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은 데뷔 앨범 ‘GOLDEN’에 관한 활동(말하자면, golden arc)을 지난여름 ‘Seven (feat. Latto)’으로 시작했다. 그럴 법했다. 이제 돌이켜보면 ‘Seven’은 ‘GOLDEN’이 만들어진 방법과 그 가치를 함축한다. 익스플리싯(explicit) 버전은 단순히 욕설이나 민감한 언어가 포함됐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에서 연결되는 성적 뉘앙스를 담는다. 대중음악의 세계에서 모래알처럼 흔하지만, K-팝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영역이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존재감을 떨구었다. 사람들이 단순히 정국의 막내라는 오래된 (혹은 영원한) 포지션 때문에 이를 의외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내 매체는 “I’ll be f**king you right”을 슬쩍 모른 척한 것처럼 보인다. 영어 곡이라는 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를 두고 “내가 몇 살이냐?”고 재차 되물은 것은 정국 본인이다.
앨범이라는 형식은 가끔 지나친 포장을 거친다. 예술적 야망, 유기적 구성, 자아의 투영 등을 말한다. 하지만 앨범은 무엇보다 특정 시기의 아티스트가 만든 하나의 포트폴리오다. 좋은 앨범은 그 포트폴리오가 무엇을 남겼는지 스스로 증명한다. ‘GOLDEN’은 역사적 수준으로 성공한 보이밴드 멤버가 순수한 팝스타로 거듭난 예시다. 역사는 때때로 반복되어서, 우리는 그룹의 막내가 매우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구축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로비 윌리엄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해리 스타일스가 모두 팀에서 가장 어린 멤버였다. 여기에는 일종의 사회적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10대 중반에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수년간의 그룹 활동을 거치고, 인기와 자원을 동시에 갖춘 젊은 팝스타로 폭발력을 갖는 것이 하필 막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일 수 있다.
하지만 K-팝에서 막내 이론의 최근 버전을 보게 되리라 예상한 적은 없다. 방탄소년단의 지구적 성공은 일종의 시작이다. 여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팝 크리에이티브와의 협업이 가능하고, 100% 영어로 부른 음악을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작가 증후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제시하는 팝스타가 나왔다. 정국은 ‘GQ’ 인터뷰에서 성공을 정의한다. “성공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정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고난과 좌절을 겪는 모든 순간에 성공이 존재한다.” 앨범 ‘GOLDEN’은 아마 그 자체로 성공일 것이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만족, 행복, 고난, 좌절의 작은 순간에 불과할 것이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예상하기 쉬운 베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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