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인간으로 살아가야 했던 ‘달의 제단’ 속 뱀파이어와 ‘회색 도시’ 속 늑대인간들은 새롭게 정착한 도시에서 각각 수하와 미카를 만난다. 수하와 미카는 늘 사회로부터 배척받았던 이들에게 처음 나타난 자신을 ‘이해’해주는 ‘인간’이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대상이다. 그러나 그레이빌을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다시 떠나야 하는 늑대인간과, 이방인이었던 그들을 유일하게 받아들였던 미카와 이미 리버필드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뱀파이어들이 전생부터 이어져 있기에 왠지 낯설지 않은 이방인 수하와 겪는 서사는 필연적으로 다르다. 늑대인간(&TEAM)들에게 있어 미카와의 만남은 ‘Firework’의 가사처럼 “외롭던 너와 난 한 순간에 우리가 되”고, “혼잔 아니란 걸” 가르쳐줬다. 그러나 간직한 꽃, 사진, 케이크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놓아줄 수도 없는 기억일 뿐이다. 반면 뱀파이어(엔하이픈)에게 수하는 망각했던 전생의 기억을 기억해내고 “모든 것은 너(수하)에게로부터 받은 권능이었고 곧 너에게로 돌려줄 영원에서 자라났음을” 알게 되어 다시 자신의 “영원”을 바쳐 지키는 대상(‘Fate’)이자 “감히 널” “갈망”할 수밖에 없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 되는 존재다(‘Still Monster’).

지키기 위해 떠나거나(‘회색 도시’) 지키기 위해 함께 한다는 점(‘달의 제단’) 외에도 영겁을 살아가는 뱀파이어, 인간과 비슷한 수명을 사는 늑대인간의 사랑은 궤를 달리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다른다. 이를테면 인간의 ‘영원’은 영겁을 사는 뱀파이어에게 찰나다. 반면 늑대인간은 평생 한 명의 반려만 가질 수 있다. 이것은 늑대인간이 인간의 어떤 ‘찰나’에 각인된 채 자신의 남은 영원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그 순간이 찰나이든 영원이든, 인간과의 사랑에 빠지고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결국 찰나와 다름 없는 사랑으로 인해 각자의 영원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회색 도시’ 81화에서 엔지(의주)의 고백은 인간이 아닌 자들이 인간을 사랑하게 될 때의 마음가짐과도 같다. 인간이 그 순간과 이들의 존재마저 잊어버리고, 끝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계속되는.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라도. 이맘때에, 이 순간에, 네 곁에서 누군가가 널 아주 많이 좋아했다는 거.”
o1 o2 o3 o4 o5 o6 o7
ch1 ch2 ch3 ch4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