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윤(가명, 15세)은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지난해와 달리 학교 수업은 “원래 들었던 45분이 아니라 1시간으로 는 것”처럼 지루해졌고, 학원까지 다녀오면 저녁 8시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 먹고 다시 “핸드폰을 쭉” 하고 난 뒤 다시 자고 일어나 다음 날 학교에 간다. 그래서 “주말이 언제 올지” 기다리는 서지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유튜브 보기다. 그가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좋아하게 된 것도 유튜브에 올라온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직캠’ 때문이었다. 그 뒤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를 찾아 듣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의 가사를 좋아하게 됐다. “데이터 켰을 때 플레이리스트에 전곡을 쫙 깔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사를 많이 보는데, 노래의 ‘도망갈까’ 부분이 “그냥 도망가자고 말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도망갈까?” 묻는 것도 좋았고, “정해진 패턴 안에서 생활을 하는 게 너무 지루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진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서” 가사를 보며 마음에 와닿았다고 한다.
반복적인 현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 서지윤에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 간극 속 어딘가에 있는 친구 같은 아이돌, 또는 아이돌 같은 친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도망갈까’에 학교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는 동시에, “태현이 오빠가 브이라이브에서 평소에 고등학교 얘기하는 것을 들려주면 ‘아 맞아, 학교에 이런 일이 있었지’ 이런 느낌”도 같이 든다. 올해 1월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진행하는 EBS 라디오 ‘경청’에서 나온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 사이 선택을 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 같은 물음은 자신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때 태현과 휴닝카이의 생각도 들으면서 진로 정하는 데 참고가 많이 됐다고 한다. ‘경청’의 권영란 작가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10대 때 데뷔를 했고, 10대 팬이 정말 많다는 점에서 저희가 가장 원했던 팀”이라면서 “10대의 사연이 엄청나게 많아지기도 했고, 거기에 ‘찐’ 10대들의 이야기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반응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인기뿐만 아니라 그들과 10대 사이의 공통의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은 아이돌을 꿈꾸면서도 일반적인 10대들이 경험하고 있고, 경험했어야 될 것들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학교생활에서 친구와의 관계 형성,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한 경험치가 있어 10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리액션과 공감되는 답변이 바로 나온다.”는 것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최근 여러 방송에서 “무야호”를 외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종영한 MBC ‘무한도전’의 특정 장면이 밈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유행한 것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작년 여름부터 “무야호”를 종종 사용해왔다. 이채선(가명, 16세)은 이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요즘 친구들과 ‘무한도전’ 같은 옛날 예능 영상들을 즐겨 본다”는 그에게 “학교에서 여기저기 들리는 유행어나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들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똑같이, 심지어 먼저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나랑 똑같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방영 당시 ‘무한도전’을 꾸준히 본 성인들과 달리, 지금 10대들에게 ‘무한도전’은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옛날 예능이고, 이런 콘텐츠를 그들의 시각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그들 중심의 새로운 유행이 생겨난다. ‘TMI’ 문답, ‘밸런스 게임’, 게임 ‘어몽어스’ 등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무엇을 위버스, 틱톡, 유튜브 등 10대가 많이 가는 플랫폼에서 공유한다. “저희 부모님 세대는 학원도 몇 개 없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옆집에는 누가 더 잘한다고 비교하면서 살다 보니까 더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이채선의 부모도 아마 학창 시절에는 학원이 많다고, 입시 부담이 크다고 말했던 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 10대에게 학원과 입시는 자신을 “일어나서 학교 가고, 학교 끝나면 저녁밥 먹고 학원 가고, 다시 집에 와서 숙제하고 또다시 일어나서 학교 가는” 일상을 반복하게 만드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이다. 그가 ‘경청’에서 “학교에서 급식 먹으러 간다”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말에 웃으며 공감한 이유다. 10대 학생들이 흔히 던지는 한마디지만, 그 안에는 그들의 일상에 대한 생각이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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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17세, 가명) 또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유튜브 팬 영상들을 보면 ‘찐고딩 모먼트’라고 학생들이 쓰는 말들을 모아 놓는데, 말투를 보니까 ‘우리랑 다를 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멤버들이) 일단 다 잘생겼”고 “굿즈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굿즈가 되게 다양해서” 2년 만에 다시 아이돌을 좋아하게 된 그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깊게 몰입하게 된 것은 단지 같은 말투를 써서가 아니다. 유수진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브이라이브, 위버스 등에서 팬과 대화할 때 “엄청 솔직한” 것에 놀랐다. 태현은 지난해 ‘2020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에서 보여준 댄스브레이크가 의도와 다르게 온라인 상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에 대해 브이라이브를 통해 녹음을 비롯한 연습 과정의 비하인드를 얘기하며 당시 심정과 생각을 팬들과 공유했다. 수빈은 자신의 걱정, 고민, 실수 등 누군가는 숨기고 싶어 할 수 있는 모습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때로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팬들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유수진은 “새 학기에 너무 내 자신을 처음부터 드러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바로 ‘내가 이런 사람이다’ 하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활동 중에 속상한 부분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바로 얘기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그건 팬들을 진짜 믿고 좋아해주니까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팬들 또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채선은 “내가 궁금한 걸 아티스트가 대답해주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런데 위버스에 와서 30문 30답을 한다면서 팬들 질문에 답해주면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다. 나랑 다른 세계의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랑 좀 비슷한 것 같네?’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스크에프엠(ask.fm)처럼 친구들이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과정이 아이돌과 팬 사이에서 이뤄진다. 아이돌이 팬과 함께 형성하는 또래 문화 또는 또래 집단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권영란 작가는 “10대들이 모여서 10대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서 “어른의 시각과 달리, 10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 지점에서 그들의 많은 10대 팬들에게 아이돌을 넘어 일종의 롤모델이 되는 또래 친구의 의미를 갖는다. 이채선은 “수빈이 서툰 모습을 보이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그에 대한 감정, 생각을 솔직하게 팬들과 나누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천천히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미디어를 통해, 또는 팬들과 소통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10대 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유튜브에 ‘자아도취 그룹’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영상들이 뜨는데, 이를테면 팀 내에서 누가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하냐는 말에 멤버들 모두 자신을 지목하고, 팬들이 칭찬 멘트를 보내면 한술 더 떠서 자신을 치켜세우는 식이다. 서지윤은 “‘덕질’하면서 자존감이 좀 높아지는 걸 느낀다. 다섯 멤버가 자기를 사랑하고, 자존감이 되게 높은 모습이 부러워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채선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보면서 ‘나도 나 자신을 긍정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젠 나도 친구들한테 내 칭찬을 아주 많이 하는데, 친구들이 ‘너 진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닮아간다.’고 한다.(웃음)”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말했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자신감은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이 아니라 그들의 불안과 고민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위버스에 올리는 일기 등을 통해 팬에게 소심하거나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았다고 털어놓곤 한다. 이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모습은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감정 상태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는 낯선 환경을 탐색하고, 대인 관계의 영향을 받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반응을 통해 자아를 정립한다. 그 과정에서 ‘나만 빼고 모두가 다 행복한 것만 같고, 우는 것보다 웃을 때가 더 아픈(‘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느낌과 감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에서 소년이 ‘뿔’로 비유된 성장통을 자신이 사랑하는 ‘왕관’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런 10대의 내면의 소용돌이는 자기 긍정과 자기 수용의 전환으로 잠재울 수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팬들에게 불안과 자기 긍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10대에게 실제로 일어나는 내면의 문제이자, 그들이 팬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기를 자연스럽게 겪고 있거나 겪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김은지 센터장이 “청소년들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수용하고 인정해주기 쉽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을 수용하고 인정해주면 그 친구들이 스스로를 수용하고 인정해주는 게 조금 더 쉬워진다. 그래서 내 옆에 친구를 그렇게 수용하고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들의 10대 팬에게 아이돌이지만, 그 옆의 친구일 수도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20대 팬 이소영(가명, 24세)은 “10대 때는 외모나 춤을 보고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20대에 가까워질수록 메시지가 진지하게 다가오더라.”라며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 상황에 대면할 용기가 없었는데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의 가사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누가 그냥 나한테 ‘이거 하지 말아버릴래?’ 이런 말을 해주는 게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서현지(가명, 22세) 역시 “이제 취업 준비를 할 나이라 멤버들이 연습생 때 열심히 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뜻깊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그 친구들도 일종의 취업을 한 거라서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0대를 이미 경험한 입장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7일 ‘경청’의 ‘10대 연구소’ 코너에서 태현, 휴닝카이는 ‘요즘 10대들이 싫어하는 유형의 어른은?’이라는 주제로 청취자들과 함께 평소 어른에 대한 생각, 어른들의 무례한 질문에 대한 대처 방법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권영란 작가는 해당 주제가 논란이 있을까 고려해 질문을 빼려고도 했지만, 태현이 오히려 “그대로 해도 될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서 진행하게 됐다며, “진짜 10대들의 생각이 드러나고, 10대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들이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차별하고,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고정관념에 갇힌 어른. 10대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공감했던 ‘싫어하는 유형의 어른’에 대한 이야기들은 반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그들의 바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10대 중 누군가는 학교에 다니고, 누군가는 일터로 나간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정해지지 않은 길 앞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지금의 어른들보다 더 나은 어른으로 커 나가길 바란다. 그 바람이 때로는 아이돌과 팬이 학교생활과 MBTI, 현재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소통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든 10대가 더 나은 내일로 가는 과정에서, ‘5시 53분의 하늘’ 같은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글. 이예진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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