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빌보드가 K-팝 특집판(The K-Pop Issue)를 냈을 때, 현재 주요한 K-팝 액트를 소개하는 내용도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각 멤버의 솔로 활동을 소개해야 하는 수준이고, 그 외 떠오르는 이름(Rising Acts To Know)으로 약 10여개 팀을 언급했다. 그중 걸그룹의 비중은 3분의 2 이상이다. 현재 K-팝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걸그룹이 대세라는 인식은 미국 시장에서 볼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서양의 주류 팝 시장에서 보이밴드가 좀 더 꾸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K-팝의 특이한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 이후, 다시 말해 K-팝의 가장 큰 성공 사례가 1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그 성공의 이유가 개별적인 설명을 넘어 업계의 지식이 된 시대에, 미국에서 K-팝 보이그룹이 자리를 잡는 사례를 추가해보자.
먼저, 세븐틴이 있다. 2015년 데뷔한 이들은 활동 시기 전반이 미국 시장에서 K-팝이 크게 부상한 시기와 겹친다. 이를 빌보드 차트의 관점에서 거칠게 말하면, 수천 장 이내의 판매량으로 월드 앨범 차트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메인 차트를 노리고 그것이 당연해진 시기다. 틈새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의 이동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다. 세븐틴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눈에 띈 것은, 2018년 7월 ‘YOU MAKE MY DAY’ 발매를 앞두고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 87위로 첫 등장했을 때다. K-팝 액트로 8번째 기록이었다. 2021년 7월 첫째 주 차트에서는 ‘Your Choice’가 톱 앨범 세일즈 정상에 오른다. 이후 11월 첫째 주 ‘Attacca’, 2022년 6월 셋째 주 ‘Face The Sun’, 8월 첫째 주 ‘SECTOR 17’, 2023년 5월 둘째 주 ‘FML’에 이르기까지 모든 앨범이 톱 앨범 세일즈 1위에 올랐다. 5장의 앨범은 빌보드 200에도 함께 올랐는데, 순서대로 15위, 13위, 7위, 4위, 2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Face The Sun’의 빌보드 200 톱 10 진입 이후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자. ‘Face The Sun’ 발매에 앞서 ‘Darl+ing’이 첫 영어 싱글로 공개된다. ‘Face The Sun’과 ‘SECTOR 17’은 데뷔 주간에 각각 4.4만 장, 3.4만 장 단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8월에는 ‘BE THE SUN’ 월드 투어를 북미에서 12회 공연으로 시작한다. 11월 이후 일본 등에서 8회 공연을 했는데, 당시의 공연 매출은 빌보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 기준 반기 박스오피스 차트에서 매출 기준 27위, 티켓 판매량 기준 19위에 올랐다. K-팝 액트로는 유일하다. 그리고 올해 5월 ‘FML’이 상당한 관심 속에 13.5만 장 단위의 판매량을 기록한다. 같은 주간 아티스트 100은 1위다. K-팝 그룹으로 7번째 기록이다. 요컨대 세븐틴은 K-팝이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 있으면서도, 긴 시간에 걸쳐 음반과 공연 소비로 이어지는 팬 기반을 구축하고, 결국 정상권에 오른 팀이다. K-팝이라는 조류 안에서 가능한 일이지만, 누구나 저절로 파도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어떨까? 이들은 2019년에 데뷔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안에서 K-팝 붐을 온 몸으로 겪은 팀이다. 방탄소년단의 직계 후배라는 화제성은 이들을 즉시 K-팝 커뮤니티의 중심에 놓았다. 세계관과 챕터라는 개념은 익숙하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 안에서 10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적 장르는 힙합이 아니라 록이다. K-팝의 원천 기술을 바탕에 두지만 팝 시장의 정서가 녹아 있다. 2022년 이안 디올과 함께 발표한 ‘Valley of Lies (feat. iann dior)’는 이 팀이 Z세대의 장르 크로스오버 흐름 안에 있다는 상징이다. 7장의 앨범은 모두 빌보드 200에 올랐고, 2022년 첫 월드투어부터 미국을 포함한다. 드디어 올해 2월 둘째 주 ‘이름의 장: TEMPTATION’으로 빌보드 200, 아티스트 100 1위가 되었다. 불과 4년 만에 K-팝 보이밴드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냈다. 그리고 7일 조나스 브라더스와 함께하는 신곡 ‘Do It Like That’과 8월에 예정된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공연은 또 하나의 기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가속 중인 보이밴드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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