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대답 끝에는 ‘모아’가 있었다. 컴백도, 연말 무대도, 카메오 연기도, 모델 활동도, 노래나 춤에 대한 질문에도 팬들 이야기를 했다. 팬들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댄스의 정석’에 대해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모아분들이 보고 싶어 하시니까요.”

7개월 만의 컴백이에요.

연준: 컴백할 때마다 설레는 것 같고 기분이 좋습니다. 모아분들 못 봐서 아쉽긴 한데 멀리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2021 TXT FANLIVE SHINE X TOGETHER’ 때 모아분들을 잠깐이나마 대면하기도 했어요.

연준: 모아분들이 마스크도 착용하시고 소리를 못 내고 박수밖에 못 치는 아쉬운 상황이었는데도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중간에 모아분들께서 이벤트도 해주셨는데 너무 감동이라 울었거든요. 저희를 위해 다같이 맞춰서 준비해주신 거잖아요. 마음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공백기에는 JTBC 드라마 ‘라이브온’에서 카메오로 첫 연기를 하기도 했는데, 어땠어요? 

연준: 새롭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저한텐 좋은 경험이었어요. 춤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긴장되지만 뭔가를 배운다는 설렘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대사 자체가 모아분들이 설렐 수도 있는 대사인 것 같아서 설렐 수 있도록 연습했어요.

 

‘얼킨’ 모델로 뉴욕 패션위크에 참여한 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연준: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살이 금방 빠지더라고요. 샤프해지니까 사진도 각도 안 가리고 잘 나오고, 모아분들께서도 “너무 예뻐졌다.”, “잘생겨졌구나.” 하시고. 너무 마른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아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까 열심히 관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촬영할 때 열 벌을 입고 사진을 계속 찍었거든요. 실제 모델분들하고 같이 찍는데 워낙 프로분들이셔서 자극받아서 더 다양한 포즈랑 표정을 짓기도 했어요. 후에 화보 같은 거 찍을 때 주위에서 많이 늘었다고 하고 저도 전보다 조금 수월해진 느낌을 많이 받아요.


연말에는 다양한 커버 무대를 소화하기도 했죠. 커버 무대에서의 연준 씨는 원래 무대의 디테일을 잘 살리는 느낌이에요. ‘셜록’ 커버 무대는 어땠어요?

연준: 원곡이랑 비슷하게 따라 하려고 영상을 많이 찾아봐요. 제가 태민 선배님 파트를 계속 했는데 워낙 잘하시는 선배님이시고 디테일도 많아서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스처나 디테일한 것들, 안무적으로는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가려고 했고 표정은 제 느낌을 조금 섞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끔 했어요. 

2021 DREAM WEEK에서 연습생 때 데뷔 평가였던 ‘Sriracha’를 오랜만에 다시 추기도 했죠.

연준: 정말 힘든 안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추니까 또 힘들었고요.(웃음) 최근에 공개했을 때 1절만 춰도 힘들었는데 그때는 3분을 쉬지 않고 밤새워 가면서 췄었거든요. 그때 간절했던 게 생각나서 조금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부분이 있어요?

연준: 춤은 훨씬 잘 추는 것 같고, 곡을 표현하는 제스처도 지금이 더 세련되어진 것 같아요. 랩하면서 치고 나갈 때도 연습생 때는 귀여운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멋이 생긴 느낌? 연습생 때는 제스처도 준비해 갔는데 지금은 당일에 ‘이렇게 바꿔볼까?’ 하고 바꾸기도 하고. 사소한 거지만 그런 하나하나가 모이면 크니까요.

 

그 시절 연습생이던 멤버들이 이제 성년이 됐어요. 성년의 날 축하 메시지에 태현 씨가 “연준이 형이 써준 건 다르게 와닿아요. 전 연준이 형 보고 컸으니까.”라고 하더라고요.

연준: 태현이, 휴닝이는 중학교 때부터 봤고, 범규도 대구에서 올라와서 부모님도 제대로 못 보고 연습생 생활을 했고, 수빈이도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어린 나이에 연습에 매진했잖아요.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걸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속상한 것도 있어요.

 

연습생 시절 연준 씨를 생각해보면 어땠나요? ‘세 보인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면서요. 

연준: 제가 연습생 생활할 때 맨날 피곤하니까 눈썹 찡그리고 있어서 친구들이 다가오기 힘들었나 봐요. 그런데 알고 나면 바보 같고 만만한 느낌이라고.(웃음) 그리고 중학생 때는 키도 작고, 젖살도 안 빠지고, 변성기도 늦게 와서 “귀엽다.”, “아기 같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까 저도 조금 세 보이고 싶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는데 크고 나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뭔가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냥 ‘다양한 매력이 있는 거지.’ 하고 넘겼어요.


‘Sriracha’ 비하인드 영상에서 연습생 때는 흑발이셨던 것 같던데, 이번에도 오랜만에 흑발이네요.

연준: 진짜 제 흑발이 기억이 안 났거든요. 오랜만에 하니까 아직도 거울 보면 색다르고 몇 달 지났는데도 예뻐요. 흑발이 본연의 느낌인 것 같아서 제일 나은 느낌.(웃음) 그리고 제가 항상 튀는 머리 색을 했어서 어디 나가면 무조건 모자를 구비했어야 했는데 이젠 모자 쓸 필요도 없어서 편해요.

 

이번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흑발이 공개됐죠. 영상 엄청 멋있더라고요.(웃음)

연준: 멤버들의 동작이 느려지고 제가 가운데에서 허리 꺾는 안무 있잖아요. 사실 원래 안 됐었어요. 그런데 저에게 임무가 주어졌으니까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녁에도 틈틈이 혼자 매트 깔고 허리 꺾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되더라고요. ‘노력하면 되는구나.’ 하고 또 한 번 느꼈지 않나.(웃음)

 

콘셉트 포토 촬영은 어땠어요? 여러 콘셉트를 소화해야 했는데.

연준: 다른 인터뷰에서도 치마를 입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WORLD’ 찍을 때 드레스처럼 입어보니까 엄청 멋있는 거예요. 너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서 콘셉트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YOU’ 촬영은 판교에서 했는데 판교가 또 성남 분당이잖아요. 제가 분당 사람이거든요. 아직까지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분당 친구들이고. 왔다갔다 하던 거리에서 촬영하고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뮤직비디오에서 차 키를 훔쳐서 운전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직접 운전하면서 촬영했어요?

연준: 저 그 장면 때문에 면허 땄어요. 

 

한 번에 땄어요? 

연준: 완전 원샷원킬.(웃음) 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숙달되진 않아서 일단 멤버들이 불안해했고 저도 불안했고.(웃음) 조심해서 운전했어요.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처음의 무릎 꿇는 안무나 연준 씨 특유의 음색으로 부르는 ‘Say you love me’ 부분에서 애절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연준:  세상을 잃은 것 같고, 슬프고, 처연하고, 구해주고 싶은 다 잃은 사람의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원래 깔끔하게 추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엔 깔끔함을 많이 버리고 고개도 무아지경으로 흔들고 힘을 주는 부분은 동작이 안 잡히게 온몸이 다 털리게 춰버렸더니 이 곡의 애절한 느낌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노래 처음 배웠을 때는 ‘나 노래하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제 목소리를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특이한 목소리를 극대화시켜 특별하게 만들어주셔서 제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색깔을 내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제 색깔을 넣어서 부를 줄 아니까 모아분들께서도 “연준이 목소리가 돋보인다.”라고 많이 해주세요.

 

본인의 색깔을 랩에도 잘 녹여내는 것 같아요. ‘No Rules’에서도 랩 파트 불렀잖아요.

연준: 랩이라고 해서 다 또박또박 발음하는 게 아니라 듣기에 차지게 발음하려고 해요. 굴릴 때도 많고 아예 한국말처럼 안 들리게 랩할 때도 많고. ‘No Rules’ 랩 가사는 다 제가 써서 제 입에 잘 맞는 가사들이라 더 쫄깃하고 잘 달라붙게 부를 수 있었어요.

 

‘No Rules’ 외에 ‘밸런스 게임’, ‘Frost’ 크레딧에도 올라갔던데요.

연준: ‘No Rules’는 랩 부분 작사를 했고 ‘Frost’하고 ‘밸런스 게임’은 전체 수정을 봤어요. 시혁 PD님께서 처음에 ‘밸런스 게임’ 가사가 어느 정도 나온 걸 보내주시면서 “연준 씨가 이걸 써주시면 잘 살릴 것 같다. 전체 수정을 한 번 봐달라.”라고 하셨어요.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바꾼 게 지금 가사거든요. 보시고 너무 잘 썼다고 다음 ‘Frost’까지 맡겨주셨어요.

 

그렇게 수정한 부분이 어떤 거예요?

연준: 정말 많아서.(웃음) 예를 들어서 ‘밸런스 게임’에서 ‘My exp 여전히 zero (zero)’도 원래는 ‘내 경험치는 여전히 zero’였는데, ‘경험치’보다 멋있게 ‘exp’로 바꿨어요. 게임에서 experience(경험치)를 줄여서 exp라고 하거든요. ‘조심해 삽시간에 퍼져’도 원래는 아예 다른 가사였는데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가사를 가져와서 인용하기도 했어요.

 

본인이 수정한 부분 중에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연준: ‘Frost’에서 ‘결빙 호수를 건너 길 따라/다다른 끝에 멈춘 sign’이 원래 ‘결빙 호수의 둘레를 따라/운명이 주는 sign을 찾아’였는데 결빙 호수의 둘레를 따라간다기보다 결빙 호수를 건너가면 더 동화 같고 모험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아서 수정했어요. 그리고 ‘따라’, ‘바람’, ‘sign’, ‘flower’도 다 라임 맞춘 거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웃음)


콘셉트 포토에서 드레스를 입은 ‘WORLD’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평소 과감한 패션을 좋아하잖아요.

연준: 촬영할 때 입어야 할 것 같은 옷들을 평상시에 입는 걸 즐겨요. 최근에는 타투 같은 무늬가 그려져 있는 옷을 샀어요. 일단 뻔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걸 도전하는 재미도 있고 저만의 스타일을, 저를 가꾸어 나가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여러 가지를 도전해보고 있고 남들이 봤을 때 ‘뭘 입어도 다 소화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면 좋겠어요.

 

자신을 가꿔 나간다는 점에서 저번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소심한 성격을 많이 고치려고 했다고 한 말이 생각나기도 해요.

연준: 어쨌든 저잖아요. 저부터 사랑해야 사랑을 나눠줄 수도 있고 저한테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 같은 거죠.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나 저를 사랑하는 게 부족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빴거든요. 그러다 보니 항상 주눅들었는데 저를 사랑하면서부터 자신감이나 여유도 생기고 하고자 하는 일에 한 발짝 가까워졌어요.


그런 여유나 자신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브이라이브 ‘댄스의 정석’인 것 같아요. ‘댄스의 정석’에서 팬분들이 추천해주시는 춤을 즉흥적으로 선보이더라고요.

연준: 모아분들이 보고 싶어 하시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출 게 아니라 원하시는 것들을 춰드리면 만족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것도 있고 저도 보다가 이번에 추면 재밌을 거 같아서 추는 것들도 있고.

 

브이라이브에서 모아분들과 소통할 때도 어떤 팬분이 반말하니까 장난치듯 “어디 오빠한테!” 다음에 바로 “어디 형한테!”라고 하시는 장면도 인상 깊더라고요.

연준: 사실 저희 팬분들은 대부분 여성 팬분들이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도 “어디 오빠한테!”가 나갔다가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남성 팬분들도 굉장히 많으셔서 바로 또 “어디 형한테!”도 나온 거고. 저희 좋아하시는 남성 팬분들도 많은데 그분들을 배제시켜놓는 것 같잖아요. 다 똑같은데.


매거진 ‘지큐(GQ)’와의 인터뷰에서 고치고 싶은 버릇으로 잡생각을 많이 하고 하나 생각하면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성격을 이야기했어요.

연준: 잡생각이나 고민이 많아서 잠 못 잘 때도 많고 좋은 생각이든 안 좋은 생각이든 한 번 깊게 파고들면 혼자서 계속 생각하다 보니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많아요. 어떻게 보면 세심한 걸 수도 있지만 제가 저를 계속 갉아먹고 있으니까 마냥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이번 컴백 쇼만 해도 직캠이 마음에 들 때까지 찍었거든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확실히 성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은 돼요. 저는 저한테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마음이 있어야 더 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조금씩 더 완벽한 무대에 가까워지니까.

 

브이라이브에서 피어싱했을 때 누워서 자지 않아서 귀가 안 눌려서 염증이 안 생겼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이유도 부족함을 느껴서일까요?

연준: 항상 1등을 했는데 위에 있으니까 유지하지 않는 이상 떨어질 일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최종 1등을 하더라도 가끔씩 노래가 2등이거나 춤이 2등일 땐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거예요. 그런 것 때문에 더 매진했던 것 같아요.

 

‘빅전연(빅히트 전설의 연습생)’이나 ‘1등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이 자부심임과 동시에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연준: 그래도 그런 타이틀이 저한테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허투루 연습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어느 정도 인정은 받았다는 거니까 자랑스럽고, 그 타이틀이 괜히 주어지진 않았구나라는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춤, 노래, 랩은 기본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수에서 멈추지 않고 제가 소화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것들 넓혀나가려고 해요. 나중에 저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도 싶고, 제가 만든 곡으로 타이틀도 내보고 싶고요. 

 

하나씩 해나가고 있네요.

연준: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생각보다 빨리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색깔을 예술로 많이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임현경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LESS / Assist. 강민구, 박동훈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