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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
사진 출처. 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의 ‘Cupid’는 4월 1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00위로 데뷔했다. K-팝의 빌보드 주요 차트 등재가 더 이상 특이한 뉴스가 아니라 해도, 작년 11월에 데뷔하여 아직 국내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던 팀이 데뷔 4개월 만에 핫 100 차트에 오른 것은 따로 살펴볼 만하다. K-팝 그룹의 핫 100 진입은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이어 6번째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이후 가장 빠른 차트-인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Cupid’는 2월 24일에 공개되었다. 한국어 가사의 원본과 함께 영어 가사 및 연주 버전이 함께 나왔다. 공개 직후 틱톡에 “I’m feeling lonely”부터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에 이르는 부분의 배속 또는 스페드 업(sped up) 버전 영상이 올라왔다. 스페드 업은 노래의 재생 속도를 올려 틱톡의 짧은 영상 속에 업로드되는 노래의 핵심 부분을 더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수정이면서, 손동작을 중심으로 하는 틱톡 안무 영상과 잘 어울린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해당 스페드 업 버전에 맞춘 안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그 이후 폭발적인 틱톡 바이럴이 따르면서 익히 알려진 현재 상황까지 빠르게 달려왔다.

 

틱톡 자체는 차트 성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틱톡 바이럴이 스트리밍 성적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이는 단지 숏폼 플랫폼 이용자가 그 노래를 찾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의 재생 목록은 외부 플랫폼의 트렌드를 빠르게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Cupid’는 공개되었던 주말, 스포티파이가 한국 신곡을 총망라하는 ‘New Music K-Pop’ 플레이리스트에 당연히 등록되었다. 대부분의 노래는 여기에서 운명을 다한다. 하지만 틱톡 바이럴은 ‘Cupid’에 생명력을 더했고, 3월 초 ‘Pop Sauce’에 추가되었다. 팝 장르에서 새로운 아티스트와 노래를 중심으로 향후 히트 가능성이 높은 노래를 선별하는 재생 목록이다. 이 시기에 집계된 스트리밍 성적을 바탕으로 ‘Cupid’가 3월 25일 자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 12위로 데뷔한다. 이는 핫 100을 목전에 둔 25곡을 따로 발표하는 차트다.

 

3월 중순에는 초기 히트 곡 모음에 가까운 ‘Pop Rising’, 인터넷 히트곡을 모으는 ‘big on the internet’에 등록된다. 두 플레이리스트는 각각 300만 명 수준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이 시기부터 ‘Cupid’가 스포티파이 미국의 일간 차트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시기의 스트리밍 성적이 ‘Cupid’를 4월 1일 자 핫 100 차트로 보낸다. 정확히는 3월 17일부터 3월 23일 사이의 성적이 4월 1일 자 차트에 반영된다. 덕분에 3월 24일에는 스포티파이에서 영향력 높고 가장 유명한 ‘Today’s Top Hits’에 올라간다. 가장 인기 있는 50곡을 싣는, 구독자 3,300만 명의 초대형 플레이리스트다. 당연히 스트리밍 성적이 계속 늘어나며, 4월 8일 자 94위, 4월 15일 자 85위로 순위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4월 13일 자 스포티파이 미국 일간 차트에서는 10위까지 올랐다. 

한마디로, ‘Cupid’는 틱톡의 축복을 받은 깜짝 히트 곡이 주요 차트까지 영향을 미친 모범적인 사례다. 이미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가 틱톡 챌린지로 대표되는 숏폼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여전히 아티스트가 주인공이다. 반면 ‘Cupid’는 스페드 업 버전도, 안무도, 그 확산도 플랫폼 내에서 자생적으로 펼쳐졌다. 바이럴을 탄 구간도 홍보의 중심이 되는 후렴이나 이른바 포인트 안무 구간이 아니라, 그 직전부터 후렴이 폭발하는 순간까지로 조금 다르다. 해당 구간이 직관적인 가사로 안무 표현이 쉽고, 손동작과 대조되는 활시위 동작으로 끝나는 쾌감이 틱톡에 더 어울린다. 틱톡이 릴 나스 X와 같은 역사적 사례부터 최근 급격히 늘어난 1회성 히트 곡에 이르기까지 전에 없던 성공의 경로를 만들어냈지만, K-팝과는 거리가 멀었다. K-팝이 미국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에 비하면 정교한 기획력과 예상 외의 성공은 상호배반인 것처럼. 하지만 ‘Cupid’는 유행의 흐름 안에 있는 좋은 트랙, 적절한 내용의 영어 가사, 어울리는 안무가 결합할 때 K-팝도 예외가 아니라는 증거다. 아직 피프티 피프티는 K-팝보다 틱톡의 이름 아래 있다. 이 새로운 재료와 K-팝 그룹이라는 조합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