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승은 몇몇 질문 앞에서 더 좋은 답변을 고민하며 신중하게 대답했고,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잘해야 해서요.”

4월 4일 ‘Dance JAM Live’에서 멋진 정장을 입고 춤을 췄어요.

희승: 맞아요, 제 옷이에요. 사실 뭘 노리고 입었던 건 아니었어요.(웃음) 평소에 신경 쓸 때와 비슷하게 입고 나왔어요. 

 

최근에 패션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브이라이브에 알 없는 안경을 끼고 나오기도 했어요.

희승: 패션은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신경 쓰고 있어요. 엔진분들이 저희의 여러 무대나 활동 이외에도 평소 옷차림이나 취미를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든 저의 끼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안에 더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 엔진분들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를 보셨을 때 멋있다는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어떤 기준으로 옷을 고르나요? 스스로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희승: 사실 유행을 따라가는 방법을 잘 몰라요.(웃음) 어디에서 어떤 게 유행하는지 트렌드의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유행을 좋아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템을 매치했을 때를 생각하기보다 한 아이템만 보고 ‘어, 이건 진짜 예쁘다.’ 생각이 드는 걸 다 사요. 그래서 약간 무리수일 때도 많거든요. 다른 멤버들이 “오늘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형.” 이럴 때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챙겨서 입고 있어요.

‘-note’에서 “나만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희승: 언제 어디에서나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귀와 눈을 열고 살려고 해요.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기보다 이전에 봤던 걸 다시 보는 편인데, 얼마 전에는 ‘앨빈과 슈퍼밴드’를 봤어요.(웃음) 옛날에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봤을까 싶더라고요. 확실히 어렸을 때 보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어릴 때는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귀엽고, 노래가 좋다는 생각으로만 봤는데 지금의 저는 팀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영화가 보였어요.

 

영어 공부에 신경을 쓰는 것도 시야를 넓히기 위한 것일까요? 최근 브이라이브를 할 때 엔진들을 위해 종종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희승: 그렇죠. 저는 영어와 일본어 모두 좋아해요. 글로벌 시대기도 하잖아요.(웃음) 엔진 중에 한국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다양한 나라의 엔진들도 계시니까 더 많이 소통하고 싶어서 영어를 자주 사용하려고 해요. 말하는 건 아직 서투르지만 잘 들을 수는 있어요. 영상통화 팬 사인회에서 다양한 나라에 계신 엔진분들이 영어로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말들이 모두 기억에 많이 남아요. “너는 잘하고 있어, 힘내! 아프지 말고.”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이번 앨범 ‘BORDER : CARNIVAL’의 첫 트랙인 ‘Intro : The Invitation’의 영어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어요.

희승: 기회가 되어서 내레이션 녹음을 한번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프로듀서분들이 보시기에 제 발음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진행하게 됐어요. 그런데 녹음해보니 평소 영어로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그냥 말할 때는 웬만하면 발음이 잘 전달되는데, 녹음한 뒤에 한 자 한 자 떼어서 들으면 어색하게 들리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제이크가 미리 녹음해둔 가이드를 들으면서 연습한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여러모로 이번 앨범에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았겠어요. “데뷔 이후로 제가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한 앨범”이라 말했죠.

희승: 곡들의 무드가 다 다르다 보니 각자 다르게 표현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Drunk-Dazed’는 강렬하고 ‘Not For Sale’은 청량한데, ‘Drunk-Dazed’를 연습하다가 갑자기 ‘Not For Sale’을 하면 표정 전환이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가사를 집중적으로 많이 보면서 그 곡의 분위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촬영장에서 전달되는 이미지를 파악하려고 했어요. 뮤직비디오의 분위기가 곧 곡의 메시지랑 연결되니까요. 이번 앨범에서 무대를 하는 곡들의 콘셉트가 다 다른데, 준비한 대로 다양한 매력이 잘 어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그렇게 많은 부분을 고려하는 연습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Dance JAM Live’에서 희승 씨가 연습 분위기를 즐겁게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희승: 연습이 재밌어야 결과물도 좋다고 생각해서 몸소 웃기거나 이미지를 버리더라도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려고 해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텐션이 높아지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잘 안 풀리는 날도 있잖아요. 조금 일부러라도 파이팅을 하면서 연습하는 애티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받아들이는 속도도 더 빨라지고 즐겁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멤버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BORDER : DAY ONE’의 마지막 방송을 기억하기 위해서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던 모습이 생각나요.

희승: 감성을 한번 발휘하는 거죠.(웃음) 그 앨범으로 활동하는 마지막 순간인 만큼 남기고 싶었어요. 평소에도 어딘가에 가면 사진을 찍어두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어서 위버스 매거진 촬영 현장에서 그냥 밥 먹을 때를 찍어두는 거죠. 나중에 그런 사진만 봐도 그 주변 풍경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밥 먹고 나서 이런저런 촬영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 하면서 재밌는 포인트를 떠올려요.

 

멤버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정말 좋은 거네요.

희승: 동생들이랑 같이 데뷔해서 너무 좋아요. 사실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데뷔 이후 겪는 모든 일들이 저에게도 처음이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여러 명이 합숙을 하는 일도 처음이었고,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분들도 있었고, 아무래도 스케줄을 하다 보면 집중을 많이 하니까 살도 빠지더라고요.(웃음) 그동안 동생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지금은 스스로 더 많이 단단해졌고 형으로서 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생들을 더 많이 챙겨주고 저에게 더 의지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EN-ter key’에서 성훈 씨, 선우 씨와 밀치기 게임을 할 때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라는 대화를 멤버들과 지나가듯 주고받았어요. 자신을 보여주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걸까요?

희승: 사실 무대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냥 준비한 퍼포먼스를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재밌게 대화를 주고받거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는 건 아직까지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동생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종종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기도 하지만, 원래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누군가는 되게 재미없다고 느낄 정도로 진지할 때도 있거든요. 평소의 저는 그냥 제 인생에 열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에요.(웃음)

 

‘코스모폴리탄’에서 틱톡 안무에 도전할 때 희승 씨가 춤은 잘 추면서도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생각났어요.(웃음)

희승: (웃음)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춤이나 노래를 할 때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생각이 흘러가도록 놔두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별것 없는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저는 좋아요.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ENHYPEN 멤버들처럼 빠르게 친해진 경우를 제외하면 평소 저는 누군가와 친해지거나 편안해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었어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곧 오프라인 팬 사인회를 하게 되면 엔진들과 대면으로 소통할 텐데, 생각만 해도 엄청 떨려요. 워낙 제가 낯을 가리다 보니 마음만큼 표현이 안 될까 봐요. 그래서 꼭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될 거예요. ‘EN-CONNECT’ 오프라인 팬 미팅 후기 중에 희승 씨에 대해 ‘무대 매너가 정말 좋다.’는 코멘트도 있었잖아요.

희승: 아, 팬 미팅 첫날에 정말 너무 설레고 흥분되어서 처음에 엄청 긴장했어요. 그 긴장감을 이겨내는 상태에서 무대를 하느라 엄청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직접 보여드리는 첫 모습이니까요. 그런데 무대를 처음 보여주는 순간부터 긴장이 한 번에 풀리면서 엔진분들 앞에서 더 뽐내고 싶었어요. 제 자신을 엔진분들에게 보여드리고 그걸 무대로 표현하는 게 정말 즐거웠거든요. 사실 말씀하신 그 후기도 봤어요.(웃음) 정말 뿌듯했어요.

 

데뷔 후에 처음으로 엔진분들을 눈앞에서 본 거라 의미가 정말 컸을 것 같아요.

희승: 그냥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4~5년 힘들게 준비해서 하려던 게 이런 일이었구나.’ 싶었고, 눈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원래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상대방과 눈을 잘 못 마주치는 성격인데, 엔진분들과 최대한 눈을 많이 맞추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여러모로 안 좋은 시기라 둘째 날에는 엔진분들 없이 공연을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사실 마음이… 안 좋았어요. 머리가 ‘띵’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공연하는 내내 ‘아, 이때 저한테 박수를 주셨는데, 지금은 안 주시네.’ ‘이때에는 내가 레몬을 먹고 참았는데, 지금은 안 웃으시네.’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많이 슬펐어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겠어요.

희승: 그렇죠. 아무리 무대를 많이 해도 엔진분들이 눈앞에 계신 것과 안 계신 건 정말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EN-CONNECT’에서 엔진분들을 만났던 그 한 번이 저에게는 정말 큰 경험이 됐어요. 관중분들에게 직접 무대를 보여드리면서 무대 매너나 여러 자세를 더 배우고 그 후에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거라, 이후의 무대들을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모로 발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KCON:TACT 3’에서 선보인 블락비의 ‘Very Good’에서 희승 씨가 높은 고음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희승: 사실 그 고음보다 살짝 낮은 음까지가 평소 제 음역대였어요. 말씀하신 그 고음을 내려고 애를 썼습니다.(웃음) 많은 시도를 했어요. 발성 연습도 정말 많이 하고, 여러 가지로 연습해보기도 하고요. 제 역량이 스스로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조금 힘들어요. 그래도 확고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부담은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하는 과정이 계속 있는 거네요.

희승: 네. ‘EN-CONNECT’ 팬 미팅 때는 방탄소년단 ‘상남자'의 랩 파트가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원래 랩을 정말 좋아하는데, 연습생 때는 노래에 일단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랩 연습을 중간에 멈췄어요. 오랜만에 랩을 연습하니까 어려웠어요. 감사하게도 슈가 선배님이 녹음했던 가이드가 있어서 처음에는 그걸 계속 들으면서 연습을 하고 나중에는 제 느낌대로 했어요. 그런데 랩에 워낙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다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엔진분들에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무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는 것 같아요. ‘3월 월말결산'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이 많다.”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희승: 엔진분들도 제가 그런 성격인 걸 아실 거예요.(웃음) 한 가지 생각을 엄청 깊게 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둘 다예요. 연습할 때는 그게 장점이기도 해요. 춤이나 노래는 워낙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고 그걸 다 파고들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밤에는 그런 성격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해요. ‘아, 더 잘생겨지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웃음) 또 음악적으로는 ‘내 모습이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 ‘내일은 이런 걸 시도해봐야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요.

 

결국 엔진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들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엔진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희승: 아,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질문이 정말 어려워요.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잘해야 해서요.(웃음) 고민을 조금 하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끊임없이 영감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엔진분들에게 저의 어떤 모습이 영감이 되고, 그 모습으로 인해 엔진분들도 더 멋진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ENHYPEN과 엔진 전체를 모두 멋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윤송이 / Assist. 신예정, 강경희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