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 성훈은 연습에 대해 말할 때면,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이라는 듯 이야기했다. “워낙 많이, 오랫동안 했다 보니 당연하게 몸에 배었다.”고. 그렇게 말하던 그의 모습은 개인 화보 촬영이 끝난 직후 자연스럽게 모니터 앞으로 향해 오랜 시간 조용히, 진중한 표정으로 모니터링을 하던 장면과 겹쳐졌다.

성인이 되니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성훈: 스무 살이 되고 아쉬움이 느껴지긴 해요. 학창 시절에도 운동을 해서 학교생활을 보통 학생들처럼 하지는 못했거든요. 요즘에 교복 의상을 많이 입다 보니 그런 추억이 없는 점이 가끔 아쉬워요.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른스러워진 건 아닌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 같아요.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은데, 아직은 어린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함께 스무 살이 된 ‘02즈’ 멤버들과는 어때요? 

성훈: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세 명 모두 패션에 관심이 많고 힙합도 좋아하다 보니 뭐가 새로 나왔는지 얘기도 자주 하고요. 또 제이크랑 제이가 요리를 좋아해서 저녁 때 음식을 해주거나 라면을 끓여주기도 해요. 그리고 요즘은 저희가 드라마 ‘빈센조’에 빠져가지고. 제이크랑 제이가 먼저 보기 시작해서 저한테도 계속 재밌다고 보라고 그래서, 제가 역주행으로 따라잡았습니다.

 

혹시 02즈의 리더는 확정됐나요?(웃음)

성훈: 아무래도 제가 맨 처음에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제가 리더인 것 같고요. 막내는 정해졌어요. 제이로 확정이 됐죠. 본인은 아직 인정을 못하는데, 벌써 인식이 그렇게 잡혀 버렸어요.(웃음)

멤버들이 모두 가까워졌는지 서로 사소한 부분까지 잘 알던데요?

성훈: 이젠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 느낌이에요. 누가 뭘 좋아하고 불편해하는지 잘 알게 되니, 좋아하는 건 더 챙겨주고 싶고 불편해하는 건 신경을 써주려고 하죠. 어떤 상황이 되면 누가 무슨 행동을 할지 느껴져요. 저희가 장난을 치거나 시끄럽게 하면, 희승이 형이 중후한 톤으로 “얘들아.” 이렇게 말할 때가 있어요. 희승이 형은 맏형이라는 이유로 저희에게 화를 내거나 뭐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럴 때 오히려 본인이 더 시끄럽게 하면서 분위기를 많이 띄워주려고 해요.

 

그동안 여러 무대와 컴백 준비로 바빴을 것 같은데, 멤버들과 좀 쉬기는 했나요?

성훈: 사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요. 녹음이나 연습하는 중간 잠깐씩 쉬었고, 길지는 않았지만 휴가가 한두 번 있어 잠깐 집에 갔다 올 시간이 되었어요. 가족들도 보고 강아지도 봤어요. 가을이가 많이 반겨주더라고요.

 

가족들은 성훈 씨의 지난 활동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성훈: 부모님은 항상 저를 보고 계시니까. ‘위버스 매거진’이나 ‘데이즈드 코리아’ 화보나 인터뷰를 보시고는 “잘 나온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이 좀 어울린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그러셨어요. 동생은 사춘기다 보니 아무래도 저에게 관심이 많이 없어가지고.(웃음)

 

지난 활동에서 신인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어요.

성훈: 사실 저희는 데뷔하기 전부터 올해는 기대하지 않고 다음 해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데뷔하고 몇 주차 만에 좋은 기회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서, 좀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TV에서만 보던 장면이 이루어졌다는 게 좋았어요.

 

그때 숙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성훈: 상을 받은 날 숙소에서 제이가 요리를 해줄 때도 있고, 함께 먹으면서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자.” 이런 격려를 서로 해줬어요. “ENHYPEN이 자랑스럽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고요.

 

인기를 실감할 때는 있나요?

성훈: 아무래도 콘서트나 공연을 못하니까 저희가 얼마큼 인기가 있는지 체감이 잘 안 되긴 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의 선주문량이 45만 장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그런 걸 들으면 조금 인지가 되는 것 같아요.

컴백에 대한 기대감도 클 텐데,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커서 반응에 대한 궁금증도 크겠어요. 

성훈: 처음에는 브리지를 파란색으로 하려고 했다가 어찌하다 보니 노란색이 되었는데, 제 생각에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선우처럼 파격적인 탈색을 해보고도 싶지만, 앞으로 아티스트 생활을 하면서 염색할 일이 많을 거니까(웃음) 좀 아껴두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찍은 콘셉트 포토는 어땠어요? 세 가지 콘셉트로 찍었는데. 

성훈: 콘셉트마다 마인드를 바꿔서 촬영해야 했어요. ‘UP ver.’의 경우 옛날 영국의 귀족이나 왕족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드라마 ‘브리저튼’ 같은 자료들을 스태프님이 보여주셨어요. ‘HYPE ver.’, ‘DOWN ver.’은 스트리트나 취한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다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나 짧은 영상 레퍼런스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선우가 현장에서 사진이 너무 잘 나오더라고요. ‘DOWN ver.’ 콘셉트 헤어스타일이 선우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 되게 잘 나온다.”고 얘기해줬어요. 멤버들은 제가 ‘HYPE ver.’ 콘셉트에서 포도 들고 있는 컷을 보고 감탄했어요. 사실 포도 먹는 장면이 멤버들끼리는 웃길 수도 있는 건데, 잘 찍었다고 놀라더라고요.

 

노래 부르기는 어땠어요? 저음이나 가성을 쓰는 부분들이 인상적이던데요. 

성훈: ‘Not For Sale’은 저랑 목소리 톤이 맞아서 쉽게 했던 반면, 다른 곡들은 원래 제 톤보다 강하게 내거나 느낌을 담아 불러야 해서 조금 어려웠어요. 원더키드 프로듀서님이 녹음할 때 디렉션을 디테일하게 많이 주셨어요. ‘Drunk-Dazed’의 ‘전부 뒤집혀 뒤집혀 서 있어’ 부분에서 저음은 소리를 좀 더 밑으로 내려서 하라고 하셨어요. 가성 부분은 소리가 세게 잘 나와야 해서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녹음을 하다 보니 성량도 늘고 음역대도 올라가서, 곡의 분위기에 어우러지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별안간 (Mixed Up)’에서는 프로듀서님이 1절 도입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셔서, 그 부분 녹음을 많이 했어요. 제가 착한 목소리다 보니(웃음), 어떻게 해야 ‘별안간 (Mixed Up)’의 ‘록’스러운 느낌을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불렀어요.

 

앨범 가사를 보면 ENHYPEN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 같더라고요. 취해 있는 성취를 느끼는 모습도 있고, ‘Not For Sale’, ‘별안간 (Mixed Up)’은 성훈 씨 본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성훈: 앨범 작업 초반에, 저희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물어봐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감정이 음악 안에 들어 있어 전반적으로는 감정이입이 쉬웠어요. 특히 ‘Not For Sale’은 가사가 직설적이라 더 편했고요. 물론 ‘Drunk-Dazed’는 추상적인 표현도 있고 콘셉트가 어려워 정말 연습량으로 만든 것 같아요. 안무 연습할 때 10대들이 집에서 음악 틀고 노는 콘셉트로 연습을 해보기도 했어요.

 

‘Drunk-Dazed’는 퍼포먼스도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주인이 될 때까지 Imma ride’ 파트에서 니키 씨와 호흡을 맞춘 직후 성훈 씨가 두 팔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연습했나요?

성훈: ‘Drunk-Dazed’는 엄청 파워풀하고 포인트가 많아 전체적으로는 힘을 중점적으로 한 안무예요. 대신 제 파트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 눈에 확 들 수 있을까 상상하며 제스처나 표정을 연구했어요. 이번 앨범에 저랑 니키의 듀엣 파트가 많은데, 니키가 워낙 춤을 잘 추고 분위기를 잘 내다 보니 많이 끌어줬어요. ‘주인이 될 때까지’ 부분에서 니키가 제 위에 올라가거든요. 무대에서 실수가 나기 쉬운 부분이라 많이 연습했어요.

일곱 명이 다같이 합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성훈: 연습하다 보면 다들 정신이 없을 수도 있는데, 저희는 각자 의견을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그리고 희승이 형이 아무래도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고, 똘똘한 면이 있어가지고.(웃음) 다같이 맞춰야 할 때 희승이 형이 디렉션을 주는 편이었고, 니키도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안무가 잘 잡힌 것 같아요.

 

그동안 새로운 시도의 무대를 많이 했어요. ‘KCON:TACT 3’의 ‘Very Good’, 팬 미팅 ‘EN-CONNECT’의 ‘상남자’ 무대에서 랩 포지션을 맡았어요.

성훈: 프로듀서님이 제 톤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셔서 시도하게 되었어요. 처음이긴 했지만, 평소에 힙합을 많이 듣기도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목을 긁어서 써야 하니 무대 후에 목이 아팠던 기억이 있지만요. 그래도 엔진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주셔서 좋았어요.

 

‘2020 MAMA’ 무대에서는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죠.

성훈: ‘MAMA’ 같은 큰 무대에서 스케이트를 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처음 들었을 때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아이스링크에서 타는 스케이트와 다른 인라인스케이트여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또 현장의 바닥은 연습실이랑 다르니까 좀 어렵기도 했어요. 그래도 LED 연출과 함께 무대가 멋있게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런 새로운 연습을 계속 해야 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성훈: 사실 피겨스케이팅을 했을 당시에는 연습을 워낙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했다 보니 당연하게 몸에 배었나 봐요. ‘선우의 궁금증 연구소’에서도 이야기했듯 피겨스케이팅은 한 동작을 하려면 계속 시도하고 넘어지는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견디기도 했는데.(웃음) 그래도 부모님이 항상 옆에서 케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같이 연습하는 친구들이 의지가 되었고요.

 

멤버들에게 성훈 씨는 자기 관리와 노력의 아이콘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했어요. 

성훈: 사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저는 그런 이미지가 아닌 것 같거든요. 멤버들도 평소에는 그런 말을 안 해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어요.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걸 보고서, 그제야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고 알았어요.

피겨스케이팅 선수 때부터 ENHYPEN까지, 기록으로 남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성훈: 과거의 피겨스케이팅 영상을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부끄러울 때가 있지만, 어쨌든 제 나름의 업적이잖아요. 귀엽게 봐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 올라오면 평생 함께 간다는 걸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긴 하지만. 사실 제가 선택한 길에 있어서는 당연한 거니까, 평소에 신경을 쓰진 않는 것 같아요.

 

첫 팬 미팅도 기록으로 남을 텐데, 팬들과 직접 만났던 자리라 본인에게 더 각별했겠어요. 

성훈: 처음으로 팬분들 앞에서 무대를 했던 거였어요. 확실히 카메라만 앞에 있는 것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처음 ‘10 Months’로 무대에 등장했을 때 엔진분들이 앞에 딱 계시는데, 사람에게서 오는 ‘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누가 앞에서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긴장도 되었지만 무대하면서 힘들지가 않았어요.

 

두 번째 날에는 멤버들 모두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성훈: 영상 편지로 감사한 메시지들을 많이 받아서 멤버들이 다 울었어요. 어떤 엔진분이 “자신이 힘들 때나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저희 무대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와 힘을 얻는다.”고 말씀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가 처음 데뷔 준비할 때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팬분들이나 대중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직업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이번 활동 기간에도 팬들을 만나고 싶겠어요. 

성훈: 상황이 좋아지면 대면 팬 사인회를 할 수 있을 텐데, 엔진분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지난 활동 때는 그런 경험을 못해서, 이번에는 꼭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엔진분들 앞에서 무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선 느낌을 딱 알아가지고. 엔진분들 앞에서 하면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죠. 

성훈: 아무래도 요즘에는 엔진분들과의 소통 창구가 SNS잖아요. 저희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통을 엔진분들이 좋아해주세요. 저희가 가끔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받는다고 올리는 것처럼요. 멤버들이 실제로 다들 친하고 잘 노는데, 그런 케미를 보여드리고 싶어 칭찬하기 릴레이를 하기도 했고요. 틱톡에는 트렌디하거나 귀여운 모습도 있는데, 무엇을 하더라도 엔진분들은 좋아해주시니까. 재밌게,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럼 만나고 싶은 엔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훈: 엔진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있는 거니까, 항상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해요. 저희도 엔진분들 덕분에 항상 힘이 나고, 엔진분들도 저희 무대를 보고 큰 힘을 얻으면서 즐길 수 있는, 서로 의지가 되는 존재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글. 윤해인
인터뷰. 윤해인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윤송이 / Assist. 신예정, 강경희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