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는 화보 촬영 대기 중에 쉴 새 없이 랩을 내뱉으며 자신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자신이 “가슴이 뛰는 것에 따라간다.”고 말하는, 그의 열정은 진짜다. 

얼마 전 에스쿱스 씨 신발과 모자를 슬쩍한 걸 당당하게 위버스에 올렸는데, 돌려줬나요?(웃음)  

호시: 모자는 돌려줬고 신발은 아직 제가 갖고 있는데.(웃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저희가 다니는 헬스장에 그 신발이 거의 1년 동안 있었어요! 비싼 신발인데 거기다 두기 너무 아깝잖아요. 저는 제가 그 신발을 구원해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웃음) 


그 해프닝이 브이라이브 ‘승철이 모자’ 랩 메이킹 방송으로도 이어졌어요.(웃음) 즉흥적으로 한 건데 금세 빠져들어서 가사를 쓰더라고요. 

호시: 제가 가사 쓸 때 그래요.(웃음) 하다 보면 바로 몰입돼서 마음에 들 때까지 파고들어요. 가사를 전체적으로 다 쓰고 나서 수정하는 게 아니라, 한 줄 써놓고 그 한 줄을 계속해서 만족할 때까지 수정한 다음에 넘어가요. 이동할 때나 대기할 때도 계속 핸드폰으로 (핸드폰에 얼굴 파묻으며) 막 이러고 있죠. 메모장에 가사도 많이 써놓고, 음악이나 무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나 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무조건 다 적어놔요. 


중간에 우지 씨가 호시 씨 의견에 따라 비트를 찍어주기도 했는데, 평상시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라고 봐도 되나요? 

호시: 네. 그렇게 작업실에서 즉흥적으로 제가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우지가 그걸 뚝딱 반영해서 나온 곡들이 되게 많아요. 평소에 차 타고 이동할 때도 서로 음악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근데 사실 음악 얘기라는 게, “야, 이거 좋지 않냐?” 이러면서 서로 좋아하는 거 얘기하는 거예요. 제가 너무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히트 메이커 작곡가가 옆에 있고(웃음) 그런 사람이 나를 너무 잘 아는 친구라,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제가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새 앨범 곡 ‘Wave’에서 퍼포먼스 팀과 우지 씨가 함께 곡 작업을 하기도 했죠. 퍼포먼스 팀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호시: 트랙을 듣다 제가 “이건 노래 제목이 Wave인데?”라고 장난으로 얘기했는데 진짜 ‘Wave’가 된 거예요. ‘wave’라는 키워드를 바쁜 일상에서 도피한 채로 나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자유롭게 물결을 타고 흘러가는 느낌으로 발전시켰어요. 애초에 이 곡의 발상은 퍼포먼스에서 나왔어요. 명호가 정해진 칼 군무가 아닌 걸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래, 동작이 아닌 느낌으로 맞추는 안무를 해보자.”고 했죠. 영혼이 춤추는 느낌을 내보고 싶었어요. 사실 춤이라는 게, 어깨만 움직여도 춤이잖아요. (힘 있게 현란한 동작을 하며) 이런 것만 춤이 아니라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그루브 타며) 이것도 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너무 틀에 갇혀 있지는 않았나?’ 생각을 해보면서 새로운 느낌의 퍼포먼스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딥 하우스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우리의 이전 퍼포먼스 앵글에 맞춰져 있지 않으면서도 우리만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춤을 보여주고 싶어요. 


퍼포먼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세븐틴의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반영될 수 있겠네요. 

호시: 하나의 주제를 떠올릴 때 어릴 때와 지금의 관점이 다르잖아요. 그런 성장과 변화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세븐틴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제일 트렌디한 음악이 뭘까’라는 생각을 늘 했는데, 트렌드가 너무 확확 바뀌기도 하고 정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트렌드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진정성을 담아내는 게 베스트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트렌디한 음악, 콘셉트, 이런 요소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 따라가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고 길을 잃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우리 나이에 맞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지금 우리의 바이브가 제일 잘 드러나는 모습을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세븐틴의 앨범은 항상 그래 왔고, 다음에 나올 앨범은 또 새로울 거예요. 그때의 저희 또한 새로울 테니까요. 

특히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 표현하는 ‘사랑’이 그런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 것 같아요. 

호시: 맞아요. 데뷔 초반에는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소년이 어쩔줄 몰라 하는 풋풋한 모습이 나왔었죠. 그게 바로 저희 모습이기도 했고요. 그때는 사랑을 모르면서 마냥 넘치는 에너지만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저희가 캐럿분들한테 너무 큰 사랑을 받아오기도 했고, 더 성숙해진 만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무 살이 아닌 20대 중반에 들어선 세븐틴에게 맞게끔, 자연스럽게 안무도 변한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까지 해왔던 동선이나 동작과는 다르게 새로우면서도, 안무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여유를 많이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안무예요. 


안무가 멤버들 각자의 동작이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형식이라 멤버들끼리 합을 맞추는 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호시: 저희는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왔고,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안무든 합이 진짜 잘 맞아요. 예를 들어 대칭을 이루는 안무를 맞출 때 오른쪽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면 왼쪽 사람들이 그냥 알아서 자연스럽게 대칭이 되도록 맞춰서 움직여요. 일단 멤버들끼리 사이가 너무 좋기 때문에 안무 합에도 그게 반영되는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의 호흡은 정말 늘 똑같이 잘 맞아서 저희는 말그대로 진짜 열심히 연습하는 것밖에 없어요. 

솔로 믹스테이프 ‘Spider’ 보컬 디렉팅을 받으면서 본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찾게 되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이번에 녹음할 때도 그런 발전이 느껴졌나요? 

호시: 한 곡을 전체적으로 녹음해보고 나니까 엔지니어분께 보컬이 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곡을 잘 살리면서 더 맛있게 부르게 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Spider’를 작업하기 꽤 오래전부터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 개인 곡 작업을 해왔거든요. 그때마다 소울스타 규훈이 형이 녹음 디렉팅을 해주셨는데, 그게 거의 보컬 레슨이었어요. 계속해서 녹음하고, 배우고, 또 수정해서 다시 부르는 걸 반복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단단해지더라고요. 제가 가성이 약한 편이었는데 되게 많이 좋아졌고, 어떤 파트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이제 딱 정확하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타이틀 곡은 벌스의 ‘처음 느낀 심장의 속도가’ 파트가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더 리드미컬해져야 되는 부분이라 치고 나올 때 힘을 좀 줬어요. ‘처흠~’ 이렇게 호흡을 더 쓰고 좀 꺾으면서 불렀고요. 마지막 후렴구에서는 안무도 같이 터지는 부분이어서 좀 더 소리를 땡땡하게 내면서 불렀던 것 같아요. 


‘Spider’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게 바로 세븐틴 퍼포먼스 팀의 리더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요. 솔로 활동에서도 세븐틴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꼈나 봐요.

호시: 그건 다른 멤버들 누구라도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 팀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그냥 당연한 생각이었어요. 솔로 활동 마치고 팀 활동으로 돌아오니까 멤버들이 주는 안정감이 너무 크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멤버들이 그동안 너무 잘 채워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팀 활동에 대한 소중함을 더 많이 느꼈어요. 저희가 인원이 많다 보니 뭐 하나를 할 때마다 거의 하루를 다 소비하거든요. 촬영 후엔 또 연습을 해야 해서 스케줄이 빠짐없다 보니 멤버들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파이팅해보자! 조금만 더 하고 가자!” 이렇게 서로 격려를 하면서 힘을 많이 냈죠. 

여러모로 ‘Spider’가 호시 씨의 커리어나 마음가짐에 중요한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호시: 그렇죠. ‘Spider’는 굉장히 콘셉추얼한 곡이고, 무대에서 철봉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만약 다음에 또 믹스테이프를 낸다면 어떤 곡이 좋을까? 다음에는 또 무엇을 하면 좋을까?’ 벌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팀 활동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고요. ‘세븐틴으로서는 어떤 음악이 맞을까? 어떤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계속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생각하는 중이에요.


세븐틴이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는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고민도 많이 되겠어요. 

호시: 그게 항상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더 그런 것 같아요. 6년의 시간 동안 활동을 해오다 보니 저희가 안 해본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좀 떠올려야 하는데, 요즘에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상상력이 좀 부족한가?’(웃음)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시 내가 좀 뒤처지고 있지는 않나?’ 싶은 생각에 저를 돌아보는 시기인 것 같아요.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 중인데, 쉽지 않네요.

 

음악과 무대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네요. 

호시: 항상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하고 싶어요.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고요. 그래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 하면서 작곡이나 여러 가지를 도전해봤죠. 근데 작곡은 제가 해보니까 탑라이닝이 좀 뻔하게 나오더라고요. 사람마다 가진 재능이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작곡을 할 순 있겠지만, 내가 쓴 곡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썼다고 마냥 자부심을 느끼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바라보고 생각을 열어놔요. 그래서 나는 결국 퍼포머고, 가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확실하게 들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구상해놓고 작곡가와 프로듀서한테 전달을 잘해서 곡이 나오면 그 위에 제가 가사를 쓰고, 퍼포먼스와 무대를 짜고. 이렇게 가야 내 옷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는 무대 플레이를 제일 잘하고, 곡은 너무 잘 쓰는 우지 그리고 다른 작곡가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협업하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생각과 무대 플레이에 집중을 하는 거죠. 

음악과 춤이 자신의 유일한 취미라고 말해왔는데, 취미가 본업인 건 어떤 느낌인가요? 

호시: 쾌감이, 예술이에요.(웃음) 제 곡과 무대가 너무 소중해져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무대에 서는 거고, 그 공간에서 캐럿분들이 주는 에너지는, 말이 안 돼요, 진짜. 3시간 무대를 해도 안 힘들어요. 무대 위에서 함성이 들리고, 캐럿들의 사랑이 느껴지고,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거예요. 무대에서 ‘힘들어도 여기서 죽고 싶다.’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진짜로. 전에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서 리프트 타고 딱 올라오는데, 진짜 소름이 손끝부터 돋은 적은 처음이었어요. ‘와, 이 흥분감을 어떻게 주체해야 되지? 이 힘을 어떻게 쏟아붓지?’ 하면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좋아하던 무대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상실감이 컸겠어요. 

호시: 저는 제가 힘든 감정을 잘 못 느끼는 편인 줄 알았는데, 와, 공허함이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한창 바쁘게 지내면서 돔 투어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취소되고 제일 좋아하는 걸 못하게 되니까 너무 외롭고, 진짜 힘들었어요. 당시에 잠이 너무 안 와서 가사를 엄청 쓰면서 작업해놓은 곡도 되게 많아요.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으로 곡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극복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면, 한 번 뒤돌아보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내 감정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진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쑥스러워서 못했던 말들도 가사로 다 적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근데 공허함도 잠깐이었고, 솔로 활동하고 세븐틴 앨범도 준비하다 보니까 또다시 정신없어졌죠.(웃음)

캐럿들 만나고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도 얘기를 했어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호시: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데뷔 초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 인기가 좋고 사랑받는 게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소중함을 너무 많이 느껴요. 나의 어떤 태도나 행실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된 것도 캐럿분들의 사랑 때문이라, 캐럿분들이 저를 이렇게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는 이유도, 캐럿분들에게 멋진 가수가 돼야 하니까. 창피한 무대는 정말 하기 싫거든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무대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네요.

호시: 캐럿분들이 어디 가서 “우리 캐럿이야.”라고 말할 때 진짜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하고 싶은 이유예요.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김효담(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채대한 / Assist. 배준선, 손효정, 오창환
헤어. 우은혜(BIT&BOOT), 문현철(BLOW)
메이크업. 고진아, 박수진(BIT&BOOT), 김시진, 손가연(BLOW)
스타일리스트. Team WHITE CHAPLE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강미주, 김도윤, 류하영, 박기목, 송진우, 이현주, 정연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심재현, 장인혁, 송태혁, 진경진