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국내 음원 사이트의 차트 순위에서 J-팝을 발견하는 일이 잦아졌다. 2018년 ‘Lemon’을 발표하면서 “믿고 듣는”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 요네즈 켄시(米津玄師)를 시작으로 5년 동안 아이묭(あいみょん), 바운디(Vaundy), 후지이 카제(藤井 風), 유우리(優里), Ado, 요루시카(ヨルシカ), 이마세(imase) 등 다양한 일본 가수들이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잠시나마 J-팝이 반짝 인기를 끌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심에는 요아소비(YOASOBI)가 있다. 2019년 ‘밤을 달리다(夜に駆ける)’로 데뷔하여 꾸준히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아온 요아소비는 지난 4월 12일, 동명의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推しの子)’의 오프닝 주제 곡 ‘아이돌(アイドル)’을 발표했다. 이 싱글은 요아소비의 인기가 절정에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최고의 아이돌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 때문인지, 일본의 아이돌은 물론 한국 아이돌들도 틱톡에 챌린지를 올리며 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돌’은 6월 20일 기준으로 오리콘 주간 디지털 랭킹과 스트리밍 랭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빌보드 재팬의 핫 100과 스트리밍 송 차트에서도 1위, 미국의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는 2위로 올라 있다. 이처럼 요아소비가 일본을 넘어 한국, 나아가 해외에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인기의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고 싶다. 첫 번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사를 두 번 세 번 음미하며 듣고 싶게 만드는 ‘전략’이 있다는 점. 두 번째, 요아소비의 두 구성원이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 올려 왔던 실력이 있다는 점.
먼저 요아소비의 시작을 살펴보자. 작곡과 편곡을 담당하는 Ayase와 보컬인 ikura, 이렇게 두 명으로 구성된 요아소비는 특이하게도 소설을 음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결성되었다.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는 소설-일러스트 투고 웹사이트인 모노가타리닷컴(https://monogatary.com/, 모노가타리(物語)는 이야기라는 뜻이다)을 운영 중인데, 매년 ‘Monocon’이라는 콘테스트를 열고 그 수상작을 음악이나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9년의 수상작 ‘타나토스의 유혹’을 노래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Ayase가 먼저 투입된다. 당시 Ayase는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로 대표되는 보컬로이드(Vocaloid) 프로듀서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이었다. 이후 이 프로젝트에 알맞는 보컬을 찾던 Ayase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ikura의 영상을 보고 연락하면서, 요아소비가 탄생했다.
바로 여기서 요아소비만의 강점이 생겨난다. 소설, 그것도 짧은 호흡의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에 멜로디와 가사,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탄탄한 설정을 배경에 깔게 되어 듣는 사람 역시 노래가 만들어내는 세계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단 한 편의 소설만, 단 한 명의 작가만 다루지 않아 가사가 그려내는 세계관과 음악 장르의 베리에이션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들어 요아소비는 각종 애니메이션 타이업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당 작품의 해석을 찾아보고자 하는 팬이라면, 요아소비의 노래를 들은 후 그 배경이 된 소설을 찾아 읽고, 다시 요아소비의 노래를 듣게 되는 순환 구조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ikura가 감성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 Ayase 특유의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 있는 멜로디 그리고 그 사이를 꽉꽉 채우는 악기 소리. 단순하다. 요아소비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기본에 충실하다. 듣는 이의 귀를 정직하게 찌르며 들어온다.
요아소비(夜遊び)는 ‘밤놀이’라는 뜻이다. 낮에는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지만 밤에는 만나 요아소비란 이름으로 ‘논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들의 놀이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고,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을 보고 싶다.”는 Ayase의 말처럼 지금, 요아소비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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