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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00:0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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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세븐틴의 멤버 승관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UNESCO) 본부에서 열린 청년 포럼 연설 무대에 섰다.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공교롭게도 그는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한 제주도 출신이다. 세븐틴이 유네스코 청년 포럼 연설 한 달 전 새 앨범 ‘SEVENTEENTH HEAVEN’의 타이틀 곡 ‘음악의 신’을 발표한 것 또한 멋진 우연이다. “전 세계 공통의 Language” 음악으로 “우리는 지금부터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된다는 곡이 전 세계 청년들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화두를 던지는 청년 포럼에서 울려퍼졌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소년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음악의 신’을 부르기까지의 과정은 우연일 수 없다. 세븐틴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우지는 연설 도중 세븐틴의 멤버 수, 13명이 너무 많다며 데뷔 후 실패할 것이라는 시선을 받았던 경험을 기억했다. 우지에 이어 연사로 나선 민규는 데뷔 앨범 첫 주 판매량이 1,400장이었던 시절을 말했다. 그때의 민규는 8년 뒤 자신의 팀이 단 1년 동안 1,5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할 거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1,400장이든 1,500만 장이든, 우지는 세븐틴이 늘 멤버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앨범에 담을 곡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민규의 연설 내용처럼 첫 정산을 받아 멤버 이름을 딴 염소를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보낸 것도 멤버 모두가 동의한 결과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인 멤버 준이 연설에서 언급한 연습생 시절의 일들이 있다. 당시 한국인 멤버들은 준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손짓과 표정으로 소통하며 그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응원했다.

 

팀의 리더 에스쿱스는 청년 포럼에 참석할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콘텐츠 촬영 중 입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하지만 연설에 나선 멤버들은 에스쿱스를 포함한 전원의 이름을 여러 차례 호명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부재중인 리더의 존재감이 오히려 부각됐고, 연설에 나서지 않은 멤버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나누어졌다. 승관 또한 ‘SEVENTEENTH HEAVEN’ 발표 전 잠시 활동을 함께할 수 없었다. 그가 위버스를 통해 팬들에게 근황을 알리고 며칠 뒤 활동에 복귀한 것은 에스쿱스의 부상 소식이 공개될 즈음이었다. 13명이나 되는 팀이란, 멤버들에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러나 세븐틴은 13이란 숫자를 나머지 12명이 한 명을 위해 빈자리를 메꾸는 장점으로 바꾸었다. 

 

“웃어도 좋고 울어도 좋아”. 승관은 이 문장을 멤버 전원이 모여 찍은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로부터 한 달 전, 그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자신의 친구에 대한 마음을 긴 글에 담았다. 타인은 위로조차 건넬 수 없을 것 같은 상실이 내 모든 것을 헤집을 때, 웃어서 좋았던 동료가 울어도 좋은 버팀목이 되었다. 제주도 출신 승관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자란 준이 서울에서 한 팀으로 만난 것은 우연이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이 준을 타지에서 감싸던 그 시절부터 승관이 유네스코 청년 포럼에 서기까지, 세븐틴은 행운과 불운 모두를 행복한 필연으로 바꾸었다. 세븐틴의 앨범 ‘FML’의 타이틀 곡 ‘손오공’에서 그들은 “우리는 쉬지 않아 매일”이라고 노래했다. 매년 평균적으로 두 장의 앨범을 내고, 공백기에는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찍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팬들과 소통하는 K-팝 아티스트의 인생이다. 그러나, “I luv My Team I luv My Crew”. 그들은 이 문장을 마치 주문처럼 반복하며 만 8년의 시간을 헤쳐나왔다. 손오공의 가사대로 “진실은 때론 잔혹”하다. 그러나 내가 웃을 때나 울 때나, 내 팀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린다. 그리고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어떻게든 팀으로 돌아간다. 에스쿱스는 부상으로 인해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공연 막바지에 휠체어를 탄 채 합류했다.

세븐틴이 유네스코 청년 포럼에서 ‘음악의 신’을 부른 순간은 어떤 시대정신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앨범 판매량 1,400장으로 출발한 팀이 1,500만 장에 도달하기까지, 만 8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순간 세상에 감사를 전한다. “세상에 음악의 신이 있다면 고맙다고 안아주고 싶어” 그들은 거대한 성공에 도취하거나 그들의 노래 ‘F*ck My Life’처럼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 원망을 쏟아내는 대신 세상을 끌어안았다. 버논은 청년 포럼에서 세븐틴이 들려줄 노래들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로에게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 우리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 우리의 얘기를 전하고 있는지 들어주시겠습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 연습생들이 서로를 믿게 만든 힘. 데뷔 후 겪게 된 모든 고통을 서로 감싸주고 나아가는 힘. 그리하여 성공에 도달한 순간 자신들의 노래로 세상에 행복을 가져다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게 하는 힘.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미움마저 정당화하곤 하는 시대에, 세븐틴은 청춘, 우정, 연대만이 꿈꿀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을 현실에서 입증한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이 공동체의 정신을 크루로, 캐럿으로, 더 나아가 세상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조슈아는 유네스코와 함께하는 교육 캠페인 ‘Going Together’를 “연대를 통한 서로 간의 배움 속에 꿈을 이루는 길”로 설명했다. 연습실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것은 연대였고, 노래를 만들고 춤을 가르치는 것은 배움이었다. 그렇게 살던 10대 소년들이 어느덧 슈퍼스타로 자라 세상을 향해 설득한다. 우리처럼 살아보지 않겠냐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 중 누구도 당연하지 않은 세계, ‘팀 세븐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