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을 넘기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태현은 이렇게 설명했다. “욕심과 꿈이 있는 저라는 불씨에, 멤버들과 모아들이라는 기름을 받는 것”이라고.

여전히 팬들을 대면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태현: 제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해도 큰 리스크였을 텐데, 이 직업을 선택한 저에게 떨어진 재앙이었어요. 그런데 그 재앙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노력하는 게 맞으니까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팬 라이브 ‘2021 TXT FANLIVE SHINE X TOGETHER’가 조금 위안이 되었을까요?

태현: ‘아 드디어.’ 이런 느낌이었어요. 카메라 앞에서만 하는 건 영상을 봐줄 팬분들이 있을 거라는 2차적인 리마인드를 거치잖아요. 그게 아니라 1차적으로 직접 와닿는 거죠. ‘앞에 팬분들이 있으니까 해야지.’가 되니까요.

 

그런 무대와 컴백을 위해 EBS 라디오 ‘청소년소통프로젝트 경청(이하 ‘경청’)’에서 졸업을 하게 됐어요. 5개월간의 ‘경청’은 어땠나요?

태현: 그렇게까지 제 마음을 사용할 줄 몰랐어요. 제가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대본에 크게 의지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제작진분들이 아껴주시는 게 느껴져 화목했어요. 좋은 프로젝트에, 좋은 방송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떠난 것 같아 제작진과 청취자들에게 미안하고, 여전히 ‘경청’은 잘됐으면 좋겠어요.

 

비록 ‘경청’은 졸업했지만, 컴백 준비와 함께 ‘금디(금발의 디제이)’에서 ‘은디’가 되었네요.

태현: 잘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모두들 궁금해하셨는데 풀리고 나니 속 시원하고(웃음) 편한 느낌이에요.

새로운 머리 색으로 진행한 콘셉트 포토 촬영은 어땠어요?

태현: ‘WORLD’ 버전이 첫 촬영이었는데 해보지 않았던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니까 도전이었어요. 심지어 중요한 시기에 내는 중요한 앨범이니, 개인 촬영에 들어갈 때 떨렸어요. 그래도 모니터링할 때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편하게 했어요. ‘YOU’와 ‘BOY’ 버전에서는 감정선에 신경 썼어요. 다른 의상, 메이크업, 헤어, 공간 안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건 감정인 것 같아요. ‘BOY’에서는 쓸쓸한 느낌을, ‘YOU’에서는 그것보다는 좀 더 밝게, 컬러감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기를 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도 비하인드가 많았을 것 같아요. 자동차로 캠프파이어를 하던데요.

태현: 생각보다 열기가 뜨거워서 깜짝 놀랐어요. 감독님께서도 “얘들아 너무 뜨거우면 그냥 도망쳐.” 하셨죠.(웃음) 하지만 제가 본 제일 큰 불은 아니었어요. 왜냐면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때 엄청나게 큰 문을 태워본 적이 있어서, 두 번째로 뜨거운 촬영이었습니다.

 

팬들이 떡밥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좋다고 했는데, 컴백 시즌이 되니 만족스러운가요?

태현: 미리 찍고 기다리는 시기가 제일 힘들어요. 콘텐츠마다 엄청난 인풋이 들어가는 과정인데, 하나씩 나와서 팬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감당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아웃풋이 느껴져서 행복하죠.

 

그렇게 공개된 콘텐츠 중에 콘셉트 트레일러도 있었죠.

태현: 아마 저뿐만이 아니었을 텐데, 연습 때 진짜 벽을 느꼈거든요. 초반부는 꽤 이전에 배웠는데, 후반부를 좀 늦게 배웠어요. 연준이 형과 함께하는 고난이도 파트나 멤버들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이게 될까 싶었는데 영상 찍기 2~3일 전부터 박자가 맞아서, 희망을 찾았죠.(웃음)

 

최근 브이라이브에서 수빈 씨, 휴닝카이 씨와 앨범에 또 다른 고난이도의 ‘그 안무’가 있다고 했어요. 타이틀 곡의 안무였나요?

태현: 사실 여태껏 타이틀이 가장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No Rules’라는 노래가 정말 구급차 실려가는 노래예요. 타이틀 곡도 힘들지만 ‘No Rules’에 비해서는 복 받은 수준의 힘듦이라.(웃음) ‘No Rules’는 정말 쉴 새 없이 몰아쳐요. 노래의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게, 대다수의 노래보다 후렴 구간이 더 많아요. 그리고 보통은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이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처럼 브리지 구간에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발재간을 하면서 나오기 때문에 그렇더라고요.(웃음)

 

타이틀 곡의 안무는 그나마 괜찮았나요?

태현: 각자의 파트에서 각자 연기를 하는 거라, 오히려 자기 파트 때 쉴 수 있는 유일한 곡이에요. 그리고 제가 인트로를 맡은 건 처음이거든요. 저를 보고 이 무대를 더 볼지 말지 결정할 수 있으니, 여기는 꼭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했죠.

도입부 ‘I know I love you’에서 태현 씨의 긁는 듯한 보컬 역시 중요했겠어요.

태현: 음악처럼 노래에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듣기 좋으면 ‘장땡’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장땡’의 소리를 찾아다닌 거 같아요. 제 방법대로 긁으니 가이드와 다른 느낌이 나고, 그 정도를 세심하게 PD님과 조율하고 수정했어요. 


이전에 작업실에서 브이라이브를 했는데, 이번 앨범과 관련된 작업도 있었나요?

태현: 이번 앨범에 실린 것도 있고, 가사도 있고, 건반도 치는데, 제일 흥미 있는 건 트랙 위에 멜로디를 쓰는 탑라이닝(toplining)이에요. 욕심나는 부분이라 쓰지 못하는 비트에도 연습 삼아 해보고 있는데, 노래나 큐베이스 다루는 것도 늘고, 좋은 영향이 있어요. 탑라이너는 음악을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하는데 연습생 때부터 그런 습관이 있어 적성에 맞게 잘하고 있어요.

 

앨범에 실린 건 어떤 부분들일까요?

태현: ‘밸런스 게임’ 데모를 받았을 때 새로운 시도이자 좋은 트랙이라고 생각해 애정이 있었어요. 기계음이 중심이 되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기계음이 안 좋은 건 아니니까요. 라임을 생각하며 썼는데 자신 있다고 생각한 가사는 안 들어가고, 오히려 무난하게 만든 부분이 들어갔더라고요. ‘B와 D 사이의 C’라는 내용이었는데 연준이 형과 시혁 님이 함께 봐주시며 부르기 쉽게 ‘Pick your 답 A or B’로 바꿔주었죠. ‘No Rules’는 규칙이 없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사실 잘 썼다고 생각한 부분은 안 들어갔고.(웃음) ‘지금 아침인지 밤인지’ 이렇게 쓴 걸 연준이 형이 ‘지금 A.M.인지 P.M.인지’로 바꿔줬어요. 그리고 ‘펑크이고 싶은 나였는데’는 전에 있던 가사가 그대로 나와도 재밌겠다 싶어 제안했는데, 들어가게 됐어요.

 

그리고 ‘디어 스푸트니크’에도 참여했어요.

태현: 이 곡에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브리지의 탑라이닝을 제가 했어요. 모든 곡에 참여를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아웃풋이 덜 나오면 불안해지는 거예요. 참여가 의무는 아닌데 쫓기는 느낌이 들던 차에, 이 곡에 제 브리지와 가사가 들어가서 안도했어요. 한편으로 다른 파트에 제 제안이 채택된 건 아니지만 유사한 방향의 가사가 실린 걸 보고, 내가 틀린 방향은 아니었단 걸 느껴서 긍정적이었어요.

앨범 작업에 꾸준히 참여한 점이 노래 부르기에도 영향을 주었나요?

태현: 제 멜로디가 매력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제가 녹음해서 보내야 하니, 잘 쓰는 것만큼 잘 부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당연히 ‘라’보다 ‘시’까지 낼 수 있으면 음의 선택지가 넓어져요. 자연스럽게 노래도 느는 것 같았어요. 저는 편견 없는 음악을 추구해서, 여러 장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고음이나 호흡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부르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보컬의 장점이 많이 드러난 거 같아요.


음악에 관한 태현 씨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태현: 탑라이닝에서 저희의 노래 말고도, 제가 의뢰를 받는 입장까지 가고 싶어요. 트랙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잘 쓰는 분들이 많다 보니,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제 비트가 온전히 쓰이는 건 아직 먼 일 같아요. 그래도 탑라이닝은 제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태현: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like’한다고 그게 ‘good’인 게 아니고, 내가 ‘hate’한다고 그게 ‘bad’인 것도 아니니까요. 그걸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여러 장르를 다 듣기에 ‘bad’가 없어요. 그러다 보면 음악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 안에서 다수를 내다볼 수 있는 감각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태현 씨 개인의 성장도 있었지만, 팀의 성장도 있었어요. 선주문량이 70만 장을 넘었죠.

태현: 너무 감사하죠. K-팝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수록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제가 위버스에 자주 오는 것도 감사함에 대한 하나의 표현 방식이에요.

수치적인 성장만 있는 건 아니에요. 좋아한다고 언급했던 저스틴 비버와 같은 회사가 됐고, 작년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태민 씨에게 앨범을 선물 받기도 했어요.
태현: 저는 이 직업이 안 힘든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재밌는 직업임은 분명해요. 다이내믹하고 예측할 수 없고, 생각보다 신나는 일이 많이 생기는 직업이에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의 무대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게 생각보다 벅차요. 언젠가 저희를 커버하는 후배 친구들이 나오면 그 기분도 느껴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꿈을 하나하나 이루고 있는 사람인데, 때로는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태현: 마냥 환상에 끌려다니지 않아야 진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현실적인 면에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꿈으로 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현실적인 태현 씨가 잘 드러난 게 ‘경청’이기도 했어요.
태현: 어린 청취자들의 사연이 많았는데, 그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기억에 오래 남거나, 라이프스타일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껴봤으니까요. 단순히 힘내라는 말보다,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방향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휴닝이랑 많이 고민했어요. 그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그저 다른 어른들이 하는 말처럼 들리게 될까 봐, 갇혀 있는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조심했어요.

‘보그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성장을 ‘계단형 그래프’에 비유한 게 생각나네요.
태현: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었어요. 사람에 따라서 계단의 수평 시기가 사실 수평이 아닐 수도 있어요. 심지어 경사진 모양으로 올라가는 복 받은 사람들도 있겠죠.(웃음) 누구에게나 굴곡은 찾아오니, 올라가는 순간이 늦게 온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면 되는 것 같아요. 외부에 신경 쓰게 되면 딜레마에 빠지는 것 같거든요. 극단적으로 갑자기 실력이 줄기는 어려워요. 냉정하게 나를 바라보면 슬럼프일 때도 조금씩은 성장을 하고 있어요. 각자의 재능과 노력이 있는 거니까, 비교는 과거의 나랑만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런 통찰과 비유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태현: 저는 스마트폰의 순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면, 책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을 얼마큼 활용할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의 지식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찾아보고 나중에 또 생각이 나면 북마크 들어가서 보고 하죠. 살아가는 데 생기를 잃지 않는 건 인간의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성인이 되었는데,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태현: 하나는 깨어 있는 사람이에요. 인생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답이 존재하니, 절대 하나의 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른일수록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해 힘쓰는 게 하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는 나만 잘 살아서 남는 게 뭔가 싶더라고요.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잘 도와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브이라이브에서 스무 살이 넘으며 체력적으로 달라진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외에 달라진 건 없었나요?

태현: 청소년 때랑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거의 없는데, 친구들이 대학 가야 된다고 얘기하면, 그때 좀 실감이 나죠. 제가 중학교 친구들밖에 없거든요. 그 친구들은 일반인인 저, 연습생인 저, 그리고 데뷔한 저와도 함께해서,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고 그저 인간 태현이로만 봐주니까요.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휴닝카이 씨는 태현 씨에게 어떤 친구인가요?

태현: 이건 제가 어디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휴닝이는 귀인이에요. “너만 걷고 있지 않아.”, “너만 지금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니야.”를 옆에서 보여준 게 휴닝이었거든요. 엄청난 힘이 됐어요.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많겠어요.

태현: 제가 관심 있는 걸 주의 깊게 보는데, 멤버들에게 관심 있으니 주의 깊게 보는 것 같아요. 피를 나눈 혈육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고요. 실질적인 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나 싶어요.

모아에게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 2월 전달 받은 편지를 일일이 언급하는 글을 위버스에 남겼어요.

태현: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게 맞다고, 나도 힘을 많이 받는다고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당연하게 감사한 거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감동받으실 줄은 몰랐어요. 그 후로 편지 양이 엄청 늘었더라고요.(웃음)

 

모아들과 멤버들을 ‘내 귀인들’이라고 칭하기도 했어요. 이 귀인들은 어떤 존재일까요?

태현: 내가 만나지 못했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만난 거잖아요. 만약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정말 꼭 만나야 되는 사람들.

글. 윤해인
인터뷰. 윤해인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임현경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LESS / Assist. 강민구, 박동훈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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