대해 “‘고잉 세븐틴’에는 ‘나도 멤버들 사이에 껴서 같이 놀고 싶다.’는 능동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지금의 20대에게는 무한 경쟁이라는 말도 식상할 만큼 극심한 경쟁을 치르는 시대에, ‘고잉 세븐틴’은 13명의 동료이자 친구이며 가족 같은 멤버들이 모여 즐겁게 놀고, 서로를 좋아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준다. 멤버들 중 한 명이라도 배신을 하면 상금 100만 원을 다 가져갈 수 있었던 ‘100만 원’은 모두가 머리를 짜내서 전원이 돈을 나눠 갖는 방법을 찾고, 출연자들이 준우승을 해야 우승을 하는 체육대회 ‘준우승 운동회’는 알고 보니 준이 준우승을 하도록 도와야 모두가 상품을 받는 ‘준 우승’ 운동회였다. 그들은 게임 내에서 이기기 위한 과정 대신 멤버 한 명을 이기게 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재미를 준다.
과거 ‘1박 2일’의 출연자들이 “나만 아니면 돼!”를 슬로건처럼 외쳤다면 ‘고잉 세븐틴’의 오프닝 송 가사는 “잘 지냈어요 모두 보고싶었어 우리도”로 시작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한 멤버들끼리, 데뷔 전부터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팬덤이 서로 강력한 유대감을 가진 팀에게서 나올 수 있는 사랑과 배려다. 그 점에서 ‘고잉 세븐틴’은 ‘아이돌 자컨’임에도 재밌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 자컨’이기 때문에 가능한 우주다. 그들의 노래 ‘CHEERS’의 가사처럼 ‘지하방’에서 시작했던 팀이 수많은 경쟁을 거쳐 K-팝 유니버스의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고잉 세븐틴’에서 멤버들끼리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 점에서 세븐틴의 멤버 버논이 ‘위버스 매거진’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추천하며 했던 말은 이 2023년의 청춘 예능에 그대로 돌려줄 수 있겠다.
“보면서 정신이 색종이 조각으로 터져버린다. 증식하는 조각 하나하나는 나의 부족함 속 가능성의 우주를 비춘다. 친절하자. 사랑하자. 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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