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세븐틴’은 세븐틴의 유튜브 채널에서 정규 콘텐츠로 자리 잡은 2019년부터, 총 182개의 회차가 공개됐다(2023년 12월 기준). 그 사이 ‘고잉 세븐틴’은 에피소드마다 온갖 장르를 오가며 ‘자컨’의 경계를 넓혀 왔고, 사실상 일종의 시리즈물이라고 해도 좋을 기획까지 보여주면서, 이제는 ‘고잉 세븐틴’ 자체로 OTT의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마피아 게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돈’t Lie’부터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까운 추리물 ‘BAD CLUE’, 새로운 형식의 공포물을 제시한 ‘EGO’와 ‘구원(舊怨)’,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격전과 두뇌·심리전 에피소드까지 모두 있는 ‘고잉 세븐틴’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한겨울 동안 이불 속에 누워 몰아보기 좋은 시리즈물을 추려봤다.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와 몰입력, 웃음에도 진심을 다하는 멤버들의 예능감, 탁월한 로케이션 선정과 의상 콘셉트로 재미와 완성도 모두 보장되어 있다. 

세븐틴 마피아 유니버스, ‘돈’t Lie’

흔히 알려진 마피아 게임을 보물찾기와 결합한 ‘돈t Lie’는 ‘고잉 세븐틴’에서 처음 ‘시즌제’가 도입된 시리즈다. 3년간 총 13개의 회차가 공개됐고, 그중 ‘돈’t Lie Ⅱ’의 첫 에피소드는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했으며(12월 20일 기준), 시즌 4는 두 달 반에 걸쳐 3부작으로 공개된 대형 프로젝트일 만큼 ‘고잉 세븐틴’의 시그니처 시리즈다. 그 바탕에는 마피아 게임에 너무나 능숙한 세븐틴의 게임 실력, 여러 게임과 마피아를 결합해 점점 큰 판을 깔아주는 제작진의 시너지가 있다. ‘브로커’와 ‘도둑’ 같은 신규 직업, ‘보물찾기’나 ‘추격전’ 등 기존 마피아 게임에 없는 룰들을 활용해 지속적인 변화를 주고, 때론 심리전을 펼칠 수 있는 ‘CLUE(클루)’ 시리즈와 결합하는 등 시즌이 거듭될수록 진화 중이다. 

 

“너 시민이야?”, “얘 마피아다!” ‘돈’t Lie’는 시작과 동시에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피아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항변하거나 추론하고, 때론 서로를 마피아로 몰아가거나 순식간에 투표로 직행하기도 한다(막상 토론과 투표의 결과가 전혀 다르거나, 투표 직전에 여론이 바뀌는 것이 함정이다.). 동시에 게임의 판을 흔드는 역할을 자주 맡아 아무것도 안 했지만 의심부터 받는 정한, 마피아의 필수 요소인 여론전을 담당하는 호시의 캐릭터는 게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멤버들은 서로의 눈빛만으로 수상함을 감지하고,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 동맹을 맺거나 배신하는 그림까지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웃기는 것에 진심인 ‘고잉 세븐틴’답게, 마피아들의 연기력이나 ‘똥촉’ 시민들의 ‘몰아가기’로 세상 억울한 멤버들의 표정, 매번 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는 자막과 편집 덕분에 룰을 몰라도 확실한 웃음을 보장한다. 특히나 마피아라는 걸 들키자 당당히 고개를 들고 누굴 죽일지 고르는 ‘신개념 마피아’의 등장은 ‘돈’t Lie’ 최고의 명장면이므로 놓치지 않길 바란다.

※ 예능과 게임의 재미를 고르게 갖추고 있어, ‘고잉 세븐틴’의 유명세는 알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을 때, 입문 시리즈로 추천한다. 어느새 당신도 세븐틴의 열네 번째 멤버로 함께 마피아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자컨’의 신세계, ‘EGO’ & ‘구원(舊怨)’

‘고잉 세븐틴’은 매번 새로운 콘셉트와 캐릭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고, 때로 그 콘셉트와 연출력을 극으로 밀어붙여 독자적인 세계관을 에피소드마다 구축하기도 한다. ‘A Going Original Series.’라는 이름으로 나온 ‘EGO’와 ‘구원(舊怨)’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성격의 시리즈다. 두 시리즈 모두 힌트를 통해 특정한 공간을 탈출하는 방탈출 게임, 장소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추리물 그리고 어두운 공간과 배경음악, 약간의 놀람 요소를 포함했다는 점에서는 공포물의 성격까지 다양한 장르들이 결합돼 있다. 동시에 멤버들의 사소한 습관이나 리액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컨’의 역할도 하지만, 한 편의 콘텐츠로서 갖는 완성도까지 충분하게 지녔다. 

 

‘EGO’는 버려진 연구실 건물을 배경으로 실험복을 입은 멤버들이 2명씩 깨어나 왜 그 공간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모른 채 시작된다. 다만 주변에 놓인 힌트를 통해 공간을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숨겨져 있는 서사가 드러난다. ‘EGO’가 스토리가 있는 공포 게임을 연상시킨다면, ‘구원(舊怨)’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공포 영화에 가깝다. 2~3명씩 팀을 이룬 멤버들이 ‘폐가 체험을 온 유튜버’라는 설정과 간단한 지시 사항만 받은 채, 한 마을에 도착해 각각 폐가를 탐색하거나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는 과정 속에서 마을에 얽힌 사건이 점점 밝혀진다. 두 시리즈 모두 제작진이 개입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멤버들의 리얼한 반응을 그대로 담고, 예능적인 편집과 자막 없이 멤버들의 대화와 행동만으로 스토리를 파악하게 만들면서 보는 사람도 더 깊게 몰입하고 추측하는 재미를 준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멤버들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쾌감이 더해져 추리형 예능의 덕목까지 갖췄다. ‘구원(舊怨)’은 ‘고잉 세븐틴’이 이미 그 자체로 유튜브의 인기 예능 콘텐츠가 된 시점에서 세븐틴 멤버들이 유튜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것이 2023년의 유튜브와 예능, 유튜버와 아이돌의 교차점 아닐까.

※ 추리와 공포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새벽에 불을 끄고 이어폰으로 감상하길 권장한다. 무서움의 난이도는 ‘구원(舊怨)’이 조금 더 높다 (단, 두 시리즈 모두 다소 무서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시청 시 주의가 필요하다.).
Credit
글. 윤해인
디자인. 페이퍼프레스(paperpress.kr)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