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촬영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끊임없이 춤을 췄다. 그러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눈빛을 바꾸고 촬영에 집중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몰입할 수 있었는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렇게 17세의 소년은 해맑은 얼굴 아래로 때때로 흘러가는 파도처럼 깊은 내면을 갖고 있었다.

어제(12월 4일) KBS ‘뮤직뱅크’ 녹화를 했어요. 첫 음악 방송인데 느낌이 어떤가요?
선우:
누나랑 세 살 차이가 나는데, 어릴 때부터 누나와 음악 방송을 틀어놓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그래서 제가 음악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긴장되기도 했지만 설렘이 더 컸어요.

어릴 때 화면에 나오는 일이 어떤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나요?
선우:
화려하게 빛나는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나도 저기 서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죠. 애초에 그런 쪽에 관심을 갖고 태어난 것 같아요.(웃음) 누나도 저랑 같이 음악 방송을 봤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가수의 꿈을 가져오셨던 건가요?
선우:
네. 초등학교 때 노래를 꽤 잘했어요.(웃음) 노래를 외우는 속도도 빨라서 선생님들이 저를 “음악 프로그램이나 방송에 내보내면 어떠냐?” 그런 이야기를 엄마한테 종종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변성기가 와서 가수의 꿈을 포기했어요. 노래를 불러도 이전처럼 신나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어요. 그런데 2학년 때 한 기획사에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변성기가 아직 심할 때라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곳에서 “네가 원하는 대로 1년 뒤에 다시 오디션을 보면 어떻겠냐?” 이런 제의를 해주셨어요. 그 후 1년 뒤에 정말로 연락이 왔어요. 그걸 계기로 여러 오디션을 다시 보고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화면 속에 나오는 본인을 보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선우:
스스로는 ‘귀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 속의 저는 생각보다 눈꼬리도 길고 차가운 느낌이라 의외였어요. 화면으로 보니까 제가 몰랐던 그런 부분들이 많이 느껴져요.

‘표정 부자’로 유명해요. 어릴 때부터 표정 연습을 많이 한 편이었나요?
선우:
어릴 때부터 음악 방송을 다양하게 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또 감수성이 풍부해서 영화나 드라마에 우는 장면이 나오면 저도 울고, 슬픈 노래가 나오면 눈물이 고이는 그런 애였어요. 친구가 울면 저도 같이 마음이 오락가락하고.(웃음) 표정에는 성격이 반영되니까, 자동으로 그런 면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I-LAND’에서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선우 씨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선우:
‘깨발랄’하고 끼 많은 이미지였어요. 중학교에서 1년마다 합창 대회를 했는데 워낙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요.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복도에서 대놓고 춤을 추면 친구들이 “아 너 왜 그래~” 이랬고요.(웃음) 부모님이 학생 때부터 연예인을 준비하는 걸 반대하셔서 공부를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은 처음으로 100점을 받았어요. 그때 문제가 쉬웠다고는 했지만 100점을 받은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하고 싶은 걸 못하니까 점점 공부에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3학년 때 학원들을 그만두고 원하는 걸 하면서 지냈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케이팝 뮤직비디오 보는 걸 좋아하고, 댄스 동아리에서 춤추고, 친구들과 서로 머리를 해주기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멤버들의 머리를 자주 해주시더라고요.
선우:
어릴 때부터 누나 머리를 땋아주거나 고데기를 직접 사서 머리를 해줬어요. 미용사의 꿈을 가졌던 적도 잠깐 있어요. 엄마랑 누나가 뜨개질하거나 십자수하는 걸 자주 봐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스티커를 붙이거나 색칠하기, 종이접기 이런 걸 자주 해서 무언가를 꾸미는 걸 좀 더 좋아하게 됐어요. 향을 좋아하는 것도 누나 영향이에요. 누나가 향수를 사서 뿌리는 걸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레몬 향처럼 가볍고 상큼한 향을 좋아해요. 말하고 보니 원래부터 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네요.(웃음)

성훈 씨는 데뷔 쇼에서 선우 씨가 해주는 머리 스타일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웃음)
선우:
(웃음) 제가 긴 머리나 단발머리를 하는 데에 더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 누나 머리는 많이 해줬는데 정작 제 머리는 자주 안 만졌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제 머리도 만지기 시작했어요. 여자 사람 친구 중에 짧은 머리를 가진 애가 있어서 그 친구 머리를 해주기도 하고, 남자인 친구들 머리도 해주고, 그렇게 짧은 머리, 긴 머리 다 해보면서 고등학교 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I-LAND’에서 성훈 씨에게 “저도 형이랑 친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많이 친해졌나요?
선우:
이건 정말 단언컨대 장담할 수 있습니다.(웃음) 진짜 많이 친해졌어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알수록 생각보다 잘 맞는 부분들도 있고 장난도 많이 치게 되더라고요. 형이 은근히 저를 귀여워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좀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웃음)

니키 씨는 요즘도 선우 씨 침대에서 주무시나요?(웃음)
선우:
네. 이전까지 저는 혼자 자본 경험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같이 자는 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니키가 항상 “같이 잘 거지?”라고 이미 확신을 갖고 물어봐서(웃음) 자연스럽게 계속 같이 잤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오히려 제가 혼자 자게 되면 조금 외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들었나 봐요.(웃음)

‘I-LAND’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잘 챙겨주는 성격이 눈에 띄었어요.
선우: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이랑 있는 걸 더 좋아하고, 남들한테 관심도 많아요. 누가 표정이 조금 안 좋으면 ‘무슨 일 있나?’ 걱정도 많이 되고. 현실적으로 조언은 못하는데 "아, 어떡해." 이러면서 같이 슬퍼하는 그런 친구 있잖아요.(웃음) 제가 그래요.

제이 씨는 선우 씨에 대해서 “귀찮아하지 않고 착착 해주는 동생”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선우: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마인드가 바뀌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누나도 저보고 “너 진짜 철없었는데 요즘 진짜 철든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처음에 연습할 때, 연습 기간이 짧다 보니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몸도 안 좋을 때였는데, 포기하기는 싫었고, 많이 속상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가 “그래도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네가 후회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꾸준히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이 든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오래 하지 못했어요. 중간에 싫증나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 더 참고 해보자, 이런 긍정적인 마음이나 인내심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아요.

‘I-LAND’에서 처음 탈락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라고 탈락을 쿨하게 인정하거나, ‘-note’의 영상 일기에서 당일 받은 지적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선우:
어차피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피드백을 받아들여서 ‘다음에 잘하자.’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전에는 후회를 자주 했어요. 먹는 것으로 예를 들면, 뷔페에 가서 많이 먹으려고 일부러 굶었는데 막상 가서 먹으면 금방 배불러져서 후회하고 그랬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그럴 때마다 엄마가 “너는 왜 그렇게 후회를 하냐,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듣는 사람도 기분이 나빠지고 너한테도 좋지 않다.” 이런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 말은 안 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I-LAND’에서 처음에 어려워하던 웜 동작을 결국 해내기도 했고, 브이라이브에서도 ‘Save ME’로 보컬 총대 무대를 할 때 사실 아팠다고 했어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선우:
애초에 제가 이 꿈에 도전했던 그 마음을 계속 생각해서 다 할 수 있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떻게 포기를 하나 싶었거든요. 약해지면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헛되어지는 게 아깝고, ‘이걸 안 하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팠지만 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어떻게든 그냥 다 했어요. 솔직히 안 할 수 없잖아요. ‘이왕 하는 거 더 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죠.

데뷔가 결정된 다음 날, ‘-note’ 영상 일기에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했고 계속 하려고 하는지 마인드를 되새기면서 좋은 아티스트가 되겠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선우:
행복한 삶을 위해서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저는 TV에서 나오는 춤이나 노래를 따라 하면서 즐거웠고, 그 즐거움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했거든요. 이 일을 선택하면 정말 행복하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했어요. 이 일에는 힘든 과정도 많지만, 제가 느꼈던 행복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한다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데뷔 트레일러에서의 와이어 촬영에도 덤덤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선우:
아, 사실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웃음) 생각보다 제가 높은 곳을 무서워하더라고요. 와이어를 타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요. 그 상태로 올라가서 손을 놓고 앞으로 몸을 뒤집어야 했는데, 처음엔 솔직히 손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스태프분들이 촬영을 위해 오신 건데, 제가 손을 안 놓으면 촬영이 늦어지잖아요. 그래서 ‘한 번에 확 하고 끝내자.’ 이런 생각으로 했는데 다행히 잘됐어요. 와이어 촬영도 사실 누구에게나 흔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데뷔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나요?
선우:
‘Given-Taken’에서 ‘그 빛은 날 불태웠지’라고 제가 노래하는 부분에 성훈이 형과 정원이랑 합을 맞추는 안무가 있어요. 처음에 제가 센터는 아니었어요. 초반에 멤버들과 다양한 포지션을 해보고 최종 파트를 결정하거든요. 마지막 컨펌이 나고 셋이서 안무를 맞추는데, 서로 힘이나 선이 다르다 보니 합을 맞추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또 성훈이 형이나 정원이는 저보다 연습 시간이 기니까 제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그만큼 더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잘 맞췄어요.

그 파트에서 선우 씨의 저음이 매력적이에요.
선우:
희승이 형이 잔잔하게 처음을 열어주는 느낌이라면, 그 다음 제 파트는 분위기가 전환되는 시점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프로듀서 선생님께서도 강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요. 그래서 평소의 부드러운 느낌을 버리고 최대한 더 세게 녹음해서 지금의 저음이 됐어요.(웃음) ‘Flicker’나 ‘10 Months’ 같은 곡들은 그래도 녹음이 비교적 수월했는데, 다른 곡들은 디테일이 확고해서 그 느낌을 내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많은 준비를 거치고 데뷔 쇼에서 엔진(ENGENE)분들을 온라인으로 만났어요.
선우:
눈앞에서 엔진분들을 본 듯한 감격을 느꼈어요. ‘팬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기까지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탁 지나가서 눈물이 났어요. 정말 감사했고, 대면으로 뵙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어렸을 때 합창 대회나 댄스 동아리를 해서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할 때 끓어오르는 그 느낌을 알거든요. 좋은 만큼 팬들의 빈자리를 느꼈어요.

팬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요?
선우:
저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는지,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볼 것 같아요.(웃음)

브이라이브에서도 선우 씨는 팬들의 반응을 잘 찾아보고 리액션을 자주 하는 편이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팬분들의 반응이나 멘트가 있었나요?
선우:
‘I-LAND’에서 한 팬분에게 받은 손편지가 기억에 남아요. “네가 힘들어하는 티는 안 내지만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너무 밝게 보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으로 기억해요. 그 편지를 보면서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은 저를 다 아시는구나.’라는 걸 느껴서 정말 감사했어요.

선우 씨에게 무대란 무엇인가요?
선우:
늘 서 보고 싶었고 바라던 곳. 무대에 설 때마다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데뷔 쇼에서 ‘Let Me In (20 CUBE)’ 무대를 할 때도 몸에 엔도르핀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실 진짜 베스트는 무대에 서면서 팬분들한테 환호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까.

무대 자체가 선우 씨에게는 정말 소중한 거네요.
선우:
네.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신선혜 / Assist. 백승조, 김민석, 김상우(@co-op.)(이상 디지털 컷), 전유림(필름 컷)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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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