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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김겨울(작가),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채널십오야 유튜브

‘음악의신이랑와글’ (채널십오야)

윤해인: “나불나불이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와글와글이 된 거야.” 민규가 간파한 것처럼,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와글와글’은 나영석 PD가 친분이 있던 인물들을 초대해 음식과 반주를 곁들여 ‘나불’거리는 ‘나불나불’의 다인원 버전이다. 불시에 ‘채널 십오야’가 속한 ‘에그이즈커밍’ 사옥에 놀러온 원우로부터 시작된 ‘와글와글’은 ‘출장 십오야’에서 도겸이 뽑은 소원권으로 ‘나나투어’를 촬영하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세븐틴 멤버들과 나영석 PD가 보여주는 ‘케미’로 가득 차 있다.

 

‘나불나불’이 특별한 기획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 토크쇼지만, 나영석 PD와 게스트의 친밀함과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던지는 질문을 통해 출연자들의 본 적 없는 매력을 발굴하는 것처럼, ‘와글와글’ 또한 특별한 연출이나 시작점도 없이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멤버들과 안부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븐틴 멤버들이 가져온 음식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특별한 진행 없이 계속되는 대화를 나누는 세븐틴과 나영석 PD는 때로 ‘방송톤’을 잡아가며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세븐틴의 신곡 ‘음악의 신’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연습생 시절 일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 와중에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질문을 하는 나영석 PD의 진행인 듯 진행 아닌 자연스러운 토크는 바쁜 스케줄과 한정된 체력 안에서도 빠르게 안무를 습득하게 된 멤버들의 연륜, 다인원 그룹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완성하기 위해 호시를 따라주는 멤버들의 신뢰, 스스로 플레이어이자 프로듀서이기에 자신의 경험을 살려 상냥한 디렉션을 줄 수 있는 우지의 역할까지 한 호흡의 대화 속에 짚어준다. 스타의 ‘와글와글’하는 실제 회식 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그러나 흥미로운 내용은 모두 뽑아낼 줄 아는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토크 프로”가 등장했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 은유

김겨울(작가): 시는 번역될 수 있을까? 시는 쓰인 언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음성적 특성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 언어에 강하게 결합된 장르다. 그래서 번역될 수 없을 것 같지만, 시도 여전히 번역된다. 강하게 묶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 다른 언어로 다시 묶는 것이다. 한 편의 시를 다시 묶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에 오히려 여기에는 상업적 번역보다 더 큰 자유로움이 있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은유 작가가 인터뷰했다. 낮에는 웹툰 번역을 하고 밤에는 시를 번역하는 번역가, 시를 번역하면서 철학서도 번역하는 번역가, 미국에서 시를 가르치고 쓰면서 한편으로 시를 번역하는 번역가,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더 많은 삶의 언어를 가지게 된 번역가…. 하나의 정답으로 결정되지 않는 자유로움, 출발어와 도착어 사이를 오가는 자유로움 속에서 번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문학의 자리를 고민하기도 한다. 은유 작가의 성실한 인터뷰를 통해 시 속에서 저항과 위로와 자유와 아름다움을 느낀 이들의 문답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영파씨 (YOUNG POSSE) - ‘MACARONI CHEESE’ 

랜디 서(대중음악해설가): DSP미디어(이하 DSP)에서 에이프릴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이 본격 랩 그룹일 줄 누가 알았을까. 영파씨 (YOUNG POSSE)는 청순 걸그룹 명가 DSP와 작곡가 키겐이 이끄는 비츠 엔터테인먼트의 합작 그룹이다.

 

데뷔 곡 ‘MACARONI CHEESE’는 장난끼가 가득하지만 노라조처럼 완연한 코믹 송이거나 오렌지 캬라멜처럼 의도된 ‘뽕짝 댄스’가 아니다. 비트 자체는 진득한 힙합이다. 멤버들이 참여한 가사는 그저 마카로니 치즈 이야기다. 일상적 소재에 수준급의 음악과 춤으로 ‘재능 낭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키치를 선호하는 요즘 감성과 닿아 있다.

 

랩의 톤이 자연스럽고 스킬도 적당하다. 무엇보다 과도하게 힘주지 않는다. K-팝 랩 퍼포먼스의 적은 ‘래퍼스러운’, ‘센 느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자세다. 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어 랩도 준수하다. 디테일한 영어 발음보다는 물 흐르듯 플로우와 인토네이션에 집중했다.

 

XG의 Y2K식 힙합/R&B 팝에서 달콤함을 빼고 짭짤함을 넣으면, 혹은 아타라시이 각코노 리다즈의 쿼키한 느낌을 K-팝으로 풀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두 팀 다 일본 아이돌계에서는 변종 같은 존재다. 변종의 혼종이라는 비유가 과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직접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갈수록 치열한 4세대 걸그룹 경쟁, 영파씨 (YOUNG POSSE)는 그중에도 손꼽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