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오피셜 북 ‘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이하 ‘BEYOND THE STORY’)’를 지난 9일 출간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2년여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주축으로 3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방탄소년단의 지난 10년을 재구성한 이 책은 10여 년 전 서울에서 모인 일곱 청춘이 전 세계가 바라보는 K-팝 그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앞으로 그려갈 미래를 제시하는 새로운 시작점인 동시에, 그들이 몸담아온 K-팝 산업의 어떤 시절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을 직접 인터뷰하고 책을 집필한 ‘위버스 매거진’ 강명석 편집장 그리고 책의 프로젝트 진행자이자 편집자인 HYBE 출판파트 김연주 담당자에게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다양한 자체 콘텐츠 등으로 진솔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왔습니다. 그에 더해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책이라는 밀도 높은 형태로 기록한 취지는 무엇이었나요?

강명석: ‘BEYOND THE STORY’는 방탄소년단의 지난 10년에 대한 또 하나의 ‘Proof’이기도 해요. 방탄소년단이 ‘Proof’ 앨범에서 ‘달려라 방탄’이나 ‘Yet To Come’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계속 달려온 여정과 함께 앞으로도 나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했다면, 오피셜 북 ‘BEYOND THE STORY’는 그들이 지나온 길과 함께 세상에 전하려 했던 메시지 그리고 그들이 지금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멤버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결과물이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 멤버들이 세상에 전하려 했던 것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더 깊게 전달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 책의 취지에 대해 멤버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뒤 RM 씨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데뷔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싶다.”며 발간에 동의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김연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2019년이에요. 방탄소년단이 아이코닉한 글로벌 아티스트로 급부상한 시점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기록이 필요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글보다 본질에 가장 투명하게 다가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특히 멤버들의 인터뷰 코멘트는 문어체로 다듬되 ‘말’이 ‘글’이 될 때 종종 발생하는 간극을 최소화했고, 이를 위해 본문에 수록된 모든 코멘트에 대해 실제 인터뷰에서의 앞뒤 맥락을 전부 찾아 수차례 검토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멤버들의 평소 말투까지도 최대한 살리려 했어요.

 

팀의 10주년을 정리하는 책이 7월 9일 ‘아미 데이(ARMY DAY)’에 출간된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김연주: 데뷔 10주년을 맞아 출간을 준비하면서 제 머릿속에는 두 개의 날짜가 박혀 있었어요. ‘2023년 6월 13일 인쇄’, ‘7월 9일 발행’. 그러다 올초 해외 출판사들과 미팅을 갖는데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일요일에 책을 출간하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그제서야 올해 7월 9일이 일요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속으로 생각했죠. ‘한국도 일요일에 책 안 내요.’ 그 정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그날 출간만 생각했던 거예요.(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서 7월 9일 아미 데이에 출간하게 됐어요. 방탄소년단이어서 그리고 아미여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해외 출판사들로서는 저희의 일정 계획이 의아했을 수도 있는데, 결국 동참해 이날을 같이 챙기고 취지에 함께해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후로도 올 하반기에 걸쳐 여러 언어판이 속속 출간될 예정이에요. 20개가 넘는 외국어판이 존재하다 보니 해외 출판사들의 번역이나 디자인, 프로모션 콘텐츠를 검토하고 피드백 주고받는 절차를 병행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세 개 언어판이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BEYOND THE STORY’를 집필한 강명석 님은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대해 오랫동안 글을 써온 저널리스트이기도 합니다. 필자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연주: ‘선정’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가 싶을 만큼 저희가 떠올린 사람은 강명석 님이 유일무이했어요. 방탄소년단을 오래전부터 촘촘히 지켜봐온 분이고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해서도 그처럼 넓고 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방탄소년단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글을 쓰시는 입장에선 굉장히 매력적인 지점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필자가 목차의 대부분을 소제목까지 다 잡아 오셨어요. 무엇을 다룰 것인가,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 것인가는 필자 덕분에 초반부터 모두 준비되어 있었던 거죠. 저는 그것을 ‘어떠한 형태로 갖춰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면 됐습니다.

 

강명석: 집필 제안을 받은 시점은 ‘위버스 매거진’에서 일하기 전인 2019년 여름이었고, 멤버들과의 인터뷰는 2020년 봄에 시작했어요. 한 분당 8차례씩 인터뷰를 해서 약 3개월에 한 번씩 멤버들을 만났어요. 인터뷰를 한 차례 할 때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들을 재구성한 다음, 해당 시기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 조사와 팩트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그만큼 멤버들의 인터뷰가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그래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이 책은 제가 글을 쓰기는 했지만 방탄소년단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방탄소년단의 책이라는 점이에요. 저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더 잘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더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인터뷰 이외의 부분에 나오는 문장에는 저의 의견이 담겼고, 제 책임의 영역이에요. 하지만 이 책은 근본적으로 방탄소년단의, 방탄소년단을 위한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던 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이 제작되는 시기 내내 방탄소년단은 계속해서 더 큰 성장을 보여줬어요. 그 때문에 집필과 제작을 완료하는 시기를 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강명석: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과거에 대한 인터뷰를 1년 정도 진행하고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Dynamite’가 나오고 나니 ‘아, 이 시기를 안 다룰 수 없잖아.’ (웃음) 이러면서 인터뷰를 더 하게 됐고, 그 다음 또 ‘Butter’가 나왔어요.(웃음) 그리고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스타디움 투어도 다시 할 수 있게 됐으니 그것도 안 다룰 수 없었고요.(웃음)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취재 일정이 늘어나면서 방탄소년단의 거의 모든 활동을 담은 책이 돼서,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연주: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를 과연 어디까지 이 책에 실어야 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필자가 마지막 ‘챕터 7’ 집필을 남겨두고 괴로워하시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돼야 했어요. 방탄소년단이 활동 중이니 상황은 계속 달라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의 가치관이나 심경이 조금씩 변화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최최종 버전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했죠. 그래서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멤버들에게 작업 막바지까지 문의드리곤 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유효한지 여부가 글에 반영되어야 하니까요. 모든 멤버들이 꼼꼼하게 답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신 기간의 대부분이 공교롭게도 팬데믹 시기였는데, 그 부분이 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김연주: 팬데믹으로 방탄소년단의 활동이 일시 정지됐을 때 공교롭게도 첫 인터뷰가 시작됐어요. 당초 계획대로라면 방탄소년단은 해외 투어를 돌고 현지에서 스케줄 중간중간 인터뷰에 응하는 방식이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투어 때문에 해외 체류 기간이 길고 스케줄도 워낙 빠듯해서 현실적으로 심층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려웠던 걸로 알아요. 그런데 팬데믹 시기에는 모든 스케줄이 한국에서 진행됐고, 방탄소년단은 오프라인 활동이 불가능해져 팬들을 만날 수 없게 된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죠.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는 취지에서 멤버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BEYOND THE STORY’가 처음이에요. 

 

강명석: 첫 인터뷰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들이 일시적이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이라도 있었어요.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멤버들의 인터뷰에서도 당시 각자의 생각과 성찰들, 팬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갑갑한 심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어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인터뷰가 거듭될수록 더욱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멤버들의 가장 최근 행보를 다룬 책의 마지막 챕터 ‘WE ARE(우리)’에 이런 부분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책의 집필을 떠나 많은 걸 배운 인터뷰였어요. 

 

방탄소년단과 긴 기간 인터뷰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강명석: 2021년 11월에 있었던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공연 직후 진행했던 인터뷰였어요.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오랜만에 공연을 한 뒤 진행했는데, 멤버들이 공연이 끝난 직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눴거든요. 많이 피곤한 상태였을 텐데도 팬데믹 이후 첫 공연을 마친 멤버들의 감정과 생각이 굉장히 밀도 있게 나왔어요. 예를 들어 뷔 씨는 평소 인터뷰를 할 때 굉장히 차분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때만큼은 목소리도 조금 더 커지고 필요할 때는 크게 동작을 취하기도 하면서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어요. 멤버들이 인터뷰 중 유일하게 들떴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공연 직후 관객들을 만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던 것 같아요. 

 

김연주: 스케줄상 첫날 한 분만 인터뷰하고 그 다음 날 6명의 인터뷰를 연달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명석 님이 6시간을 쉬지 않고 얘기하셨던 거죠. 새삼 고생 많으셨다 싶습니다.(웃음) 관찰자인 제게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멤버들이 아티스트로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정, 동시에 개인으로서의 생활을 가다듬고 꾸려나가는 흐름이 엿보였어요. 멤버들의 생각과 취향, 가치관이 서서히 변화하거나 점점 또렷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책의 특성상 민감한 내용에 대한 질문도 포함되곤 했는데, 인터뷰가 끝날 때면 멤버들이 “돌아보게 된다.”, “힐링이 된다.”, “재밌다.” 같은 코멘트를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인터뷰 분위기가 점점 편안해지면서 이를테면 지민 씨는 수줍게 “제가 하는 이 얘기는 (책에) 안 실릴 것 같아요.(웃음)” 하면서도 어느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어요. 뷔 씨는 “이게 저희를 기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 이야기하고 싶어요.” 하면서 진솔하게 응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인터뷰 때 RM 씨는 한창 이야기하다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제가 이제까지 했던 인터뷰 중에 지금이 제일 편안해 보이죠?” 출간을 앞두고 4월쯤 멤버들에게 편집본을 공유드렸을 때는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고 싶으셨는지 자신의 코멘트를 모아서 한 번 더 달라고 청해 오기도 했고 의견을 주고받는 미팅을 갖기도 했는데, 그런 피드백이나 요청이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으로 느껴져 참 감사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멤버들을 접하면서 팀과 멤버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시게 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강명석: 이전부터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본인들의 인생과 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느꼈어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멤버들에게는 그 시점에 놓인 상황과 각자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고민 때문에, 특히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 상황 때문에 힘든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문제를 해결하고 계속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어요. 이 책은 그 과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해요. 인터뷰를 하고 나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오르곤 했어요. 책에 참여하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지만, 멤버들의 이런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김연주: 누군가를 ‘어떻다’고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관찰자로서 그래도 한 가지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팬분들이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아티스트’라는 것.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다 보면 자신이 소위 인간으로서 괜찮은 대상을 지지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확인하고 싶어질 때가 생기잖아요. 하지만 그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아미들이 넘치게 사랑을 주어도 ‘안전한’ 아티스트 같아요. 왜냐하면 넘치게 돌려줄 생각을 그들은 늘 하고 있기 때문에.

‘BEYOND THE STORY’라는 제목은 방탄소년단의 BI인 ‘BEYOND THE SCENE’과도 연결되지만, 동시에 멤버들의 ‘이야기’가 말 그대로 핵심이라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강명석: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 ‘BEYOND THE STORY’와 함께 ‘BE THE STORY’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큰 성공뿐만 아니라 거쳐온 모든 과정들이 하나의 이야기 또는 서사 그 자체가 된 팀. 그리고 그를 넘어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팀. 이 책에 참여하기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성공사는 아티스트, 특히 K-팝 그룹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팀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의 원형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동시에 21세기 한국 청춘의 서사로도 읽히길 바랐고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바라보는 K-팝 그룹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장하고 문제를 극복해왔는가, 이 시대에 한국이라는 배경 안에서 자란 소년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에 대한 원형적인 이야기. RM 씨의 ‘Yun (with Erykah Badu)’ 가사를 인용하자면 일곱 청년이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이죠. K-팝 그룹의 멤버는 전 세계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하는 특수한 직업이지만, 그 일로 성장해온 청년들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보편성을 갖는 이야기로 전달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끊임없이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세대로 구전되듯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편집자 입장에서는 개별적이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아미뿐만 아니라 여러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셨을 듯합니다.

김연주: 방탄소년단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어 제3자의 시각에서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본문에 미처 언급되지 못한 내용을 텍스트뿐 아니라 소위 시청각 자료로 보완하거나 궁금증을 해소하려 했어요. 글 속에 들어가 있다가 수시로 빠져나와 조망하고 다시 들어가는 것을 반복했고요. 팩트 체크와 관련해 국내 및 해외 매체의 기사, SNS, 각종 영상 및 음원 플랫폼 등 제 선에서 가능한 자료들은 최대한 찾아보고 비교, 대조하며 하나씩 정리해 나갔습니다. 방탄소년단을 잘 몰랐던 독자라도 팀으로서의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라면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 히스토리를 속속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멤버들의 모습을 모노톤으로 보여주는 포토, 무채색 계열로 색감을 최소화한 전반적인 디자인이 인물과 내용에 오롯이 집중하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연주: 사진의 경우 멤버 전원의 의상과 배경을 통일하고 장식적 요소를 배제해 방탄소년단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콘서트 오프닝 때 스크린에 재생되는 VCR처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종의 인물 소개를 보여주고 싶었고, 눈 감은 사진을 각자의 마지막 컷으로 배치함으로써 내면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야기 너머(beyond the story)로 건너가면 좋겠다 했죠. 그리고 멤버들의 활동명 외에도 본명을 23개 언어판에서 모두 똑같이 한국어로 실어서, 아티스트로서만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심경도 이 책에 담았음이 전해졌으면 했습니다.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특정 컬러가 방탄소년단 또는 방탄소년단의 10년을 대표하진 않기를 바랐어요. 흔히 알려져 있는 보라색은 아미(ARMY)를 위한 컬러로 간주했고, 방탄소년단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그 어떤 영향이라도 줄 만한 컬러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디자인을 담당한 조윤주 디자이너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해가며 머리를 맞댔던 것 같아요. 그 결과, 국가 및 지역별 제작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도서의 재킷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깊은 네이비 컬러를 바탕에 깔고 형광잉크(Fluorescent Ink)를 사용해 7개 사선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본문에는 블루 컬러 하나 정도만 사용하여 미래지향성·청춘의 무드를 부분적으로 가미했어요. 재킷을 걷어낸 하드커버는 흑색 용지에 은박으로 팀을 상징하는 사선 하나만 넣었죠. 해외 출판사에 저희의 편집 및 디자인 의도와 기준, 제작과 관련해 굉장히 까다롭게 피드백을 드렸는데, 어느 언어판이든 최상의 퀄리티를 내고 결과물이 일관되길 바라기 때문임을 출판사들이 이해해주셨길 바랍니다. 각지의 여건이나 기술적인 부분, 소요 일정 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적정선에서 타협하거나 허용한 부분도 있지만, 모든 언어판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완성도를 끌어내기 위해 애써주셨을 거라 믿어요.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일곱 개의 챕터가 ‘SEOUL(서울)’로 시작해 ‘WE ARE(우리)’로 끝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수한 도시로부터 시작해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이니까요.

강명석: 챕터 구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입니다. 2010년대 한국 청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오고, 엄청난 경쟁을 거치면서 성공을 꿈꾸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성공 뒤에는 또다시 생각지 못했던 문제와 고민들이 생겨나게 되고요. 그 모든 과정이 방탄소년단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요. 돌아보면 앨범을 중심으로 한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곧 그들이 그때 겪었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WINGS’에서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 이후 변화한 환경 속에서 본인들의 내면을 바라보거나,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는 팀이 거둔 큰 성공 그 자체 때문에 팀 내부적으로 생기는 고민들이 반영되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그래서 인정 투쟁을 해야 했던 청춘이 성공과 성장을 함께 거듭하면서 각자의 영혼의 지도를 만들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세상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일곱 명이 모이는 과정을 그린 ‘SEOUL(서울)’에서 시작해 방탄소년단이 아미와 함께 진정한 공동체가 되는 ‘WE ARE(우리)’로 마무리되는 흐름으로 구성했습니다.

 

책의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본문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방탄소년단의 안무 영상, 믹스테이프, 블로그 글 등의 QR코드가 다수 삽입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김연주: QR코드 삽입은 바로 저 자신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시작됐어요. 편집 과정에서 글에 언급되는 영상이나 음원, 게시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링크를 따로 메모해뒀거든요. 어쩌다 보니 QR코드만 330개가 넘는데, 책 한 권에 QR코드가 이렇게 많이 들어간 경우는 저도 본 적이 없어요. 외국어판을 펴내는 출판사들도 저희 데이터를 받고 많이 놀랐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바로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게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만족해요. 물론 이건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쌓아온 풍성한 콘텐츠 덕분이기도 합니다. 

 

‘BEYOND THE STORY’는 방탄소년단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퍼포먼스, 음악의 사운드, 특정 무대 등 콘텐츠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석과 비평이 동반된 매우 복합적인 성격의 책이기도 합니다.

강명석: 방탄소년단의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인 부분은 말 그대로 이야기의 궤도를 따라가면서 방탄소년단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비평이 목적이 아니라 그 시점의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방탄소년단의 삶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가의 관점으로 썼어요. 멤버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했거나 그 당시의 내면에 영향을 미친 곡이 있다면 그 곡에 대해 살펴봐야 하고, 팀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무대에 대해서는 당시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 곡들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모든 앨범이나 무대를 평면적으로 다루기보다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곡과 무대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멤버들의 인터뷰와 필자의 관점이 공존하는 책인 만큼, 멤버들의 멘트와 필자의 서술이 시각적으로 구별된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김연주: 필자의 초고가 어느 정도 들어온 시점에서 구성 방향을 모색하던 차에 마치 ‘아하 모먼트(Aha Moment)’ 같은 순간이 있었고, ‘이건 텍스트 중심의 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멤버들의 코멘트가 필자의 서술과 구별되는 동시에 필자 글의 흐름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방탄소년단의 발언을 시각적으로 좀 더 강조하는 방향도 고려했습니다. 컬러를 사용하거나, 코멘트마다 멤버를 표기하거나, 디자인적으로 트렌디하고 화려한 방향을 고려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체나 레이아웃, 컬러를 최대한 기본 중의 기본에 가깝게 다듬었어요. ‘BEYOND THE STORY’는 구성 요소가 이미 아주 복잡한 콘텐츠예요. 필자의 서술문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7명 각자의 인터뷰 코멘트, 미공개 초상 사진, 앨범별 콘셉트 포토, 디스코그래피 정보, 인터뷰 코멘트 발췌 페이지, 본문의 QR코드와 각주 등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그럴수록 시각적으로는 오히려 단정해 보이도록 신경 썼습니다. RM 씨가 이 책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자신이 바라는 음악을 종종 “Timeless”로 형용했듯 ‘BEYOND THE STORY’가 ‘Timeless’한 것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텍스트도 사진도 무리 없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본문 용지, 책의 판형 등도 그 점을 고려하여 결정했어요.

 

10년을 망라하는 방탄소년단의 서사와 더불어 당시 K-팝 산업의 흐름에 대한 필자의 분석이 동반된 만큼, 방탄소년단에 대한 책인 동시에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의 K-팝에 대한 일종의 기록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강명석: 방탄소년단은 K-팝 산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고 팀이 성장해온 과정 자체가 산업으로서의 K-팝 성장사를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들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이 거둔 성공이 K-팝 또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거죠.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역사에는 K-팝만의 특수성을 설명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요. 이런 점들을 함께 언급해야 방탄소년단의 앨범 내용이나 활동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의 고민, 더 나아가 당시 팀에서 겪은 어려움 등에 대해 가감없이 다루고 있어요. 본문에서 RM 씨가 언급한 것처럼 “‘판타지’가 업계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인 K-팝 아티스트의 도서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강명석: ‘오피셜 북’이라고 하면 주로 방탄소년단의 성공사를 다루는 책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방탄소년단이 성공을 거두는 과정은 중요하고, 책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상으로 일곱 명의 성장이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이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책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들 스스로가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주셨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거의 가감없이 들어갔고, 이런 고민들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야기하려면 많은 것들을 그대로 다뤄야 하는 거죠. 그리고 빅히트 뮤직에서 발간하는 오피셜 북이라 할지라도 한 명의 필자로서 책임을 지려면 제 입장과 관점을 정확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의 시대상이 담긴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을 더 잘 이해시키고 싶기도 했어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저에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율성을 보장해줬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빅히트 뮤직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여주신 존중에 대해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연주: 프로젝트 진행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방탄소년단은 ‘BEYOND THE STORY’에 인터뷰 형태로 참여했고 서술의 렌즈는 기본적으로 필자의 시선을 따라 이동합니다. 그런 열린 접근과 해석을 허용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멤버들의 포용력이 인상적이었어요. ‘BEYOND THE STORY’는 방탄소년단을 둘러싸고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관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떤 정해진 답을 제시하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오피셜 북인 만큼 팩트 체크, 필자의 견해 등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검토했어요. ‘이것이 당사자인 방탄소년단의 입장에서도 적절한 서술인가?’에도 유념했습니다. 특히 어떤 일의 선후 관계나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이력은 단선적으로 펼쳐진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이 얽혀서 수십 가지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왔어요. 멤버들의 코멘트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을 다시 거치고, 모든 자료를 동원해 자초지종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솔직히 힘든 과정이었어요. 뭐랄까, 외로운 탐정이 된 기분이었습니다.(웃음)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상으로 성장이 중요하게 느껴졌다.’는 말씀처럼, BEYOND THE STORY’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동반 성장 서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강명석: 원고에서도 언급한 부분인데,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는 항상 “방탄소년단이 왜 그렇게 인기야?” 혹은 “왜 방탄소년단을 그렇게 좋아해?”라는 질문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방탄소년단도 아니고 아미도 아닌 제3자의 시선이거든요.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 왜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묻진 않잖아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그 사랑이 당신의 인생에 무엇을 주었나?”가 되어야 한다고요. 챕터 6에 해당하는 ‘THE WORLD OF BTS(방탄소년단의 세계)’는 사실상 아미들의 사랑에 대한 헌사예요. 2019년 여름 방탄소년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을 할 때, 그 더운 날씨에 스타디움 바깥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소리라도 들으려고 서서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함성을 지르던 아미들의 모습에 정말 큰 인상을 받았거든요. 저렇게 조건 없는 사랑을 누군가에게 주고, 누군가의 고난을 함께하면서 응원하고,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이 좋은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그러면서 아미가 기부나 관람 문화 등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적인 현상으로까지 발전했잖아요. 그렇게 사랑을 통해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아티스트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느꼈고 얻었는지가 가장 궁금했고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 지난 10년 동안 함께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서로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부분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늘 강조했듯 그들의 인생은 아미가 끌어준 것이기도 하니까요. 

 

책이 총 23개의 언어로 출간되고,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안톤 허,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정보라의 ‘저주토끼’ 등을 독일어로 옮긴 번역가 이기향처럼 유수의 번역가들이 참여한다는 점도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명석: 글 쓰는 사람으로서 뛰어난 번역가분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 너무 기뻤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게 어쩌면 제 인생의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 방탄소년단과 아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에요.

 

김연주: 번역가분들의 입장에서는 내용상으로 한국 문화를 비롯해 K-팝이나 방탄소년단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적다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분들이 이 원고를 번역하며 어떤 감흥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방탄소년단이 처음부터 저 높은 곳에 올라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 같거든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출판사 관계자들도 이 작업을 기회로 팀에 대해 알아갔을 텐데, 기회가 된다면 그 소회도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글을 20여 개의 자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번역가분들이 최선을 다해주셨겠지만, 혹시라도 의견 있으시다면 각지의 출판사에 날카롭고도 섬세한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출간에 대한 두 분의 소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명석: ‘BEYOND THE STORY’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물론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공이 들어가서 완성된 책이에요. ‘위버스 매거진’ 업무와 병행하면서 썼던 책이기 때문에 많이 바빴는데, 그만큼 저의 부족한 부분을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신경 써주시고 보완해주셔서 지금의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데 정말 깊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편집자로서 함께해주신 김연주 님께 각별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없었으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책이기에 그 분들에게는 감사뿐만 아니라 이런 기회를 부여해주셔서 영광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연주: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작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던 상황을 자기 분야에서 경험하게 돼요. 저 역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스케일과 놀랍도록 다양한 변수를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겪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체험되는 이 모든 광경은 음악의 힘, 사람의 힘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 일컫는 그 마음이 탄생시킨 것이라는 걸 압니다. 다른 분의 손을 거쳤다면 ‘BEYOND THE STORY’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테고, 어쩌면 그게 더 나은 무엇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다만 방탄소년단의 시간을 온전히 짚어내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나름대로 고심해 매만졌다는 것, 어떻게 보여드리면 좋을지 끊임없이 궁리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미들이 있었다는 게 전해진다면 저는 제 몫을 다한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BEYOND THE STORY’의 대상이자 참여자이지만 그들 이상의 모든 것, 특히 그 뜨거운 기록을 써나간 절반의 주체는 바로 아미예요. 그래서 적어도 제게 이것은 공동의 기록입니다. 번역에, ‘출발어’와 ‘도착어’라는 표현이 있어요. ‘BEYOND THE STORY’는 한국어에서 출발했죠. 세계 곳곳에서 ‘나의 언어’로 도착해 어느 때보다 더욱 가깝게 닿을 이 기록을 통해 아미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마음에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이 더 깊이 뿌리 내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