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는 지금 자기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길 한가운데에 있다. 그가 스스로를 마주한 시간들의 이야기.
낚시에 대한 애정이 한결같아요. 끝끝내 쏘가리를 잡지 못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킬 만큼, 어떤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가요?
제이크: 결과적으로 물고기를 못 잡더라도, 계속해서 언제 어떻게 잡힐지 모를 기대감을 가지고 낚시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 재미예요.(웃음) 무엇보다 가족이나 멤버들이랑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좋아요.
축구, 야구, 테니스, 체스, 레고 등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즐기나요?
제이크: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 자체를 좋아해요. 땀을 빼고 난 후의 기분이 너무 좋아서요. 사실 새로운 걸 일부러 찾아서 도전을 하는 편은 아닌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기회를 굳이 거절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요즘엔 어디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을까요?
제이크: 제가 원래는 시간별로 계획을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몇 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 정해놓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이었는데, 너무 매일같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살다 보니 요즘은 휴일에도 딱히 계획을 짜지 않고 일부러라도 여유를 가지면서 자유로움을 즐기려고 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는 게 되게 신기해요.(웃음) 이렇게 느낌대로, 끌리는 대로 흘러가게 둬도 괜찮다는 걸 최근에 느끼고 있어요.
생각보다 더 익숙함을 선호하고, 계획에 민감하다는 게 의외라고 느껴져요. 해외 스케줄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많이 표현하시는데,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제이크: 그래서 제가 새로운 공간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사실 엄청 편안하게 느끼지는 않아요. 근데 막상 상황을 마주할 땐 빨리 적응할 수 있고, 그 순간만큼은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가족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설레는 일이에요. 맨날 자던 내 방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자는 것 같이 소소한 변화들에서 오는 나름의 재미도 있고요.
순간을 즐긴다는 점에서, 사진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제이크 씨는 눈에 담는 걸 좋아한다는 게 기억나요. 마주한 상황 자체에 충실하려는 걸까요?
제이크: 확실히 저는 어디에서 뭘 하든 그 순간이 지났을 때 다시 되돌아보거나 그리움이 남지 않도록 최대한 즐기고, 눈에 담으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아기 때부터 그랬어요. 해외로 이주를 하기도 했고 학교를 많이 옮긴 경험이 있다 보니까, 지나가는 순간에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첫 월드 투어에 더욱 진심일 수밖에 없었겠네요.
제이크: 연습생 때부터 데뷔하고 나서의 활동까지, 이전에 했던 모든 것들이 콘서트를 하는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팬분들을 가까이 보면서 무대를 하려고 지금까지 연습을 해온 느낌. 팬분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아, 저렇게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너무 느껴서, 콘서트에서 더 잘하고 더 멋있게 하고 싶다는 아티스트로서의 확실한 목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겼어요.
콘서트 중 ‘SHOUT OUT’의 ‘앵앵콜’을 리드하기도 했죠. 공연을 거듭할수록 대본 외의 애드리브도 많이 치는 분위기였다고요.
제이크: 저는 속으로 굉장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무의식적으로 돌리는 편이기 때문에(웃음), 아마 제 성향상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 즉흥적으로 나온 건 없을 거예요. ‘앵앵콜’을 시작했을 때도 사실은 ‘분위기가 괜찮으면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해놨었어요. 정해놓은 걸 그대로 못할 때 살짝의 스트레스가 있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최대한 더 자유롭게 해보려고 한 것도 있어요. 팬분들도 저희와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바란다는 걸 알고 있어서, 서로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고 싶었어요.
무대 경험이 증가하면서 제이크 씨 특유의 바이브가 드러나는 액팅과 제스처가 더 발전되기도 했나요? 동작의 디테일과 뉘앙스를 살려야 하는 타이틀 곡 ‘Bite Me’의 안무에서 제이크 씨의 그런 강점이 돋보였어요.
제이크: 감정적으로 진짜 진심을 다해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있다는 걸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퍼포먼스에서 어떤 바이브를 보여줄지 평소에도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특히 이번 미니 4집은 엔하이픈의 색깔과 뱀파이어 콘셉트를 되게 딥하고 자세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라, 보시는 분들이 그런 독특한 분위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끔 표정이랑 제스처에 신경 썼어요.
안무 시안에서 원래 상체가 고정됐던 ‘Got me bad’ 파트 동작을 몸에 그루브를 넣는 느낌으로 변형시켰던데, 자기 몸에 맞게 연구한 결과일까요?
제이크: 거울 보면서 느낌을 찾아봤어요. 더 멋있어 보이려고.(웃음) 사실 이건 니키한테 많이 배운 건데, 춤을 출 때 전체적인 몸의 실루엣이랑 동작을 이루는 디테일한 몸의 앵글이 되게 중요해요. 춤이 멋있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도 저만의 퍼포먼스 스타일을 살려보려고 했어요. 그루비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보컬 역시 ‘Polaroid Love’를 통해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확실히 각인시킨 이후로 제이크 씨만의 색깔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Bills’에서의 목소리가 특히 매력적이에요.
제이크: 제가 ‘Bills’를 ‘Polaroid Love’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두 곡 모두 제가 진짜 저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소리로 불렀기 때문이에요. 근데 제가 누구를 따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특정한 느낌을 내려고 하지도 않고, 진짜 제 목소리로 편안하게 불렀을 때의 반응이 너무 좋았잖아요. 확실히 그때 이후로 뭔가 자신감이 생겨서, 팬분들에게 제 목소리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들려주고 싶었어요.
반면에 ‘Karma’에서는 거의 고함을 치듯 강하게 소리를 뱉어야 했어요.
제이크: 제가 부르기 편한 음역대나 익숙한 느낌은 아닌데, 프로로서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웃음) 잘 소화하고 싶었어요. 지금 말할 때도 좀 그럴 텐데, 평소에 “하” 이렇게 호흡을 많이 빼고 살짝 조용하게 말하는 편이거든요. 이런 저의 목소리로 강렬하거나 높은 음을 낼 땐 ‘이런 분위기가 나오는구나.’를 스스로 알아가고, 제일 듣기 좋은 소리를 찾아가면서 연습하는 중이에요.
제이크 씨가 은근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해야 하는 파트를 많이 맡아왔더라고요. 다정하고 부드러운 실제 성격과 상반된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할 때는 감정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제이크: 일단 제 자신의 모습보다는 엔하이픈의 멤버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무드에 맞게 표현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저도 사람으로서 화가 날 때도 있고 강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으니까 그런 면을 생각해본 적이 있긴 해요.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담아두지 않는 편이에요. 만약 스스로 느끼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잊어버리거나, 상황을 바꾸려고 하거나, 좋은 쪽으로 생각을 돌리려고 노력해요. 제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안 하는 느낌? 어떻게 보면 방어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아닐까요? 다정다감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라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제이크: 그렇죠. 저는 제 자신을 잘 알잖아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제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조금씩 터득했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서너 달에 한 번씩 호주에 와서 같이 지내다 다시 한국으로 일하러 돌아가실 때마다 진짜로, 너무 많이 울었어요. 불안하고, 그립고, 외로웠던 그 시간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아까 지나가는 순간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한 거예요.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까. 모든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이든 상황이든, 제 마음의 100%를 쓰기가 어려워요.
무언가에 감정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면이 엔하이픈 멤버들에겐 어떻게 예외로 적용됐을까요? 멤버들에 대해 “제 100%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처음이라.”라고 한 말이 제이크 씨에게 그 이상의 의미였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이크: 저는 늘 친구가 많았고 누구와도 다 친하게 지냈지만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멤버들의 존재가 정말 신기해요. 살면서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과 몇 년을 같이 지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고, 스케줄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모든 걸 똑같이 함께하다 보니까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너무나 이해하기 쉬워져요. 솔직히 말하면 제 기준에서는 멤버들에게도 진짜 저의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지금도 점점 더 많이 열어가는 중이에요.
지난 인터뷰에서 멤버마다 성향에 맞춰 다르게 대하는 방식을 말했는데, 그렇게 한 명 한 명과 관계를 맺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져요.
제이크: 사람마다 이렇게 대했을 때 편해하고, 이렇게 말을 해주면 좋아하고, 이렇게 농담을 하면 재밌어한다는 것들은 살아오면서 데이터처럼 쌓이다 보니까 맞춰줄 수 있었어요. 근데 데뷔를 하고 처음 알게 된 건, 다른 멤버가 나에게 어떤 말이나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저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원래는 전혀 그러지 않았거든요. 그 감정이 저를 향한 게 아니니까. 근데 이제는 멤버들이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저도 같이 힘들어요. 그 마음을 알고, 같이 느끼게 돼요.
어딘가에 온전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는 성장 배경으로 인해 지금의 공동체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제이크: 확실히 뭐든 함께하면서 서로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게 되니까, 같이 있으면 편안하게 느끼고 또 자랑스러워요. 니키 같은 경우엔 춤을 너무 잘 추니까 퍼포먼스 분야에서 잘 커버를 해준다거나, 정원이나 제가 그래도 힘든 걸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크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멤버들을 챙겨주려고 하는 것처럼요. 멤버들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원래는 감정을 완전히 오픈한 적이 없었어요. 근데 요즘엔 감정적으로 너무 큰 의지가 돼요. 가족이 함께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진짜로 느껴요.
제이크 씨는 ‘팀’의 정신을 굉장히 중시하는 것처럼 보여요.
제이크: 제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축구 같은 팀 운동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상대편을 이기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고, 그 의지의 레벨과 에너지가 다 똑같아야지 우승을 해요. 무조건. 한 명 한 명 각자의 포지션이 있고 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지치거나 의지가 없으면 절대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엔하이픈 일곱 명 모두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진짜 열정을 쏟아야지만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축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너무 확실한 목표가 있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삶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공의 기준이 없다 보니까 의지를 계속해서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게다가 저희는 일곱 명 모두 여기에 인생을 걸었으니까요.
전 세계에서 엔진들을 직접 만나고 엔하이픈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되면서 자기 일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커지기도 하죠?
제이크: 그렇죠. 그런 책임감은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 때 저를 봐주시고, 저를 위로가 되는 존재라고 많이 생각해주시잖아요. 팬분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진짜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최근에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저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 같아요. 꼭 지금 이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제이크 씨는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고 있나요?
제이크: 어렵고 힘든 때도 분명 있었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진짜 어떤 것도 바꿀 생각이 없어요. 제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상황에 너무 몰입하지 말아라.” 엄마가 해준 말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어딘가에 인생을 걸었더라도 마치 인생을 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여유를 가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자세로 살고 싶어요.
스스로를 알아가고 또 찾아가는 길 한가운데에 있네요.
제이크: 점점 저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것 같고, 그래서 계속계속 알아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제 자신을 너무 잘 챙겨주고 싶어요. 그래서 비타민도 많이 먹고 있고요.(웃음)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질 수 있잖아요. 그렇게 잘 챙겨나가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원 “기대치를 낮추고 싶지 않아요”2023.05.30
- 선우 “올해는 저의 ‘터닝 포인트’ 같은 해예요”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